'디제이맥스' 시리즈 13년, '탭소닉' 시리즈 7년. 10여년 간 계속된 리듬 게임들의 음악과 아티스트들을 재조명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네오위즈게임즈가 지난해 12월 오픈한 홈페이지 '뮤카'(muca.world)가 그 주인공이다.
'뮤카'를 알게된 것은 '디제이맥스' 시리즈 음악을 유튜브에서 찾다가 이들이 만든 재생목록을 발견했을 때였다. 뮤카를 처음 접했을 때 떠오른 것은 잡지, 팬페이지라는 이미지였다. 리듬게임 음악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주제에 맞춰 '큐레이팅'해 선보였다는 것, 음악가들을 소개할 때도 객관적인 정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인터뷰'처럼 사람에게 의미를 부여했다는 점이 그런 이미지를 줬다.
때문에 처음에는 뮤카를 열성 팬이 만든 팬페이지, 혹은 음악가들의 공간으로 인식했다. 이 이미지는 나중에 뮤카가 음악 공모전을 열었고, 오는 31일엔 콘서트까지 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에야 바뀌었다. 그제서야 뮤카가 '네오위즈'가 만든 공간으로 인식됐다.
그리고 동시에 의문이 생겼다. 네오위즈는 왜 이렇게 '품'이 많이 드는 공간을 만들었을까? 브랜드 페이지가 목표라면 그냥 음악과 정보만 나열해도 충분했을텐데. 그리고 이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까? 무작정 '뮤카'를 구상하고 만들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다. 네오위즈의 뮤카 팀, 그리고 뮤카 팀을 돕고 있는 스튜디오 레이백과의 대화를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왼쪽 아래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네오위즈 뮤카팀 김채원 디자이너, 김정랑 팀장, 스튜디오 레이백 GOTH, jam-jam, Mycin.T, ned, SiNA
#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덕에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디제이맥스 시리즈가 나온지 벌써 13년이 지났죠? 비교적 최근 IP인 탭소닉도 벌써 7년이고요. 그동안 정말 많은 곡들이 나왔는데, 이걸 게임 안에서만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아깝잖아요." 뮤카 관계자들과 대화 중 나온 이야기다.
네오위즈 리듬 게임의 음악을 모아서 따로 듣고 싶다는 의견은 예전부터 팬들 사이에서 많이 나왔다. 디제이맥스 시리즈에서만 백 단위의 곡이 나왔고, 게임을 넘어 곡 자체에 빠진 이들이 생겼다. 이는 곡을 만든 음악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그가 만든 다른 곡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것이 10여 년. 네오위즈 리듬 게임 유저의 상당수는 리듬 게임 뿐만 아니라, 음악과 음악가를 좋아하는 이들이 되었다.
이들의 염원이 이제서야(?) 응답된 것은 <디제이맥스 리스펙트>의 성공 덕이었다. 네오위즈는 그동안 디제이맥스·탭소닉 등 많은 리듬 게임을 선보인 회사지만, 냉정히 말해 이 기조를 쭉 이어오진 못했다. 디제이맥스 시리즈의 주 무대인 '콘솔'은 PC나 모바일에 비해 크지 않은 곳이었고, 탭소닉 시리즈가 태어난 모바일 시장의 주 흐름은 RPG였다.
회사의 기본적인 목표는 이윤 추구다. 이런 환경 때문인지 네오위즈 또한 2013년 이후 별다른 리듬 게임을 내지 않았다. 네오위즈가 가진 리듬 게임 시리즈도 그렇게 정체되기 시작했다. 리듬 게임이 나오지 않으니 시리즈 팬들의 이야기에 응답할 수도 없었다. 뭔가를 하려면 자원을 써야 하니까. 그러던 중 <디제이맥스 리스펙트>가 나왔다.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홍보 영상
<디제이맥스 리스펙트>는 제목처럼 시리즈 팬들, 그리고 그간 이어진 명곡과 곡을 만든 작곡가들에 대한 존경을 담아 만든 작품이다. 그리고 네오위즈 안에선 추가로 한동안 정체돼 있던 리듬 게임 라인업을 다시 살려 보자는 움직임도 담겨 있었다.
이렇게 나온 <디제이맥스 리스펙트>는 팬들에게 시리즈 역대 최고 작품이라는 평까지 받았다. 게임의 성공은 네오위즈에게도 자신감을 안겼다. 요즘 같은 시장에서 게임사가 리듬 게임을 만들어도, 음악에 파고 들어도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뮤즈메이커>, <탭소닉 탑> 등 최근 계속된 네오위즈의 리듬 게임 라인업은 이 영향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그동안 응답하지 못했던 팬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계기가 됐다. 존경을 담아 약간 다른 방향으로….
# 10여년 간 함께 한 음악, 음악가들에 대한 '존경'을 담아
뮤카의 활동 공간은 크게 2개다. 하나는 네오위즈의 모든 리듬 게임 음원이 올라가는 '사운드 클라우드' 페이지(☞ 바로가기), 다른 하나는 뮤카 팀이 큐레이팅한 음악과 콘텐츠가 올라오는 뮤카 홈페이지와 관련 SNS.
뮤카 홈페이지와 SNS에는 특정 주제에 맞게 큐레이팅한 음악들, 마치 인터뷰를 연상시키는 음악가 소개, 시리즈 신곡과 이에 대한 음악가의 소개 등이 올라온다. (주제별로 큐레이팅한 음악은 유튜브 재생목록으로, 신곡 소개는 SNS에 올라온다) 콘텐츠의 성격만 보면 마치 음악 잡지를 연상시킨다. 뮤카 팀이 홈페이지를 이렇게 꾸미는 이유는 간단하다.
"<디제이맥스>라는 이름을 아는 유저는 많지만, 그 안에 담긴 음악, 음악을 만든 음악가들을 아는 사람은 적잖아요. 유저들에게 음악과 아티스트들을 알리고 싶었어요. 리듬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이고 음악가들이잖아요."
뮤카 홈페이지의 가장 큰 목표는 그동안 네오위즈 리듬 게임에 참여한 음악가, 그들이 만든 음악이 '게임 음악, 게임 음악가'가 아니라 순수하게 음악, 음악가로 유저들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때문에 페이지를 만들 때도 국내외 음악 사이트를 참고했을 정도다.
홈페이지에서 서로 다른 작품에 나온 음악을 특정 주제로 묶어 큐레이팅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리듬 게임의 음악은 PD가 짠 큰 방향성과 어울리 곡들이 묶이는 형태다. 이 때문에 리듬 게임의 음악은 작품 안에선 이 방향성에 어울려 게임 만의 분위기와 흐름을 만들지만, 반대로 음악 자체가 조명받는 경우는 드물다. 가요에 비해 영화, 드라마 음악이 잘 조명되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유다.
그래서 뮤카 팀은 음악을 유튜브나 사운드 클라우드 등을 통해 게임 밖으로 끌어내는 것 뿐만 아니라, 큐레이팅할 때 각기 다른 작품에 나온 음악과 짝지었다. 다른 작품의 음악과 함께 둠으로써 'A 게임에 나온 OO 음악'이라는 이미지를 씻고, 유저들이 OO라는 음악 자체에 집중하게 하기 위함이다.
얼마 전에는 실험적으로나마 <디제이맥스 테크니카 Q>와 <탭소닉 월드 챔피언> 두 작품 일부 음악에 한해 한 곳에서 곡을 샀으면 다른 곳에서 무료로 해당 음악을 플레이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도입했을 정도다. XX 게임에 나온 OO 음악이 아니라, 그냥 'OO 음악'이라고 부각하고 싶어서.
MUCA가 '봄'이라는 주제에 맞춰 큐레이팅한 재생 목록. 이런 식으로 약 한 달 주기로 큐레이팅한 음악이 MUCA 페이지,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다.
'이런 음악가가 있습니다'라고 음악가의 '데이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 음악가는 어떤 작풍을 가졌고 어떤 점이 장점이고, 이 곡은 어떤 의도로 만들었고 만들 땐 어떤 일이 있었습니다' 같은 식으로 짧게라도 음악가 자체를 보여주는 식이다.
때문에 뮤카 홈페이지에서 음악가 섹션은 디자인을 결정할 때도, 실제 콘텐츠를 만들 때도 가장 많은 시간이 들어간 공간이다. 현재 뮤카 홈페이지에 업로드 된 17명의 음악가 소개를 완성하는 데도 글을 쓰는데만 3개월이 걸렸을 정도다.
"왜 이렇게 공을 들이냐고요? 존경 받아야 하는 분들이니까요. 음악은 음악가가 있어야 나오잖아요. 이 분들 덕에 저희 리듬 게임이 이렇게 계속될 수 있었죠. 당장 저부터 이 분들을 잘 알고 싶었고, 이건 저희 게임을 즐겨 주시는 분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 분들을 유저 분들께 잘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지금은 밀린 일이 많아 작곡가 분들 위주로 조명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뮤직 비디오 만들어 주시는 비쥬얼 아티스트 분들도 조명하고 싶고요."
# 디제이맥스 신작, 탭소닉 신작, 새로운 리듬 게임을 촉발시키는 무대가 되고파
뮤카 팀의 현재 목표가 그간 선보인 리듬 게임 음악과 함께한 음악가들을 재조명하는 것이라면, 궁극적인 목표는 이를 계속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이다. 새로운 리듬 게임, 새로운 음악, 새로운 음악가가 없다면 뮤카의 활동은 언젠가 끝이 날 수 밖에 없으니까.
즉,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네오위즈 리듬 게임이 걸어온 과거를 재조명하는 일이라면, 이 일이 계속될 수 있게 새로운 리듬 게임과 음악, 음악가들이 나올 수 있는 토대가 되는 것이다.
지난 해 진행한 뮤카를 통해 진행한 음악 공모전, 현재 뮤카 홈페이지에 게시돼 있는 'with MUCA', 'with Studio LAY-BACK' 메뉴가 이를 대표하는 표시다. 이렇게 새 음악, 새 음악가와 연이 닿는다면 새로운 리듬 게임 또한 훨씬 쉽게 탄생할 수 있으니까.
다행히 뮤카 팀의 꿈은 순항 중이다. 지난해 개최한 음악 공모전엔 팀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2배 가량 많은 총 400여 곡의 음악이 응모됐다. 네오위즈 또한 최근 리듬 게임 라인업을 부쩍 늘리고 있다. 아직 뮤카라는 공간이 널리 알려지지 않을 것만 빼면 순조로운 출발이다.
네오위즈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2018년 리듬 게임 라인업
때문에 뮤카 팀이 현재 가장 걱정하고, 또 공을 들이는 것은 31일 네오위즈 판교 사옥에서 여는 'MUCA 1st 콘서트 The Opening' 행사다.
이번 콘서트는 디제이맥스와 탭소닉 시리즈는 물론, 네오위즈가 최근 출시한 리듬 게임 <뮤즈메이커>의 음악과 음악가, 가수들이 팬들 앞에 나서는 무대다. 네오위즈의 가장 오래된 리듬 게임 시리즈부터 가장 최근 작품까지 함께 하는 자리인 만큼, 다양한 음악 취향의 유저들이 모일 예정. 그리고 뮤카 팀은 이 콘서트를 시작으로 유저들에게 리듬게임 음악과 음악가들을 재조명하려는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알리려 한다.
"음악은 물론, 모든 예술은 즐기는 사람이 있어야만 의미를 가지잖아요? 저희가 아무리 음악과 음악가들을 조명해도 유저 분들이 이걸 즐겨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죠. 그래서 이번 콘서트가 더 떨려요. 첫 콘서트를 잘 시작해야 우리가, 우리의 음악과 음악가 분들이 유저 분들께 좋게 인식될 테니까요. 그래서 더 떨리고, 또 기대되죠. 저희가 준비한 것이 유저 분들의 마음에도 꼭 들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