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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약속을 지키기 위해" 패 레볼루션과 함께 돌아온 '야설록' 작가

신작은 패 온라인의 후신, 40~50대를 위한 PC RvR MMORPG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현(다미롱) 2018-04-09 09:37:42

야설록이 돌아왔다. 

 

야설록이 누구냐고? 1982년 <강호야우백팔뇌>를 시작으로 수십 권의 무협지를 써 흥행시킨 소설가. 자신이 쓴 무협지만큼 많은 만화를 흥행시킨 시나리오 작가.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의 원작자. 그리고 8년 전, 오픈 8일 만에 서버를 내린 <패 온라인>의 개발총괄.

 

8년 만에 게임계로 돌아온 그의 손에는 <패 레볼루션>이라는 게임이 들려 있었다. 맞다. 그가 과거 만든 <패 온라인>의 후신이다. 심지어 장르도 전작과 같은 RvR 콘셉트의 PC MMORPG.

 

작가로서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온 야설록은 왜 다시 한 번 게임계로 돌아온 것일까? 그것도 그가 한 번 실패했던 IP를 가지고, 최근 트렌드와는 거리가 있는 PC MMORPG로. 이 물음에 야설록의 대답은 간단했다.

 

"8년 전에 유저들에게 약속했으니까." 


 

LCC미디어 야설록 회장

 

 

# 다시 돌아온 이유? 8년 전에 약속했으니까

 

디스이즈게임: 솔직히 다시 게임계로 돌아올 줄 몰랐다. 이미 작가로서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아왔지 않은가?

 

야설록: 그냥 게임이 좋다. 나는 평생동안 콘텐츠를 만들어 온 사람이다. 내가 콘텐츠를 만들며 충격을 받은 적이 몇 번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처음 MMORPG를 했을 때고, 다른 하나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접했을 때였다.

 

게임 자체는 대학 시절부터 많이 했다. <스페이스 인베이더>나 <스트리트 파이터 2> 같은 타이틀. 그런데 PC MMORPG를 접하고 너무 충격을 받았다. 당시 나에겐 단순히 AI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모니터 넘어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고 다투고 협력한다는 개념 자체가 너무 충격적이었다. 

 

다른 유저가 있으니 더 좋은 장비를 가지고 싶어지고, 더 예쁜 옷을 입고 싶어졌다. 몬스터에게 죽었을 때보다 유저한테 죽었을 때 더 화나고, NPC의 도움보다 유저의 도움이 더 와닿고. 사실상 '세상' 아닌가? 이게 당시 나에게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언젠가 글이 아니라 이런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도 작품을 쓸 때마다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사람인데, 내가 만든 세계는 이렇게 살아 움직이지 않으니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받은 충격은 어떤 것이었나?

 

이런 세계에 '이야기'를 넣을 수 있다는 것. 지금이야 온라인 게임에 이야기가 있는 것이 대단한 것이 아니지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나왔을 때만 해도 이런 작품이 없었지 않은가? 지금 보면 대단치 않은 연출이었지만, 그 이야기 때문에 감동을 받은 유저까지 있었을 정도니까.

 

나는 이걸 보며 자신감을 얻었다. 나 같은 글쟁이도 게임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과 같았으니까. 아마 진지하게 게임 개발을 고민했던 것이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왜 게임에 꿈을 가지고 있는진 알겠다. 그런데 이미 한 번 <패 온라인>에서 실패하지 않았나. 그런데도 다시 도전할 생각을 한 까닭은 무엇인가?

 

맞다. <패 온라인>은 실패한 작품이다. 8년 전에, OBT 8일만에 게임을 내렸으니까.

 

하지만 <패 온라인>에 대해서는 단순히 '실패'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사람들은 흔히 '실패'라는 단어에서 '끝'이라는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나도 그렇다. 그래서 그냥 실패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8년 전에 <패 온라인> 서버를 내리면서 약속했으니까. 게임을 재정비하고 다시 돌아오겠다고. 이걸 지난 7년 간 지키지 못했다. 그런데도 몇몇 유저 분들은 여전히 <패 온라인>을 잊지 못하고, 또 기다려 주시더라.

 

그래서 돌아왔다. 약속했으니까. 솔직히 이 기회를 잡기까지 8년이나 걸릴 줄은 몰랐다.

 

야설록은 2010년, <패 온라인> OBT 중단 공지를 올리며 "빠른 시간 안에 다시 찾아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 한때 게임 키드였지만 이젠 아저씨·아줌마가 된 옛 친구들을 위해

 

돌아오기까지 8년이라는 시간이 있었다. 아픈 얘기겠지만, <패 온라인>의 실패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그래서 이번엔 어떤 것을 고쳤나?

 

내가 개발총괄이었다는 것. 예전에 <패 온라인>을 만들 때는 아이디어가 넘쳐 개발진에게 이것도 넣어 달라, 저건 어떠냐 많이 요구했다. 개발자라는 측면에서 난 아마추어와도 같았는데, 정작 개발자들에게 요구한 것은 '유저 야설록'의 생각이었다. 물론 콘텐츠를 유저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도를 넘었다. <패 온라인>의 일은 당시 개발진이 아니라, 나의 탓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개발자들을 믿고 맡기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기본적인 구상은 <패 온라인> 시절 어느 정도 완성됐으니 개발도 잘 모르는 내가 더 나설 필요 뭐 있겠나. (웃음) 대신 개발자들이 옛 <패 온라인> 기획을 기반으로 열심히 게임을 만들고 있다. 

 

개발자들 모두 PC MMORPG는 2~3개 만든 사람들이다. 개발 경력 10년차면 애 취급 받을 정도다. (웃음) 아무래도 전작에서 버그, 서버 등 이슈가 많았고, 또 전작이 옛날 엔진을 썼다 보니 일부러 경력 있는 개발자 위주로 모았다. 또 개인적으로 새로운 시대가 오기 전에 제대로 된 PC MMORPG를 만들고 싶어 더 경력자 위주로 뽑기도 했다. 새로운 시대엔 PC 온라인게임이 주역이 될 것 같진 않으니까.

 

 

지금도 PC MMORPG는 트렌드가 아니다. 같은 MMORPG라고 해도 모바일쪽이 훨씬 더 유저도 많고 돈도 많이 번다. 굳이 PC MMORPG를 추구하는 이유가 있는가?

 

전작이 PC MMORPG였고 내가 약속한 유저들도 PC MMORPG 유저들이었으니까. 아마 그때 유저들이 지금 40~50대가 됐을거다. 이런 유저들이 모바일 MMORPG를 제대로 즐길 수 있을까? 

 

내 나이가 지금 57이다. 얼마 전 모바일 MMORPG를 할려고 게임을 받았는데 눈이 아파서 못하겠더라. 글자나 캐릭터 같은 것이 너무 작아서. <패 온라인>을 기다리는 유저들 또한 나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설사 모바일 MMORPG를 한다고 해도 그냥 캐릭터 크는 것만 보겠지. 그걸 MMORPG를 즐긴다고 할 수 있을까?

 

PC MMORPG 시장에 계속 신작이 나왔으면 돌아오는데 고민 좀 했을 것 같다. 그런데 우리 같은 사람들이 즐길 게임이 너무 없다. <리니지>같이 오래 전부터 서비스된 게임은 이제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졌다. 반면 신작은 없다. 얼마 전 한국에 온 어떤 중국 웹 MMORPG를 했는데, 거기서 만난 사람들도 똑같은 얘기를 하더라. 모바일은 못하겠고, PC 온라인은 할 게임이 없다고. 난 여전히 PC MMORPG를 즐길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패 레볼루션>은 젊은 유저층보단 중장년층을 노린 작품 같다.

 

맞다. 흔히 말하는 '아재 게임'이다. 뭐 어떤가. 아저씨들도 게임 한다. (웃음) 나도, 과거 <패 온라인> 유저들도 90년대 20~30대였던 사람들이다. 20년이 지났고 다들 40~50대가 됐다. 이들이 뭘 할 것 같은가? 여전히 게임한다. 아니면 할 게임을 찾아다니거나.

 

내가 웹게임에서 길드 들어가면 전부 다 옛날에 <리니지>, <뮤 온라인> 했던 사람들이다. 왜 모바일게임 안 하냐고 물으니 눈 아파 채팅을 못하겠다고 하더라. 예전에 <리니지>에서 60대 할머니를 만난 적이 있었다. 왜 게임 하냐고 물으니 로그인 했을 때 혈맹원들이 인사해 주는게, 사냥할 때 다른 사람들과 채팅하는 것이 좋다고 하더라. 이런 것을 좋아하는 40~50대들은 모바일게임 못한다. 그리고 내가 약속한 유저들은 이런 유저들이고.

 

그래서 이들을 위한 PC MMORPG를 만들려고 한다. 퇴근하고 2~3시간 채팅하고 사냥하며 부담없이 할 수 있는 게임, 잠깐 플레이해도 활력을 주는 게임, 당장 나부터 한 2~3년 원없이 푹 파묻혀 살고 싶은 PC MMORPG. 

 

 

과거엔 PC MMORPG가 굉장히 인기 있는 장르였지만, 요즘에는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한다는 특성 때문에 인기가 많이 식었다. 이런 단점은 40~50대에게도 더 크게 와닿을 것 같은데….

 

결국 문제의 여부는 유저가 당장 핵심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느냐, 없느냐인 것 같다. 말한 것처럼 대부분의 MMORPG는 일정 레벨 이상을 요구하고, 그 중 일부는 '성혈'과 같은 특수한 조건도 요구하니까. 

 

<패 레볼루션>도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많이 신경썼다. 우리 메인 콘텐츠는 진영 간의 전쟁, 그 중에서도 일정 시간마다 열리는 AOS형 전장 '탁록대전'이다. 전장에 입장하면 레벨에 맞춰 매치메이킹이 되기 때문에, 낮은 레벨 유저라도 부담 없이 핵심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패 레볼루션>의 '탁록대전' 전장 전경

 

 

 

# '환빠' 소재 아니냐고? 소재는 소재, 콘텐츠는 콘텐츠일 뿐

 

본격적으로 <패 레볼루션>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전작은 3파전 RvR 게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번에도 같은가?

 

황제 헌원과 치우천왕의 대결을 다룬 작품이니 만큼, 전작처럼 동양판타지 배경의 RvR 게임이다. 다만 전작과 달리 이번에는 헌원과 치우 1:1 콘셉트로 잡았다. 전작처럼 귀족이라는 제 3의 종족이 있긴 하지만, 당장 추가할 계획은 없다. 

 

기본적인 베이스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 같은 게임처럼 퀘스트로 치우·헌원·서왕모 등 각종 영웅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전장 같은 공간에서 각 진영이 싸우는 콘셉트다. 스토리 딴에선 동북아 삼국의 신화를 모티브로 한 일종의 군상극 형태고, 전쟁 파트에선 유저가 각 국의 모사나 장수가 돼 싸우는 콘셉트랄까?

 

 

배경도 전작처럼 동북아 지역의 고대 신화를 테마로 했나보다.

 

맞다. 아무래도 게임 쪽엔 북유럽신화나 <반지의 제왕> 같은 서구권 판타지가 많아 이런 콘셉트를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동양 신화를 활용한 콘텐츠를 만들고 싶기도 했고. 

 

여담이지만 우리 게임 콘셉트는 동양 판타지지만, 헌원이나 치우와 같은 이야기는 실제 역사책에 나온 소재다. 예를 들어 중국의 정사라고 할 수 있는 '사기' 1권에는 치우와 헌원의 대결이 묘사되는데, 치우가 안개를 부려 헌원의 부대를 곤란하게 하자 헌원이 딸을 부려 안개를 불태웠다는 등 판타지 같은 묘사가 나온다. <패 레볼루션>은 이런 식으로 역사적인 옛 소재를 기반으로 만든 동양 판타지다. 

 

물론 <패 레볼루션>은 어디까지나 동양 '판타지'이기 때문에 요괴나 귀신이 나오거나, 총 같은 것을 발굴하는 등 판타지적인 전개도 있을 예정이다.

 

아, 소재 때문에 오해할까봐 덧붙이는데, 나는 '환빠'가 아니다. (웃음)

 

※ 환빠: 환단고기 등 검증되지 않은 사서를 맹신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은어.

 


<패 레볼루션> 하족 여성 콘셉트 아트

 

 

 

그렇지 않아도 그걸 물으려 했다. (웃음) 대부분의 사람들은 치우나 탁록대전 같은 얘기를 들으면 그런 생각부터 먼저 할텐데.

 

나에겐 환단고기, 규원사화가 맞고 안맞고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그런 기록이 있고, 그 소재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예전에 워싱턴에 간 적이 있는데, 미국인들이 작은 집 하나를 애지중지하며 유적지로 관리하는 것을 보았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300년 전 영국인들이 처음 상륙한 자리라고 한다. 일본은 고사기에 나온, 학술적으로 제대로 규명되지도 않은 기원전 이야기를 콘텐츠로 써먹는다. 지금 외국인들이 생각하는 일본의 '닌자' 이미지는 말할 것도 없고, 무협에서 공식처럼 쓰이는 '9대 문파'라는 개념도 상당 부분 작가의 창작에 의해 탄생했다. 

 

그런데 한국은 유독 역사적 사실과 소재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물론 학술적으로 역사를 규명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콘텐츠는 별개다. 이런 콘텐츠가 쌓이고 쌓여 그 나라의 이미지를 만드는데 한국은 이쪽을 너무 등한시한다. 너무 민감해 학술적으로 규명하려 접근하는 것까지도. 하다 못해 학술적으로 연구하면 그 과정에서 사실도 나오고, 콘텐츠에 쓸 다른 소재도 나오지 않겠는가? 나는 개인적으로 이게 너무 안타깝다.

 

내가 <패 레볼루션>에서 치우, 헌원과 같은 소재를 쓴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 기록이 있다고? 이걸 이렇게 구성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고. 이걸 통해 '사실 우리 고대사가 어쩌고 저쩌고' 알리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저 이런 소재로 재미있는 콘텐츠가 나올 수 있다는 것만 보여주면 만족이다. 만약 나를 계기로 이걸 제대로 연구하기 시작하거나, 이런 소재를 쓴 재미있는 '콘텐츠'가 많아지면 금상첨화고. 

 

 

RvR 메인 콘텐츠는 일정 시간마다 열리는 전장 '탁록대전'이다. 사실상 진영 간 다툼을 특정 시간과 공간으로 한정한 셈인데, RvR 특유의 긴장감이 너무 옅지 않을까?

 

오히려 우리 같은 유저들은 하루 종일 전쟁이 벌어지는 게임을 하기 힘들지 않을까? 오히려 전장이 열리는 시간이 한정되기 때문에 전쟁을 집중해서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만약 전쟁에 지더라도 왜 졌는지 분석하고, 이를 보완할 전략이나 장비를 준비할 시간도 필요하고. 

 

긴장감이라는 부분은 전쟁 대신 '학살자' 시스템을 통해 해결하려 한다.

 


 

 

학살자 시스템? PK 같은 건가?

 

비슷하다. 다만 단순하게 같은 진영 캐릭터도 죽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아예 캐릭터를 죽여서 레벨업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캐릭터를 상대하는 만큼 같은 레벨이면 일반적인 유저들보다 더 강하지만, 대신 죽으면 모든 것을 다 잃을 수 있는 방식이다. 

 

기존 게임에서 PK는 가능하긴 하지만 대부분 불법(?)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패 레볼루션>에선 아예 이런 시스템으로 또 하나의 사회, 진영을 만들어 봤다. 당연히 학살자들은 다른 유저들처럼 마을에서 쉬거나 물건을 사고 파는 등의 경제 활동이 제한된다. 대신 학살자들을 위한 마을이 따로 있는 등 독자적인 경제 체계를 가질 예정이다.

 

누군가는 더 강해지고 싶어서, 혹은 자신의 실력을 뽐내고 싶어 학살자의 길을 선택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을 상대하기 위해 진영 내에서 어떤 움직임이 있을지도 모르고. 이렇게 단순히 1:1 RvR 콘셉트가 아니라, 유저들에게 다양한 선택지와 변수를 주고 싶었다. 그래야 여러 유저들이 한 데 모여 게임하는 MMORPG의 재미가 잘 드러나지 않겠는가?

 

 

게임의 방식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같은 테마파크형 MMORPG지만, 감성은 <리니지>처럼 '성장과 갈등, 스릴'이라고 받아들여도 될까?

 

맞다. 아무래도 우리 나이대 유저들은 이런 감성을 좋아하는데, 정작 최근 나온 MMORPG일수록 이 감성을 제대로 살린 것은 거의 없으니까.

 

<패 레볼루션> 신시성 전경

 

 

#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재미'만이라도 확실히 줄 수 있는 회사가 꿈

 

<패 레볼루션>은 <패 온라인> 시절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게임이라면, 야설록과 LCC 미디어가 게임계에서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게임적인 면에서는 <패 레볼루션>을 포함해 딱 3개를 만들고 싶다. 옛날에 <패 온라인>을 만들 때 인터뷰 하다가 이런 말을 꺼낸 적이 있었다. 과거·현재·미래 3개 테마로 게임을 만들겠다고. 그 중 <패 온라인>(= 패 레볼루션)은 과거 테마 게임이고.

 

다음은 '현대'를 테마로 한 게임을 만들고 싶다. 대충 콘셉트도 구상해놨다. IS로 대표되는 급진적인 이슬람 세력과 비이슬람권의 3차 대전. 유저는 3차 대전이나 그 여파에 휘말린 민간인이고. 이 주제라면 현재의 동·서양을 모두 아우르는 게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지 않은가?

 

 

고대 동양 신화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패 레볼루션>, 극단주의 이슬람과 비이슬람 세력을 다루려는 신작 등 작품 하나하나의 소재가 범상치 않다. 혹시 게임을 통해 말하고 싶은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가?

 

재미. 당연한 얘기 같지만, 이것 하나 제대로 만들기도 얼마나 힘든가. (웃음) 

 

내 반평생을 만화 작가로 살았다. 만화는 문화 콘텐츠 중 가장 연속성이 떨어지는 콘텐츠다. 영화나 드라마는 한 번 보기 시작하면 어지간하면 계속 따라가지만, 만화는 조금만 재미 없어도 1권을 집어 던진다. 그럼 그 뒤에 10권이 있든 100권이 있든 소용 없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에게 '꾸준히' 재미를 주는 것이다. 치우나 헌원, 이슬람과 비이슬람 같은 소재를 쓴 이유도 그걸로 콘텐츠를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시작한 것이고.

 

결국 콘텐츠의 핵심은 재미다. 다른 거창한 것을 쫓기 이전에, 이 '재미'만 제대로 보여줄 수 있어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패 레볼루션>만 해도 재미있는 게임, 유저들이 몇 년 플레이하고 '그거 참 재밌었지'하고 기억할 수 있으면 만족이다.

 

 

 

재미라고 해도 소설의 재미, 만화의 재미, 게임의 재미는 전부 다르다. 작가로서의 커리어가 대부분인데, 이에 대한 두려움은 없나?

 

예전에 <패 온라인> 시절에 유저들에게 들은 얘기가 있다. '특별한 건 없는데 그냥 할 만 하네. 오래할 수 있겠네' 이정도면 되지 않을까? 전작도 겉으로 보기엔 눈에 확 띄는 특징은 없었지만, 막상 해보면 무의식적으로 계속 하는 매력이 있었다. 전작이 버그, 서버 등 여러 이슈가 있긴 했지만, 재미라는 측면에서 떨어졌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패 레볼루션>을 포함해 3개 게임을 만들고 싶다면, 직접 세운 LCC 미디어는 이후 어떻게 될까?

 

글쎄. 거기까지 생각해보진 않았다. 3개라고 해도 이것부터 제대로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

 

아, 다만 확실히 하고 싶은 것은 LCC 미디어가 순수 게임 개발사는 아니라는 점이다. 출발은 게임 개발사로 했지만, 게임뿐만 아니라 웹툰이나 소설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선보이는 게 목표다. 당장 <패 레볼루션>만 해도 브랜드 웹툰을 준비 중이고.

 

굳이 LCC 미디어를 통해 이루고 싶은 궁극적인 꿈이 있다면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일까? 그런데 이건 모든 콘텐츠 제작자의 숙원 아닐까? (웃음)

 

야설록 회장이 스토리를 쓰고 있는 <패 레볼루션> 브랜드 웹툰 '나는 왕이로소이다'의 이미지 

 

 

<패 레볼루션>은 국내에 언제 출시될까?

 

일단 4월 안에 CBT 빌드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4월에 CBT를 한다는 의미가 이날, 4월 안에 게임의 기반을 완성시키겠다는 말이다. 아마 이 뒤부터는 기반 다지기 말고, 본격적으로 콘텐츠를 늘리는 작업이겠지.

 

CBT에 대해 장담할 순 없지만, 올해 상반기(~6월) 중에는 유저 분들께 <패 레볼루션> 관련해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이 목표다. 베스트는 CBT고, CBT가 아니더라도 게임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꼭 공개하도록 하겠다.

 

아, 참고로 출시는 올해(2018년) 안에 하는 것이 목표다. 

 

 

옛날과 비교해 PC 온라인 시장이 많이 줄었다. 이젠 한 개발사를 책임지는 입장인데, 걱정되진 않는가? 

 

없다면 거짓말이지. (웃음) 일단 차근차근 시작하려 한다. 한 번 미끌어졌던 '패'라는 단추를 다시 꿰야 하니까.

 

PC 온라인 시장이 죽었다곤 하지만, 여전히 유저는 있다. 그리고 나처럼 할 게임을 찾지 못한 유저도 있다. 옛날 <패 온라인>을 서비스했을 때 동시접속자가 5만 명이 넘었다. 물론 지금 시장은 그때와 다르지만, 그 유저들이 전부 없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장 내가 웹게임 등에서 본 사람들만 수천 명이다.

 

옛 <패 온라인> 유저들을 위한, 나 같은 40~50대 유저를 위한 게임을 잘 만들면 다음 길도 열릴 것이다. 그 때까지는 <패 레볼루션>이 '재밌는 게임'이라는 평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패 레볼루션> 마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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