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0일) 오후 4시 30분, 삼성동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코리아에서 <하스스톤> 신규 확장팩 ‘마녀숲’에 관련된 개발자 인터뷰가 열렸다. 마녀숲은 <하스스톤>의 새로운 정규력 까마귀의 해를 맞아 출시되는 첫 확장팩이며, ‘잔상’과 ‘속공’ 등 신규 키워드를 내세우며 새로운 메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날 인터뷰에는 아트 디렉터 벤 톰슨(Ben Thompson)과 게임 디자이너 스티븐 창(Stephen Chang)이 참석했다. 벤 톰슨 아트 디렉터는 <하스스톤>의 브랜드 이미지를 총괄하며, 스티븐 창 디자이너는 카드의 최종 구현 및 밸런스 업무를 담당한다. 인터뷰 현장에서 공개된 정보와 질의응답 내용을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영돈 기자
# <하스스톤> 세계관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마녀숲'
디스이즈게임: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벤 톰슨 아트 디렉터: 게임의 아트 디렉터를 맡고 있는 벤 톰슨이다. <하스스톤> 아트 팀은 카드 원화와 시네마틱 영상을 비롯해 게임의 모든 시각적인 부분 총괄하며, 12명의 팀원이 있다.
스티븐 창 게임 디자이너: 카드 디자인과 밸런스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이번 '마녀숲' 확장팩에 출시될 대부분의 카드의 최종 디자인을 검수했다.
신규 확장팩 마녀숲의 콘셉트를 보면 할로윈에 가깝다. 지금은 봄인데(…) 정규력 첫 번째 확장팩으로 으스스한 분위기의 카드들을 내놓은 의미가 있다면?
벤 톰슨: 마녀숲은 계절과 상관없이 항상 어두침침한 곳이다. 세상엔 그런 곳도 있겠지. (웃음) 조금 진지하게 설명하자면, 이전 확장팩과 다른 분위기의 카드들을 출시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이전 확장팩 '코볼트와 지하미궁'은 다소 가볍고 우스꽝스러운 느낌이 많았다. <하스스톤>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즐겁고 가벼운 느낌을 주려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양한 세계관을 담아내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마녀숲 확장팩 초기 기획이 담긴 영상.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마녀숲의 초기 기획은 '길니아스 특급 살인 사건'을 테마로 디자인했다고 들었다. 기존 기획과 방향이 바뀌면서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스티븐 창: 기획이 수정된 이유는 '길니아스 특급 살인 사건' 콘셉트가 개발진의 요구 사항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워서였다. 확장팩이 길니아스라는 지역에 집중하고 싶었던 건 사실이지만, '길니아스 특급 살인 사건' 테마는 기차로 넓은 지역을 돌아다니다 보니 배경이 다소 산만해질 가능성이 있었다.
다행히 마녀 하가사의 존재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하가사를 중심으로 길니아스 주변 숲으로 이야기의 범위를 줄였고, 궁극의 악역이 스토리텔링을 쉽게 풀어나가는데 도움이 됐다. 하가사의 아트를 본 개발진이 영감을 얻어서, 그녀를 전설 카드로 넣기도 했다.
이번 확장팩 카드 중 하나인 '치명적인 무기고'와 '유리기사'의 디자인은 기존 <하스스톤> 일러스트와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게임 분위기에 변화를 주려는 시도인가?
벤 톰슨: 치명적인 무기고의 원화를 그린 아티스트는 이전에 '대마법사 안토니다스'를 그렸다. 디자이너가 바뀌었다거나 하는 차이는 아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게임의 분위기를 크게 해치지 않는 선에서는 다양한 작업물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스스톤>이 중시하는 것은 다양성이다. 이는 일러스트를 포함한 모든 게임 콘텐츠가 중시하는 가치다.
<하스스톤> 세계관의 기반이 되는 아제로스는 다양하고 역동적이며 살아있는 세계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고 게임에 이를 담아내는 것이 즐겁다.
같은 원화가가 작업한 카드 '치명적인 무기고'와 '대마법사 안토니다스'.
# 새로운 키워드 '잔상'과 '속공', 신규 확장팩에서 달라지는 것들
새로운 키워드인 '잔상'과 '속공'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스티븐 창: '속공'은 돌진과 비슷하지만, 영웅을 공격할 수 없는 키워드다. 마녀숲 괴물들과 길니아스인들의 대립 구도를 잘 풀어낸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소환됨과 동시에 필드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엎치락뒤치락 하는 구도가 많이 연출될 것으로 예상한다.
'잔상'의 경우 해당 능력이 있는 카드를 사용하면 핸드에 동일 카드가 복제되어 들어오는 방식이다. 영구히 핸드에 남는 것은 아니고 이번 턴이 끝나면 사라진다. 동일한 카드를 여러번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게임에 막강한 영향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잔상 카드는 어느 타이밍에 사용할지가 매우 중요하다. 한번만 쓸지, 조금 기다렸다가 두 세번 쓸 것인지 판단해야한다. 플레이어 실력이 게임의 승패를 결정하는 경우가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기존에도 '돌진' 키워드가 있는데, 속공을 추가하려는 이유가 궁금하다.
스티븐 창: 돌진 카드들은 영웅을 즉시 공격하는데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영웅을 직접 때릴 수 있다는 잠재력 때문에, 한 턴만에 상대를 제압하는 덱이 유행하기도 했다. 이런 경험은 상대에게 부정적인 경험을 준다. 속공은 변수가 될 수 있는 카드를 남기면서도 이런 부분은 줄이려는 의도다.
쉽게 말해 돌진은 게임을 끝낸다는 성격이 강하지만, 속공은 게임의 판세를 뒤집는 조커 역할을 노리고 만든 카드다. 필드 주도권을 확보해 게임의 양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잔상의 경우 마나 코스트 부담은 있지만, 같은 카드를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밸런스 맞추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개발 과정에서 어떤 고민이 있었나.
스티븐 창: 밸런스 고민이 많았다. 1에서 5마나 사이의 잔상 카드를 많이 실험해봤다. 1마나 잔상 카드는 마나 감소 카드와 연계하면 너무 강력해진다. 4~5마나 카드는 많이 사용해도 한두 번 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제한이 많았다. 활용도가 다소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2~3마나 위주로 잔상 카드를 설계했다. 세 번까지는 사용하는 게 잔상의 잠재력을 충분히 사용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스티븐 창 <하스스톤> 게임 디자이너
확장팩이 출시될 때마다 새로운 키워드가 추가된다. 혼란을 느끼는 유저들도 생길 것 같다.
스티븐 창: 마녀숲은 까마귀의 해 첫 번째 확장팩이기에 게임과 메타에 지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도 게임에 키워드가 늘어나는 부분에 대해서 신경 쓰고 있다. 그래서 없어지는 키워드도 있다. '격노'는 피해를 받은 카드의 공격력을 증가시키는 키워드인데, 굳이 줄일 필요가 없어서 풀어쓰기로 했다. 또한, 카드 위에 마우스를 올려놓으면 키워드 설명이 옆에 나타나기 때문에, 혼동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이한 메커니즘을 가진 카드들이 많다. 새롭게 디자인한 카드 중 가장 인상 깊었거나, 재미있었던 카드가 있었다면?
벤 톰슨: 두억시니였다. 처음 디자인 팀에서 카드 콘셉트를 아트 팀과 엔지니어들에게 공개했을 때, 대부분의 반응은 '이걸 어떻게 만들지?'였다. 참신한 콘셉트지만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매우 어려워서다.
두억시니는 어떤 전투의 함성이 발동하는지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발동 시간이 너무 길어져서 게임 템포가 끊어지는 경우도 생겼다. 플레이어들이 어떤 효과가 발동하는지는 인지할 수 있으면서도 시간은 적당히 소비하는 카드로 디자인 하기 위해 노력했다. 예를 들면 데스윙의 전투의 함성은 이펙트가 멋지지만, 발동 시간이 길어서 일장일단이 있는 전투의 함성이었다. 이런 부분을 얼마나 절충하는지 고민하는 과정이 매우 재밌고, 뜻깊었다
스티븐 창: 나는 '테스 그레이메인'이 가장 인상 깊었다. 두억시니와 비슷하지만 이쪽은 전투의 함성이 아니라, 도적 전용 카드답게 기존에 사용한 다른 직업의 카드를 한 번 더 사용하는 카드다. 핸드의 카드는 필요한 시점에 사용하기 마련인데, 무작위로 그 절차를 한 번 더 거치면 과연 누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까.
테스트 과정에서는 상대가 가진 죽음의 기사 변신 카드를 훔쳐서 사용했다가, 테스 그레이메인으로 한번 더 변신하는 상황도 연출됐다. 정말 기대되는 카드다.
성기사에게는 용 시너지 카드가 없는데, 성기사 직업 카드 '성당 가고일'을 용 시너지 카드로 출시한 이유는?
스티븐 창: 성당 가고일 같은 카드는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용기사 컨셉 덱(용 하수인 시너지를 노린 성기사 덱)을 한 번 더 상기하게 만드는 카드다. 언젠가 용기사 컨셉 덱이 떠오르는 날이 오지 않을까. 까마귀의 해에서 그런 카드들이 추가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홀수-짝수 시너지 카드가 추가됐다. 어떤 덱이 유행할 것이라 예상하나?
스티븐 창: 홀짝 시너지 덱은 직업마다 2개의 덱을 만드니, 8개 직업을 고려하면 최소 18개의 개성 있는 덱이 나올 거다. 얼마나 기발한 덱이 나오는지는 유저 상상력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굳이 꼽자면, 테스트 과정에서는 홀수 퀘스트 전사가 인상 깊었다. 전사가 사용하는 많은 도발 카드들이 홀수다.
직업 밸런스와 관련된 유저들의 관심이 뜨겁다. 신규 카드들로 어떤 직업에 힘을 실어주거나, 특정 메타를 억제하려고 한 의도가 있을까.
스티븐 창: 직업 밸런스는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특정 카드로 메타를 좌지우지할 생각은 없다. 새로운 카드가 나오면 메타가 바뀌는건 당연하다. 우리도 이를 최대한 예측하고 카드를 제작하려고 한다. 하지만 실제 출시 후 변화하는 메타는 개발자의 예상을 뛰어넘는 경우도 많아서, 그저 최선을 다해 디자인할 뿐이다.
PvE 모드도 궁금하다. 마녀숲 PvE 콘텐츠는 어떤 특징이 있고, 그런 방식으로 만든 이유는 뭘까?
벤 톰슨: <하스스톤> 개발의 가장 큰 방향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되는 것이다. 대전을 좋아하는 플레이어도 있다면, PvE를 좋아하는 유저도 있기 때문에 항상 신경 쓴다. 모험 모드는 스토리텔링을 전달하는 기회다. 예전에는 확장팩과 모험모드가 번갈아 가면서 나와서 아쉽게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제는 확장팩마다 PvE 모드가 출시되니까 좀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도 모험 모드를 개발하며 확장팩의 분위기를 모험과 PvE 콘텐츠에 녹여내고자 한다. 코볼트와 지하미궁은 미궁 탐험이라는 콘텐츠를 선보여서 ‘로그라이크’의 분위기를 내려고 했고, 마녀숲은 괴물을 물리치는 느낌을 주려고 했다. 괴물 사냥 콘텐츠는 으스스한 마녀숲을 배경으로 하가사의 하수인들을 물리치며 마녀숲의 평화를 지켜내는 이야기로 가려고 한다.
# <하스스톤>에 테스트 서버가 없는 이유
지난 확장팩의 메타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는가. 혹시 부족했던 점이 있었다면. 마녀숲에서 보완하려는 부분이 있을까.
스티븐 창: 지난 확장팩에는 창의적인 덱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대회 때마다 메타가 바뀌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마녀숲은 정규력이 바뀌는 시점의 확장팩이기 때문에, 지난 확장팩에서 영향을 받아 만든 카드는 거의 없다. 많은 카드가 야생으로 가기 때문에 지난 정규력 메타 보다는, 카드의 기능 본연에 집중하고 만들었다.
벤 톰슨: 메타는 카드 한두 장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한 장의 카드가 메타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 디자인이 잘못된 카드다. 고정된 메타는 여러 카드의 시너지로 해결하는 것이다. 하나의 카드가 메타를 바꾼다는 것은 오해다.
개발진의 의도와 메타가 다르게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는데, <하스스톤>은 왜 테스트 서버가 없을까?
벤 톰슨: 개인적으로 테스트 서버가 가능한 게임이 있고 불가능한 게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스스톤>은 후자다. 카드 게임은 내가 가지고 있는 카드를 기반으로 플레이 하는 게 기본이다. 테스트 서버는 모든 카드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카드에 대한 애착이 떨어지기 쉽다. 이런 상황은 카드 게임의 본질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아트팀에 12명 정도의 구성원이 있다면, <하스스톤> 전체 개발진은 몇 명 정도인가?
벤 톰슨: 출시 당시에는 15명 정도였는데, 현재는 90명으로 늘어났다. (웃음) 조금 많다고 생각하긴 한다. 하지만 인원이 너무 많아서 생기는 어려움보다 장점이 더 많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솟아난다는 부분이 특히 좋다. 물론 사람이 많다고 개발 속도가 빨라진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구성원이 늘어나며 빠른 개발이 아니라 보다 많은 시도를 할 수 있게 됐다.
마지막으로 확장팩을 기다리는 한국 팬들에게 인사를 부탁한다.
벤 톰슨: 게임 디자이너라는 직업의 가장 장점 중 하나가 여러 나라를 돌아다닐 수 있는 점이다. 특히 한국은 게임에 대한 열정이 큰 나라라서 더욱 좋다. 나 또한 게이머고 나와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을 만나면 가슴이 벅차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다양한 의견을 듣는 건 매우 기쁜 일이다.
스티븐 창: 한국에 올 때마다 만족스러웠다. 특히 음식, 항상 맛있다. 한국의 <하스스톤> 유저에게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 오늘 인터뷰도 개발자로서 매우 뜻깊은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