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안으로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올 것이다."
<미르의 전설2> 사설서버 양성화 현황에 대한 물음에 대한 위메이드 서원일 전무의 대답 중 일부다.
위메이드는 2017년 차이나조이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중국에서 사설서버가 가장 많은 게임 IP가 <미르의 전설2>(중국명 <열혈전기>)이며, 시장 규모는 약 1조 원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미르의 전설2>는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을 연 게임이다. 2000년대 중반 베이징대학교 교수들이 대책회의를 열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게임 IP다. 2017년 간담회에서 위메이드는 이런 사설서버를 양성화(위메이드에게 라이선스를 구매하면 정식으로 인정하는 것)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후 1년 여의 시간이 흘렀다. 현재 <미르의 전설2> 사설서버 양성화는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이후 <미르의 전설2> IP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 위메이드 서원일 전무에게 물어봤다. /상하이=디스이즈게임 박수민 기자
디스이즈게임: 가장 먼저 궁금한 것은 사설서버 양성화다. 작년부터 시작했는데 얼마나 진행됐나?
서원일 전무: 사설서버 시장은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음지의 규모가 상당히 크다.
처음에 음지의 사설서버가 많다는 걸 인지하고 있긴 했다 그러나 우리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사설서버 시장은 큰 회사가 하나 있고 그 밑으로 작은 조직들이 있는 구조다. 이 작은 조직이 몇 십 개가 아니라 수백, 수천 개에 달한다. 게다가 이 작은 조직들은 매우 파편화돼 있다.
두 군데 업체가 사설서버를 양성화했다. 하지만, 서버 몇 개 양성화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서 속도가 나지 않았다. 저작권과 관련해 중국 공안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의 방법으로 양성화를 진행하고 있다. 아마 올해 안으로 꽤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올 것이다.
사설서버를 양성화하는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나?
서원일 전무: 중국의 사설서버 생태계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어렵다. 까면 깔수록 계속 나오는 양파 같은 느낌. (웃음)
사설서버 생태계를 파악하는 데만 수 개월이 걸렸다. 양지의 업체는 많은 정보들이 공개돼 있어 파악하기 수월하지만, 사설서버 업체는 앞서 말했듯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훨씬 더 많다. 이해 영역 밖이라고 느낄 정도다.
하지만 작년부터 협업하고 있는 두 업체와 수 개월간 일하면서 사설서버에 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지금은 사설서버 생태계를 보면 업체의 규모 같은 것을 바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공안에 협조를 요청하는 등 (사설서버 양성화를) 차근차근 진행해 나가고 있다. 앞으로 양성화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설서버를 양성화한 두 업체는 사업을 잘 진행하고 있나?
서원일 전무: 생각보다 난항을 겪었다. 견제를 많이 받았다. 두 업체는 사설서버를 양성화했을 뿐만 아니라, 작은 규모의 사설서버 업체를 우리 쪽으로 끌고 오는 ‘총판’ 같은 역할도 맡았다. 그런데 몇몇 꽤 규모 있는 사설서버 업체가 이를 가만히 두고 보지 않는다. 작은 업체들은 이런 규모 있는 업체에게 쉽게 휘둘리고.
지난해 중국 샹라오 시와 손잡고 'IP 보호 연합 회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공안과 함께 <미르의 전설2> IP 권한을 보호하고 있다. 공안의 협조는 어떤가?
서원일 전무: 중국 내에서 ‘지적 재산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 외국 회사인 우리가 지적 재산권 보호에 대해서 협업을 요청하면 공안도 협조하려고 한다. 무엇보다 (공안과) 대화를 잘 나눌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샨다와 <미르의 전설2>를 놓고 벌인 분쟁은 정리됐나?
※참고: 샨다는 2001년부터 <미르의 전설2>를 중국에서 서비스해 온 게임사다. 2002년 샨다의 로열티 지급 중지를 계기로 시작된 법적 공방은 2007년 마무리됐다. 그러나 2014년 <미르의 전설2> 웹게임에 대한 로열티 문제로 두 회사는 다시 법적 공방에 들어갔다. 이후 2017년 6월 위메이드가 <미르의 전설2> 상표권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원일 전무: 우선 샨다는 우리에게 있어 ‘정리 대상’이 아니다. 샨다는 기본적으로 권한이 없다. 따라서 우리가 합의를 해야 한다든가 허락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2년 동안 거의 매주 중국을 오가면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샨다의 태도 변화다. 처음에 샨다는 <열혈전기>에 대한 권한을 아주 강력히 주장했다. 그런데 몇 개월 후에는 ‘우리(샨다)도 <열혈전기>를 다룰 수 있다’는 자세를 취했다. 그러더니 최근에는 ‘<열혈전기>는 몰라도 <전기세계>는 괜찮다’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맞다. 최근 텐센트의 샨다 지분 인수와 관련된 기사 등을 봐도 샨다는 <전기세계>와 <드래곤네스트>에 중점을 두고 있더라.
서원일 전무: 그렇다. 그런 현상은 샨다 또한 <열혈전기>에 대한 권한이 없다는 걸 인지하는 반증이라 생각한다.
<미르의 전설2> IP 사업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미르의 전설2>를 활용한 다양한 활동을 기대했는데, 현재 상황은 어떤가?
서원일 전무: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먼저 <미르의 전설2> 소설이다. 현재 70% 정도 제작됐고, 연내 한국에 출시할 수 있을 것 같다. 무협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적인 감각을 녹여낸 것이 특징이다.
이 소설을 바탕으로 웹툰 사업도 준비 중이다. 소설이 발매될 때 쯤인 연말이나 1월 중 연재가 시작될 것이다.
그렇다면 <미르의 전설2> IP 사업 확장은 소설과 웹툰 이후에 본격적으로 시작되나?
서원일 전무: 우선 눈에 직접적으로 보이는 성과가 있어야 이후 사업이 빠르게 진행될 것 같다. 소설이나 웹툰 외에 웹드라마도 제작 중이다. 중국 ‘후난위성텔레비전’과 협업해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영화 혹은 웹무비 등 미디어도 고려하고 있다. 다만 아직 우리를 만족시킬 만한 스크립트(스토리)를 제시한 곳이 없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소설이나 웹툰을 통해서 IP의 스토리를 잘 정리하겠다는 것 같은데,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스토리라인이 혼동될 여지가 있지 않나?
서원일 전무: IP 사업은 오리지널 스토리에 고정돼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각 미디어에 맞는 재해석이다. 오리지널 스토리와 조금 다르게 흘러간다 하더라도, 작품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 생각한다.
거기에 한국 온라인게임 IP의 오리지널 스토리는 그렇게 빡빡하지 않다. 다른 미디어로 제작했을 때 영향을 줄 만큼 디테일한 요소는 그리 많지 않아서 활용하기 수월하다. 오리지널 스토리와 새로운 미디어 스토리가 조금 충돌할 순 있어도, 미디어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면 용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