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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의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 블루아카이브의 스토리를 쓴 남자

넥슨게임즈 MX 스튜디오 양주영 시나리오 디렉터 인터뷰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현남일(깨쓰통) 2023-04-07 18:18:30

넥슨게임즈가 개발한 <블루 아카이브>는 '서브컬처 캐릭터 수집형 게임' 으로서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에서도 이제는 인기 게임으로 자리 잡은 작품입니다. 올해 초에는 기어이 일본 구글/애플 양대 마켓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했으며, 각종 2차 창작 사이트에서는 <블루 아카이브>를 소재로 하는 작품을 정말 손 쉽게 찾아볼 수 있죠.

 

그리고 이런 <블루 아카이브>에서 가장 호평을 받는 부분 중 하나는 역시나 '스토리' 일 것입니다. 게임의 메인 챕터가 업데이트되면 이에 대한 이야기가 트위터 트렌드 상위권에 올라가는가 하면, 이 게임의 스토리를 썼다고 알려진 넥슨게임즈 MX 스튜디오의 양주영 시나리오 디렉터에 대한 찬사(?)가 일본과 한국을 가리지 않고 울려 퍼집니다. 

 

디스이즈게임은 바로 그 양주영 시나리오 디렉터와 인터뷰를 진행, <블루 아카이브>의 스토리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넥슨게임즈 MX 스튜디오 양주영 시나리오 디렉터

 

 

# 일본에서의 호평? 정말 영광이다

Q. 현재 양주영 디렉터님은 <블루 아카이브>의 '메인 시나리오 라이터', '시나리오 디렉터' 등의 호칭으로 알려져 있는데, 정확하게 현재 직함과 <블루 아카이브>에서 하시는 일에 대해서 정리를 한 번 부탁드리겠습니다. 

 

A. 양주영 디렉터: 안녕하세요. MX 스튜디오의 시나리오 디렉터 양주영입니다. 그 동안 소속 조직명이 바뀌거나 하는 어른의 사정이 있어서 호칭에 대해 조금 복잡해진 부분이 있는 것 같네요. 여기서 다시 한번 정리를 해보자면……. 

 

가장 먼저, 저는 게임 개발자로서 IP실의 실장 직책을 맡고 있습니다. 동시에 <블루 아카이브> 음악 전반의 방향성을 정하는 '뮤직 프로듀서'의 역할과, 시나리오 전반의 방향성을 정하는 '시나리오 디렉터'의 역할을 함께 맡고 있습니다. 다만 뮤직 프로듀서는 저에게는 서브잡(?)에 가깝고 본업은 시나리오 디렉터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Q. 일본에서도 <블루 아카이브> 스토리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소감이 궁금합니다. 

 

A. 당연히 기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무엇보다 서브컬처의 본고장인 일본에서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에 게임 개발자로서, 그리고 글을 쓰는 라이터로서 정말 큰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좋은 반응에 취해서 현재에 안주하거나, 혹은 기대에 무리하게 부응하려고 하다가 자신을 잃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경계하려고 합니다. 조금 이상한 이야기지만, 이럴 때일 수록 일희일비하지 않고, 계속 정진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큰 호평을 받으며 업데이트 된 1부 '최종편' 시나리오

Q. 일본에서 최근 특히 호평 받은 최종편에서 신경을 쓴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그리고 또 최종편은 단순하게 메인 시나리오 텍스트만 업데이트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의 콘텐츠와 연계된 형태로 순차적으로 공개한 것이 눈에 띄었는 데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A. 저는 '게임' 시나리오 라이터이기에, 제가 쓰고 있는 것이 (소설이 아닌) 게임의 한 부분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으로 성립되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게임 시나리오 라이터의 본질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라 믿고 있기에, 최종편에서는 특히 그런 부분에 가장 크게 신경 쓰며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인터렉션'이겠죠. 유저들이 경험하는 이야기가 그저 텍스트를 읽거나 영상을 지켜보는 것만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이 이야기를 게임으로 플레이하면서 인터렉션하기를 바랐습니다. 

 

물론 이것은 저 혼자서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최종편의 제작을 위해 약 1년 전부터 김인 AD님과 임종규 디렉터님, 박병림 PD님을 포함한 수많은 개발자분들과 긴밀히 커뮤니케이션하며 진행해 왔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유저들이 플레이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들이 제작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함께 해주신 개발자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 블루 아카이브의 시나리오는 어떻게 탄생할까?

Q. <블루 아카이브>라는 게임의 시나리오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탄생하는지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디렉터님 혼자서 작업을 하는지, 어떤 식으로 협업해서 탄생하는 지 그 과정에 대해 설명하자면? 

 

A. 기본적인 세계관의 구성과 이야기의 전개 방향성, 기조 같은 큰 줄기는 제가 정하고 팀에 전파합니다. 기본적으로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세계관, 캐릭터성 등에 문제가 없다면 작업자의 방식을 존중하는 편이고요.

이벤트 스토리의 경우, 임종규 디렉터와 요스타와 함께 협의해서 년 단위의 일정을 만들어나가고 있고, 안에 담긴 디테일한 이야기는 제가 주도해서 구성하고 내부 담당자의 니즈가 있다면 그것을 우선하는 형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른 얘기지만 저는 지금까지 메인 스토리만 써 왔기에 기회가 된다면 이벤트 시나리오를 써보고 싶은데요. 과연 올해에는 그런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Q.  <블루 아카이브>는 디렉터님 개인 입장에서는 2번째 게임 시나리오 작업입니다. 아무래도 전작에서의 '아쉬움'이 이번 게임의 시나리오에서 만회하고자 하는 형태로 반영되었을 것 같은데, 하나만 꼽자면 무엇이 있을까요? 그리고 반대로 '이런 부분은 계승하고 싶다' 한 점을 꼽자면?

 

A. NDC 때도 발표하긴 했지만, 큐라레 때 가장 아쉬웠던 것은 이야기의 '주인공'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상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매번 업데이트를 해야 하는 모바일 플랫폼에서는 주인공이 존재하고 있으면 정말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게 됩니다. 

 

모든 스토리가 '주인공'을 통해서 전개해야 하니 이야기의 자유도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무엇보다 주인공은 등장 빈도가 높기 때문에 인기가 주인공들에게만 집중되거든요. 매출을 내야 하는 입장에서도 이런 부분은 매우 안타까워지죠. 결국 특정 캐릭터에게만 계속 스포트라이트가 가게되고 신규 캐릭터의 확장이 힘들어지니까요. 

 

<블루 아카이브>에서는 그래서 고정된 <주인공>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한 캐릭터들이 각각의 이야기에서 주인공 역할을 교대로 맡는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했습니다. 다행히 제 의도가 잘 동작했는지 <블루 아카이브>는 특정 캐릭터에게 인기가 집중되는 현상이 그리 크지 않고 비교적 다양한 캐릭터들이 인기를 얻을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전작에서 계승하고 싶었던 것 요소라면…… 역시 개그 테이스트일까요. 큐라레는 지금 와서는 특이한 콜라보만 회자되고 있지만, 사실 온갖 이상한 개그들이 소용돌이 치는 개그 스토리가 대부분이거든요. 지금은 볼 수 없어서 아쉬울 뿐입니다.

 


 

 

Q: 아무래도 서브컬처 게임이다 보니 시나리오나 캐릭터에 대한 반응이 뜨겁고, 유저들의 스토리나 캐릭터에 대한 해석도 정말 엄청나게 활발합니다. 유저들이 만드는 위키를 보면 캐릭터 하나 하나, 스토리 하나 하나에 대해 해석을 시도하기도 하는데 이런 모습을 보면 디렉터로서 어떤 느낌이실지 궁금합니다.


A. 시나리오에 대한 감상이나 분석은 전부는 아니지만 기회가 될 때마다 챙겨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내가 썼나? 싶을 정도로 날카로운 분석도 있고, 아니 이걸 이렇게 해석해? 싶은 황당한 내용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무척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특히 문예 비평에 가까운 글을 올려 주시는 분들이나, 논문급의 분석 글을 올려 주시는 분들도 계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다만 무엇이 정답이고, 무엇이 제가 의도한 것이다, 라고 제가 말씀드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자기 글을 자기가 설명하는 것만큼 부끄러운 일이 없기도 하고, 한번 세상에 공개한 텍스트는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수용자들의 권리여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 또한 텍스트가 의미를 찾아 나가는 일종의 창작의 과정이겠죠.

 

다만 제가 지향하고 싶은 목표는 <블루 아카이브>의 시나리오가 지속적으로 활발한 논의가 이어져 나가는 텍스트가 되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어떤 텍스트에 건설적인 토론과 논의, 해석, 반론이 이어지고 있다면 그 텍스트는 지금 현재를 살아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겠죠. 

 

블루 아카이브의 시나리오는 한번 보고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며 수용자들에게 지속적으로 반향을 일으키는 살아 있는 텍스트가 되었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물론 그 반향은 단순한 '논쟁'이 아니라 건설적이고 유의미한 것이어야 한다고 희망합니다. 

 


Q. 혹시 위키에 직접 편집을 하거나 수정을 하고 싶은 적은 있으셨는지도 궁금합니다. 


A. 아뇨. 없습니다. 저는 유저들의 솔직한 반응을 확인하고 싶은데 그래버리면 순수한 유저의 피드백이 아니게 되어버리겠죠. 개인으로도, 개발자로도 옳지 않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Q. <블루 아카이브>라는 게임 전체적으로 봤을 때, 시나리오를 쓰면서 '유저들이 이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된다' 라고 개인적으로 염려스러웠던 부분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실제 사례를 하나 정도만 꼽아보자면? 


A. 역시 철학적인 말들을 마구 내뱉는 총력전 입장 시나리오가 제일 걱정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게마트리아의 입을 빌려 순전히 제 취향의 이상한 내용들을 마구마구 썼는데요. 의외로(?) 반응이 나쁘지 않아서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습니다. (웃음) 다만 제 취향이 다분히 묻어 난 글이지만 어디까지나 게마트리아의 캐릭터성으로 이해되었으면 합니다.  

 

그러니까 이런거...

 

Q. 그리고 "이 부분이 정말 핵심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유저들이 실제로 좋은 반응을 보여준 부분이 있다면? 혹은 역으로 '이 부분 정말 신경 썼는데' 반응이 별로 라서 실망(?)한 지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A. 유저분들이 핵심을 캐치해준 부분이라면…… 역시 시바세키 마스터의 귀여움이겠죠. 마스터의 귀여움은 상상을 초월하니까요. 특히 꼬리가 귀엽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제가 하고 싶은 진짜 핵심 내용인데, 역시 유저분들이 이것을 놓치지 않으신 것 같아서 감개무량합니다. 마스터…… 귀엽죠. 저도 좋아합니다.

 

실망한 부분은 딱히 없으니까 패스하겠습니다. (웃음) 

 

디렉터 공인 귀여운 캐릭터(?)

 

 

# 블루 아카이브 스토리가 한국색이 없어서 호평이라고?

 

Q. 게임이나 시나리오에 대해서 호평하는 반응을 보면 "한국색이 없다시피 해서"(=누가 봐도 일본 게임 같아서) 호평하는 반응이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이 <블루 아카이브>의 일본 성공에서 핵심이라고도 분석되는데요. '한국인' 으로서 이런 시나리오 작법이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 어떤 과정을 통해서 작업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A. 먼저 저는 장르 컨텐츠를 만드는 입장에서 국가(nation)를 기준으로 장르를 판단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블루 아카이브>가 일본에서 평가받을 수 있었다면, 그 핵심 이유가 '한국색이 없어서' 라는 분석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장르'라는 것은 특정 국가가 아니라 '특정 문화'를 기반으로 정의되는 탈국가적인 정체성이며, 그것은 저 같은 오타쿠들이 향유하는 서브컬쳐를 포함한, 이 세상의 모든 '장르'가 가지는 특징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가령 '스파게티 웨스턴'은 이탈리아 자본으로 스페인에서 촬영한 서부 영화 장르를 지칭하는 표현인데, 심지어 배우들 중엔 미국인이 한 명도 없었던 경우도 비일비재했죠. 하지만 스파게티 웨스턴 장르가 6~70년대에 흥했던 이유가 누가봐도 미국 영화처럼 느껴지게 특정 국가 색을 제거한 한 것이 핵심은 아니었을 겁니다. 사실 그런 건 관객들에게 중요한 부분도 아니었을 거예요. 웨스턴을 보러 온 사람들에겐 오직 그곳이 웨스턴적인 공간인가? 만 중요했을 겁니다.

 

저는 문화 비평가가 아니기에 더 깊이 얘기하진 못 하지만, 결국 어떤 장르를 판단하는 유의미한 척도는 오직, '그것이 얼마나 장르적인가?'만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제 국적 때문에 시나리오 작업에 어려움을 느낀 적은 없었고, (번역은 다른 이슈입니다만.) 결과물이 얼마나 서브컬쳐 장르의 특성을 잘 지키고 있는가? 얼마나 오타쿠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가 만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오타쿠가 향유하는 장르는 오타쿠가 만들어야만 한다, 라는 평범한 진리로 귀결되었던 것 같네요. 물론 저도 오타쿠라고 당당하게 말하기엔 내공이 너무나 부족합니다만…….  

 

본인 피셜 내공이 부족한 오타쿠(?)

 

Q. 게임 한국 오픈 초반에 다소 논란(?)이 있었던 부분이 스크립트의 작성 과정입니다. 유저들 사이에서는 '한국어 ​ 일본어 한국어' 이 과정을 거쳐서 작성된다고 알려져 있고. 이 중에 '일본어'가 사실상 시나리오 텍스트의 '원본'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이런 과정을 통해서 제작되나요? 그리고 이 과정에서 소위 '품질 검수' 부분은 어떻게 작업이 되는지도 궁금합니다.

 

A. 네. 조금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어서 이번 기회에 정확하게 설명해보겠습니다. 먼저 블루 아카이브의 시나리오는 MX스튜디오의 IP실에서 총괄해서 제작하고 있습니다. 시나리오 작성은 저를 포함한 IP실의 라이터들이 한국어로 작성하고, 이것을 요스타에 전달해서 일본어 번역을 거치게 됩니다. 

 

이때 요스타 로컬팀이 일본 유저들의 문화에 맞게 텍스트를 적절하게 윤색하며, 이때 한국어 버전과 일본 버전의 내용이 달라지는 케이스가 생기기도 합니다.  성우 녹음은 일본어를 기준으로 진행하고 있기에, 글로벌 서비스 초창기에는 한국어 텍스트와 일본어 음성이 서로 상이한 경우가 발생해서 이슈가 되기도 했는데요. 현재는 일본어 음성에 맞게 한국어 텍스트를 재조정하는 과정을 추가해서 일본어 음성과 텍스트의 괴리를 케어하고 있습니다.

 

즉, <블루 아카이브> 시나리오는 한국어가 원본이고, 번역 과정에서 로컬라이징, 컬쳐라이징을 통해 텍스트가 달라지는 경우가 생기는 것으로 이해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전체적인 과정은 저희와 요스타 상호 협의를 거쳐 결정하고 있고,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치기에 블루 아카이브가 일본에서 좋은 번역 퀄리티로 평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게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가 결국은 '선생' 이라는 캐릭터입니다. 그런데 당초 여러 경로를 통해 선생이라는 캐릭터는 '남성도 여성 누구도 될 수 있는 플레이어의 대변자'의 콘셉트를 가졌다고 알리셨지만, 실제 유저들은 이와는 명백하게 다르게 해석을 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유저와는 별개의 만능 캐릭터라는 식으로...) 디렉터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A. 선생님은 유저들이 자신을 투영하는 존재이고, 이 기조가 바뀐 적은 없습니다. 물론 다른 미디어 믹스(애니메이션, 코믹스 등)에서 여러 버전의 다양한 선생님의 모습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각각의 미디어에서 등장하는 선생님의 다양한 모습들이지, 어떤 것이 '정답'이고 어떤 것이 '오답'인 것은 아닙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선생님은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 자신으로 여겨 지길 바랍니다. 그렇기 때문에 <블루 아카이브>의 베이스인 원작 게임에서는 선생님의 공식적인 모습을 어떤 형태로든 묘사할 계획은 없습니다.

 

물론 선생님이 특정 성별로 느껴지거나, 어떤 시나리오에서는 구제불능의 오타쿠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떤 시나리오에서는 마치 성자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결국 선생님은 이 게임을 하고 있는 유저 여러분들 본인으로 여겨 지길 바라면서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 블루 아카이브의 스토리가 호평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Q. 워낙 인기를 끌고 있다 보니 <블루 아카이브>의 게임과 관련된 밈은 이제는 뭐 셀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데, 디렉터님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본 밈이나 인상 깊었던 것이 있다면? 

 

A. 진짜 너무 많아서 뭘 하나 찍어서 얘기하기가 힘드네요. 밈 중에 가장 인상적인 거라면 역시…… 청계천? 

  

취재하다보면 MX 스튜디오 관계자들은 다 이 밈 이야기만 합니다. 진짜(...)

Q. <블루 아카이브>의 시나리오가 다른 게임에 비해 호평 받을 수 있었던 비결,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디렉터님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A. 아하하… 말씀 감사합니다. 사실 이런 질문에 답변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민망하고 부끄워서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저희는 그저 하루하루 힘겹게 써내려 가고 있을 뿐이고 뭔가 자신 있게 이게 비결입니다! 하고 말할 만한 입장도 아니라서… 

 

음… 제가 시나리오 디렉터로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말씀드린다면, 기승전결, 혹은 3막 구조로 구축된 3만자 이상 분량의 완성된 이야기를 매 업데이트마다 제공한다, 라는 심플한 정책을 지키는 것입니다. (심플한 내용이지만 이것을 n년간 유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다고 생각합니다. IP실의 라이터와 연출 작업자 분들의 뛰어난 능력 덕분입니다.)

 

하지만 시나리오 외적으로는 요인은 명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무엇보다 AD님의 전폭적인 지원을 꼽고 싶습니다. 가령 최종편의 경우 제가 모든 이야기를 만들긴 했지만 AD님이 이것을 실존하는 비주얼로 탄생시켜주지 않았다면 그냥 재미있는 썰로 머물렀을 테니까요. 그리고 시나리오를 게임의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고 이것을 게임으로 존재할 수 있게 완성시켜 준 임종규 디렉터님과 박병림 PD님의 지지를 꼽고 싶네요. 즉,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오타쿠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에 시나리오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블루 아카이브>의 시나리오 작성에서 보통 어느 경로로 아이디어를 얻으시나요? 

 

A. 음, 글쎄요. 특별히 정해진 인풋 경로가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다른 창작물들을 많이 보는 것이겠죠. 하지만 아이디어 수집을 목적으로 작품을 보면 오히려 온전히 감상하지 못하니까 그런 것들을 의식하면서 보진 않습니다. 

 

 

Q. 혹시 <블루 아카이브>의 시나리오와 관련해서 이 자리를 통해 유저들의 오해(?)를 풀고 싶거나, 평소 꼭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다면?


A. 음, 블루 아카이브는 종교적인 내용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저는 초기 기독교나 초기 불교 등에 관심이 많을 뿐이지, 특별히 종교적인 신앙이 있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오히려 <블루 아카이브>는 서브컬쳐 오타쿠들이 부담 없이 향유하고 즐길 수 있는 내용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 한국 1.5주년과 황륜대제 스토리도 많은 기대를...

 

Q. 조만간 한국에서는 황륜대제 이벤트가 시작합니다. 시나리오 적으로 황륜대제 이벤트가 가진 의미, 그리고 신경을 쓴 부분이 있다면? 유저들이 꼭 주목을 해주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A. 황륜대제는 <블루 아카이브>가 지향하는 학원 청춘물의 상징과도 같은 이벤트입니다. 총을 쏴 대는 무서운 여고생들이 나오는 건 변함없지만 역시 이런 체육제 이벤트야 말로 학원물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소재니까요.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수많은 캐릭터들의 체육복 차림인데요. 원화팀에서 그려 주신 다양한 학생들의 다양한 체육복 복장을 지켜보는 것이 이번 이벤트의 또 다른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밀레니엄 같은 미래지향적인 학교의 체육복 디자인이 브루마라는 것이 정말 이율배반적이랄까, 흥미롭달까 참을 수 없달까….

 


Q: 일본어를 모르는 + 일부러 최종편 스포일러 피하면서 버티는 한국 유저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어찌되었든 한국에서도 연말에는 최종편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유저들 대상으로 최종편에서 기대해 볼만한 점. 주목해볼 만한 점을 소개하자면?


A. 최종편은 사실 블루 아카이브 개발을 시작할 때부터 준비하고 있던 시나리오입니다. 햇수로는 5년 전부터 준비하고 있던 이야기인데 마침내 그것을 유저 여러분들께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아직 국내와 글로벌 유저분들은 조금만 더 기다려주셔야겠지만,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1st ~ 3rd PV를 제작하면서 최종편의 여러 요소들을 숨겨두기도 했는데요. 나중에 기회가 되실 때 이런 부분들을 찾아보시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습니다.

 

 

공개 이후 엄청난(?) 화제를 불러 모은 키사키

 

Q. 미카 이후 화제를 모은 캐릭터로는 역시나 키사키도 빼놓을 수 없을 듯합니다. 앞으로 이 캐릭터와 관련해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A. 키사키는 굉장히 오래 전부터 언급되었던 캐릭터죠. ('그 체조'와 함께……) 역시 스포일러라서 자세한 이야기는 드릴 수 없지만, 키사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신규 학생들을 준비하고 있으니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를 관심있게 지켜봐 주셨으면 합니다.

 


Q.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보는 유저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먼저 <블루 아카이브>를 즐겨 주시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글로벌의 모든 유저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물론 시나리오 라이터로서 제 능력보다 더 과분한 성원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복잡한 기분에 빠질 때도 있지만, 주변의 평가와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제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고 묵묵히 좋은 이야기를 써 나갈 수 있는 라이터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앞으로도 유저분들이 보내주신 기대와 성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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