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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칼럼] 게임사운드, 인력양성 시급하다

손노리 사운드팀 이정웅 팀장

스내처 2006-06-16 13:15:41

"국내 게임개발부문의 사운드 제작문제와 구체적인 해결방안 모색을 위해."

 

게임시장에 있어 ‘사운드’에 대한 문제는 어제 오늘 언급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아직 국내 게임시장은 게임제작에 있어 사운드 부분을 상당히 미비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있다.

 

게임제작에 있어 프로그램과 그래픽은 1~2년씩 투자하면서 정작 사운드와 관련된 개발업무는 길어야 2~3개월 내에 모두 끝마치려고 하는게 국내 게임제작의 현주소다. 사운드를 담당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일이다.

 

국내 개발사들은 사운드 제작을 흔히 외주업무로 생각하고 있다. 설령 외주라 하더라도 외주를 맡길 때는 사운드에 대한 확실한 컨셉을 잡은 뒤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심도있는 상의와 회의를 거쳐야 제대로 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국내 개발사의 대부분은 그러한 과정없이 단지 종이 몇 장으로 사운드 외주업체에 작업을 요청하고 있다. 풀어 설명하자면 게임에 화려한 이펙트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사운드 작업을 요청하는데 그래픽 자료는 고사하고 ‘마법은 불마법이다. 화려한 사운드가 필요하다’는 식의 단순한 텍스트로 작업을 지시한다는 것이다.

 

모든 작업이 그렇겠지만 특히 사운드 제작작업을 위해서는 제작자가 많은 자료를 보고 느끼는 것은 물론 ‘어떤 부분을 얼마나 디테일하게 작업할 것인가’ 등의 고민이 필요하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운드 작업이 단순한 텍스트 전달식의 요청으로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사운드 퀄리티가 외국 게임개발사들이 내놓고 있는 결과물에 비하면 상당히 떨어진다.

 

사운드 이펙트 제작과정은 프로그래밍 못지 않게 시간도 오래 걸리며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등 상당히 힘든 부분이 많다. 때문에 사운드 제작에 개발에 소요되는 리소스 중 많은 부분을 할애해야만 한다.

 

하지만 국내 개발사는 리소스 투자는 전혀 고려하지도 않은 채 외국 헐리우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레이블’ 수준의 임팩트가 강한 사운드를 요구한다.

 

물론 높은 퀄리티의 사운드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을 문제라고 보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앞에서도 말했던 기간이다. 오랜 작업기간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개발사에서 일반적인 사운드 제작에 투자하는 시간은 하루 이틀 정도. 극단적인 경우에는 '카피'를 원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이 국내 게임개발에 있어 사운드 제작이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큰 이유 중 하나다.

 

작업기간 못지 않게 높은 퀄리티의 사운드를 제작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바로 사운드 분야를 전문적으로 담당할 사운드 프로듀서의 양성이다.

 

사운드 인력의 체계적인 양성이 필요하지만 정작 실제 작업자체가 체계적이지 않기 때문에 인력양성 시스템이 부실한 것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현재 국내의 사운드제작 인력양성 수준은 외국과 비교하기조차 부끄러울 정도로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때문에 현재 대부분의 게임개발에 있어 사운드 제작은 실제 사운드 제작과 연관성이 높지 않은 인력이 담당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흔히 게임시장이 영화시장과 견줄 정도의 미디어 컨텐츠 시장으로 규모가 성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운드 디자인, 폴리, 엠비언스, SFX 등 다양한 프로세서를 가지고 있는 영화관련 사운드 제작 시스템은 고사하고 변변한 사운드팀 하나도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국내 게임개발사의 현실이다.

 

때문에 게임업계에서 사운드 관련 업무를 시작하려는 인력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며 그나마 있는 인력도 광고, 음반, 영화 등 대우가 좋은 업계로 이직하고 있다.

 

사운드 디렉팅 뿐만 아니라 사운드 프로그래머가 없는 것도 문제다. 외국 게임개발사의 경우는 항상 게임개발에 있어 전문 사운드 프로그래머가 관여하기 때문에 사운드팀이 개발사 내에 없어도 사운드 외주 개발사들과 상당히 유기적인 관계로 관련업무를 진행한다.

 

일례로 유명 레이싱게임 <그란투리스모> 시리즈를 개발한 일본의 개발사 폴리포니 디지털의 경우는 모든 자동차 엔진소리를 실제로 녹음하고 디자인하는데서 끝나지 않고 전문 사운드 프로그래머가 확보된 다양한 사운드 데이터를 게임에 적절하게 융합시키는 작업을 통해 게임의 완성도를 높인다.

 

사운드 디렉팅 만큼이나 사운드 프로그래머 관련 인력양성도 시급하다.

 

흔히 ‘사운드’와 ‘음악’을 같게 생각하는데 사운드와 음악은 엄연히 별개의 것이다. 사운드는 게임의 모든 소리를 말하는 것이고 음악은 말 그대로 음악이다. 성격이 다른 만큼 사운드 디자이너가 음악을 만들고 음악하는 사람이 사운드 이펙트를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명백히 분야가 나뉘어져 있다.

 

하지만 국내 개발사의 대부분은 음악을 제작하는 사람에게 부록과 같이 사운드 제작을 요구하고 있다. 좋은 퀄리티의 사운드 제작환경, 사운드 제작분야에 있어 체계적이고 좋은 인력을 양성하려면 기본적으로 사운드 제작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나가야 할 것이다.

 

그동안 게임산업은 압축성장에 따른 문제점과 후유증에 시달려 왔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개선책 마련이 시급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문제점에 대한 개선책 마련 못지 않게 게임사운드를 높은 퀄리티로 성장시킬 수 있는 것에 대한 대안마련도 중요하다.

 

제작전반에 걸친 인식변화가 기반이 되는 만큼 대안마련과 해결책 모색이 하루아침에 끝날 정도로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게임개발에 관여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여건조성 등 쉽게 해나갈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국내 게임개발 프로세스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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