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골든 조이스틱 어워드의 '최고의 인디게임' 후보에 <데이브 더 다이버>(이하 데이브)가 올랐다. 영예는 <씨 오브 스타즈>가 안았지만, <데이브>의 노미네이션을 두고 말이 많았다.
주로 '이 게임이 인디게임이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넥슨의 영업이익은 1조 원이 넘는다. <데이브>는 민트로켓 브랜드로 출시됐지만, 그야말로 브랜드에 불과하다. 민트로켓은 '새로운 시도'를 위해 탄생한 넥슨의 서브브랜드. 서른 명 안 되는 민트로켓 사람들은 넥슨 월급을 받으면서 <데이브>를 만들었다.
유수의 시상식의 인디 분야에 <데이브>가 후보로 등록되자 '<데이브>를 인디게임처럼 홍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실과 다르다. 넥슨은 인터뷰에서 "우리는 우리가 인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골든 조이스틱 어워드 인디 부문에 노미니된 <데이브>
같은 문제는 가장 크고 화려한 무대를 자랑하는 더 게임 어워드(TGA)에서도 반복됐다.
지난 14일, <데이브>는 이번에도 최고의 인디게임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TGA의 후보는 전 세계 여러 매체들의 투표로 지명된다. 그 매체들이 전부 몰랐다 한들 주최측이 <데이브>를 인디게임으로 분류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데이브>는 <산나비>처럼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한 게임도 아니고, 독립적으로 개발하다가 대형 퍼블리셔에 인수된 회사의 프로젝트도 아니다. 당장 <데이브> 스팀 페이지의 민트로켓을 클릭하면 넥슨의 페이지로 연결된다. 넥슨이 만든 인디게임이라니, 독자 여러분이 평가하기에는 어떤가?
세계 유수의 게임 시상식들은 시상 기준에서 인디게임이란 무엇인지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TGA의 설명란에는 그저 "전통적인 퍼블리셔 시스템 밖에서 뛰어난 창의적이고 기술적인 업적을 달성한" 게임을 "최고의 인디게임"이라고 분류하고 있을 뿐이다.
PC게이머의 타일러 와이드 편집장 또한 이 일을 비판하는 기사를 냈다. 그는 "<데이브>는 인디게임이 아니다"라고 쓰면서, 이런 분류 체계에서는 <발더스 게이트 3> 또한 라리안 스튜디오가 스스로 만들었으니 인디게임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발더스 게이트'는 하드코어 RPG 팬이라면 그 이름을 모를 리 없는 IP인데도 그럴 수 있다는 말이다.
TGA가 뽑은 올해의 인디게임 후보들. 이번에도 <데이브>가 노미니됐다.
위키피디아는 인디게임을 'AAA 게임과 달리 대형 퍼블리셔의 재정 및 기술 지원 없이 개인 또는 소규모 팀이 만든 비디오게임'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이제는 '인디'라는 말 자체가 오염되어 그 범주를 제대로 짚기 어려운 말이 된 듯하다. 자본금 얼마까지 인디인가? 몇 명이 만들어야 인디인가? 특정 액수나 인원을 넘어가면 '인디 졸업'이 이루어지는 것인가?
몇 가지 '이니시'(Initiating, 교전 개시)를 걸어보자. ― 작년 TGA의 인디게임상을 받은 <스트레이>는 안나푸르나의 지원을 받았는데 인디게임인가? 안나푸르나, 니칼리스, 디볼버디지털, 팀17 같은 유통사는 이미 소니(PS)나 밸브(스팀) 등 유통망과 교류하면서 "전통적인 퍼블리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들 선택을 받은 게임을 계속 인디라고 불러야 할까? 투자를 받았으면 인디가 아닌가? 그 분류대로면 BIC나 버닝비버에서 자리를 지킬 회사는 얼마나 남을까?
스팀의 '인디' 코너에 이름을 올렸으면 몽땅 인디인가? 자신을 인디라고 선언하면 모두 인디가 되는 건가? 수년 전 유행했던 인디포칼립스(Indiepocalypse)라는 말이 있다. 인디게임 딱지만 붙여서 게임을 찍어내듯 만들어 시장이 과포화되고 인디게임 스스로 경쟁력을 소실하고 있음을 우려하던 말이다. 우리가 모바일 스토어에서 저질이라고 평가하던 개성 없는 게임들도 인디게임으로 받아들일 수 있나?
<하스스톤> 개발자들이 새 스튜디오를 차린 뒤 만든 <마블 스냅>은 인디게임인가? 세계에서 가장 강력했던 '마블' IP와 중국 넷이즈의 투자를 받았지만, 여전히 '독립적'으로 일하면서 자기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으니 'indie'라면 'indie' 아닌가? '갓게임의 아버지' 피터 몰리뉴가 개발한 P2E 게임 <레거시>는 소수의 인원이 만들었으니 인디게임인가? 그의 회사 22cans에는 딱 22명이 일하고 있다.
<데이브 더 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