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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법]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 킹닷컴 vs 아보카도엔터 제1심 판결 해설

땡땡땡 2015-11-17 11:59:22

안녕하세요 게임과 법 칼럼의 OOO입니다.

 

지스타 2015 소식은 재미있게 보셨는지요? ^^ 저는 지난 연재에서 말씀을 드린 바와 같이 지스타 기간 동안 모처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킹닷컴 대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 사건의 제1심 판결문을 살펴보았습니다. (2015. 10. 30. 선고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가합567553 저작권 침해금지 등 청구의 소)

 

마침 우리 연재도 이제 게임 서비스와 관련한 지적재산권의 문제들을 살펴보아야 할 때가 되었는데요. 이번에는 특집으로 위 판결의 내용을 분석해서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위 사건의 판결문(법원에서는 ‘판결서’라고 하는데, 저는 여기서는 편의상 혼용해서 쓰겠습니다)은 아직 제1심 판결이고 아직 대한민국 법원 종합법률정보나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사이트와 같이 주요 법률정보사이트에서 그 전문을 열람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대한민국 법원 대국민서비스 사이트에서 ‘판결서 인터넷 열람’ 신청을 하여 판결서를 받아보아야 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릴 수 있고 경우에 따라 판결서 제공이 거부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에는 판결 내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서였는지 법원에서는 사건의 판결문을 대한민국 법원 홈페이지의 ‘전국법원 주요판결’ 게시판에 게시하였고, 지금은 누구라도 법원 홈페이지의 해당 메뉴에서 위 사건의 판결문 전문을 다운로드하거나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판결서 전문 보기]

 

위 사건의 판결문이 일찍 공개된 관계로, 저 또한 예상보다 빨리 TIG 독자 여러분께 해당 사건에 대한 설명을 드릴 수 있게 되었는데요, 위 사건 판결문을 함께 보시면서 설명을 읽으셔도 좋고, 이번 연재만을 보신 후 판결문을 훑어 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킹닷컴 vs 아보카도 엔터테인먼트 판결의 의의

 

설명을 드리기 전에 대상 판결이 게임업계에 주는 의의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판결이 게임에서의 저작권 침해와 저작권의 보호범위에 대하여 기존과 다른 견해를 취한 것은 아님. 즉 게임 규칙이나 맵의 배치 등과 같은 사항들은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였음. 분쟁 대상이 된 피고의 게임이 원고 게임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은 아님.

 

그러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중 최근 입법된 (차)목은 포괄적인 모방행위에 대해 부정경쟁행위로 보는 규정을 정의하고 있는데, 이번 판결은 피고의 게임이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음. 아울러 민사상 불법행위에도 해당함. 따라서 손해배상청구권이 성립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

 

손해배상의 범위에 있어, 피고가 부정경쟁행위를 통해 취한 이익 전부를 원고가 입은 손해로 보았음. 이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가 문제된 게임의 서비스를 중단할 것과 피고가 취한 이득 전부와 서비스기간 동안의 월 평균 이득액을 서비스 중단하는 날까지의 장래 손해배상액으로 정하고 이를 지급하도록 선고함.

 

이 판결이 확정된다면, 우리나라에서 소위 ‘카피캣 게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의 해석과 관련하여 보충성 인정 여부 등 어느 정도 논란의 여지는 남을 것으로 보임.

 

 

 

사실관계 요약

 

판결서에 근거하여 이 사건의 전제가 되는 사실관계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위 사건의 원고(킹닷컴 리미티드)는 2013년 4월 경 <팜 히어로 사가>(이 사건 원고 게임)를 페이스북 플랫폼으로 출시하여 서비스하기 시작했고 2013년 12월 경 모바일 서비스를, 2014년 6월 10일부터는 카카오톡 플랫폼에서 서비스를 하였음. 이 사건 원고 게임은 매치-3-게임 방식을 기본으로 하고, 게임 단계마다 새로운 규칙을 추가하며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추가하고 게임 내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게 되어 있음.

 

피고(주식회사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는 2014년 2월 11일 경부터 카카오톡 플랫폼에서 <포레스트 매니아>(이 사건 피고 게임)를 서비스하고 있는데, 원고 게임의 기본 방식과 동일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음.

 

 

이제 원고와 피고의 주장을 살펴보기에 앞서 먼저 설명을 드리고 싶은 사항은 법원의 판결서에 대한 것입니다. 법원의 판결서는 마치 개발자가 작성한 프로그램 코드와 같이 그 나름대로의 일정한 형식과 작성 규칙에 따라 쓰여집니다. 그 형식을 알고 읽으면 좀 더 쉽게 내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민사 소송 절차 또한, 원고가 재판부에 자신의 억울함을 고하고 이를 헤아려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본 연재의 제10회 ‘판사는 어떻게 게임의 내용을 알고 판결을 내릴까’ 참고

 

원고가 자신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지 사실을 주장하여 입증하고, 피고는 그에 대응하여 원고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거나, 원고의 주장이 맞긴 하지만 피고 입장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항할 수 있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점을 주장하고 입증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됩니다.  물론, 변호사 또는 소송절차를 아는 자에 의해 수행되는 소송인 경우에 말이죠. 이 과정은 마치 카카오톡 톡방에서 2명이 대화를 진행하는 것과 유사한 흐름으로 진행이 됩니다. 

 

 

 

원고의 주장 - 킹닷컴

 

이 사건에서 원고의 주장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판결서 원문을 그대로 옮겨 보여드리고 해설을 해 드리겠습니다.

 


 저작권 침해 주장 부분 (판결서 제8면 하단 인용)

 

게임의 경우 사용자에게 구체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게임 규칙의 조합은 게임 개발자가 무한히 많은 표현형태 중에서 선택한 것으로서 개발자의 창조성과 개성을 나타내는 것인바, 그와 같은 게임 규칙의 조합, 게임 규칙들의 선택과 배열및 신규 규칙을 소개하는 단계의 선택, 게임의 시각적 디자인과 각 구성요소들의 조합, 게임 보드의 구성과 배치 등은 창작물로서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인 ‘표현’에 해당한다.

 

그런데 피고는 게임 규칙의 조합과 그 구체화, 게임 규칙들의 선택과 배열 등 게임 전반에 걸쳐 이 사건 원고 게임과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유사한 이 사건 피고 게임을 출시하여 이를 제공하고 있는바, 이와 같은 피고의 행위는 이 사건 원고 게임이 가지고 있는 창조적인 표현형태를 그대로 모방한 것으로서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에 대하여 청구취지 기재와 같이 침해행위의 금지 및 그로 인한 손해배상을 각 구한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 소정의 부정경쟁행위 및 민법상 불법행위 주장 부분 (판결서 제28면 하단 인용)

 

이 사건 원고 게임은 원고가 오랜 경험과 노하우, 인적ㆍ물적 자원 등을 투입하여 만들어낸 결과물인데, 피고는 이 사건 원고 게임이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하기 이전에 이 사건 원고 게임의 새로운 규칙과 표현형식 등을 모방하거나 혹은 극히 일부만 변형한 이 사건 피고 게임을 출시하여 이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같은 피고의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 소정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함과 동시에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에 대하여 청구취지 기재와 같이 부정경쟁행위 또는 불법행위의 금지 및 그로 인한 손해배상을 각 구한다.

 

  

(1) 저작권 침해 부분 


위 두 주장 중 저작권 침해 주장 부분은 기존 게임관련 분쟁 중 저작권 침해 여부를 다루는 사건에서 저작권의 보호범위에 대한 법원의 견해를 확장하는 것으로서 기존 소송에서 인용된 적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즉, 위 주장이 만약 인용이 되었다면 게임 규칙의 조합과 구체화, 게임 규칙들의 선택과 배열 등에 있어서도 개발자의 창조성과 개성이 드러난다면 저작권이 인정되는 것이므로 이번 판결이 기존의 판례와는 다른 입장을 취하게 되는 것이었죠.

 

뒤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법원은 이 주장을 인정하지는 않았습니다. 본 건 판결 이후 나온 일부의 신문기사에서는 저작권 침해에 대해 법원이 기존과 다른 입장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판결의 내용과 다릅니다.

 


 

(2) 부정경쟁방지법 관련 부분


부정경쟁행위 및 민법상 불법행위 주장 부분은 이런 겁니다. 먼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을 보시죠.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차. 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

 

 

이 규정은 같은 조문의 (가) 목에서 (자) 목까지 나열된 다양한 부정경쟁행위의 유형에 해당하지 않는 부정경쟁행위를 규율하기 위해 2013년 7월에 새로 입법된 규정이었습니다.

 

이후 나온 판례들을 보면, 유명 아이스크림 체인점과 동일한 인테리어와 분위기를 가진 매장을 만들고 외부 간판, 메뉴판, 로고 모양이나 아이스크림 콘 진열 방법 등은 유사하게 하되 상호를 달리하여 아이스크림을 판매한 사례의 경우에 위 규정이 적용된 경우가 있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똑같은 물건을 파는 것도 아니고, 같은 상표나 상호를 쓰는 것도 아니어서 뭔가 콕 찍어서 말하기는 애매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 등을 봤을 때 유명 체인점과 같은 영업을 모방한 형태의, 소위 ‘짝퉁’ 영업을 부정경쟁행위로 보기 위한 규정인 것이죠. 

 

 

  

피고의 주장 - 아보카도 엔터테인먼트

 

위와 같은 원고의 주장에 대해 피고는 다음과 같이 반박하였습니다.

 


 본안 전 항변

 

원고는 대한민국 법인이 아닌데, 적법한 설립 여부나 대표자의 대표권을 입증하는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으며 원고의 대표자로 기재된 이사는 적법한 소송대리권을 수여할 수 있는지 불분명하므로 본 건 소송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 즉 본 건 소송은 ‘각하’되어야 한다.

 

 저작권 침해 주장에 대한 부인

 

추상적인 게임의 장르, 기본적인 게임의 배경, 게임의 전개방식, 규칙, 게임의 단계변화 등은 게임의 개념․방식․해법․창작도구로서 아이디어에 불과하므로 그러한 아이디어 자체는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없고, 나아가 어떠한 아이디어를 표현하는데 실질적으로 한 가지 방법만 있거나, 하나 이상의 방법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기술적인 또는 개념적인 제약 때문에 표현방법에 한계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표현은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되지 아니하거나 그 제한된 표현을 그대로 모방한 경우에만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할 것이어서 위와 같은 아이디어를 게임화하는데있어 필수불가결하거나 공통적 또는 전형적으로 수반되는 표현 등은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원고 게임의 게임방식이나 규칙은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니다.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주장

 

원고의 게임은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 아니어서 부정경쟁방지법이 예정하고 있는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 만들어진 성과가 아니다

 

이 사건 피고 게임도 피고의 상당한 투자와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이고, 원고 게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요소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부정경쟁방지법의 다른 규정(제2조 제1호 가, 나, 다, 아목)을 볼 때 (차)목의 적용을 위해서도 주지ㆍ저명성이 요구되는데 이 사건 원고 게임은 주지ㆍ저명성을 획득하지 못하였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은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충적 규정의 성격을 가지므로 이 사건 피고 게임이 원고 게임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지 않는 한 이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위에서 본안 전 항변이란, 민사 소송 자체의 적법성을 문제 삼는 것으로, 소송당사자가 될 수 없는 자가 소송을 했다거나 소송으로 구하는 바가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라는 주장인데, 이것이 받아들여지면 소송은 각하가 됩니다. 즉, 애초에 소송으로 다툴 사안이 아니었다는 의미이지요.

 

저작권 침해에 대한 피고의 주장은 기존 판례의 입장에 따라 게임의 장르, 배경, 규칙 등은 아이디어에 불과한 것이니 표현에 해당하지 않아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본 연재에서도 종종 다루었으니, 제5회와 제6회 연재를 참고하시면 기존 판례의 입장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주장은 쉽게 설명하면, 

 

1) 원고 게임은 모방을 해야 할 정도로 그렇게 대단한 게임이 아니고, 2) (원고 게임의 성과를 무단으로 이용하려 한 것이 아니라) 피고 게임도 피고가 열심히 노력해서 만든 것이며, 3) 원고 게임은 피고가 모방할 정도로 유명하지 않고, 4) 원고가 주장하는 규정은 법체계상 저작권 침해가 아닌 사안에까지 적용될 수는 없는 규정이라는 의미입니다. 

 

이 중에서 4)번 주장은 유사한 취지로 판단한 다른 판례가 있었는데, 그 때문에 피고 대리인이 주장했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법원의 판결

 

이에 대해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먼저 본안 전 항변에 대해서는 이유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이 부분은 사실 외국 법인의 소송대리권 수여의 적법성을 판단하기 위해 국제 협약 등을 들어 설명하였는데요. 본 연재에서 다룰 만한 내용은 아니라 생략하겠습니다만, 요약하면 ‘이 사건은 각하할 사건이 아니므로 내용을 살펴 보겠다’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법원은 저작권 침해 주장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지 않았지만,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여 매우 상세하고 면밀하게 판단했습니다. 판결문의 대부분이 저작권 침해 여부를 살펴보고 판단하는데 사용될 정도였습니다(8면 ~ 28면까지로 37페이지 판결서의 반 이상이었습니다).

 

재판부는 일단 추상적인 게임의 장르, 기본적인 게임의 배경, 게임의 전개방식, 규칙, 게임의 단계변화 등은 아이디어에 불과하므로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기존 판례의 법리를 설명하여 재확인한 후 각 요소들을 개별적으로 살펴보면서 일일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법원은 원고 주장 중 규칙에 대한 부분도 판단했는데, 원고 게임과 피고 게임이 둘 다 ‘매치-3-게임’이고, 원고 게임에 있는 일곱 가지의 특별한 규칙들도 피고 게임에 그대로 있긴 하지만, 이런 규칙은 아이디어에 불과해서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은 아니고, 각각의 규칙들도 스마트폰 화면에 표현되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효과적인 표현이 가능한 다양한 표현형태를 상정하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나아가 구체적인 표현들에 대해서는 각 스테이지를 나타내는 맵 화면의 배치, 각 스테이지별 목표가 제시되는 안내 화면, 게임화면, 특수 타일, 특수 칸, 특수 규칙, 게임 보드 구성에 대해 일일이 스크린샷을 제시하여 그 내용을 설시한 후 실질적 유사성을 판단하고 있습니다. 일부 표현에 대해서는 유사한 면이 있긴 하지만 구체적인 표현은 다르다고 하였으며, 어떤 표현들은 유사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법원은 부정경쟁행위 여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이 부분은 아래에 판결문 30면에 있는 원문을 그대로 인용하도록 하겠습니다. 

 

 

”① 이 사건 원고 게임은 기존의 매치-3-게임에 더하여 ‘기본 보너스 규칙’ 및 ‘추가 보너스 규칙’ 등을 포함한 많은 규칙을 최초로 도입하였는데, 이 사건 피고 게임에도 위 규칙들이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는 점, 

 

② 이 사건 원고 게임은 2013. 4.경 개발되어 페이스북을 플랫폼으로 하여 출시되었는데, 이 사건 피고 게임은 그로부터 불과 10개월 정도 이후로서 이 사건 원고 게임이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이전인 2014. 2. 11.경 출시된 점, 

 

③ 위와 같은 출시 시점이나 이 사건 원고 게임과의 규칙 및 진행방식의 동일성 등에 비추어 보았을 때, 이 사건 피고 게임은 이 사건 원고 게임에 의거하여 개발된 것으로 봄이 상당한 점, 

 

④ 원고와 피고는 모두 모바일 게임 제작ㆍ공급업체로 경쟁관계에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원고 게임과 이 사건 피고 게임 역시 기본적으로 매치-3-게임 형식을 취하면서 추가적으로 동일한 각종 규칙을 적용한 동종의 게임인 점, 

 

⑤ 비록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는 볼 수 없으나 앞서 살펴본 각 게임의 구체적인 실행 형태 등을 살펴보면, 이 사건 원고 게임과 이 사건 피고 게임은 그 표현의 방식, 사용되는 효과, 그래픽 등도 상당히 유사한 점, 

 

⑥ 이에 따라 이용자들 역시 이 사건 원고 게임과 이 사건 피고 게임이 거의 동일하다고 지적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피고 게임을 출시하여 이를 일반인들에게 제공하는 피고의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 소정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재판부는 위와 같이 판단하고 나서, 피고의 게임이 원고에 대한 민사상 불법행위에도 해당한다고 하며,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피고의 주장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판결문에는 그 이유도 설명되어 있습니다).

  

 

 

끝으로 손해배상액을 얼마나 지급해야 하는지에 대해, 원고는 피고회사의 이 사건 피고 게임 출시 이후의 매출액 전체에, 동종업계인 원고 회사의 평균 이익율을 적용해서 12억 3,000만 원에 조금 못 미치는 손해배상액과 이를 그 기간으로 나누어 월 평균 이익을 약 8,785만 원 정도로 산정한 후 서비스 중단까지 같은 액수를 매달 지급하라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에 대해 피고는 이 사건 피고 게임과 원고 게임 중 유사한 부분이 게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해서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서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는데, 재판부는 이 주장을 다음과 같은 논리로 배척합니다. 

 

 “살피건대, 게임의 기본 규칙 및 그 규칙들의 조합, 선택, 배열 등은 게임 사용자에게 특정한 게임 경험을 제공하는 것으로서 게임의 본질적이고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사건 피고 게임이 이 사건 원고 게임의 특별한 규칙들을 그대로 전부 모방한 사실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은바, 

 

이로써 이 사건 피고 게임은 이 사건 원고 게임과 거의 동일한 게임 경험을 제공하게 된다는 면에서 이 사건 피고 게임은 이 사건 원고 게임과 본질적으로 같은 게임이라고 봄이 상당할 뿐만 아니라, 게임저작물은 프로그램저작물, 영상저작물, 시나리오와 같은 어문저작물, 캐릭터 등과 같은 미술저작물, 음악ㆍ음향 등과 같은 음악저작물 등 다양한 저작물적 요소가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복합적인 저작물이므로, 

 

그 중 개별적 구성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을 각각 산정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불합리할 수도 있다 할 것이어서, 이 사건에서 피고에게 부과되는 금지의무의 범위나 손해액을 정함에 있어 별도로 동일 내지 유사한 부분이 전체 게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필요는 없다. “ 

  

  

재판부는 위와 같이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기에 앞서(판결문의 논리 순서상 그렇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제2항에 다라 피고 게임에 한정된 피고의 영업이익 약 11억 6,800만 원을 원고의 손해액으로 추정합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4조의2

 

② 부정경쟁행위, 제3조의2제1항이나 제2항을 위반한 행위 또는 영업비밀 침해행위로 영업상의 이익을 침해당한 자가 제5조 또는 제11조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영업상의 이익을 침해한 자가 그 침해행위에 의하여 이익을 받은 것이 있으면 그 이익액을 영업상의 이익을 침해당한 자의 손해액으로 추정한다.

 

 

위와 같은 논리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가 향후 이 사건 피고 게임의 서비스를 중단할 것과 원고에게 손해배상액 약 11억 6,800만원과 이를 서비스 기간 동안의 월 영업이익으로 평균한 8,343만원씩을 서비스 중단이 이루어질 때까지 매월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하게 된 것입니다.

 

원고가 처음 청구한 액수가 12억 3,000만원 남짓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거의 90% 이상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판결이 선고된 것이었는데, 이는 (비록 이 사건이 아직 제1심이긴 하지만) 사실상 전부승소나 다름이 없는 결과였습니다. 

 


 법원의 판결 내용 중 위에 제가 녹색 계열 박스로 원문을 직접 인용한 부분을 살펴보면, 이 판결이 기존 판례와는 다르게 상당히 과감한 판단을 내렸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조목조목 게임의 여러 요소를 따져보고 판단한 부분은 어쩌면 부정경쟁행위를 인정하기 위한 근거를 들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세부적인 부분까지 살펴보고 판단한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물론 법원의 판결은 허투루 내려지는 것이 아니므로 저작권 침해 여부가 다투어지는 다른 사건에서도 그렇게 상세히 판단합니다만, 원고 게임에 있는 규칙이 대부분 피고 게임에도 있다는 설명 등은 이후의 부정경쟁행위여부 판단에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합니다.

 

또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 유사한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여 감액을 하지 않은 것도 상당히 과감하게 판단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판결은 게임과 관련한 저작권의 보호 대상에 대해 기존 판례의 법리를 유지하면서도, 원고가 주장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항 (차)목의 규정을 근거로 원고의 청구를 거의 대부분 인용하였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습니다.

 

원고 입장에서 본다면, 잘나가는 게임에서 게임 규칙만을 ‘그대로’ 베껴 출시하는 행위에 대해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 만한 행위임에도 기존 저작권법상의 법리를 통해서는 원작자가 효과적인 구제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법원이 부정경쟁방지법이 적용될 수도 있음을 인정한 사례인데, 기존 게임 업계에서 관행적으로 발생하던 행위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소송을 할 만한 여력이 되는 게임사들은 앞으로 우리나라 내에서 카피캣 게임에 대한 공격 수단을 하나 더 확보하게 된 셈이죠.

 

반면 피고 입장에서 본다면 게임 업계에서 게임 규칙의 모방을 통한 새로운 창작활동이 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낸 사례는 충분히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시장 자체의 기능에 의해 재미있는 게임과 재미없는 게임이 걸러내어 지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판결을 통해 구제를 받게 된다면, 게임업계의 건전한 창작 의욕이 저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근거가 되었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은 아직 그 해석에 불분명한 점이 많은 규정이어서 향후에도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 사건이 고등법원과 대법원에서 어떤 판단을 받게 될 것인지 지켜보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습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TIG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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