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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나의 어머니 이야기 2

임상훈(시몬) 2016-10-28 22:52:14

1972년, 그녀는 두 번째 선에서 만난 남자와 스물 다섯에 결혼했다.


첫 번째 선에서 만난 남자는 9남매의 장남이었다. 부담스러웠다. 빵집에서 만난 두 번째 사내는 막내였다. 약장수처럼 말을 잘 했다. 맘에 들었다. 그 빵집에서 그 남자의 친구들이 몰래 그녀의 점수를 매기고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그 친구들 중 하나는 재일교포 여자와 결혼했다. 장인이 광주 임동에 2층 집을 사주었다. 그녀는 신혼을 그 집 2층 상하방에서 시작했다. 그 곳에서 첫 아이를 낳았다. 아들이었다.


훗날 그녀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그때로 꼽았다. 그녀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겪어왔던 남아선호의 굴레는 그만큼 무거웠다.


공무원의 월급이 8만원 하던 시절이었다. 제약회사에 다니던 남편 월급은 15만원이었다. 남편은 월급을 꼬박꼬박 갖다줬고, 그녀는 계를 하며 돈을 모았다. 결혼 3년 만에 월산동 비탈에 410만원짜리 집을 장만했다. 그녀의 어머니가 몰래 모아둔 60만원을 몰래 보태줬다.


광주는 호남에서 가장 큰 도시였다. 그녀의 집에는 일가친척의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월산동 집에서 그녀는 두 명의 아이들과 함께 두 명의 친척을 돌봐야 했다. 각각 광주에 있던 대학과 고등학교에 입학한 막내 동생과 남편 조카가 한 방에 살았다. 그녀는 그 때부터 매일 도시락을 준비했다.


남편과 함께 돈을 모은 부부는 중흥동 전남대 부근에 마당이 있는 번듯한 2층 집을 샀다. 그 사이 태어난 막내 아들까지 2남 1녀는 그 집에서 컸다. 남편의 또 다른 조카가 그 집에서 광주 유학생활을 했다. 아침 일찍 도시락 2개를 준비해야 했다.


그녀 가족은 주말에 무등산을 자주 올랐다. 산 위에서 상추에 소고기를 싸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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