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인가, 표절인가?
국내 여성 가수의 신곡 뮤직비디오가 일본 애니메이션 표절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감독은 “표절이 아니고, 패러디”라며 해명했다.
20일 여성 솔로 아이비의 2집 타이틀곡 <유혹의 소나타>의 뮤직비디오(홍종호 감독) 스틸 이미지가 보도자료를 통해 외부에 공개됐다. 이후 뉴스를 통해 이 장면을 접한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파이널판타지 7 어드벤트 칠드런>(이하 <파판 7>)의 표절”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공개된 11장의 사진은 성당을 배경으로 여자 주인공(아이비)이 남자(진구)와 대결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들과 한 소녀(정채은)를 포함한 ▲세 등장인물의 헤어스타일, 복장 등 겉모습 ▲성당과 백합꽃밭 등 배경 ▲남녀 주인공이 취하는 자세 등이 <파판 7>과 거의 흡사하다.
뮤직비디오 <유혹의 소나타>↑ <파이널판타지 7 어드벤트 칠드런>↓
뮤직비디오 <유혹의 소나타>↑ <파이널판타지 7 어드벤트 칠드런>↓
이 사진들과 함께 “아이비는 뮤직비디오에서 평화를 상징하는 어린 아이를 지키는 여전사 역을 맡았다” 등의 기사를 접한 네티즌들은 대부분 ‘너무 대놓고 표절하는 것 아니냐’, ‘너무 유명한 것을 베끼는 것은 아닌지’ 등의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일부 네티즌은 “과거에도 뮤비는 베끼는 맛으로 봤다. 민병천 감독이 만든 스페이스A의 <주홍글씨>도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를 모티브로 실사화했다”고 홍 감독을 두둔했다.
이와 같은 표절 의혹에 대해 뮤직비디오를 만든 홍종호 감독은 표절 혐의를 부인했다. 대신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표현할 수 있는지 실험한 패러디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래는 디스이즈게임이 홍종호 감독과 나눈 전화 인터뷰 전문이다.
TIG> <파판 7> 표절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진 몇 장 공개된 것에 대해 벌써 ‘표절’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실제 뮤직비디오는 다른 장면들도 있다.
TIG> 그렇지만 <파이널판타지 7 어드벤트 칠드런>과 너무 닮았다. 어떻게 된 것인가?
아이비 음악을 처음 듣고, 그 애니메이션의 장면들이 떠올랐다. 음악과 잘맞는 영상이어서 그것을 실사화해 본 것이다. 똑같은 점도 있지만, 다른 점도 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다른 장르를 뮤직비디오 실사로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표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TIG> 그렇다고 해서 '표절'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 것 같은데.
창작이라고는 볼 수는 없다. 애니메이션의 액션이 실사로 표현 가능할까 의문을 갖고 시작했다. 애니메이션 동영상의 득을 보려고 한 것은 맞다. 좀 민망하긴 한데, 공개적으로 <파이널판타지 7 어드벤트 칠드런>을 따왔다고 밝힐 예정이고, 뮤직비디오 시작화면에 자막으로 이 같은 내용이 들어갈 것이다.
TIG>애니메이션 제작사(스퀘어에닉스)와 연락을 해봤는가?
뮤직비디오 제작 기간이 짧아서 연락을 못했다. 연락처를 찾을 수가 없어서 접촉을 못 했다.
TIG> 그렇다면 오마주나 패러디인가?
굳이 그런 단어로 표현하기 그렇지만, 패러디라고 봐주는 게 좋겠다.
* 홍종호 감독은? 김세훈 감독과 함께 국내 뮤직비디오의 대표적인 인물. 그가 작업했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백홈> 뮤직비디오는 지난해 말 한 케이블방송에서 조사한 역대 '뮤직비디오 베스트 20'에서 조성모의 <투 헤븐>(김세훈 감독)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클론, 서태지와 아이들, 이현도 등의 뮤직비디오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2003년 한 영화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표절의 문제'에 대해 "우리 나라 뮤직비디오 업계에는 아직 표절의 개념 자체가 없다. 한번은 대놓고 외국 작품을 베낀 적이 있다. 어쩌는지 보려고 했는데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다. 사실 나도 내 작품 누가 살짝 베껴도 문제삼지 않는 편이긴 하지만, 언젠가는 외국 작품을 세트와 배경색까지 똑같이 해서 촬영해 보고 싶다.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다"고 밝힌 바있다. * 뮤직비디오 패러디/표절의 전례 <유혹의 소나타> 이전에도 뮤직비디오에서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패러디 또는 표절한 경우들이 있었다. 채정안의 <무정> 뮤직비디오는 게임 <릿지레이서 4>를, 이승환의 <꽃>은 <파이널판타지 10> 등의 장면을 따온 케이스. 주석의 <정상을 향한 독주 2>와 스페이스A의 <주홍글씨>는 각각 <니드포스피드 언더그라운드>(게임)와 <공각기동대>(애니메이션)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밝힌 바있다. 이번 뮤직비디오의 표절 시비에 대해 한 일간지 가요담당 기자는 "뮤직비디오 업계에서는 그런 일이 꽤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대충 넘어가는 분위기다. 게임계와 달리 뮤직비디오를 보는 층이 게임 마니아가 적어서 그렇게 논란이 확대되거나 문제가 되지 않았던 탓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런 뮤직비디오들을 패러디라고 보는 시각에 반대한다. '패러디'란 기본적으로 '익살'과 '풍자'가 그 기본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