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 1·2편, <라이즈 오브 네이션즈>를 개발한 팀 트레인이 한국을 찾았다. 수년 간 역사 소재 게임이 매진한 그답게 최신작 <도미네이션즈> 또한 <클래시 오브 클랜>류 장르에 <문명> 시리즈를 더한 게임이었다. 4월 출시된 게임은 미국 게임매출 20위, 미국 전략게임 매출 4위를 차지하는 등 안정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모바일 전략 부문에서는 <클래시 오브 클랜>과 <붐비치> <게임 오브 워> 바로 아래의 성과다.
허나 이러한 성과를 거두기까지 그가 밟아온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당장 <클래시 오브 클랜>과의 차별화는 물론이고 ‘역사’라는 소재를 살리기 위한 사전조사, 그리고 모바일 환경에서도 <문명>과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수없이 살리고 버릴 것을 고민했던 나날들까지. 팀 트레인을 만나 <도미네이션즈>의 개발 비화부터 업데이트 방향, 모바일게임 시장에 대한 의견까지 허심탄회하게 들어봤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게임이 출시된 지 한달 반이 지났다. 그간의 성적은 어떤가. 만족스러운가?
팀 트레인: 얼마 전 6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문명>과 같은 게임도 패키지라는 한계 때문에 200 ~ 300만 판매가 한계였는데 이런 모바일의 성적이 놀랍기만 하다.
무엇보다 만족스러운 것은 별다른 마케팅이 없었음에도 바이럴로 많은 다운로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개발 목표 중 하나가 <클래시 오브 클랜>과의 차별화였는데, 다운로드 추이를 보니 이 부분은 성공한 것 같다. 실제로 지금 성적도 미국 모바일게임 매출 20위, 전략게임 중에선 4위다. 우리 위에 ‘슈퍼셀 2형제’와 <게임 오브 워>가 있고. 기대 이상의 성적이다.
개발 이야기부터 하자. 아무리 <클래시 오브 클랜>과 차별화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하더라도 시장 1위, 장르 1위 게임을 무시하긴 힘들다.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
팀 트레인: 생각했던 것보다 차별화 고민은 어렵지 않았다. 사실 역사라는 소재 자체가 차별화의 원천이었다. 일단 사람들은 게임의 배경이 달라지기만 해도 굉장히 다른 느낌을 받는다. <워크래프트> 시리즈와 <스타크래프트>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더군다나 역사라는 소재는 생각보다 많은 재미 요소를 우리에게 선사했다. 당장 자신의 문명을 골라 발전방향을 고르는 것부터 문명 발전에 따라 변하는 건물 양식과 전투 양상, 원더에 대한 고민까지. 역사라는 소재가 확실하니 오히려 차별화에 대한 고민은 적었다.
<도미네이션즈>는 현재 문명 발전을 르네상스로 한정해 시대가 달라져도 전쟁에 큰 변화가 없었다. 허나 업데이트를 예고한 ‘산업시대’는 실제 역사에선 성의 쇠퇴나 총력전의 등장 등 전쟁의 패러다임이 바뀐 시기다. 게임에서도 이런 변화가 있을까?
팀 트레인: 우리의 목표는 문명의 발전 과정을 게임에서 구현하는 것이다. 질문한 내용 또한 우리가 업데이트를 준비하며 가장 많이 고민한 내용이었다. 실제로 이 때문에 많은 문헌을 참고하기도 했고.
이번 산업시대 업데이트에서 가장 큰 변경점은 ‘전선’의 변화다. 질문처럼 기존의 게임은 성벽이나 방어시설이 전쟁(정확히는 침략)에 많은 영향을 줬다. 하지만 산업시대에 추가되는 비행선이나 게릴라 등의 새 유닛은 이러한 ‘전선’을 무시한다. 예를 들어 비행선은 ‘비행’이라는 특성을 이용해 성벽으로 보호받는 건물도 직접 공격할 수 있고, 게릴라는 아예 상대가 설치한 문을 무시하고 지나다닐 수 있다.
이외에도 기관총이나 탱크의 등장으로 인한 화력의 강화, 복엽기의 등장으로 인한 방어시설의 약화 등 많은 변화가 예정되어 있다. 기존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역사 소재 게임이다 보니 고증에 신경을 많이 썼을 것 같다. 특별히 참고한 자료가 있는가?
팀 트레인: 빅휴즈게임즈 사무실에 큰 서재가 있다. 여기 굉장히 많은 역사서적들이 쌓여 있는데 모두 <도미네이션즈> 개발을 위해 모은 것이다. 개인적으로 특히 많이 참조한 책은 <Warfare in the Ancient World>라는 책이다. 제목처럼 고대의 전쟁 양상이나 옛 병기를 자세히 설명한 책이다. OSPREY라는 전쟁 서적 전문 출판사가 낸 책인데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책 말고도 미니어처 게임도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사람들이 많이 하는 <워해머> 같은 게임 외에도, 미니어처 게임에는 실제 역사를 소재로 한 게임도 굉장히 많이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게임을 굉장히 즐겨했는데, 자료 조사를 명목으로 회사 돈으로 이런 것을 마음껏 구매할 수 있어 정말 좋았다. 물론 나 뿐만 아니라 개발팀 전원이 즐겼다. (웃음)
커리어의 대부분이 PC 패키지에서 만들어졌다. 패키지 게임에 애착이 큰 게이머일수록 모바알게임과 그 시장을 꺼려하는 경향이 큰데, PC 패키지 개발자는 어떠한가?
팀 트레인: 부정적인 마음보다는 긍정적인 마음이 컸다. 그래서 모바일게임을 만들었고. (웃음) 역시 가장 좋은 것은 PC 패키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넓은 유저 풀이 아닐까? PC 패키지 시절에는 100만 장만 넘어도 기록적인 성과였는데, 요즘 모바일게임은 이것을 훨씬 쉽게 뛰어 넘더라.
다만 아쉬운 것은 플랫폼 특성 상 하드코어한 비즈니스 모델이 많다는 것이다. <도미네이션즈>는 이것 때문에 아예 기존 게임의 20% 싼 가격으로 상품을 선보이자고 마음먹은 케이스다.
PC에 비하면 모바일은 사양이나 기기 특성 상 구현할 수 있는 콘텐츠가 굉장히 제한적이다. 역사는 다룰 수 있는 분야가 굉장히 넓은 소재인데, <도미네이션즈>를 개발하며 취사선택의 어려움은 없었나?
팀 트레인: 맞는 이야기다. 이것 때문에 아예 게임을 만들 때부터 목표 복잡도부터 설정했을 정도다. 아무리 게임이 재미있더라도 모바일에서 불편하면, 혹은 모바일 유저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실패하니까.
대표적인 것이 병과 별 컨트롤이었다. 모든 유닛에게 한 목표만 알려주는 지금 시스템과 달리, 게임 초기에는 보병, 기병, 사수 등 병과 성격에 따라 따로 공격 목표를 지정하는 기능이 있었다. 이 기능은 개발진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지만, 캐주얼 유저들에겐 너무 복잡한 느낌을 준다는 지적이 있어 삭제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아쉬웠지만, 애초에 우리가 설정한 복잡도 기준을 넘어 삭제 결정은 쉽게 내릴 수 있었다.
그렇다면 복잡도나 일정 문제로 개발 과정에서 구현하지 못했으나 앞으로 꼭 추가하고 싶은 시스템이 있는가?
팀 트레인: 개인적으로는 정치 시스템을 꼭 추가하고 싶다. 왕정이나 민주주의와 같은 정치체제를 선택할 수 있게 되고 그에 따른 이득과 손해를 명확히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쟁에는 약한데 생산이나 발전엔 유리한 정치체제가 있을 수도 있고, 반대로 전쟁에만 굉장히 능한 체제가 있을 수도 있다. 유저들이 이 중 어떤 것을 선택하고 어떻게 행동할 지 기대되지 않는가?
PC 게임 개발자가 주축인데도 UI가 깔끔하게 나왔다. 특별한 비결이 있는가?
팀 트레인: 빨리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꾸준히 고쳤던 것이 해답이었다. 처음부터 프로토타임을 기준으로 플레이를 하고 개발을 하니 불편한 점이 빨리 보였다. 또 어느 정도 마감이 된 이후엔 일반인을 대상으로 시선추적장치까지 이용한 테스트까지 실시했다. 그러니 또 우리가 보지 못하던 것이 보이더라. 결국 자주 테스트하고 고치는 것이 답이다.
강연에서 넥슨 M과의 협업이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밝혔다. 정확히 넥슨 M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던가?
팀 트레인: 무엇보다 개발자를 존중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동안 일했던 파트너들은 ‘4주마다 시연 빌드 내놔라’ ‘경영진에 들어갈 보고서 만들어라’ 같은 요구로 개발 외적인 부분에서 굉장히 많은 리소스를 소모하게 만들었다. 헌데 넥슨은 이런 요구 없이 정말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줬다.
대표적인 것이 필리핀에 선론칭해 반년 간 게임을 다듬었을 때였다. 다른 퍼블리셔 같았으면 1 ~ 2달 보고 성과가 별로면 게임을 버렸을 것이다. 헌데 넥슨은 반년 간 기다리며 재촉 한 번 하지 않았다. 정말 개발자의 입장을 잘 헤아려줬다.
오웬 마호니 대표의 말버릇이 창의성이었다. 정말 그의 말처럼 회사가 개발자의 창의성을 존중해주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오웬 대표 또한 수시로 우리 게임을 해보며 유저 입장에서 피드백을 줬고.
다음 콘텐츠인 ‘산업 시대’는 언제 추가되는가?
팀 트레인: 콘텐츠 자체는 다 완성됐고 지금은 한참 QA 작업을 진행 중이다. 머지 않은 시기 내에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시대 외에도 새로운 문명 또한 개발 중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
한국 등 아시아 지역에는 아직 <도미네이션즈>가 출시되지 않았다. 출시 일정을 알 수 있을까?
팀 트레인: 조율 중이라 구체적인 시기를 밝힐 순 없다. 다만 하나 확실한 것이 있다면 올해 내에 꼭 나온다는 것이다. 또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아시아 버전 또한 글로벌 버전과 같은 서버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
이제 막 시장에 안착하는데 성공했다. <도미네이션즈>가 앞으로 어떤 게임으로 기억되길 바라는가?
팀 트레인: 90년대 역사 전략게임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문명>을 꼽았고 2000년 대에는 역사 RTS로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를 꼽았다. <도미네이션즈> 또한 유저들에게 ‘역사 모바일 전략’을 물어보면 바로 연상되는 게임이 되고 싶다.
다행히 지금 우리 성적은 출시 한달 반이 지났는데도 큰 부침없이 궤도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역사를 소재로 한 만큼 특정 시장이 아닌 다양한 국가에서 사랑받고 있다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 조만간 아시아 지역에서도 <도미네이션즈>를 선보일텐데, ‘역사 모바일 전략’을 대표하고 싶다는 포부에 걸맞게 훌륭한 퀄리티의 게임을 제공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