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단이 다시 찾아온다. 블리자드는 지난 8월 게임스컴을 통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가장 유명한 영웅 중 하나인 일리단을 부활시킨 새로운 확장팩 <군단>을 선보였다.
반응은 크게 두 가지였다. 돌아온 영웅에 대한 뜨거운 환호성, 혹은 오죽 할 이야기가 없었으면 이미 끝난 일리단을 다시 불러오냐는 싸늘한 시선이다. 오죽하면 블리자드 개발팀 내부에 실제로 일리다리(일리단 휘하의 신봉자)가 있는 게 아니냐는 농담까지 떠돌았을 정도다.
블리자드는 이번 블리즈컨을 통해 일리단을 다시 불러온 이유와 악마사냥꾼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 대해 언급했다. 적은 불타는 군단이고, 이를 막기 위해서는 악마사냥꾼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상징인 일리단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블리즈컨에서 이언 해지코스타스 수석 게임 디자이너와 존 하이트 프로덕션 디렉터를 만나 <군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애너하임(미국)=디스이즈게임 홍민 기자
TIG> 일리단의 이야기는 <불타는 성전>에서 끝난 거 아닌가?
개인적(존 하이트)으로 7년 전에 레이드 그룹에 속해 일리단과 싸우다가 지금은 개발팀에 합류하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 일리단은 알다시피 배신자의 아이콘인데, 자신의 뜻을 추구하다 보니 붙은 별명이다. <군단>에서는 일리단이 적인지 아군인지 알 수 없지만 그는 그 자신만의 동기부여를 갖고 움직일 것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확장팩을 기대해 주기 바란다.
TIG> 왜 하필 이 시점에 일리단이 부활하나?
확장팩의 주적은 불타는 군단이다. 확장팩 새 콘텐츠로 데몬헌터(악마사냥꾼)가 이 시점에 등장하는 것이 올바른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악마사냥꾼이라면 자연히 일리단이 대표로 떠올라서 그를 불러들이는 걸 생각하게 됐다.
TIG> <드레노어의 전쟁군주> 이후 <군단>까지 확장팩 일정이 길어졌는데 이유가 있는지?
많은 것이 타이밍때문이다. 사실 블리즈컨에서 <군단>의 모든 것을 발표하고 싶었지만, 베타테스트를 블리즈컨 직후 시작할 것이라서 시간을 미리 가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게임스컴에서 발표하고 블리즈컨에서 자세히 소개한 후 베타를 들어가는 방법을 택했다. 게임스컴이 식전음식이라면, 블리즈컨은 매인코스다.
드레노어는 2013년 발표하고 1년 후에 플레이할 수 있었다. 보통 확장팩이 발표되면 다음 블리즈컨에서 다음 확장팩을 발표하곤 하는데, 그렇게 따지면 특별히 스케줄이 늘어진 것 같진 않다.
최대한 완성도를 높여 발표하고 싶었던 이유도 있다. <군단>은 전례없이 큰 규모의 개발팀이 개발 중이다. 그만큼 출시 일정이 좀 늦어진 것도 있다. 출시 이후 콘텐츠까지 감안하면 정말 많은 것들이 준비 중이라 개발기간 단축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다.
TIG> <WOW>가 출시 후 10년이 넘었다. 게임 내 골드 제어를 위한 다양한 방법도 도입했는데 효과는 어땠나?
골드의 움직임은 통계를 통해 항상 주시하고 있고 특별히 인위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항상 생각하고 있으며, 회수 방안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 아이템을 경매장 보다는 레이드를 통해서 얻는 등의 방법이 일단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차적으로 골드가 많은 것이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가 강하게 보이는 것처럼 원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TIG> 확장팩이 거듭될수록 레이드 보스 등 콘텐츠 볼륨이 줄어든다는 의견이 있다.
레이드, 보스 이런 숫자에 공식은 없다고 생각한다. 스토리를 전개하는데 어떤게 더 효과적인지 생각하면서 던전과 우두머리 수가 정해진 것이다. <군단>은 확정된 것은 없지만, 현재 구상된 것 중 흥미로운 콘텐츠가 많으니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던전말고도 퀘스트나 유물 등을 모두 염두해두고 전체 스케줄이 결정되는 것이다. 단순히 공격대나 던전과 세트아이템 수에 따라서만 규모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내년 여름 출시 전까지 각 콘텐츠의 완성도를 더 높여 나갈 것이다.
TIG> <판다리아의 안개>에서 오그리마 공성전을 보여준 이후 콘텐츠 공백이 매우 길었다.
우리 목표는 콘텐츠의 주기를 줄일려고 하고 있다. 패치를 내는 속도나 시기가 우리 예상에서 좀 벗어났던 것 같다. <드레노어 전쟁군주> 콘텐츠에 너무 많은 인원을 투입할 경우, 오히려 <군단>의 개발기간이 길어질 수 있어서, 또 다른 콘텐츠가 <드레노어의 전쟁군주>에 추가되지는 않을것이다. 다만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고의 게임을 전달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TIG> 유물무기에 대한 정보도 오늘 공개했다.
부서진 섬의 스토리를 끝내고 달라란에 가서 퀘스트를 시작하게 된다. 두 가지 퀘스트가 있는데 유물무기 자체를 얻어야 하고 이후에 직업에 따라 조합의 전당에 가입해야 한다. 그 후 부서진 섬에서 퀘스트를 계속할 수 있다.
유물무기 퀘스트는 솔로 플레이를 염두해 뒀던 차라 혼자 충분히 획득할 수 있게 디자인됐다. 유물무기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파티플레이를 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솔로플레이만으로 충분하다.
베타테스트는 연말 전에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지화는 완벽하지 않겠지만, 특정 지역만이 아니라 전지역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한국은 등급문제로 좀 늦어질 수 있다. 선정된 소수의 인원이 참여하게 될 것이다.
TIG> 유물무기에 따른 스토리 변화나 그런 것도 생기나?
<불타는 성전> 시절에 전설무기인 아티쉬를 갖고 있다면, 카라잔 레이드 보스 아란이 이스터에그 대사를 하듯이, 아지노스를 들고 있다면 그에 따라 반응하는 일리단을 볼 수 있을 것이다.
TIG> <드레노어의 전쟁군주>에서 스토리 전개에 불만이 있는 유저들이 많다.
전 확장팩의 스토리에 헛점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다. 다만 그를 보강하기 위해 새 콘텐츠를 내기는 힘들 것 같다. 확장팩의 마무리를 짓는 과정에서 최대한 문제를 잡았다고 생각하는데, <군단>에선 계속해서 더 보강할 것이다.
TIG> 2013년 블리즈컨에서 악마사냥꾼 추가를 물었을 때 부정했었는데, 이번에 추가됐다
2013년 11월 블리즈컨 당시 악마사냥꾼을 추가할 지 결정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 질문을 듣고 추가를 결정했는지도 모르겠다.
TIG> 악마사냥꾼 등 악의 영웅들이 추가되는 경우가 많다. 선한 성향의 영웅이 추가될 가능성은 없는지?
우린 선과 악으로 생각하지 않고, 세계관과 직업의 개연성 등을 염두해두고 준비할 뿐이다. 예를 들어 악마사냥꾼 역시 충분한 강함을 갖고 시작하는 직업이라 생각해 레벨 1부터 시작하지 않는다. 반대로 수도사는 수련을 통해 강해지는 게 어울려서 1레벨부터 시작하도록 했다.
TIG> 나이트엘프, 블러드엘프 때와 같이 진영간에 혼란이 생기지 않을까?
악마사냥꾼의 기원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악마사냥꾼을 생각하면 일리단을 생각하게 되고 그의 기원인 엘프가 생각나게 된다. 처음엔 이것이 위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노움이나 타우렌 악마사냥꾼처럼 어울리지 않는 종족을 악사가 되게 하기보다는 어울리는 특정 종족만 가능하도록 선을 그은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TIG> 한국 팬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한국은 국가 전체가 게이머라 해도 과장이 아닌 만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나라다. 새 <군단> 확장팩의 여러 모습을 한국에 소개하게 되어 기쁘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되는 확장팩인 만큼 악마사냥꾼과 <군단>을 플레이하게 될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플레이 후 많은 피드백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