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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유비소프트 '엑스디파이언트' 서비스 종료 또 다시 찾아온 겨울

6개월 만에 '일몰', 대기업의 라이브 서비스 게임도 쉽지 않다

김승준(음주도치) 2024-12-04 12:22:23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게임도 때론 무덤에 제 발로 들어가곤 한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국내 게임도 있겠지만, 올해 가장 뜨거웠던 사례는 소니가 유통한 <콘코드>가 아니었을까. 금세 또 다른 대표 사례가 등장했다. 유비소프트가 몇 년에 걸쳐 야심차게 준비해 선보인 <엑스디파이언트>가 오늘(4일) 서비스 종료 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2021년 처음 콘셉트가 공개된 이후, 많은 비판을 받으며 출시를 지연하고 수정해 2024년 5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히어로 FPS <엑스디파이언트>. 6개월이 조금 넘는 서비스 기간 끝에, 유비소프트 스스로 '일몰 프로세스'라 명칭한 서비스 종료 수순에 들어섰다. VC 팩과 DLC 구매 유저에게도 전액 환불을 약속했다.


게임계 공룡들이 힘을 잔뜩 준 라이브 서비스 게임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요즘이다. 유비소프트에 취재를 진행한 외신들은, <콘코드>를 개발한 파이어워크 스튜디오가 그랬던 것처럼, <엑스디파이언트>를 개발한 유비소프트 샌프란시스코와 오사카의 제작 스튜디오가 폐쇄되고, 시드니 스튜디오의 제작 공간이 축소되어, 해고 및 이직 수순을 밝게 될 개발자들이 다수 발생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번 기사에서는 서비스 종료 전후의 상황과 유비소프트도 피해 가지 못한 게임 업계의 혹한기에 대해 짚어보려 한다.


<엑스디파이언트> (사진 출처: 유비소프트)



# 일몰(Sunset) 프로세스

<엑스디파이언트> 총괄 프로듀서 '마크 루빈'이 유저들에게 남긴 메시지 안에 지금까지의 정황이 잘 담겨 있어, 일부 내용을 인용해 소개한다.


안녕하세요, <엑스디파이언트> 팬 여러분. 오늘은 안타깝게도 <엑스디파이언트>가 폐쇄(Shutting down)된다는 소식을 전해드리게 되어 공지를 전합니다. 


오늘(현지 시각 12월 3일)부터 더 이상 신규 다운로드 및 플레이어 등록은 제공되지 않습니다. 가까운 시일 안에 시즌 3 콘텐츠를 출시할 예정이며(정확한 날짜는 미정), 기존 유저들에게 서버는 2025년 6월 3일까지 활성화할 계획입니다.


얼티밋 파운더즈 팩을 구매한 경우 전액 환불을 받을 수 있고, 지난 30일 이내 구매한 플레이어에게도 앞으로 8주 안에 전액 환불을 할 예정입니다. 


몇 년 전, 유비소프트와 SF(샌프란시스코) 개발팀은 <엑스디파이언트>라는 새로운 아케이드 슈팅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모험을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엄청난 도전이었죠. 저희는 스킬 기반 매치 메이킹(SBMM)을 제거하고, 경험을 살려 장르를 뒤흔들려 했을 뿐만 아니라, 무료 플레이(F2P)의 고위험, 고보상 영역에도 뛰어들었습니다.


특히 무료 플레이는 긴 여정입니다. 많은 무료 플레이 게임은 자리를 잡고 수익을 창출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곤 합니다. 유비소프트와 개발팀은 아주 최근까지 그런 긴 여정을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정의 규모가 너무 컸기에, 계속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중략)


<엑스디파이언트>가 출시되었을 때 플레이어들의 초기 반응은 놀라웠습니다. 가장 빠르게 500만 유저를 돌파한 게임이라는 내부 기록을 깼고, 결국 1,500만 명 이상의 플레이어가 우리 게임을 즐겼습니다. 이 장르가 얼마나 힘든지 고려하면,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하략)


<엑스디파이언트> 2023년 베타 테스트 당시 플레이 스크린샷.
오랜 개발 기간을 거쳐왔고, 많은 수정 끝에 나온 게임이다.

<엑스디파이언트>는 2021년 첫 공개 당시 '톰 클랜시' 타이틀을 달고 소개됐지만, 기존 게임들과 분위기가 너무 달라 이질감이 든다는 팬들의 비판을 마주했다. 이후 유비소프트 버전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에 가까운, 유비소프트 IP 전반을 아우르는 슈팅 게임으로 변경해 개발이 진행됐다. 


출시 연기 끝에 시장에 나온 <엑스디파이언트>는 첫 2주 만에 1,000만 명 이상의 플레이어가 모였을 정도로 화제가 됐다. 그러나 기세는 오래 가지 못했다. <콜 오브 듀티>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게임인데, <콜 오브 듀티>와의 차별성이 부족했다는 평이 적잖게 있었고, 버그 및 서버 이슈도 발목을 잡았다. 일부 외신은, 봄에 나온 게임이 가을이 되니 모든 플랫폼의 동시 접속자 수가 2만 명 이하로 떨어졌다-는 소식을 전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유비소프트는 '일몰 프로세스'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서비스 종료 공지 이후 콘텐츠 구매 및 신규 플레이어 등록은 비활성화.
▶ 기존 유저는 서버 종료 시점인 2025년 6월 3일까지 액세스 권한을 가짐.
▶ 일몰(서비스 종료) 시점까지는 기존 유저는 온오프라인 플레이를 즐길 수 있음.
▶ 계정에 남아 있는 X Coin은 게임 내 콘텐츠와 교환 가능.​

▶ 시즌 3 콘텐츠까지는 예정대로 출시. 이후엔 추가 콘텐츠가 없을 계획.
▶ 2025년 6월 3일 이후엔 오프라인 모드도 이용할 수 없음.

<엑스디파이언트>


# 고생 끝에 나온 타이틀, 그 뒤에 남은 건 겨울이었다

2019년, 유비소프트 호주 시드니 지사에선 AAA 게임 개발 인력을 처음으로 고용했다. 해당 팀은 2022년부터 <엑스디파이언트> 개발에서 함께 했다. 유비소프트는 전 세계에 40여 개 지사를 가지고 있는데, <엑스디파이언트>는 그 중에서 무려 12개 스튜디오가 협업해 만든 게임이다.


<엑스디파이언트>가 개발되던 중에 이미 유비소프트는 겨울에 발을 들이고 있었다. 2023년 11월, 유비소프트는 VFX 스튜디오와 글로벌 IT 팀에서 일하던 직원 124명을 해고했다. 2024년 4월 2일, 유비소프트는 <엑스디파이언트>의 출시를 연기하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사업부 직원 정리해고를 예고했다. 그 직후인 2024년 4월 9일, 유비소프트는 일명 '유황숙'으로 통하던 한국 지사 철수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엑스디파이언트> 서비스 종료 소식과 함께, 또 다른 일자리 감소 소식이 전해졌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유비소프트 샌프란시스코 스튜디오에서는 143명이, 오사카와 시드니에서는 134명이 떠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엑스디파이언트>의 "어려운 결과"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소니의 FPS <콘코드>의 사례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게임의 특징, 서비스 종료의 이유 등은 다르지만, 한 가지 교훈 만큼은 확실하다. 유저가 수용할 수 있는 게임의 수보다, 더 많은 AAA 라이브 게임이 출시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위기 의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몰' 뒤에 남겨진 겨울 안에서, 소니와 유비소프트를 비롯한 거대 공룡 기업들이 어떤 라이브 서비스 게임 전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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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코드>

오늘(4일) <엑스디파이언트> 홈페이지에 올라온 서비스 종료 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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