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넥슨은 엔도어즈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게임업계에서는, 놀랄법한 일이지만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특히 넥슨은 지난 2007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인수합병을 단행했을 정도로 좋은 IP와 개발력을 확보하는 데 공을 들였다. 물론 <마비노기> <카트라이더> <바람의 나라> <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 등 자체개발 라인업도 매출 기여도가 높은 효자들이다.
그럼에도 넥슨이 연매출 1조 원 시대를 바라볼 수 있게 된 성장동력은 인수합병으로 얻은 IP의 영향이 크다.
M&A 시기 | 대상업체 | IP | 방식 | 효과 |
2004년 12월 | 위젯 | 메이플스토리 | 지분 100% 내부흡수 | 월매출 100억(단일게임) |
2005년 7월 | 엔텔리젼트 | 현 넥슨모바일 | 지분 100% 자회사 | 모바일 영역 진출 |
2006년 9월 | 두빅 엔터테인먼트 | 컴뱃암즈 | 지분 100% 내부흡수 | 글로벌시장 진출 |
2008년 7월 | 네오플 | 던전앤파이터 | 지분 100% 자회사 | 월매출 100억(단일게임) |
2008년 10월 | 실버포션 | SP1 | 지분 76% 자회사 | MMORPG 역량강화 |
2009년 12월 | 시메트릭스 스페이스 | 텐비 | 지분 100% 자회사 | 이승찬 영입 메이플 2 개발강화 |
2009년 12월 | 코퍼슨스 | 웹보드 | 지분 100% 자회사 | 웹보드 강화, 유저확대 |
2010년 5월 | 엔도어즈 | 아틀란티카 외 | 지분 67% 자회사 | MMORPG 역량강화 |
■ 성장의 기폭제로 작용한 인수합병, 연매출 1조 눈앞
넥슨은 <바람의 나라>와 <어둠의 전설> <크레이지 아케이드 비엔비>로 이름을 알렸고, 메이저 업체로 몸집을 키워 가기 시작했다. 사실상 이 게임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넥슨 자체개발 게임이자 원투 펀치였고, 지금도 그 위력은 남아 있다.
이후 넥슨 성공의 기폭제가 된 것은 공교롭게도 자체개발 게임이 아닌, 인수합병으로 편입시킨 외부 개발사의 IP였다. 바로 위젯의 <메이플스토리>와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로, 글로벌 월 매출 100억 원을 뛰어넘어 넥슨의 기둥으로 우뚝 섰다.
인수합병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 지난 2006년 두빅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고 선보인 <컴뱃암즈>는 북미와 유럽에서 인기를 끌며 서양권 사업의 밑바탕이 됐다. 지난 2008년 인수한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도 중국과 일본에서 인기를 끌며 북미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넥슨에 따르면, 지금까지 넥슨의 매출 비중에서 <메이플스토리>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이 <던전앤파이터>, 그리고 <카트라이더>의 순이다. 해외 매출만 따진다면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가 선두에 서 있다. 국내와 해외 모두 인수합병을 통해 성공한 경우다.
또 넥슨은 지난해 글로벌 연결 매출 7,036억 원을 기록했고, 이제 연매출 1조 원 달성을 목표로 뛰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인수한 엔도어즈와 <아틀란티카>가 넥슨의 1조 원 시대 개척에 큰 보탬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 부족한 분야의 역량도 인수합병으로 업그레이드
2009년 국내 게임업체 중 최고 매출을 기록한 넥슨이지만, MMORPG 분야의 역량만큼은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마비노기>가 성공 케이스로 손꼽히긴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MMORPG 히트작이 나오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넥슨은 지난 2006년 직접 개발한 <제라>를 선보이면서 MMORPG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실패라는 아픔을 경험했다. 결국 넥슨은 MMORPG 분야에 필요한 역량과 IP를 인수합병으로 보완하는 모양새가 됐다.
지난 2008년 넥슨은 <SP1>을 만든 실버포션의 지분 76%를 획득하면서 자회사로 편입시켰고, 이번에는 MMORPG 개발력과 글로벌 시장 진출, 신규 MMORPG를 두루 갖춘 엔도어즈를 인수했다. 특히 엔도어즈 인수로 <아틀란티카> <군주온라인> <코룸온라인>에 김태곤 사단의 신작 MMORPG 2개까지, 모두 5개 RPG의 IP를 확보하게 됐다.
이렇듯 빠른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분야에서는 과감한 인수합병으로 역량을 확보해 온 것이 넥슨의 전략이다. 자체개발 신작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지만, 모든 장르를 다 아우를 수는 없는 법. 성공한 IP와 검증된 개발력을 흡수해 위험도를 낮추고 성장을 도모하는 셈이다.
■ 내부흡수에서 자회사 편입으로, 인수 형태의 변화
한편, 넥슨의 인수합병 유형을 살펴보면 시기에 따라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지난 2004년 <메이플스토리>의 위젯을 인수할 당시는 인수합병이 IP 획득을 목적으로 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듯 위젯을 내부 스튜디오로 흡수했다.
하지만 넥슨은 자체의 몸집이 커지면서 효율성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이후 위험도 분산을 위해 개발팀을 스튜디오 단위로 개편하고, 그 다음에는 자회사 형식으로 분사시키는 방법을 선택해 왔다.
그 결과, 넥슨의 인수합병도 모회사의 자회사를 늘려 가는 형태로 탈바꿈한다. 국내에서 보통 넥슨이라고 부르는 회사는 한국법인으로, 넥슨 일본법인에 속해 있는 4개의 법인(북미·유럽·중국·한국) 중에 하나다.
넥슨 한국법인은 지난해 내부 스튜디오를 분리해 독립법인 형태의 자회사를 세웠다. 이에 따라 <바람의 나라> <테일즈 위버> 등의 클래식 RPG 스튜디오인 넥스토릭, <큐플레이> 개발팀인 엠플레이가 분리됐다. <넥슨별>을 만든 넥슨노바도 넥슨의 100% 자회사로 독립했다.
넥슨 내부 개발 조직도. 신규개발과 라이브개발을 분리했다(지난해 말 기준).
인수합병도 지난 2006년 두빅 엔터테인먼트를 내부에서 흡수한 것을 제외하면 네오플, 시메트릭스 스페이스, 코퍼슨스, 엔도어즈까지 모두 자회사로 남기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경영권은 인수하되 독립조직으로 효율성을 추구한다는 방침이다.
게임업계에서는 이를 넥슨이 브랜드를 키우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이제 ‘그룹’이 된 넥슨이 보다 체계적인 사업조직을 관리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2008년 네오플과 실버포션, 2009년 시메트릭스페이스와 코퍼슨스, 올해 엔도어즈까지, 최근 3년 동안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전략을 펼친 넥슨, 내년 이후에는 또 어떤 그림을 그려 나갈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