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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창간기획] 게임 저작권 분쟁 중 '국내 최초' 사례는 무엇?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주(사랑해요4) 2024-03-15 17:13:06
최근 들어 게임을 둘러싼 저작권 분쟁이 국내에서 이어지고 있다.

게임 저작권 분쟁은 여러 가지로 나뉘는데, 유사성에 관한 분쟁도 있고, 프로젝트 에셋 및 반출에 대한 분쟁이 있으며, 특허에 대한 분쟁도 있다. 최근에는 엔씨소프트가 <리니지>와 유사하다고 여겨지는 3개 게임에 소송을 걸며 다시 저작권에 대한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게임업계의 저작권 분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게임이 여러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종합 콘텐츠라는 점에서 저작권을 인정받고, 침해 범위 및 유사성으로 인한 피해 사실을 명확히 규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분쟁이 '최초'로 법원의 재판으로 넘어간, 그리고 판결이 나온 사례를 몇 가지 모으고, 비교해 봤다.



# 업체간 게임 저작물의 침해 분쟁이 '최초'로 법원 판결을 받은 사례

2002년 CCR은 자사의 <포트리스 2 블루>와 소프트닉스의 <건바운드>가 게임과 캐릭터, 포탄, 게임 화면, 게임 방식, 계기판 면에서 유사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진행했다. 소프트닉스의 주요 개발자는 CCR 출신이기도 했다.

당시 CCR은 법원에 영상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2차저작물작성권, 배포권 침해로 <건바운드>의 서비스 금지 가처분 신청을 걸었다. 이는 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업체끼리 게임저작물의 저작권 침해 논란이 법원 판결을 받은 최초의 사례로 알려져 있다. 

당시 법원은 프로그램저작권 침해는 소명 부족이라고 보았고, 영상저작권 침해에 대해서는 저작권침해를 주장하는 부분은 창작성이 인정되는 부분과 인정되지 않는 부분으로 나누어 접근했다. 법원은 게임 중요 요소 및 방식에 대해서는 '이전 게임(<웜즈> 시리즈)과 유사한 표현을 상당 부분 반영한 것'이기에 독창성 인정을 부정적으로 보았다.

그리고 게임저작물의 구성요소 중 규칙과 진행방식과 같은 부분은, 아이디어에 해당하기에 보호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보았다. 결과적으로 CCR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저작권 침해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포트리스 2 블루>(우) / <건바운드>(좌)

# 대법원에서 '최초'로  게임관련 저작권이 인정받은 사례

2019년에는 약간 다른 흐름이 보였다. 당시 <팜히어로 사가>를 서비스하던 킹닷컴은 홍콩 개발사가 만들어 국내 업체가 서비스하던 <포레스트 매니아>가 게임 규칙 면에서 자신들과 너무나 유사하다며 소송을 걸었다.

두 게임은 농장 경영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같고, 동일한 3매치 퍼즐 게임이며, 중간중간 방해 캐릭터가 등장하고, 몇몇 요소가 외형과 이름만 다를 뿐 시스템 면에서 동일하다. 관례대로라면 이 또한 일반적인 결과가 나왔을 테지만 대법원에서 판결이 바뀌었다.

대법원은 게임이 여러 종류의 저작물의 성격을 복합적으로 갖는 저작물임을 명시했다. 그리고 게임에 기존에 존재하던 게임과는 구별되는 특징이 있고, 제작 의도와 시나리오에 따라 기술적으로 구현된 중요한 구성요소들이 유기적인 조합을 이룸에 따라, 선행 게임과 확연히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이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보았다.

각 게임의 구성요소를 선택, 배열, 조합하는 규칙도 창작적 개성이 드러날 수 있다면,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법원은 <팜히어로 사가>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요소들을 선택하여 나름대로의 제작 의도에 따라 배열, 조합함으로써, 원고 게임물은 개별 구성요소의 창작성 인정 여부와 별개로 특정한 제작 의도와 시나리오에 따라 기술적으로 구현된 주요한 구성요소들이 선택, 배열되고 유기적인 조합을 이루어 선행 게임물과 확연히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이 있다고 보았다.

이어 <포레스트 사가>가 ”원고 게임물과 동일한 순서로 히어로 모드, 전투 레벨, 알 모으기 규칙, 특수 칸 규칙, 양동이 규칙, 씨앗과 물방울 규칙, 방해 규칙 등을 단계적으로 도입하여 원고 게임물의 제작 의도와 시나리오에 따라 기술적으로 구현된 주요한 구성요소들의 선택과 배열 및 조합을 그대로 사용했다“라며, 창작적인 표현방식을 그대로 포함하고 있으므로 양 게임이 '실질적으로 유사'하기에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팜히어로 사가>에서 창작적 개성이 인정되는 부분이 <포레스트 사가>에도 그대로 있기에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본 것이다.

<팜히어로 사가>와 <포레스트 매니아>

# 캐릭터의 실질적 유사성에 대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

2005년 코나미는 네오플의 야구 게임 <신야구>의 캐릭터가 자사의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의 캐릭터 디자인과 유사하다며 소송을 걸었다. 코나미는 1심에서 패소했으나 항소했고, 결국 2007년 대법원에서 항소가 기각되며 소송이 끝났다.

당시 코나미는 대법원에서 캐릭터의 유사성과 더불어, <신야구>의 캐릭터에 다소 변형된 부분이 있고, 일부 창작성이 인정되더라도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하므로 저작물 적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실황 프로풀 파워야구>의 캐릭터가 개성적으로 디자인되었기에 법으로 보호하는 저작물임은 인정했다. 그러나 실질적 유사성이 있어야 2차적 저작물이라고 볼 수 있으며, 두 게임의 캐릭터 디자인 방식은 2000년 이전에 이미 만화, 게임, 인형 등에서 어린아이 같은 캐릭터들을 표현하는 데 사용되었다.

야구를 소재로 한 게임물의 특성상 필연적으로 유사하게 표현될 수밖에 없는 것이며, 
캐릭터의 미세한 차이의 조합이 전체적인 미감에 큰 차이를 주기에 실질적 유사성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별개의 창작성 있는 저작물로 보았다.

두 게임을 비교한 사진.
위가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 아래가 <신야구>다.


# <부루마불>과 <모두의 마블> 정작 원조는 따로...

2016년 동명의 보드게임을 원작으로 한 모바일 게임 <부루마불>을 출시한 아이피플스는 넷마블의 <모두의 마블>이 게임 방식 면에서 유사하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원고 게임과 피고 게임의 전체적 외관과 분위기가 유사하지만, 이는 대부분 저작권 보호대상이 될 수 없는 사상의 영역이며, 필수불가결하거나 전형적으로 수반되는 표현 형식,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표현 형식 등의 유사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일 뿐 모바일게임 <부루마불>의 독창적 표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부루마불>이 출시되기 전 이미 보드게임 <모노폴리>가 인기를 끌었다는 것을 근거로 "이후로 유사한 구성을 가진 게임이 계속 등장해 왔기에, 부동산 거래 보드 게임에 공통 또는 전형적으로 수반되는 표현 방식에 해당하여 <부루마블>만의 창작 결과라 볼 수 없어 저작권 보호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소장에서 제시됐던 두 게임 간의 비교
좌측이 <부루마불> 우측이 <모두의 마블>이다.


# 특허를 둘러싼 두 소송전

마지막 사례는 두 회사가 '특허'를 두고 벌인 소송전이다. 2001년, 일본의 코나미는 <이지투디제이>가 자사의 아케이드 음악 게임 <비트매니아>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코나미는 1998년 <비트매니아>와 관련된 특허 ‘음악연출게임기, 음악연출게임용 연출조작 지시시스템 및 게임용 프로그램이 기록된 컴퓨터 판독 가능한 기억매체’를 출원한 바 있다. 이것이 2001년 특허청에 등록이 완료되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미 코나미는 1999년에도 <이지투디제이>에 대한 디자인특허 침해 소송을 걸었던 바 있다. 당시 특허청은 “턴테이블 2개와 푸시버튼 2세트로 구성된 조작패널부가 서로 유사하다는 면은 있으나, 그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나머지 구성 부분들의 구체적 형상과 모양 및 상호간의 연결구성이 달라 전체적으로 관찰할 때 느껴지는 심미감이 서로 상이”하다는 이유로 코나미의 청구를 기각했었다.

어뮤즈월드는 2001년 코나미가 특허를 통해 제기한 소송에 대해, 코나미의 특허가 무효라는 ‘특허무효쟁송’을 특허심판원에 청구하며 대응했다. 특허심판원은 2002년 코나미의 특허가 무효라는 판단을 내렸고, 2004년 특허법원에서는 원심이 유지됐다.

그러나 2006년 대법원에서 원심이 파기된 후 특허법원에 환송됐다. 2007년 특허법원은 해당 특허가 무효가 아니라는 취지로 판결하며 어뮤즈월드에게 <이지투디제이> 4가지 완제품을 폐기하고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지투디제이>라는 이름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해당 사례는 타 소송전처럼, 저작권침해나 부정경쟁 등을 이유로 소송을 걸지 않고 '특허 침해'를 이유로 소송전을 벌여 결과를 얻어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당시 한 법 전문가는 디스이즈게임에 "특허의 존재가 게임 시장 내에서 경쟁작을 견제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라며 "오래 전부터 지적재산권의 관리와 권리행사에 적극적이었던 코나미사의 기업정책이 낳은 결과기도 하다"고 했다.


반대의 흐름도 있었다. 2000년대 시작된 코나미의 <댄스 댄스 레볼루션>(DDR)과 안다미로의 <펌프 잇 업>간의 분쟁이다.

해당 소송 역시 기계의 디자인과 게임의 시스템, 두 가지로 나눠 진행됐다. 당시 코나미는 서울지방법원에 안다미로가 자사 게임의 의장과 외관을 모방했다며, 지적 재산권 보호를 이유로 서울지방법원에 소송을 걸었고, 안다미로는 의장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며 특허심판원에 권리확인특허심판을 요청했다.


흐름은 일견 <이지투디제이>와 비슷했다. 안다미로는 서울지방법원에서의 소송에서는 패배했지만, 특허청은 안다미로의 손을 들어줬다. 양사는 서로 항소했다. 그러나 안다미로는 준비해 둔 대응책이 있었다.

코나미가 소송을 제기한 '펌프잇업 SD 모델'은 이미 생산을 중단하고, 대부분의 모델을 교체한 상태였다. 그리고 미국에서 사전에 구매했던 '발판 디스플레이에 대한 특허'를 통해 코나미의 <DDR>이 자사의 침해를 특허했다며 고소했다. 결국 양사는 2002년 합의하고 각각 한국과 미국에서 진행되던 소송을 종료했다.


<펌프 잇 업>의 초기 모델(좌)와 <DDR>(우)


# 알아두면 좋을 점


- 추상적인 게임의 장르, 게임 배경, 전개방식, 규칙 등은 저작권법으로 보호받지 않는 아이디어로 여겨졌다. 


- 다만, 게임의 요소를 선택, 배열, 조합한 것이 다른 게임과 확연히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이 인정되면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다. 

- 더불어 장르의 원류 게임이 존재하는 경우 유사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

- 게임 캐릭터는 저작물로 보호된다. 그러나 특정한 표현이 이미 만화, 인형 등에서 흔히 사용된 것이고, 일정한 차이가 있다면 유사성이 부인될 수 있다. 

- 저작권 대신, 특허권을 통한 소송을 진행하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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