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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카드뉴스] 평범한 시뮬레이션 게임이 우리에게 던진 경고

경찰과 소방관을 배치해 사건을 해결하는 게임 '911 오퍼레이터'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지현(너부) 2018-03-20 16:51:43

 

"여보세요! 우리집 주방에 불이 났어요. 빨리 소방차를 보내주세요!"

"알겠습니다.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침착하게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주세요."

긴급 신고 센터의 안내원이 되어 경찰과 소방관을 움직이는 게임 <911 오퍼레이터>. 플레이어는 주어진 인력과 자원을 적절히 배치해 도시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사고를 해결해야 한다.

"소방관과 경찰관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출동시켜서 문제를 해결하면 되는 게임이군."

하지만 끊임없이 빗발치는 신고 전화와 동시에 쏟아지는 수많은 사건 사고. 시간이 지날수록 주어진 인력과 장비만으로 모든 사건을 감당하기 점차 버거워진다. 

바로 그때 걸려오는 전화 한 통. "여기 엄청나게 큰불이 났어요! 사람들이 건물에서 못 나오고 있어요!" 하지만 다른 지역에 난 불을 끄기 위해 이미 모든 소방차가 출동해버린 상황. 

수화기 너머 목소리는 점점 다급해지지만 유저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빨리 소방차를 보내주겠다."는 공허한 약속과 건물에서 죽어가는 수백 명의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 뿐.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해버린 거지...?"

'최대한 효율적으로 자원을 이용해 미션을 클리어한다.' 일반적인 시뮬레이션 게임의 가장 기본적인 진행방법. 하지만 이 진행방법은 자신이 다루고 있는 자원이 '생명'과 직결돼 있음을 깨닫는 순간, 무너지고 만다.

"효율이 아닌 어떤 피해도 내지 않는 방향으로 운영해야 했다."

2017년 12월 21일 충북 제천. 한 스포츠 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29명의 생명이 목숨을 잃는다. 신고가 접수된 지 7분 만에 소방차가 도착했지만 화재 진압에 투입된 대원은 고작 4명이 전부였다.

인구 13만 명의 도시를 담당하는 구조대원은 불과 13명. 법정 기준치에도 채 미치치 못하는 대한민국 소방인력과 너무나도 열악한 근무 현실. 소방관을 심부름꾼 정도로 대우하는 인식 수준.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방 자치 소속이라는 이유로 활동에 필수적인 지원조차 받지 못하며, 2018년 소방관, 경찰, 사회복지사 등을 늘리기 위해 신청된 예산은 '퍼주기 예산'이라는 야당의 반대로 줄어들었다. 

당시 예산안을 반대하던 한 국회의원의 말. "공무원 증원은 단 한 명도 찬성할 수 없다. 소방관의 경우 화재가 빈발하는 것이 아니므로 동원 체계를 정교화, 과학화하는 것이 옳다."

<911 오퍼레이터>가 우리에게 던진 질문.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함에 있어 효율로만 접근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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