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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포트나이트는 왜 해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을까?

게임 외적 요소를 중심으로 분석해봤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이영록(테스커) 2018-04-10 12:24:19

펍지 주식회사의 <플레이어 언노운즈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가 전세계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게임은 아시아권의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스팀에서 도타가 가지고 있던 최고 기록인 동시접속자 수 130만을 돌파했으며, 더 나아가 동시접속자 수 320만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또한 게임은 얼리액세스로 출시된지 1년도 채우지 않고 전세계에 3천만 장이 넘는 판매고를 달성했다. 

 

그러던 중 9월, <포트나이트>라는 경쟁자가 나타나 엄청난 성장 속도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게임은 출시 100일만에 전 세계 이용자 4천 만 명을 넘어섬과 함께 동시 접속자 수 175만 명을 돌파했다. 또한 출시 132일만에 <배틀그라운드>의 기록을 제치고 동시 접속자 수 340만 명을 달성했다.

 

신기하게도​ <포트나이트>는 이런 엄청난 성적을 거두면서도 <배틀그라운드>의 성장을 잠식하지 않고 나란히 함께 성장했다. 그동안 <배틀그라운드>가 아시아권에 비해 낮은 성적을 보이던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 성공을 거두기 시작한 덕분이다.

 


 <배틀그라운드>의지역별 액티브 유저 수 변화 추세 그래프 (출처: 스팀스파이)

  

그런데, 세계 시장에서 엄청난 속도로 나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던 두 게임은 어느새 <포트나이트>가 앞서가는 형국으로 바뀌었다.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인 트위치에서의 게임별 시청 시간은 <포트나이트>가 <배틀그라운드>를 앞지른지 오래다. NBA선수가 골 세레머니로 <포트나이트>의 감정표현을 하고, 세계적인 아티스트 ‘드레이크’가 유명 스트리머와 함께 <포트나이트>를 즐긴다. 어느새 <포트나이트>는 북미와 유럽 지역의 대세 게임으로 자리잡았다.

 

매출 부문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게임 시장 조사 전문 업체 ‘슈퍼데이터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월 한달 동안 <포트나이트>는 약 1억 2,600만 달러(약 1,347억 2천만 원), <배틀그라운드>는 1억 300만 달러(약 1,101억 2,7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왜 <배틀그라운드>는 북미/유럽 지역에서 아시아 지역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했을까? 그리고 <포트나이트>는 어떻게 북미/유럽 지역에서 성공할 수 있었을까? 


2018년 2월, 플랫폼별 게임 매출 순위 TOP 10 (출처: 슈퍼데이터 리서치)

‘그래픽’을 놓고 저울질 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국내에서도 <포트나이트>와 비슷한 모습의 캐쥬얼 그래픽 게임이 성공을 거둔적 있으며, 해외에서도 <배틀그라운드>와 유사한 모습의 실사 그래픽의 게임이 성공한 기록이 있다. 

또한 ‘게임성’을 놓고 비교하기에도 그 근거가 부족하다. 탄도학 개념이 약하고 전투에 치중된 <포트나이트>가 더 캐쥬얼하다고 하는 유저도 있지만, 건설 요소 및 다양한 무기 활용이 가능한 점을 더욱 ‘하드코어’하다고 표현하는 유저도 있다. 따라서 두 게임 간의 여러가지 차이를 두고 어떤 것이 더 동양, 또는 서양에 ‘우세하다’고 주장하긴 힘들다. 

이처럼 게임 내 요소를 놓고는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분석하기란 어렵다. 게임성을 놓고 비교하면 결국 <포트나이트>는 ‘서양 취향’, <배틀그라운드>는 ‘아시아 취향’이라는 귀납적인 결과가 나올 뿐이다. 그렇다면 두 게임의 이런 차이는 어디서 발생했을까? 그 이유를 게임성 외적인 요소를 중심으로 분석해봤다. 




# 높은 사양, 해외 유저들의 진입 장벽이 되다

<배틀그라운드>는 원활하게 플레이하기 위한 PC 사양이 다소 높은 편이다. 게임의 모든 옵션을 최저로 설정했을 때 플레이가 가능한 조건인 ‘최소 사양’이 당시 국내에서 인기를 얻고 있던 고사양 게임 <오버워치>를 높음 옵션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권장사양’에 해당할 정도다. 

여기에 더해 얼리액세스 시절에는 <배틀그라운드>의 최적화가 완전하지 않았다. 최소 사양을 만족하는 PC에서 게임을 플레이해도 교전 시, 차량 이동 시 등 여러 상황에서 끊김/튕김 현상이 빈번히 발생했고, 이 탓에 ‘원활한’ 플레이를 위해서는 ‘최소 사양’보다 높은 수준의 하드웨어가 요구됐다. <배틀그라운드>를 즐기려면 게임 타이틀 외에도 고가에 이르는 하드웨어 가격을 부담해야 하게 된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2017년 초·중반부터 전세계에 ‘가상화폐’ 채굴 열풍이 불며 그래픽카드 품귀 현상이 일어났고, 이는 그래픽카드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 탓에 <배틀그라운드>를 원활히 즐기기 위한 가격은 60만원 이상으로 높게 형성됐다. 


<배틀그라운드>를 풀옵션으로 플레이하려면 100만원 이상 필요하다. (온라인 PC 구매 사이트 캡쳐)

국내에서는 이 진입장벽이 PC방으로 해소됐다. <배틀그라운드>가 원활하게 구동되는 PC를 요구하는 사용자가 늘어나자 PC방 사업주들이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앞다퉈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면서 벌어진 결과다. 이 덕분에 <배틀그라운드>는 PC방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부터 PC방 게임순위 1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중국도 마찬가지로 PC방을 통해 사양 진입장벽이 해소됐다. 중국은 2016년 상반기 기준으로 PC방 사업소가 14만 417개에 이를 정도로 국내 못지 않게 PC방 산업이 발달해 있다. 


PC방 전문 웹진, ‘아이러브 PC방’ "최신 그래픽카드 도입한 PC방 많은 지역은?(링크)" 기사 중 발췌

반면 북미 및 유럽은 한인 타운 등 특정 지역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PC방 산업이 발달해 있지 않다. 따라서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유저가<배틀그라운드>를 원활하게 즐기려면 최소 60만원에 달하는 하드웨어 업그레이드 비용을 부담해야 했고, 이는 더딘 유저 수 증가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별도의 그래픽카드 구매 없이, CPU 내장 그래픽만으로도 원활한 게임 플레이가 가능한 <포트나이트: 배틀로얄>이 출시됐다. PC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는 커녕, 노트북만으로도 플레이 가능한 수준의 사양 덕분에 플레이 측면의 ‘진입장벽’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

‘배틀로얄’ 장르를 즐기고 싶지만 하드웨어 교체의 진입장벽 때문에 즐기지 못했던 유저들은 빠르게 <포트나이트: 배틀로얄>로 이동했을 것이다.


<포트나이트> 요구 사양, 최소 사양의 경우 내장 그래픽만으로도 충족한다.


# 콘솔 전략이 발목을 잡다

게이밍 플랫폼으로 PC가 주력인 아시아권과 달리, 북미와 유럽에서는 콘솔이 강세다. 미국​ 게임시장의 분야별 수입 규모(2017년 기준)를 살펴보면 PC가 21%, 콘솔이 49%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이며, 독일 게임 시장의 플랫폼별 점유율(2015년)은 PC 24.1%, 콘솔 66.1%로 나타날 정도다. 독일과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북미/유럽 지역에서도 대부분 이와 비슷하게 콘솔 플랫폼이 우세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배틀그라운드>는 지난해 12월 12일, 콘솔 버전이 출시되기 전까지는 PC에서만 플레이가 가능했다. 게임의 인기가 절정에 달하던 시기에도 북미와 유럽에서의 성장세가 둔하게 나타났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 셈이다. 

반면 <포트나이트>는 9월, 배틀로얄 모드 출시와 동시에 PC, PS4, Xbox One, Mac을 지원하며 게임 이용자 수를 빠르게 늘려나갔다. 
2006~2015, 독일 내 플랫폼별 게임 수익 점유율 그래프

여기에 더해 펍지 주식회사가 <배틀그라운드>의 콘솔 플랫폼으로 Xbox One 독점을 선택한 것도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 <포트나이트>에 밀리는 원인이 됐다. 

북미와 유럽 지역 콘솔 게임 시장의 기기 점유율은 PS4가 타 콘솔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높다. 2018년 3월 기준으로 미국 콘솔 시장의 기기별 점유율은 PS4가 64.44%, Xbox One은 30.34%를 차지하고 있으며, 유럽 콘솔 시장의 기기별 점유율은 PS4가 77.1%, Xbox One이 20.97%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두 배, 유럽은 세 배가 넘는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배틀그라운드>의 Xbox One 독점 출시는 북미와 유럽 지역의 많은 PS4 유저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게 만들었다. <배틀그라운드>를 즐기기 위해 40만 원에 달하는 기기를 구매할 유저는 거의 없을 테니 말이다.

<배틀그라운드>는 Xbox One 출시 약 한 달만에 300만 장 판매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긴 했으나, PS4로도 함께 출시했다면 훨씬 더 높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파란선이 플레이스테이션 점유율이다. (출처: 글로벌 통계 사이트, 스탯카운터)


# 유료 VS. 무료, 서양 유저들에게 단비가 되다

<배틀그라운드>는 32,000원을 주고 구매해야 하는 패키지 게임이다. 이는 수익이 없는 학생들에게 비교적 큰 부담이 되는 가격이다. 

하지만 독특하게도 국내에서는 <배틀그라운드>의 가격이 큰 진입장벽이 되지 않았다. 얼리액세스 초기, 국내에서는 <배틀그라운드>가 PC방을 중심으로 유행하기 시작했고, PC방을 주로 이용하는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PC방들이 ‘계정 대여’라는 편법으로 손님 유치 경쟁에 나선 탓(?)이다. 

펍지 주식회사는 PC방들의 계정 공유를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단속에 나섰으나, 카카오가 PC방에서 <배틀그라운드>를 서비스하는 11월이 되어서야 ‘계정 대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사정이 비슷한 중국에서는 국내보다 계정 대여에 대한 펍지 주식회사의 실질적인 제재가 더욱 힘든만큼, 계정 대여가 더욱 성행하고 있을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


<배틀그라운드> 공식 카페 공지사항

하지만 이와 달리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는 앞서 말했듯이 PC방 사업이 발달해있지 않다. 따라서 해당 지역의 유저가 <배틀그라운드>를 즐기려면 PC 사양의 업그레이드 또는 Xbox One와 더불어 게임 패키지도 구매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료’로 출시된 <포트나이트>는 ‘배틀로얄’ 장르에 목마른 해외 유저들에게 가뭄의 단비가 됐을 것이다. 낮은 사양과 자유로운 플랫폼, 여기에 ‘무료‘라는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덕분에 <포트나이트>는 엄청난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른 어떤 게임도 쉽게 넘보지 못할 것이라 예상하던 <배틀그라운드>의 동시 접속자 320만이라는 기록을 ​<포트나이트: 배틀로얄>가 출시 후 132일이라는 짧은 기간만에 ​깰 수 있었던 이유다. ​


‘배틀로얄’ 모드 출시 후 132일 만에 달성한 기록이다.


# 날고 뛰는 핵, 늦은 대응이 ‘이동’을 만들어내다

<포트나이트>의 폭발적인 성장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조금씩, 꾸준한 성장을 지속하던 <배틀그라운드>는 어느 순간부터 성장이 조금씩 더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액티브 유저가 조금씩 줄어드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이는 게임 내에 ‘핵’(치트 프로그램)이 만연한 탓이다.

<배틀그라운드>는 꾸준히 핵 문제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 문제는 갈수록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게임의 얼리액세스 초기에는 일주일에 많으면 수 천개에서 수 만개의 계정이 핵 사용으로 제재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 십만 개를 뛰어넘어 한 주만에 백 만개의 계정이 정지될 정도로 수많은 유저가 핵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게임의 유저들은 집 안에서 차에 치여 죽거나, 허공을 날아다니는 적에게 저격 총을 맞으며, 차를 앞지르는 속도로 달리는 적들을 상대하고 있다. 


공중을 날아다니는 핵 사용 유저 (출처: 유튜브 ‘배그TV-배틀그라운드 하이라이트’)

핵 제재가 이뤄지는 것은 이미 유저들이 피해를 본 다음이다. 펍지 주식회사가 제재하는 핵 사용자 수는 갈수록 늘어나지만 유저들이 체감하는 핵 사용자 수는 여전하다. 

핵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안은 몇 개월마다 한 번씩 언급되고 있지만, 대책들이 게임에 적용될 때마다 번번히 큰 효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참다 못한 유저들이 가장 핵이 많이 사용되는 중국 지역과 자신들의 서버를 분리해달라 요청했지만 <배틀그라운드>의 브랜든 그린은 이를 ‘인종차별적인 행태’이라고 표현했다. 이것으로 펍지 주식회사는 핵 문제와 관련해 유저들의 신뢰를 잃었다.

국내에서는 ‘카카오버전’이라는 대피소(?)가 있는 덕분에 이러한 실망이 게임 이탈로 쉽게 이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친구들과 같이 즐기는 게임으로 자리잡은 이상, 혼자서 다른 게임으로 이동을 주장하기도 쉽지 않다. 여기에 최근 지역 제한이 걸린 한국 서버가 등장하면서 전에 비해 쾌적한 환경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카카오 버전의 <배틀그라운드>는 국내 유저들의 대피소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국내 사정과 달리, 북미와 유럽은 <포트나이트>가 대체재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에픽게임즈는 게임 핵 제작자는 물론 사용자에 대해서도 계정 제재, 메인보드 벤(PC 메인보드의 고유 값을 차단해, 해당 PC에서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게 막는 것)는 물론이고 소송까지 불사하는 강경 대응을 펼친 덕분에 유저들로부터 신뢰를 얻었다.

게다가 이미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포트나이트>를 즐기고 있는 상황이며, 낮은 사양에 플랫폼까지 자유롭다. 최근에는 iOS 모바일 버전까지 출시해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게 됐다. 이 탓에 ​북미와 유럽 지역의 유저들은 조금씩 <배틀그라운드>로부터 등을 돌리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 에픽게임즈의 맞춤식 전략 참고해야

에픽게임즈는 ‘배틀로얄’ 장르의 후발주자이면서도 북미와 유럽 지역 게임 시장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이해를 바탕으로한 맞춤식 개발 전략을 통해 <포트나이트>를 성공시켰다. 

PC방 산업이 발달하지 않은 현지 사정을 고려해 게임의 요구 사양을 매우 낮게 개발했고, 콘솔이 주력인 것에 맞춰 PS4, Xbox One 등 콘솔을 포함한 다양한 플랫폼을 지원하게 했다. 또한 이미 ‘배틀로얄’ 시장을 선점한 <배틀그라운드>를 뛰어넘기 위해 ‘무료’라는 강수도 택했다. 

이렇듯 에픽게임즈는 ‘배틀로얄’ 장르의 후발주자이면서도 북미와 유럽 현지 게임 시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지 맞춤식 개발 전략을 통해 <포트나이트>를 성공시켰다. ​해외 시장을 노리는 게임 개발사라면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 성공 사례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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