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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칼럼] 블리자드가 WCS 리플레이를 공개하는 이유는?

한국 팀 관계자들 격하게 비난, 블리자드의 소통이 필요한 시점

안영훈(오버리미트) 2013-09-01 14:38:11



블리자드가 지난 31일, <스타크래프트 2: 군단의 심장>으로 진행되는 e스포츠 대회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WCS) 시즌1과 시즌2의 리플레이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 소식을 들은 국내외 관계자들과 팬들은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먼저 국내 팀 관계자들은 대체로 블리자드의 결정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스타테일 김광복 감독과 FXO 이형섭 감독은 트위터를 통해 불만의 글을 남겼다. 블리자드가 선수들이나 팀의 동의없이 리플레이를 공개해 선수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GSL, 스타리그, 프로리그 등 국내 리그에서는 선수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그동안 리플레이를 공개하지 않았었다.

 

반면, 해외에서는 블리자드의 서비스에 만족하며 선수들의 리플레이를 직접 볼 수 있게 되어 좋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표적인 해외 <스타크래프트 2> 커뮤니티인 팀리퀴드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WCS 리플레이 공개를 반기는 반응 일색이다.

 

WCS 리플레이 공개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이형섭 감독과 김광복 감독의 트위터.



■ 서로 다른 국내외 상황과 문화, 5:5와 1:1의 차이

왜 이처럼 국내와 해외의 반응이 다른 것일까. 그 이유는 문화적인 차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메이저 리그 게이밍’(MLG), ‘인텔 익스트림 마스터즈’(IEM) 등의 리그가 끝난 뒤 리플레이 파일을 공개해 온 전례가 있다. 주최 측에서 팬들과 유저들에 대한 서비스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WCS의 지난 경기를 고화질 다시보기(VOD) 서비스로 확인할 수 있는 상황에 리플레이를 공개한다고 해서 무슨 차이가 있냐고 하는 의견도 있지만 국내 팀 관계자들의 생각은 다른 것으로 보인다. 다시보기 서비스로 선수의 전략을 확인할 수는 있지만 정확한 빌드오더 시점과 그 선수의 주요 시야 같은 세밀한 정보를 알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블리자드도 그동안 한국 리그 주최사들이 리플레이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를 모를 리 없다. 결국 블리자드가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현재 주력하는 WCS와 <스타크래프트 2>의 인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스타크래프트> 1편이 독주했던 시절과 달리 지금은 <리그 오브 레전드>와 <도타 2> 등 강력한 e스포츠 경쟁자들과 싸워야 하는 형편이다. 하나라도 더 관심을 끌어모아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얼마 전 성황리에 끝난 밸브의 <도타 2> 세계대회 ‘디 인터내셔널 2013’처럼 <도타 2>에서도 리플레이를 직접 다운로드해서 확인할 수 있는데 <스타크래프트 2>라고 뭐가 다르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팀 게임인 MOBA(또는 AOS) 장르와 달리 RTS 장르는 1:1 개인전이기 때문에 필살기급 전략이나 선수의 습관이 낱낱이 밝혀졌을 때의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현재 WCS 포인트 상위 16명 중 15명이 한국 선수다.



■ 한국판이 되어 버린 WCS, 블리자드의 고민

 

블리자드가 리플레이를 공개한 배경에는 강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 선수와 해외 선수 사이의 실력 차이를 줄이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WCS 포인트 상위 16명 중 15명이 한국 선수이며 <군단의 심장>으로 넘어와 해외 선수가 우승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을 정도로 외국에서 말하는 소위 ‘김치판’이 탄탄하게 형성돼 있다.

 

특정 국가가 대회를 독식하게 될 경우 흥행 저조와 유저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단적인 예로 해외 팀들은 WCS 출범 이후 경쟁력이 약화된 <스타크래프트 2> 종목 선수들을 줄이거나 팀 자체를 해체하기도 했다. 블리자드로서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든 풀어 나가고 싶었을 것이다.

 

어쨌든 블리자드는 선택을 했다. 그 선택에 대한 논란이 일어난 가운데, 블리자드가 WCS 리플레이 공개를 결정한 취지와 배경, 우려의 목소리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를 바란다. 소통 없이 일방적인 리플레이 공개가 지속될 경우 한국 팀 및 선수들과 블리자드 사이의 갈등은 깊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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