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게임과 법 칼럼의 OOO입니다.
가을비와 함께 스산한 바람이 부는 주말 잘 보내셨는지요? 지금 저는 집에서 TIG 기사를 보는 중입니다. 단일 게임사가 개최하는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글로벌 게임쇼보다 높은 관심이 집중되는 블리즈컨에 대한 기사를 TIG에서 볼 수가 있는데요, 국내외를 막론하고 게임업계에서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갖는 높은 위상을 느끼게 합니다. 한국인 영웅이 등장하는 <오버워치>가 정말 흥미롭네요.
게다가 우리나라 최대의 게임 쇼인 지스타 2015를 앞두고 다양한 게임사별 부스 소개 기사를 볼 수 있네요. 성큼 다가온 연말을 앞두고 TIG 기사를 통해 볼거리가 풍성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실 게임업계와 관련한 일을 많이 하는 변호사로서는 지스타 기간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일이 없는 기간이라(일을 주시는 분들이 모두 부산에 내려가 계시게 되고 저는 손가락을 빨고 있게 된다는 소문이… ;;), 모처럼의 휴식을 취하는 기간이기도 합니다. 쉬는 기간 동안 TIG 독자 여러분께 소개해 드릴 킹닷컴과 아보카도 제1심 판결문도 요약해 놓고 다음 연재도 준비해야겠습니다.
게임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 사이의 소송을 다루면서 지난 회 연재에서는 내용이 법리적으로 흐르다 보니 아무래도 글을 살펴보시고 나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시거나 질문을 주시는 분이 적은 것 같습니다. 일단 TIG 독자 여러분들이 워낙 똑똑하셔서 대부분 이해를 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만(참 쉽죠잉?), 궁금하신 점은 댓글로 언제라도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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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법원의 절차와 관련된 사항
오늘 설명할 내용은 게임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 사이의 소송에 대한 마지막 내용입니다. 이런 소송은 어떤 재판부에서 다루는가에 대한 내용과, 판결에 의하지 않고 소송이 종료되는 경우에 대해 말씀을 드리고 ‘소송’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하겠습니다.
TIG 독자 여러분들 중 게임과 관련한 소송이 아니라도 좋으니 법정에서 민사소송을 직접 살펴본 경험이 있는 분이 계신지요? 만약 있다면 소송을 하신 경우도 있을 것이고, 소송을 당한 경우도 있을 것이며, 그 외에 증인으로 출석한 경우나 단순히 학습 목적이나 호기심에서 법정방청을 하신 경우도 있을 겁니다. TIG 기자분 중에서는 사건 취재 목적으로 법정에 방문하신 적이 있는 분도 있을 것이고요.
그런데 민사소송의 경우, 어떤 때는 3명의 판사가 재판을 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1명의 판사가 재판을 하기도 합니다. 보통 앞의 경우를 ‘합의부’라고 부르고 뒤의 경우를 ‘단독’이라고 부릅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아도(드라마나 영화에선 보통 극의 특성상 민사소송보다는 형사소송이 더 많이 나오긴 합니다만) 법률자문을 충실히 받는 경우 잘 살펴보면 3명의 판사가 재판을 하기도 하고 1명의 판사가 재판을 하는 경우도 보게 됩니다.
여담이지만 얼마 전 독립운동을 다루어 화제가 된 영화 <암살>의 경우 반민특위와 관련한 재판장면을 다루면서, 변호사도 판사나 검사처럼 법정에서 변호사용 법복을 입고 변론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요. 이런 점들은 당시의 법정에 대한 고증을 잘 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에는 변호사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많아져서 저 같은 변호사들은 스토리에 몰입하다가도 이런 장면이 나오면 꼼꼼하게 법정 장면을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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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 및 가사소송의 사물관할에 관한 규칙’이라고 하여 법원행정처가 정해 공표하는 규칙 제2조를 보면, “지방법원 및 지방법원지원의 ‘합의부’는 소송목적의 값이 2억 원을 초과하는 민사사건 및 민사소송등인지법 제2조 제4항의 규정에 해당하는 민사사건을 제1심으로 심판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민사소송등인지법 제2조 제4항은 ‘재산권에 관한 소로서 그 소송목적의 값을 계산할 수 없는 것과 비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소송’에 대해 소송목적의 값(소가)를 어떻게 정하는지를 정한 내용입니다.
그러니 ‘합의부’ 사건이 되는 것은 1) 2억 원이 넘는 민사사건이거나 2) 재산권에 관한 소(소송) 중 소송목적의 값을 계산할 수 없는 것, 3) 비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소송입니다. 그리고 위 규칙의 단서를 보면 2억 원이 넘는 민사사건 중에서도 일부 사건은 단독판사가 재판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용자가 게임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어 게임 서비스 제공자를 상대로 ‘게임을 할 수 있게 계정 중단을 해제해 달라’고 하는 소송은 위에서 2)번에 해당하는 ‘재산권에 관한 소 중 소송목적의 값을 계산할 수 없는 것’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이용자가 변호사에게 소송을 위임하였거나 본인이 소송을 하더라도 법원에 소송으로 구하는 바를 정확하게 소장에 썼다면, 우리가 살펴본 소송은 3명의 판사가 재판을 하는 합의부에 배당이 됩니다.
(출처: 뉴스포스트)
그런데 간혹 이용자가 직접 소송을 하면서 실수로 게임 계정의 중단을 해제해달라고 하지 않고 손해배상액으로 금전의 지급만을 청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통 절차를 잘 몰라서, 소장에 소송을 통해 구하는 판결의 내용(청구취지라고 합니다)에 계정 중단조치를 해제하라는 것을 쓰지 않고,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라는 것만을 기재해 버린 경우죠. 아니면 더 이상 게임을 이용할 생각은 없어서 금전적인 손해배상만을 청구하는 경우이기도 합니다.
이런 때는 2억 원을 초과하는 금액을 소장에 쓰지 않는 이상 단독판사에게 사건 배당이 될 것입니다. 만약 2,000만 원 이하의 금액을 썼다면 이것은 단독사건 중에서도 ‘소액사건’이라고 하는 작은 규모의 사건만 다루는 단독판사에게 배당이 됩니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합의부 사건의 경우, 서울중앙지방법원과 같이 재판부가 많은 지방법원(제1심법원)에는 통상 게임 관련 분쟁과 같이 정보통신기술 또는 지적재산권과 관련된 사건을 주로 다루는 재판부가 있어서 유사한 사건을 처리해본 경험이 있는 재판부의 판단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사건의 종류나 그때그때의 업무량의 정도에 따라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요.
물론 해당 사안을 다루어본 경험이 없는 재판부에 사건 배당이 되더라도 제가 제10회 연재에서(판사는 어떻게 게임의 내용을 알고 판결을 내릴까) 말씀 드렸던 바와 같이, 당사자의 주장을 통해 사건의 윤곽이 드러나고 충분한 입증이 이루어지면 사건 처리 경험이 있는 재판부와 거의 동일한 수준의 판결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조금 더 주장과 입증에 노력을 많이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이용자와 게임 서비스 제공자 양쪽 모두에게 해당되는 주의점입니다.
게임과 관련된 소송을 하다 보면 판결을 통해 결론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이용자와 게임 서비스 제공자 사이의 소송은 조정으로 종결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민사조정법 제1조는 ‘이 법은 민사에 관한 분쟁을 간이한 절차에 따라 당사자 사이의 상호 양해를 통하여 조리를 바탕으로 실정에 맞게 해결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 말은 해석해 보면, 서로가 조금씩 양보해서 굳이 판결을 받지 말고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이 ‘조정’임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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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신문 등을 보다 보면 조정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은 것을 두고 마치 승소한 것처럼 기사화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조정은 말 그대로 양쪽이 양보해서 분쟁을 끝내는 것이고 법원이 법리에 따라 누구에게 권리가 있는지를 판단하여 선고하는 판결과는 다릅니다.
㉠이용자와 게임 서비스 제공자 사이의 소송과 같이 소송과정에서 주장과 입증해야 할 사안이 기존 사건에 비해 생소하거나, ㉡이용자 입장에서 입증에 대한 부담이 큰 경우, ㉢분쟁 대상이 된 사건의 금액이 비교적 적은 액수여서 원고와 피고 양쪽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다투는 것에 실익이 없는 사건의 경우까지. 이 때는 재판부의 권유에 의해 조정으로 종결되기도 합니다.
이용자는 보통은 원하는 바를 얻게 되고, 게임 서비스 제공자는 분쟁을 오래 끌지 않고 끝낼 수 있게 되므로 조정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10만 원 정도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한 경우라면 법정에서 이를 다투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더 많이 들 것이라 조정에 회부되거나 바로 조정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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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3회에 걸쳐 이용자와 (1) 게임 서비스 제공자 사이의 소송에 대해 배경, (2) 그 법리적 내용, (3) 법원의 절차와 관련된 사항을 살펴보았습니다.
이 논의는 다소 딱딱한 부분이 많아서 법적인 지식이 없이 이해하기 쉽지는 않으셨을 터인데요. 유사한 사건을 다룬 기사를 보게 될 기회가 생기면, 해당 기사의 사실관계에 이번 3회의 연재에서 다룬 내용을 염두에 두고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그래도 이해가 어려웠다면 게임에 관한 법적 이슈를 말하듯이 쉽게 전달하려는 것을 목표로 ‘게임과 법’을 연재하고 있음에도 필자로서 그렇게 하지 못한 제 불찰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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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AS: "해킹 당한 계정이 핵을 사용했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지나요?"
끝으로 지난 연재의 댓글 중에는, ‘계정의 주인이 아니라 해킹처럼 계정도용을 당해서 일어난 핵 사용이라는 게 드러나면 책임은 누가 지느냐’는 질문이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해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이 질문은 간단히 답이 나올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법에 대한 오해 중에는, 법이 마치 사건을 주면 자판기처럼 같은 결론이 나오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법은 소송에서 주장을 어떻게 하느냐, 그리고 그 주장에 대한 입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같은 사안에서도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은 늘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위 질문은 그 자체로 몇 가지 생각을 달리 해볼 만한 전제를 담고 있습니다. ①계정도용을 당한 원인이 해킹이 맞는지 아닌지, ②이 해킹의 원인이 계정 주인인 이용자가 자신의 PC나 스마트폰의 보안을 소홀히 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게임 서비스 제공자의 과실에 의한 것인지, ③질문자는 계정도용을 당해서 일어난 핵 사용이라는 게 드러났다고 표현하셨는데, 그게 정말 맞는지 여부와 위 사실들의 여부를 정말 입증할 수 있는지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고 이것은 소송의 결과에 제각각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질문에 하나의 결론으로 답을 드리긴 어렵지만, 대략 논리의 흐름에 따라 결론을 말씀 드리면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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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서비스 제공자가 제재를 가한 것은 계약의 내용에 따른 것입니다. 따라서 이용자가 해당 제재의 부당성을 다투려면, 그 제재가 계약으로 약정한 원인에 의한 것이 아님을 주장하여 다투어야 합니다.
그런데 게임 서비스 제공자가 보기에 어쨌든 계정 주인의 계정에서 핵이 사용된 것이 맞고, 그 계정에서 핵이 사용된 것을 다른 이용자가 도용해서 쓴 것임을 알 방법이 없었다면, 이것을 가지고 부당한 제재라고 주장할 만한 방법은 없을 것 같습니다. 게임 서비스 제공자는 이용자가 자신의 계정으로 접속했다면 실제의 계정 주인인 이용자가 접속한 것이라고 신뢰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용자가 계정도용을 당한 원인이 해킹이 맞고, 그 해킹이 게임 서비스 제공자의 과실에서 기인한 것이라면 게임 서비스 제공자는 도용 및 해킹 그리고 핵툴 사용으로 인한 서비스 중단에 과실이 있었던 것인지 여부에 따라 중단된 게임 계정의 복구는 물론 손해배상책임도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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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가 계정도용을 당한 원인이 해킹이 맞더라도, 그 해킹이 이용자의 PC나 스마트폰 보안 소홀로 인한 것이라면 게임 서비스 제공자는 핵툴 사용을 제제한 것에 대해 과실이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용자가 계정도용을 한 자(해커)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게임 서비스 제공자에게 손해의 배상을 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위와 같은 사실을 소송에서 주장하더라도 어느 정도까지 입증할 수 있는지의 문제가 남을 것입니다.
질문에 대한 요약된 답변을 원하셨다면, 해킹으로 인해 계정도용을 당해서 일어난 핵 사용이라는 것이 명확히 입증이 되고, 그 해킹의 원인을 게임 서비스 제공자가 제공한 경우임을 입증할 수 있으며, 게임 서비스 제공자가 그로 인해 게임 계정의 주인이 아닌 자가 핵툴을 썼다는 것을 알고도 제재를 가했음을 입증할 수 있으면 계정의 복구를 구하거나 손해배상을 구하기 유리할 것이라는 답변을 드릴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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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TIG 독자 여러분 지스타 2015 신나게 즐기시길 바라고, 저는 다음 주 연재에서 찾아뵙겠습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TIG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