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과도하게 하는 행위(과몰입)을 ‘질병’으로 보는 시선이 있고, ‘잘못된 선택’의 문제로 보는 시선이 있다. 확실한 것은 질병으로 몰아가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이 되지 않는다”
마음산책 심리상담센터 조성민 박사는 17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제72차 한국 심리학회 연차학술대회’, ‘게임을 선택한 사람들에 대한 사회 문화적 접근’이라는 주제의 분과 발표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6월, ‘게임장애’(Game disorder)를 질병으로 등재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ICD-11)을 공개했다. 게임을 과도하게 몰입하거나, 게임을 플레이하는 행위로 인해 다른 정상적인 행동을 못하는 것을 두고 ‘질병’으로 분류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과연 이 것이 옳은지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많은 논란이 일었다.
공개한 ICD-11에 따르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즉 온라인 게임이든, 콘솔 게임이든 가리지 않고) [1] 이용자가 게임에 대한 조절 능력을 상실히거나 [2] 다른 일상 생활이나 그 어떠한 관심사보다 게임을 현저하게 우선하는 활동을 하거나 [3] 부정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계속 게임을 하려고 하면 ‘게임장애’라고 인정한다.
하지만 조성민 박사는 이러한 ICD-11의 기준이 게임에 몰입하는 행동을 지나치게 질병으로 몰아가고 있으며, 명확한 기준도 없다고 비판했다.
조성민 박사는 “ICD-11에 따르면 ‘조절 능력 상실’이나 ‘현저하게 우선’ 같은 표현이 있는데, 그에 대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 무언가를 과도하게 한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을 뿐더러. 심지어 ‘중독’과, 게임을 단순히 ‘오래하는 것’ 또한 명확하게 구별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이번 ICD-11은 게임의 과몰입을 질병으로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를 가진 특정 세력의 입김이 지나치게 들어간 결과로 보여진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게임의 과몰입을 치료해야 하는 질병으로만 몰아간다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조성민 박사는 “현재 게임 과몰입을 보는 시선은 크게 ‘질병’으로 보는 쪽과, 사람이 잘못된 ‘선택’의 문제로 보는 2가지 시선이 있다. 그리고 이 둘의 갈등과 논쟁은 끊이질 않으며 아직까지도 결론이 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보는 쪽은 게임 과몰입을 단순히 치료해야 하는 현상으로 보는 반면, 선택의 문제로 보는 쪽은 ‘왜 사람들이 이런 행동을 하느냐’ 같이 문제의 근본을 살피고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데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성민 박사는 “확실한 것은 문제의 근본을 살피지 않고 이를 무조건 나쁜것이나 질병으로 낙인을 찍는 것은 게임 과몰입과 관련해서 벌어지고 있는 부작용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선택의 문제로 보고, 사람들이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트레이닝 하는 것이 합리적인 문제 해결법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건강한 나무는 건강한 숲에서 자란다. 당연하지만 숲을 보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하는데 요즘 흐름을 보면 너무 나무만 보는 쪽으로 치우친 것 같다. 게임 과몰입(중독) 문제에 대해서 관련 종사자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