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세션에는 유저들 사이에서 ‘개발자 수’로 더 잘 알려진 네오플 김대수 한국운영팀 팀장이 나서서 ‘개발사 수의 불-편’이라는 제목의 강연으로 <던파> 편의성 개선의 비하인드를 전했다. 운영팀은 어떤 기준에 의해 유저 피드백을 수용하고, 무엇을 핵심적으로 고려해 편의성을 고쳐나가고 있을까?
김대수 팀장은 가장 먼저 자신이 생각하는 ‘편의성 개선’의 정의를 이야기하면서 강연을 시작했다. 김 팀장에게 편의성 개선은 모험가들이 <던파>의 재미의 본질의 집중할 수 있도록 다른 불편사항을 최소화하는 것을 말한다.
콘텐츠 개발이 게임을 재미있게 만드는 과정이라면, 편의성 개선은 이를 가다듬는 과정이기도 하다. 모험가 입장에서 게임을 바라보고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것이 ‘편의성 개선’ 업무의 장점이라고 김 팀장은 이야기했다
다음으로 김 팀장은 편의성 개선 작업의 범주에 관해 설명했다. 우선 ‘재미의 본질’에 영향을 줄 만한 요소는 편의성 개선의 대상이 아니다. 예를 들어 캐릭터 공격력을 100배로 증폭하면 던전 클리어는 분명 ‘편리해’ 지겠지만, 성취감과 재미라는 <던파>의 본질적 영역을 해치게 된다.
둘째로 제외되는 것들은 바로 개발에 부정적 영향을 줄 만한 요소들이다. 김 팀장은 “편의성 개선은 무대의 조명 같은 역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발에 부정적 영향을 주면 안 된다”고 전했다.
그리고 상술한 두 가지를 제외한 모든 영역이 편의성 개선의 대상이라고 김 팀장은 이야기한다. 여기에는 조작 편의성에서 인 게임 요소들의 시인성까지 다양한 요소를 아우른다.
그러나 유저가 ‘범주 밖’의 요소를 피드백하더라도 이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김 팀장은 “담당 부서가 여기에 임할 수 있도록 모험가 여러분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도 모두 재미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편의성 개선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편의성 개선은 모든 사용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는 이뤄지기 힘들다. 모험가들 안에서도 다양한 그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주로 집중하는 유저 그룹들을 몇 가지로 분류해서 설명했다.
가장 먼저, 전체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게임플레이에 있어 큰 어려움을 겪는 소수 유저 그룹이 있다. 대표적으로 색약 유저들을 위해 색 구성을 바꾸거나 번쩍임, 암전 효과를 불편해하는 유저들을 위해 이를 줄일 수 있는 옵션을 더하는 등의 노력이 있다.
일부 유저들은 개발 노력이 소수 사용자를 위한 옵션에 투입되는 것에 불만을 표하기도 한다. 김 팀장은 “소수 사용자분을 꾸준히 위하다 보면 결과적으로는 모든 모함가분들을 위할 수 있게 된다는 믿음으로 이런 방향성을 추구 중이다”라고 전했다.
초보 모험가 그룹에 집중한 편의성 개선도 있다. 이 또한 간혹 고수 유저들의 반발을 사기도 한다. 하지만 신규 유저가 유입되지 않는 상황은 고수 유저들에게도 긍정적이지 않다. 다만 김 팀장은 이런 조율 과정에서 고수 유저들에게 의도치 않은 불편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양해를 구했다.
마지막으로 다수의 모험가를 위한 큰 규모의 업데이트도 추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커스텀 아이템 관련 업데이트를 꼽을 수 있다. 세팅에 맞지 않는 옵션을 하이라이트 하지 않거나 필요한 커스텀 옵션이 있으면 표시하는 등의 효과가 적용됐다.
다만 ‘유효 옵션’의 기준은 별도 담당 부서가 있어 운영팀에서 임의로 변경해 나갈 수는 없다. 대신 각 유저 상황에 적합하게 유효 옵션이 구분될 수 있도록 캐릭터 팀에게 피드백을 계속 전달해 나갈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공통적 시스템 문제에 집중한 개선 사항이 있다. 최근 적용된 사항으로는 가상 메모리 부족 알림이 있다. <던파>외 디스코드, 브라우저, 타 게임 등을 동시에 이용할 경우 유저 컴퓨터의 성능과는 상관없이 가상 메모리 부족으로 클라이언트가 강제 종료될 수 있다. 이는 매우 부정적 유저 경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가용 메모리가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갈 경우 사전 알림이 출력되는 시스템 업데이트를 적용했다.
이처럼 운영팀은 다양한 제반 사항을 고려해 편의성 개선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유저 입장에서는 고려되어야 할 요소를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김 팀장에 따르면 운영팀은 크게 세 가지 사항을 고려해 개선 작업을 해나가고 있다.
첫 번째로 고려하는 것은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들이다. 특정 시스템을 선호하는 유저들과 싫어하는 유저들이 나뉘고, 양쪽의 균형이 팽팽할 경우 되도록 변경을 피한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변경을 원하는 유저 수가 절대적으로 많으면 해당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것 역시 이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김 팀장은 “(변화를 원치 않는 소수 유저에게) 그래도 사과 말씀드리고 싶다. 모든 분이 만족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잘 노력해 보겠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변경으로 인해 게임 옵션(설정)이 복잡해지는 현상도 경계하고 있다. 호불호가 갈리는 영역에서 옵션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해결을 도모하다 보니, <던파>에는 이미 게임 옵션이 많다. 편의를 위해 검색 기능을 넣어 놨지만, 개별 옵션의 존재 여부조차 모르는 유저라면 검색 기능은 의미가 없다. 이를 줄여나가는 것이 운영팀의 또 다른 과제다.
마지막 고려 사항은 개발 효율이다. 여기에서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구조적 개선과 라이브 서비스의 병행이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유명한 ‘자동차 수리와 사람 치료의 차이’의 비유를 들 수 있다. 자동차는 잠시 작동을 멈춰둔 채 수리해도 문제가 없지만, 사람을 살려둔 채로 ‘고치는’ 작업은 다른 차원의 난관을 발생시킨다.
라이브 서비스와 편의성 개선을 동시에 수행하기 위해서는 관리해야 하는 브랜치가 나뉘면서 이중작업의 어려움이 발생한다. 현재도 어둑섬 및 기타 이벤트를 선보이는 동시에 편의성을 개선하려면 다른 구조 기반에서 작업하면서 난도가 높아지고 더 많은 시간이 든다.
다행인 점은 <던파>의 구조 개선이 현재 마감을 향해 가는 중이라는 사실이다. 김 팀장은 “앞으로는 좀 더 ‘시원시원’하게 편의성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고 전했다.
한편, 많은 개발자가 동원되어야 하는 개선 사항도 적용에 고민이 많다. 와이드 모드, 무점검 패치, 실루엣 처리 등의 요소들이 대표적 예시다. 여기에는 연 단위의 개발 노력이 필요하며 개발력 투입이 크다. 비교하자면 메이저 콘텐츠 하나에 비견될 정도다. 캐릭터 전용 UI나 퀵슬롯 커스터마이징 등도 수개월 단위의 작업이다.
많은 사용자들이 요구하는 아바타와 크리처의 퀵슬롯 등록 기능을 하나의 예시로 들 수 있다. 유저 입장에서는 가벼워 보이는 변화지만, 이는 무점검 패치에 버금가는 변화라고 김 팀장은 전했다.
김 팀장은 “퀵슬롯은 인벤토리 슬롯 하나가 아니고 완전히 다른 체계다. 프로세스, 로직, DB가 모두 달라서 개발이 쉽지 않을뿐더러 전체 게임 안정성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편의성 개선은 표면적으로 보이는 난이도와 실제 난이도가 다를 수 있다. 그리고 개발 효율상 당장 필요해 보이는 요소를 먼저 적용하는 것보다 필요한 작업을 선행한 뒤 2~3개 변경을 한 번에 적용하는 편이 전체 프로세스를 봤을 때 더 빠를 수 있다.
따라서 겉으로 봤을 때는 다소 느려 보일 수 있어도 이면에서는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팀장은 “발표된 개선점 외에도 준비 중인 것들이 많다. 1월 초까지 해당 사항들이 집중적으로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향후 개발자 노트에서 더 말씀드리도록 하겠다”며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