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옥스포드 대학교 연구진이 "게임 이용(Gaming)을 의학적 장애로 볼 충분한 근거가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옥스포드 대학 산하 옥스포드 인터넷 연구소(Oxford’s Internet Institute)가 10월 18일 공개한 바에 따르면, 게임 이용이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근거는 없다. 폭력적인 게임과 공격적인 행동 사이에도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다. 이는 게임 때문에 분노가 아예 발생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지만, 청소년이 보이는 공격적 행동의 원인을 순전히 게임 탓으로 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1,000여 명의 청소년 및 보호자의 게임 이용 습관, 일상 생활에서의 심리적 욕구에 대해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들은 개인의 행동을 동기에 따라 모델화한 동기이론(Motivational Theory)과 모든 대중이 과학적 연구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오픈 사이언스(Open Science)를 주요 연구 방법론으로 사용했다.
[주요 조사 결과]
- 대부분의 청소년이 매일 적어도 하나 이상의 인터넷 게임을 한다.
- 강박적인 게임 이용을 보인 사람들은 온라인 게이머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 열성적인 게이머들은 하루에 3시간 이상을 게임에 몰두한다.
- 강박적인 게임 이용의 청소년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는 거의 없었다.
해당 연구를 이끈 앤드류 프시빌스키(Andrew Przybylski) 교수는 "게임 이용과 정서, 대인관계, 행동 문제 사이의 유해한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청소년이 게임에 집착하는 여러 양상이 (게임 자체보다는) 그들의 기본적인 심리적 욕구나 더 넓은 기능적 문제와 관련이 깊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사실상 세계 보건 기구(WHO)의 '게임 이용 장애' 질병코드 등재 결정을 전면으로 비판하는 것이다. 지난 5월 WHO는 세계 보건 총회에서 섹스 중독,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강박 증상 등 '행동중독' 다수를 질병코드로 등재하면서 게임 이용 장애도 함께 질병으로 인정했다. 그렇지만 옥스포드 연구진은 행위자의 다양한 욕구를 복합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프시빌스키 교수는 "게임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플레이어의 정신건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게임이 플레이어가 직면한 여러 문제에 책임이 있다는 설득력 있는 근거를 찾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욕설, 과도한 경쟁, 트롤링 등 게임 속 반사회적 행동의 원인을 향후 연구 과제로 삼았으며, 이를 위해 더 많은 데이터와 여러 게임사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 논문 전문은 사지 저널(SAGE Journals)에 게재되어있다. 옥스포드 인터넷 연구소의 요약본은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