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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설존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하는 리듬, 뮤 레전드 체험기

뮤 레전드 1차 CBT 체험기

김승현(다미롱) 2016-04-26 11:03:00

<뮤 레전드>를 발표회에서 처음 봤을 때,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왠지 모르게 답답해 보이는 전투,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시스템 탓이었다. 이미 시장에 있는, 혹은 앞으로 시장에 나올 쿼터뷰 액션 RPG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들 대신 왜 이 게임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떠오르지 않았다.

 

성급한 생각이었다. 테스트 기간 동안 체험한 <뮤 레전드>는 그날 봤던 것처럼 아쉬운 액션, 그리고 다른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시스템을 가진 게임이었다. 하지만 이것들이 모여 만든 그림은 달랐다. 게임의 ‘리듬’이 달랐다. 여타 MMORPG처럼 ‘각’잡고 해야 하는 무거운 리듬이 아니라, 유저를 은근히 재촉하고 떠미는 산들바람 같은 리듬이었다.


 

 합(合)이 아니라, 유저의 ‘심리’가 만드는 액션

 

짚을 것은 짚고 가자. 솔직히 <뮤 레전드>의 액션 자체는 시원찮아 보인다. 쟁쟁한 경쟁자가 많은 쿼터뷰 핵앤슬래시 장르에선 더더욱. 캐릭터의 동작은 너무도 화려한 동작과 장비에 가려 보이지 않고, 내가 아무리 신나게 몬스터를 때려도 상대는 미동도 없이 ‘맞딜’을 한다.

 

스킬 대부분은 공격 일변도고 그나마 있는 무력화 스킬(일명 매즈)이나 회피기도 큰 의미 없다. 일반 몬스터는 광역기에 쓸리기 위해 존재할 뿐이고, 위협적인 정예 등급 이상의 몬스터는 매즈나 회피기를 돌려도 맞을 공격은 맞게 되어 있다. 본질은 액션이라기보다는 맞을 것 맞고 장판은 피하는 타겟팅 MMORPG같은 전투다. 컨트롤로 강한 상대를 잡아내는 액션을 기대한 이들이라면 실망할 것이다.

 

<뮤 레전드> 오프닝, 튜토리얼 영상

 

그런데 액션이 아니라 ‘액션 같은 느낌’을 찾는 이들에겐 조금 상황이 다르다. 스킬 구조가 단순해 별 고민 없이 버튼만 눌러도 충분한 ‘편한’ 액션, 그리고 이에 맞춰 유저를 심리적으로 적절히 몰아가는 디자인 덕이다.

 

<뮤 레전드>는 기본적으로 쉴새 없이 버튼을 눌러야 하는 게임이다. 몬스터들은 수십 마리가 쏟아지는 가운데, 캐릭터의 기본 공격은 범위공격이 가능하다곤 해도 초당 2회를 넘지 못한다. (경우에 따라선 초당 1회를 못 채우기도 한다.) 대신 일반 공격과 스킬, 혹은 스킬과 스킬 간 ‘캔슬’을 지원하기 때문에 느린 공격속도가 답답해서라도 자연스럽게 캔슬을 사용하게 된다. 마침 게임의 스킬도 쿨타임이 짧으면 1초, 길어도 10초 내외라 캔슬 연계가 자유롭다.

 


 

그리고 이것이 플레이 타임 대부분을 차지하는 1:다수 전투와 만난다. 유저는 화면 가득한 몬스터들을 향해 쉴새 없이 마우스 버튼과 키보드를 누르고, 몬스터 무리는 그에 맞춰 수십 개의 대미지와 디버프(기절이나 띄우기) 아이콘을 보여준다.

 

몬스터 수가 많다 보니 처음 얘기한 액션의 ‘모양’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대신 들어오는 것은 특유의 화려한 이펙트 속에서 몬스터들이 내 컨트롤(?)에 맞춰 수십 개의 대미지를 띄운다는 것, 내 스킬에 따라 몬스터가 (별 의미는 없더라도) 잠깐 잠깐 기절하고 허공에 뜬다는 것이다. 

 

실제 한 것은 이동하며 쿨타임 맞춰 바쁘게 버튼을 누른 것뿐이지만(대부분 딜 스킬이니), 내 손놀림이 이런 화려한 모습을 연출했다는 ‘액션의 느낌’ 만은 살아있다.

 


 

보스와의 전투는 쉴새 없이 쏟아지는 ‘즉사기급 광역기’로 유저를 홀린다. 사실 보스전 구조 자체는 엄청 주의해야만 피할 수 있는 (사실상 맞을 것을 전재로 한) 공격, 못 피하면 죽을 즉사기급 광역기로 이뤄진 타겟팅 MMORPG 방식이다. 하지만 ‘딜’을 위해 쉴새 없이 손가락을 움직여야 하는 게임 구조가 이 평범한 ‘장판’들을 한층 더 짜릿하게 만든다.

 

공격을 집중하느라 바쁘게 버튼을 눌러대고 있을 때, 캐릭터 아래에 시뻘건 장판이 그려진다고 생각해보자. 눈으로는 장판 표시를 보고 아차 하고 있을 때도 손가락은 무심코 공격, 스킬 버튼을 누르고 있다. 가까스로 손가락을 멈추고 회피기를 누르자, 간발의 차로 캐릭터가 있던 자리에 보스 공격이 꽂힌다. 

 

유저가 실제로(?) 액션을 취하는 와중에 위기가 찾아오다 보니 위기감도, 피해냈을 때의 짜릿함도 더 크게 느껴졌다. 끊임없이 버튼을 누르게 하는 캔슬 시스템(혹은 심플한 스킬 구성), 그리고 화려하고 위압적인 이펙트가 유저를 홀리는 셈이다. 눈과 손이 둔해진 유저도 왕년(?)의 느낌만은 다시 받을 수 있을 정도였다.

 


 

 

 숫자 위주 전투가 극대화시키는 ‘득템’의 기쁨

 

또한 이런 숫자 위주의 전투 밸런스는 초반부터 ‘득템’의 기쁨을 극대화한다. 이 대표적인 장치가 게임 극초반부터 입장할 수 있는 일일 제한 인스턴스 공간 ‘시공의 틈’이다.

 

시공의 틈은 필드 곳곳에 배치된 랜덤 생성 인스턴스 던전이다. 퀘스트나 필드 플레이만으론 고급 등급 장비 하나 얻기도 힘든 <뮤 레전드>지만, 5분 길이의 시공의 틈만 한 번 돌고 나오면 인벤토리에 희귀∙영웅 장비가 수십 개 쌓일 정도로 ‘파밍’에 특화된 장소다.

 


 

이 아이템들이 주는 변화는 극적이다. 한 등급 위의 아이템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다섯 대 때려야 죽던 몬스터가 네 대만 때려도 죽게 된다. 많은 몬스터를 빨리 잡아야 하는 1:다수 전투도, 매즈 스킬의 효용성이 적은 보스전도 그 난이도가 확연히 낮아진다.

 

운 좋게 특정 스킬을 강화하는 전설 장비까지 얻었다면 강함뿐만 아니라 플레이 스타일 자체가 바뀌기 한다. 실제로 같이 플레이했던 ‘블레이더’ 친구는 ‘회오리 베기 시 추가 회오리 생성’ 옵션을 가진 장비를 얻은 이후 팽이(?)로 전직하기도 했다. 몰이 사냥에서나 쓰이던 광역 스킬이 아이템 하나로 1:1, 1:다수 가리지 않는 ‘결전기’가 된 셈이다. 

 

이런 것 하나 얻으면 팽이로 강제 전직이다.

 

설사 좋은 장비를 얻지 못했더라도 손해라는 느낌은 없다. 시공의 틈에서는 장비 외에도 무기를 강화할 수 있는 축복의 보석(드랍률이 낮아 귀하게 취급됨), 전설 장비 뽑기에 쓰이는 토큰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장비 하나로 바뀌는 강함이 극적이고 들어가 손해가 없다 보니, 유저들의 플레이도 자연히 시공의 틈 위주로 이뤄지게 된다. 시공의 틈 자체는 1레벨 필드부터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보니, 플레이 중 시공의 틈이 보여 들어가고, 레벨 업 하다가 전투가 답답히 들어가고, 시공의 틈이 폭주해 드랍률이 올랐을 땐 아예 고정파티를 짜 최고 난이도로 들어간다.

 

그리고 이렇게 수시로 일어나는 시공의 틈 도전은 <뮤 레전드> 특유의 ‘성장 리듬’과 맞물려 유저를 은근하게 유혹한다.

 

 

한 판만 더, 한 판만 더.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하는 ‘리듬’

 

<뮤 레전드>의 퀘스트 사이클은 온라인게임이라기 보단, 모바일게임에 가까울 정도로 짧고 간단하게 구성돼 있어. 유저가 성장 중 만나는 퀘스트는 한 곳에서 받는 퀘스트 모두를 완료하기까지 5분이면 충분한 볼륨. 대부분 사냥 퀘스트지만, 이것이 핵앤슬래시에 특화된 <뮤 레전드>에 있다 보니 단조롭다는 느낌보단 평소 플레이처럼 가볍게 마실 한 바퀴 도는 기분이다.

 

게임은 이런 짧고 간단한 진행방식 위에 캐릭터 레벨과 영혼 레벨이라는 ‘2중 성장 구조’를 얹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캐릭터 레벨은 스킬과 장비 제한이 해금되는 일반적인 레벨, 영혼 레벨은 물리 공격력이나 치명타 확률, 자원 회복량 등을 성장시킬 수 있는 <뮤 레전드> 판 ‘정복자’ 레벨이다. <디아블로3>의 그것과 다른 점은 1레벨 캐릭터도 영혼 레벨 경험치를 얻을 수 있고 일정 주기마다 특수 능력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영혼 레벨이 오르면, 영혼 포인트로 물리 공격력이나 치명타 확률 등을 올릴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 둘은 교대로 성장한다. 캐릭터 레벨이 오르면 영혼 레벨 경험치는 반 정도 차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인 식이다.

 

짧고 간단한 퀘스트 사이클, 교대로 오르는 캐릭터∙영혼 레벨, 그리고 앞서 이야기 한 필드 곳곳에 보이는 시공의 틈과 간간히 터지는 시공의 틈 폭주. 이 모든 것이 한 곳에 모였다.

 

한 지역의 퀘스트를 다 끝내면 조금 떨어진 곳에 랜덤 지역 퀘스트가 생겨 유저를 유혹한다. 어찌어찌 퀘스트를 끝내고 보니 조금만 더하면 캐릭터 레벨이 오를 것 같다. 다음 지역에 가 캐릭터 레벨을 올리니 XX 대륙의 시공의 틈이 폭주 중이다. 파티를 모아 시공의 틈 뺑뺑이를 돌고 나니 이번에는 영혼 레벨이 오르려 한다. <뮤 레전드>의 쉬운 액션, 핵앤슬래시 전투는 이 과정에서 거쳐야 할 전투들을 산책처럼 가볍게 느껴지게 한다.

 

게임은 꾸준하게 새 과제를 던진다. 이 과정에서 자극적이고 화끈한 재미는 없다. 대신 조금만 더 해서 무언가를 완성하고 싶다는 기분, 혹은 지금 나가면 왠지 손해 본다는 기분이 유저를 간질인다. 그렇게 무언가를 완성하면 그 덕에 더 강해진 캐릭터가 시운전 해달라고 조른다. 마치 늪처럼 조용히 빠져드는 재미다.

 


 

종합하면 <뮤 레전드>는 참신하거나 기발한 시스템이 있는 게임은 아니다. 오히려 어떤 부분은 특정 게임이 바로 떠오를 정도로 노골적인 벤치마킹(?)을 하기도 했다. 시스템은 개량했어도 그래픽적인 특징은 그대로 유지할 정도로.

 

허나 이에 대한 호불호와 별개로, 그것들을 모아 연주한 리듬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짧고 간단한 퀘스트 사이클, 교대로 오르기에 수시로 오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캐릭터∙영혼 레벨, 심심할 만하면 터지는 ‘시공의 틈 폭주’ 등등. 게임은 쉴새 없이 쉬운, 매력적인 과제를 주며 유저를 붙잡는다. 적어도 중독성(?) 하나 만은 근래 CBT한 게임 중 최고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