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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은 미호요·빌리빌리 투자하는 커미션… 이들이 지키는 '덕질의 고향'

C2C 커미션 중개 플랫폼 '크레페'를 운영하는 쿠키플레이스 인터뷰 ④

김재석(우티) 2024-10-18 13:01:04

오타쿠의 고향은 어디인가? 남선우 대표와 장동현 대표는 '덕질'의 물리적 고향을 홍대로 꼽았다. 그리고 디지털 서브컬처 씬에서 '섭종'이라는 이름의 디아스포라(Diaspora)를 막기 위해서 크레페를 지키고 있다고 선언했다. 기자는 '만신전의 사제'니 '덕질의 디아스포라' 같은 수식어에서 거부감보다는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그리하여 커미션은 그라운드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제법 의미 있는 창작 활동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원신>의 미호요와 빌리빌리는 중국 내 관련 플랫폼에 적잖은 지분을 확보했다고 한다. 이뿐 아니라 중국 내 주요 게임사들은 그 플랫폼에 들어가서 커미션을 발주하고 함께 창작물을 만드는 상황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두 대표는 한국에도 이런 모델이 필요하다 강조했다. 쿠키플레이스가 지키려는 세계관은 제법 단단했다.


[디스이즈게임 쿠키플레이스 인터뷰 4부작]


① 사라진 대표, 완전히 망가져 버린 스타트업... 어떻게 되살릴 수 있었을까? (바로가기)

② 5,000억 '커미션' 시장, 10% 중개 수수료로 성장하는 크레페 (바로가기)

③ 10대·20대 여성은 왜 커미션을 할까? 2차 창작은 왜 중요할까? (바로가기)

④ 中은 미호요·빌리빌리 투자하는 커미션… 이들이 지키는 '덕질의 고향' (현재 기사)




Q. 듣기로 중국에도 크레페와 비슷한 커미션 플랫폼이 있다고 하는데, 어떤 곳인지 케이스 스터디가 되어 있나?


A. 장동현 대표 (이하 장): 미화시(米画师)는 2014년 3월에 설립된 중국의 커미션 중개 플랫폼이다. 이곳에서도 7만 명 넘는 아티스트가 활동 중인데, 특이하게도 <원신>의 미호요와 중국의 유튜브라 불리는 빌리빌리가 투자, 각각 지분 12.7%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게임이나 콘텐츠 기업들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뿐 아니라, 플랫폼 안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슨 이야기냐면, 넷이즈, 퍼펙트월드(완미세계), XD 등 중국 내 유명 게임사들은 현재 미화시에서 공식 계정을 만들어 게임에 필요한 일러스트 등의 창작물에 대해 미화시에 등록된 커미션주들에게 외주를 맡기고 있다. 다수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가 미화시에서 활동하며 커미션과 외주를 받고 있고, 미화시 차원으로도 별도 추천 솔루션을 마련한 것으로 안다. 이렇게 외주를 맡기다 아예 공식적으로 아트팀으로 채용을 하기도 한다. 주주인 미호요 역시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미화시에서 많이 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원신>을 예로 든다면, 많은 커미션주들이 미화시에서 <원신>의 커미션 작업을 한다. 이들의 커미션은 <원신>의 팬덤이 성장하는데 기여한다. 이들 중 <원신> 커미션으로 인기있는 커미션주들은 결국 <원신>과 관련된 콘텐츠를 잘 창작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미호요는 그들에게 외주를 맡겨 자사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하고, 아예 채용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IP홀더가 커미션 플랫폼과 상생하며 모두에게 이득이 돌아가는 생태계가 구축된 것이다. 

중국의 인기 커미션 플랫폼 '미화시'


Q. 생각을 해보면, 커미션 플랫폼은 아니지만 아트스테이션도 에픽게임즈가 소유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크레페도 게임사와의 협업을 모색하고 있나?


A. 장: 에픽게임즈의 아트스테이션이나 스케치팹, 유니티의 웨타디지털 등, 창작자가 모이는 플랫폼을 IP홀더나 아트테크 기업이 인수하거나 투자하여 창작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은 글로벌에서 이미 익숙한 문법이다.


결국 크레페에 등록된 커미션주들이 취미나 부업으로서 커미션을 계속 잘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 만큼이나, 프로페셔널 창작자 커리어를 지향하는 커미션주들을 위한 생태계 역시 조성하고자 한다. 당연히 대형 IP홀더들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게임은 오랫동안 서브컬처이기도 했고 당연히 커미션과 가장 잘 맞는 분야다. 앞으로는 한국의 대형 IP 홀더들이 이런 구조를 검토하고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그렇다면 현재 크레페는 창작자를 위해서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나?


A. 남선우 대표 (이하 남): 크레페는 커미션주와 신청자 모두 중요시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따라가기 때문인데, 커미션주가 있어야 신청자가 있고, 신청자가 있어야 커미션주도 창작을 이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크레페가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커미션주와 신청자의 상생이라고 할 수 있다.  


크레페는 공휴일이나 기념일마다 특별 로고를 크레페의 커미션주들에게만 외주로 의뢰한다. 기념일 로고를 그려줄 커미션주를 모집하며 사용자들과 소통하고, 커미션주들과 협업한다. 이런 프로젝트부터 시작해, 회사에서 필요한 어떤 콘텐츠를 크레페의 커미션주에게 직접 연락해서 협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크레페의 커미션주도 커미션뿐만 아니라 외주 작업을 하며 창작자로서의 경력을 쌓을 수 있고, 회사와의 협업 기회도 계속 열어드리는 것이다. 


이제 막 투자를 받았으니 앞으로도 계속 창작자를 위한 지원을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커미션은 이미 프로가 되신 분이나 준 프로인 분에게는 부업이지만, 이제 막 창작자의 길을 시작한 분에게는 처음으로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는 행위가 되기도 한다. 커미션으로 첫 창작 수익을 받은 창작자가, 나중에는 프로 작가로 데뷔할 수도 있으며, 더 나중에는 스튜디오를 차리거나 게임사를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사람들의 창작 생애 주기동안 함께할 수 있는 창작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크레페의 핵심 미션이다.


크레페의 커미션주에게 외주를 의뢰하여 제작한 크레페의 추석 특별 로고


Q. 앞서 미화시 이야기가 나왔다. 스케브 등 타 커미션 플랫폼과 크레페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A. 장: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한국의 커미션주 중에 금손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미 해외에서 찾으러 올 정도로 실력이 뛰어난 커미션주들이 크레페에 너무 많다.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한국의 창작자들은 정말 위대한 실력을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 다른 하나는, 크레페는 그런 한국의 커미션 문화 당사자들이 만든 서비스라는 것이다.

여러 글로벌 커미션 플랫폼 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책임을 지고 개입하려 하고, 커미션 과정 중 서비스 단에서 자동화와 편의성을 제공하는 정도가 다른 플랫폼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높다. 쿠키플레이스는 지금도 계속 크레페의 기능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고 다. 우리가 만들고 우리가 쓰는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A. 남: 우리는 커미션 문화의 당사자들이고, 크레페는 여전히 그 당사자들이 만드는 서비스다.

그래서 서비스 사용자가 어떤 부분에서 개입을 원하고, 어떤 부분에서의 개입을 원하지 않는지 명확히 알고 있다. 그 와중에 자동화가 안 되는 부분 중에서, 반드시 사람이 들어가야 하는 경우가 있다. 분쟁의 조정이 그렇다. 두 유저의 반응을 살피고 최대한 좋은 방향으로 조율할 수 있도록 개입의 정도에 대해서 세심하게 구분하고 적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점이 다른 플랫폼과 비교되는 큰 차이점이라고 자부한다.



# 쿠키플레이스의 철학: 덕질은 고향을 지키는 일

Q. 쿠키플레이스의 철학은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A. 장: 쿠키플레이스를 만들어가는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좀 더 이야기 드리고 싶다. 앞에서부터 고향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덕후'들은 어떤 장르나 작품에 '갇혔다'라고 스스로들 표현을 한다. 그게 어떤 의미냐면, 내 삶의 어떤 행동을 결정하거나 가치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하나의 기준이 그 장르나 작품이 되었다는 것이다. 


석양을 예로 들자면, 사람들은 보통 석양을 볼 때 빨갛다 내지는 아름답다고 인식할 것이다. 나는 제 최애 밴드가 석양의 이름을 붙여 만든 곡을 떠올린다. 그 노래의 리듬, 그 노래를 들을 때의 감정과 기억을 그 어떤 단어보다도 먼저 느낀다. 석양을 언어적 표현이 아닌, 어떤 창작물에 갇혀 인식하는 것이다. 


특정한 작품으로 하여금 세상을 인식하고 행동의 이유와 언어를 제공받는다는 뜻으로 '갇혔다'라고 말한다. 덕질은 궁극적으로 누군가의 행동 양식이자 언어이자 세계관이다. 스쳐 지나갈 게임 속 대사 하나, 애니 속 장면 하나가, 누군가에겐 세계관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덕통사고'를 당하고, '치이'게 된다. 그렇게 물리적으로 태어난 곳은 아니지만 새로운 고향을 부여받아 그 속에서 활동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람들의 덕질을 다루는 서비스, 커뮤니티, 플랫폼이 매우 중요한 것은 세계관이 형성되어온 기록과 기억을 모두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플랫폼이 사라지면, 누군가에겐 자신의 세계와 언어가 소실되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어째서 서브컬처가 내 과거의 본진이었겠는가? 나 역시 걸어온 길마다 폐허로 뒤덮인 덕후 중 한 명이었다.  ‘세이클럽’이라든가, ‘크리크루’라든가, '이글루스'라든가. 

서브컬처의 보물창고였던 이글루스는 이제 더 이상 서비스되지 않는다.


Q. 디지털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아카이브의 중요성이 점차 더 중요해지는 듯하다. 게이머들도 디지털 다운로드 중심의 문화가 도입되면서 겪는 많은 문제가 있다. 특정 게임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A. 남: IP 홀더들은 서비스의 중단을 너무 쉽게 결정하고 있다. 특히나 게임의 폐쇄는, 그를 위해 만들어진 모든 애착관계의 단절이다. 회사에게는 사업적인 결정이겠지만, '덕후'들은 고향을 잃어 디아스포라로 몰리게 되는 셈이다. IP 홀더들은 서비스의 중단에 대해서 신중하게 접근했으면 좋겠다. '유저가 놀 공간이 없어진다'는 수준의 개념을 넘어서, 향유자의 세계관을 붕괴시킬 수 있는 결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A. 장: 결국 회사를 되살린다는 무거운 책임 역시, 크레페가 무너졌을 때 또다시 많은 사람들이 디아스포라로 내몰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짊어진 것이다. 그런 마음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Q. 투자를 받게 된 뒤에는 그런 걱정이 사라진 것인가?


A. 장: 투자 유치는 결국 빚이다. (웃음) 투자자들에겐, 그들을 이 씬의 이해관계자로 끌어들이며 높은 성장으로 보답해야한다.  사용자들에게는 서비스를 지속할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 생각으로 투자받았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만들고, 크레페로 맺어진 창작자들의 관계성을 지키며 창작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그것이 비즈니스로서도 가장 높은 성장을 위한 길이라 믿는다.

A. 남: 앞으로도 커미션에 집중하고 싶다. 사용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여러 기능을 준비 중이다. 커미션을 위한 안전거래 기능을 만들었지만, 그에 그치지 않고 보다 더 고도화하려 한다. 지금껏 말씀드린 우리의 철학을 지키기 위해, 커미션의 순위를 매기거나 수치화해서 보여주는 행위 등은 피하려고 한다.


왼쪽부터 쿠키플레이스 장동현 공동대표, 남선우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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