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헤일로 인피니트>의 싱글플레이는 어떤 모습일까? 긴 글이 번거로울 독자를 위해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기대해도 좋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멀리 갈 것 없이, <헤일로 인피니트> 싱글 플레이의 핵심은 '갈고리총'이다.
갈고리총은 말 그대로 오브젝트에 고리를 걸어 이동하기 힘든 지형으로 올라가거나, 빠른 속도로 고지대의 적들에게 접근하는 데 사용된다. <에이펙스 레전드>의 그래플링 훅 정도로 빠른 것은 아니지만, 가속도를 받거나, 각도를 비틀어 먼 거리를 단번에 이동하는 행위가 가능하다. 충분한 가속도를 받는다면 착지 후 슬라이딩을 통해 미끄러질 수도 있다(스피드런 유저라면 미소를 짓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헤일로 인피니트>는 기존 일자형 샌드박스식 게임 진행에서 벗어나 세미 오픈 월드 방식을 도입했다. 넓은 전장에서 플레이어에게 다양한 전투 방식을 제공하는 것이 <헤일로> 시리즈의 핵심이기에 기존 맵 크기도 작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헤일로 인피니트>는 더욱 넓어진 세미 오픈 월드와 갈고리총의 배합을 통해 더욱 다양한 전투 방식을 제공한다.
먼저 치고 빠지기가 굉장히 용이해졌다. 스파르탄처럼 적 사이로 돌격해 한바탕 일전을 벌인 후, 방어막이 모두 소모되면 재빨리 갈고리총으로 자리를 이탈해 회복한 후 다시 돌아오는 식이다. 맵이 넓어진 만큼 고지대에서 치프를 저격하는 자칼도 심심치 않게 보이는데, 갈고리총을 통해 자칼에게 접근해 스나이퍼 라이플을 탈취한 후, 고지대에서 안전하게 적을 저격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다섯 번 사용 제한이 있는 멀티플레이와 달리, 싱글플레이는 갈고리총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스피디한 전투가 가능하다. 갈고리총을 업그레이드할 경우 쿨타임이 눈에 띄게 줄어들기도 하는데, 가능하면 해당 업그레이드를 먼저 하길 추천한다. 그만큼 체감이 남다르다.
단순히 생각하면 브루트에게 훅을 걸어서 접근해 근접 공격으로 마무리하는 식이지만, 적당한 거리에서 훅을 걸고 즉시 끊은 후, 경직이 걸린 것을 이용해 수류탄을 맞춰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처치하는 식으로 싸울 수 있다. 자칼을 상대할 때도 유용한데, 자칼의 에너지 방패를 훅으로 맞추면 빈 틈이 생긴다. 이를 통해 에너지 방패를 든 적도 손쉽게 처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갈고리총은 오픈 월드를 돌아다니는 데도 도움이 된다.
가령 오픈 월드 게임을 즐기다 보면 종종 짜증나는 순간이 있다. 산만 넘으면 목적지인데, 앞에 나타난 산이 도저히 통과할 수 없는 가파른 절벽이라 먼 구간을 빙 돌아가야 하는 식이다. <헤일로 인피니트>에선 걱정할 필요가 없다. 쿨타임 감소가 적용된 갈고리총 하나면 등산도 거뜬하다. 덕분에 지형의 제약이 적어 오픈 월드 게임에서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답답함이 없다.
마치 스파이더맨이 된 것마냥 제타 헤일로를 활보하다 보면 왜 지금까지 오픈 월드 게임에 왜 갈고리총을 도입한 게임이 적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탑승 장비도 따로 부를 필요가 없다.
오픈월드에 대한 설명으로 넘어가자.
<헤일로 인피니트>도 대부분 오픈월드 게임이 지향하는 구조와 일치한다. 지역마다 핵심이 되는 근거지가 있다. 여기서는 '전진작전기지'로 호칭한다. 전초 기지를 점령하면 주위에 있는 장소가 맵 마커에 표기되며, 해당 장소에서 전투를 완료하면 새로운 무기가 주어진다.
무기 외에도 <헤일로 인피니트>에는 용맹 점수라는 시스템이 있다. 제타 헤일로 곳곳에 흩어진 해병을 구출하고 많은 기지를 점령할수록 전초 기지에서 징발할 수 있는 해병이나, 장비가 늘어나는 식이다.
아울러 제타 헤일로에서 즐길 수 있는 핵심 콘텐츠는 관문 공략이다. 전초 기지 외에도 제타 헤일로 곳곳에는 배니쉬드의 대규모 기지(관문)가 존재하는데, 플레이어 입맛대로 관문을 공략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스파르탄'에 빙의해 홀로 난입해 기지를 쑥대밭으로 만들 수도 있고, 전초 기지에서 해병과 같이 이동해 차근차근 관문을 점령해 나갈 수도 있다.
차세대기로 넘어오며 보다 다양화된 코버넌트의 행동도 눈에 띈다. 주위에서 아군이 사망하면 울부짖으며 도망가는 그런트나, 마스터 치프가 도망가면 "겁쟁이!"를 외치는 저힐라네를 보다 보면, 코버넌트 녀석들도 참 여전하다고 느껴진다. 외에도 재장전한 모습을 보면 "악마 녀석, 총알이 떨어졌다!"라고 외치거나, 차량을 훔치면 "내 차 돌려내!"라고 악을 쓰는 등 등 유머스러운 반응도 눈에 띈다.
엠바고 조항도 많고, 원치 않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서사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헤일로 인피니트>는 마스터 치프에 서사를 집중하면서, 새롭게 시작될 스토리에 대한 강렬한 희망을 품어냈다.
디자인이 과거로 돌아간 치프의 모습, 그리고 온전히 세 인물에게만 서사를 집중했단 것을 보면 <인피니트>는 '신, 구의 조화'를 통한 새로운 서사의 시작을 꿈꾼 것으로 보인다. 기존 팬들의 비판이 많았던 <헤일로 4, 5>의 요소들은 과감히 쳐낸 느낌이다. 올드 팬들을 만족시키면서도, 새로운 서사를 끌어나가겠다는 343의 의도가 강하게 느껴진다.
'무기'는 만들어진지 얼마 안 된 AI기에 작중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모습도 보이는데, 어찌 보면 신규 플레이어를 위한 장치로도 느껴진다(그래도 전작을 안 한 사람은 아리송한 내용이 많다).
<에이펙스 레전드>에서 '옥테인' 성우를 맡았던 니콜라스 로예가 담당한 에코-216 또한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하며, 이를 대하는 치프의 베테랑다운 태도 또한 즐겁게 지켜볼 만 하다. 치프의 주변 인물은 모두 불행한 결과를 맞는다는 '치프의 저주'(?)를 깨고자 고군분투하는 마스터 치프의 모습도 꽤 흥미로운 관람거리다.
약간 불평하고 싶은 부분도 있다.
PC로 <헤일로 인피니트>를 체험했기에, 콘솔판 상황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PC에 대한 최적화는 썩 좋다곤 할 수 없다. 기자는 3070Ti에 라이젠 5700x로 게임을 체험했는데, 그래픽 대비 프레임이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었다.
게임 플레이에 큰 치장을 초래할 수준까진 아니지만, <헤일로 인피니트>의 메인 플랫폼은 Xbox고, 압도적인 그래픽에 집중한 게임이 아니란 점을 생각하더라도 아쉬운 요소다. 보통 리뷰 판은 정식 버전보다 최적화 면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도 있기에, 정식 버전에서는 더욱 개선된 모습으로 나오길 기대한다.
어떻게 보면 평범하지만, 어떻게 보면 과감한 스토리 진행도 의문을 가질 요소다. 전작에 대한 비판을 수용한 것은 좋지만, 343이 이전과의 연결고리를 너무나 과감하게 끊어내고자 하는 부분도 일부 보인다. 차기작을 위해서 어쩔 수 없다지만 용두사미로 마무리되는 퀘스트 또한 아쉬운 요소다.
이 부분은 향후의 업데이트를 통해 해결되길 기대해 본다. 협동 콘텐츠도 향후에 추가될 예정인 만큼, 업데이트를 기대해 볼 만한 여지도 충분하다.
냉정히 말해, 기자는 이전부터 <헤일로>를 즐겨온 골수 유저가 아니다. <헤일로 3>이나 <헤일로 리치>를 통해 <헤일로> 시리즈가 최전성기를 맞았을 때에는 온게임넷에서 공략 방송을 보며 "와, 저 게임 재밌겠다!"를 연발하던 어린 학생일 뿐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