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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유니티 런타임 요금제 때문에 발등에 불 떨어진 개발사들

'원신'은 얼마나 낼까? 허들 높다고 남 얘기라고 할 게 아니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준(음주도치) 2023-09-14 17:10:14

게임 설치 횟수에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정책을 발표한 유니티의 행보에 업계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되니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언리얼로 갈아타야 하나"라는 글이 심심치 않게 보이고, "유니티의 죽음"이라는 제목의 외신 기사까지 올라온 상황이다.


유니티 개발자 포럼 사이트에서도 '런타임 요금제'는 뜨거운 주제다. 런타임 요금제 업데이트 하단에는 날 선 비판으로 가득했고, 이틀 만에 112페이지가 넘는 많은 게시글이 달렸다.


그런데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른 부분들이 있다. 유니티의 주장처럼 높은 허들을 넘어 '성공'한 게임들에만 추가 요금이 부과되는 형태라서 인디 개발사에는 크게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 반면 신뢰가 깨진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입장이 다른 국내 개발사들의 의견을 양쪽 모두에게서 직접 들어봤다. / 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민감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 취재원들의 정보에 대한 익명 요청을 받아 이를 적용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 유니티 주장처럼 허들이 높은가?

새롭게 발표된 유니티의 런타임 요금 정책은 2024년 1월 1일 이후 신규 다운로드 횟수에 월마다 추가 요금을 부과한다. 지난 12개월 동안 최소 매출 기준을 통과하고, 총 누적 설치 횟수를 초과한 게임에 대해 이후 신규 설치 1회마다 요금이 부과되는 구조다.


유니티 퍼스널, 플러스의 최소 매출 기준은 최근 12개월간 20만 달러(약 2억 6,500만 원), 총 누적 설치 횟수는 20만 회, 유니티 프로, 엔터프라이즈는 최근 12개월간 100만 달러(약 13억 2,700만 원), 총 누적 설치 횟수 100만 회 이상을 기준으로 한다.


유니티를 사용해 만든 스팀 게임으로 호평을 받은 국내 인디 개발사 A는 유니티의 주장처럼 실제로 허들이 높다고 말했다.


"20만 달러, 20만 회, 100만 달러, 100만 회라는 기준을 한 타이틀이 넘겨야 추가 요금이 부과되는 시스템이라서 인디 개발사들 입장에선 큰 영향이 없을 것이다. 기존에도 유니티 요금제 자체가 2억 원 이상 수익이 나면 프로 요금제로 갈아타는 추세였는데, 유니티 프로부터는 100만 달러, 100만 회로 설정되어 있으니, 사실상 대형 개발사들만 추가 요금을 더 내는 구조가 아닐까 싶다."


9월 12일에 발표된 유니티 런타임 요금제 적용 기준표. 


오늘(14일) 오전 유니티 공식 트위터 계정에는 이와 관련해 불타고 있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답변이 올라왔다. "90% 이상의 유니티 사용자들은 이번 요금 정책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선을 그은 것.


많은 지적이 있었던 다운로드 집계 방식에 대해서도 ▲ 1월 1일 이후 신규 다운로드에만 추가 요금 적용 ▲ 재설치에 대해서는 청구하지 않음 ▲ 악의적, 사기성 설치에 대해서는 청구하지 않음 ▲ 평가판, 부분 플레이, 데모 등은 설치 횟수에 미포함 ▲ 웹 및 스트리밍 게임은 설치 횟수에 미포함 한다고 밝혔다.


유니티의 주장처럼 허들이 높은 것은 맞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난의 여론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2023년 9월 14일에 올라온 유니티 공식 트위터 게시글 중 일부. 
"90% 이상의 유니티 사용자들은 요금 정책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 유니티 최대 아웃풋 중 하나인 <원신>은 어떨까?

유니티로 만들어진 게임 중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호요버스의 <원신>은 어떨까. <원신>이 2024년 1월 1일 이후 출시(실제 출시일은 2020년 9월 28일)된 게임이라고 가정하고 유니티 정책의 예시로 들어봤다. <원신>의 경우 '런타임 요금제'로 총 얼마의 추가 비용을 내게 될까?


<원신>의 다운로드 수는 특정하기는 매우 힘들다. 일단 모바일 플랫폼에서는 구글플레이 플레이에서만 5,000만 회 이상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이를 앱 스토어와 더불어 PC, PSN 등 다른 플랫폼으로 확대해보면 실제 다운로드 횟수는 이보다 2~3배 이상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선 집계가 용이한 모바일 구글플레이 스토어의 수치로 한정해 계산해보자. 2024년 1월 첫 달에 5,000만 회 모두 한 번에 다운로드됐다고 가정하면, 각 경우의 수마다 호요버스가 '런타임 요금제'로 내야 할 돈은 다음과 같다. 가장 싼 비용부터 비싼 비용 순서로 정리했다.

▲ 모두 신흥 시장 다운로드, 유니티 엔터프라이즈 사용: 약 3억 2,500만 원

▲ 모두 신흥 시장 다운로드, 유니티 프로 사용: 약 6억 5,000만 원

▲ 모두 표준 요금, 유니티 엔터프라이즈 사용: 약 7억 원

▲ 모두 표준 요금, 유니티 프로 사용: 약 13억 5,000만 원


참고로 현지 시각 12일에 발표된 유니티 블로그 게시글은 이 비용을 매달 중복으로 내는 것처럼 오인하게 올라왔으나, 그 달에 신규 설치된 횟수에 최초 한 번만 적용되는 비용이라고 표의 설명이 수정됐다.


금액을 계산하고 보면 런타임 요금제 비용은 조 단위 매출을 기록하는 호요버스 입장에서는 그리 큰 비용은 아니다. 호요버스의 2022년 매출은 약 5조 원이었고, 순이익은 2조 9,000억 원 이상이었다. 그러면 유니티 런타임 요금제는 미미한 영향력을 가진 작은 변화였을까? 아니, 그렇지 않다.


9월 14일에 수정된 것으로 보이는 영문 기준표. 그 달의 신규 설치에 대해서만 1회 추가 비용이 든다고 명시됐다.
앞서 12일에 올라왔던 표와 숫자들은 동일하나 표현이 바뀐 상태다.

# 작은 게임사들이 돈을 더 내는 구조

구글플레이 스토어에서 100만 다운로드 이상을 기록한 게임을 만든 국내 개발사 B는 '런타임 요금제' 발표 이후 사내 긴급 회의를 열었다고 한다. 매출이 아닌 다운로드 수를 기준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하니 예상 비용부터 계산했던 것. 참고로 개발사 B의 게임은 런타임 요금제 기준을 넘어선 매출과 다운로드 수를 기록한 상태이다.

개발사 B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게임 개발이 숏텀으로 진행되는 것도 아닌데, 2~3년 개발의 막바지에 이런 요금제 변화가 생기면 곤란한 기업들도 많다. 간략히 계산해봤을 때 억 단위의 추가 비용도 들어갈 수 있겠더라. 주변의 개발사들도 게임 출시 자체를 망설이는 경우도 봤다. 다운로드 수를 기준으로 비용이 증가하니 유저 유입 마케팅은 앞으로 위축될 수 있고, 고과금 유저만 타깃으로 하게 될 수도 있다. 당장 우리 게임도 BM을 고민 중이다."


개발사 B처럼 유니티 런타임 요금제 기준을 간신히 넘은 게임사들은 대체 얼마의 추가 비용을 내게 될까? 런타임 요금제 부과 기준인 다운로드 100만 회를 기록한 게임이 2024년 1월 1일부터 매달 10만 회씩 다운로드되어 2024년 10월 31일에 2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고 가정해보자. 


개발사가 유니티 프로를 사용하고, 한국 유저를 대상으로 해 표준 요금으로 계산했다면 달마다 약 2,000만 원, 10개월에 걸친 신규 100만 다운로드에 대해 2억 원의 추가 비용을 내게 된다. <원신>에 비교할 수 없는 작은 성공임에도 게임 개발사 입장에서는 작지 않은 지출이 생긴 것이다.


10개월에 걸쳐 100만에서 200만까지 다운로드 수가 늘어난 게임은 2억 원을 낸다.
<원신>의 기록인 5,000만 다운로드를 한 달 안에 달성하면 최대 13억 5,000만 원을 낸다.
다운로드 구간별로 요금제가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유니티의 주장을 뒤집어 생각해보자. 90% 이상의 유니티 사용자에게 영향이 없는 요금제라는 말은 10% 내외의 유니티 사용자에겐 영향이 있는 요금제라는 뜻이 된다. 호요버스는 조 단위의 매출을 기록하니 13억 5,000만 원의 지출에 타격이 없겠지만, 수십억 원 매출의 개발사 B와 같은 곳에서 (일회성이라 할지라도) 2억 원의 추가 비용이 생기는 것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심지어 '런타임 요금제'는 회사 단위 비용이 아닌 타이틀 단위 비용이다. 


그러면 사람들의 말처럼 정말 언리얼로 갈아타야 하는 것일까? 교촌치킨 가격 오르면 다른 프랜차이즈의 치킨 가격도 덩달아 오르듯, 유니티가 런타임 비용 정책으로 수익을 낸다면,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요금제를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개발사 B는 "직원들에게 갑자기 C++을 배우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에셋 문제도 있다. 이렇게 2024년이 온다면 머물러도 떠나도 비용이 든다."고 했다.


유니티 런타임 요금제와 관련한 격렬한 반응들은 신뢰의 문제공정의 문제로 귀결된다. '불법 다운로드를 제외하는 등 복잡한 집계 방식을 실제로 원활히 할 수 있는가, 이번처럼 갑작스런 요금 정책 변경이 또 있지 말란 법이 있는가'와 같은 신뢰의 문제. '호요버스가 13억 5천을 내는데, 몸집이 작은 개발사가 2억을 낸다고?'와 같은 공정의 문제 말이다.


또한 개발사 B도 언급했듯 개별 게임들의 BM 또한 2024년 1월 1일을 전후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높은 다운로드 수로 광고 BM에 의존하던 게임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지난 몇 년 사이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유니티가 돈을 벌기 위한 새로운 활로를 찾겠다는 맥락은 이해되지만, 런타임 요금제는 유니티의 수익 외에도 동시에 많은 것들을 함께 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유니티의 매출은 대체로 증가세를 보였으나, 영업이익은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