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아예 듣지 못하는 사람이나 특정 소리를 지각하지 못하는 사람도 게임을 즐길 수 있을까? 그들이 게임을 즐기게 하려면 개발자는 무엇을 신경써야 할까?
게임 디자인에 관한 영상을 만드는 게임 메이커스 툴킷(Game Maker’s Toolkit)의 마크 브라운(Mark Brown)은 ‘청각 장애와 난청을 위한 게임 만들기(Making Games Better for the Deaf and Hard of Hearing)’라는 영상을 통해 그 방법을 제시했다. 게임 웹진 폴리곤(Polygon)은 지난 16일 브라운의 영상을 소개했다.
# 모든 대사에 자막을 넣어야 한다
유비소프트에 따르면 <어쌔신 크리드> 플레이어 중 약 60% 이상이 자막을 켜놓고 게임을 한다. 자막은 게임 속 정보가 가장 쉽게 드러나는 옵션이다. 그러나 마크 브라운은 "현재의 게임 자막은 끔찍하다"라고 지적한다.
그는 "장애인이 원활하게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모든 대사에 자막을 넣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가령 청각장애인의 입장에서 문을 막고 있는 엑스트라가 '넌 여기 들어갈 수 없어'라고 말할 때 해당 자막이 등장하지 않으면, 자막에 의존해 게임을 하던 게이머는 당황한다. 모든 대사에 자막이 처리되지 않아 생기는 곤란함은 한글화된 외국 게임을 접하는 한국 게이머들도 종종 겪는 일이다.
자막 그 자체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브라운은 영상에서 넷플릭스의 자막과 각종 게임의 자막을 비교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자막의 색깔, 백그라운드, 크기, 폰트까지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유저들이 다양한 장면에 다양한 옵션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은 다양한 설정을 제시하지 않아 위 사진처럼 자막을 읽기 힘든 경우가 발생한다.
그는 “게임에서 유저들이 자막의 크기, 폰트, 투명도, 백그라운드를 수정할 수 있는 옵션을 넣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자막 관련 설정이 어떤 게임은 옵션, 어떤 게임은 플레이, 어떤 게임은 사운드에 들어있다”며 “모든 게임이 자막 설정의 위치를 통일시키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 오디오 단서를 활용하라
<오버워치> 유저들은 "석양이 진다"라는 대사를 들으면 맥크리의 궁극기를, "하늘에서 정의가 빗발친다"라는 대사를 들으면 파라의 궁극기를 떠올리고 이에 반응한다. 마크 브라운은 <오버워치>의 예를 들며, "장애인들도 오디오 단서를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해 게임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하라"고 조언했다.
슈팅게임에서 수류탄을 던질 때 "수류탄 투척!"이라고 외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청각장애인들은 이 말을 듣기 어렵다. 브라운은 "청각장애인이 게임 상황과 자막으로 구현된 효과음을 동시에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슈팅게임 속 오디오 단서를 잘 사용한 사례로 <하프 라이프 2>와 <포트나이트>를 꼽았다.
<하프 라이프 2>는 폭발음, 유리 깨지는 소리, 총이 벽에 맞는 사운드 등 효과음을 전부 자막화했다. <포트나이트 모바일>에서는 상대의 공격을 알 수 있는 원형 디스플레이를 직접 설정할 수 있다. 물리적으로 게임에서 주어진 조건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비장애인 유저들은 이러한 요소를 부수적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장애인들에게 이러한 단서는 게임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 오직 몸짓으로 소통하는 '모스', 이런 사례가 많이 필요하다
이러한 몸짓은 보통 바디 랭귀지가 아니라 미국의 청각장애인들이 사용하는 수어(Sign Language)다. 브라운은 "이 게임은 장애인도 할 수 있다"며 "이런 사례가 더 많이 필요하다"라고 호평했다. 폴리곤도 <모스>에 9/10점을 주며 "생쥐의 작은 걸음, VR 게임의 큰 도약"이라고 평했다.
폴리곤은 마크 브라운의 영상을 소개하며 "많은 개발자들이 게임을 만들 때 장애인 접근성을 고려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게임의 장애인 접근성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이 사이트를 방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