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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동물의 숲은 힐링 게임의 탈을 쓴 하드코어 게임이다"

동물의 숲 하고도 힐링 못한 기자가 뽑은 '힐링 게임 아닌 이유 4가지'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황다솔(사보) 2020-04-21 10:36:53

지난 3월 20일,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하 모동숲)이 출시와 동시에 닌텐도 스위치 품귀현상이 일어났다. 현재 정가 36만 원인 닌텐도 스위치 <모동숲> 에디션이 시중에선 약 76만 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놀랍게도 이 에디션은 한정판이 아니다. 코로나 19의 여파로 해외 공장의 가동이 지연되면서 수요에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다.

 

이참에 스위치를 사려 했던 기자에겐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한창 <모동숲>을 찬양하는 소식들이 우르르 쏟아지고 있던 터라 <모동숲>을 갈망하는 마음이 더욱 커져만 갔다. 그러던 중 4월 초 <모동숲> 에디션 스위치가 어느 인터넷 쇼핑몰에 입고된다는 소식을 접했고, 구매에 성공했다. 

 

하지만 판매 당일, 본품만 사려는 나의 계획은 실패했고 엉겁결에 55만 원 상당 '모동숲 에디션 패키지'(호구 패키지) 상품을 구매하고 말았다.

 

55만 원 상당 패키지 상품, 솔직히 디즈니게임까지 껴서 파는 건 너무하지 않나.
 

드디어 사람들이 찬양하던 힐링 게임 <모동숲>을 해볼 수 있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게임, 도대체 누가 힐링 게임이라고 했나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기자에게 <모동숲>은 힐링 게임의 탈을 쓴 하드코어 게임이었다.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모동숲>. 

 



 

# <모동숲>에도 리세마라가 있다

 

가챠 모바일게임에 익숙한 유저라면 ‘리세마라’를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리셋’과 ‘마라톤’의 합성어로 일본에서 만들어진 말이다.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 원하는 캐릭터나 성능이 나올 때까지 게임을 리셋하는 행위를 뜻한다. 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성능이 아주 좋은 캐릭터를 들고 시작하고 싶을 때 리세마라를 한다. 

 

"<모동숲>은 성능이 좋은 캐릭터가 있어야 하나요?"라고 누가 질문한다면, 당연 내 대답은 “NO!”다. <모동숲>은 처음 시작할 때 섬의 지형, 선박장 색, 대표과일 그리고 주민이 랜덤으로 주어진다. 섬의 지형은 게임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지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에 리세마라를 하면 도움이 된다. 하지만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섬의 지형을 바꿀 수 있는 스킬을 배우기에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리세마라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예쁘고 귀여운 주민을 소유하려는 욕망에 있다. <모동숲> 유저들은 "게임의 몰입을 위해 취향에 맞는 주민을 얻는 것은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모동숲> 유저들 사이에선 ‘인기 주민’이라는 말이 통용되고, 전작 <튀동숲>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인기 주민 검색 사이트까지 있다. 

 


<튀동숲> 인기 주민 검색 사이트



# <모동숲> 과금 모델 ‘아미보 카드’


‘아미보 카드’는 게임에 연동할 수 있는 실물 카드다. 리세마라에 실패하거나 하기 귀찮은 사람들을 위해 준비된 과금 모델. 한 팩에 3종의 주민 카드가 들어있고 가격은 3,500원이다. 

 

카드 시리즈당 100종의 주민이 있어, 카드 한 팩을 구매했을 때 약 3%의 확률로 원하는 주민을 얻을 수 있다. 3,500원에 3% 확률이면 '혜자' 아닌가? 그러나 현재는 <모동숲>의 인기로 아미보 카드 또한 시중에서 쉽게 구하기 어렵게 되어, 웃돈을 주고 구매해야만 한다는 풍문이 들려온다. 닌텐도 스위치에 아미보 카드까지 사려면 돈이 얼마나 드는 걸까. 실제로 인기 주민 카드는 10만 원 선에 거래되기도 한다. 힐링도 돈이 있어야... 

 

지난 16일 닌텐도 스위치 <모동숲> 아미보 카드 제2탄이 한국어로 발매됐다. 참고로 NPC 주민인 '너굴', '여울이'도 들어 있는데, 주민으로 불러올 수는 없으니 주의를 바란다.

 

한국어판 <동물의 숲> 아미보 카드 제1탄과 2탄

 

# 비트코인? 아니 무트코인!


플레이어는 게임 시작과 동시에 ‘너굴’에게 빚을 진다. 이유는 여러 가지. 이주 비용, 텐트에서 단독주택으로 업그레이드해 주는 비용, 집 증축 비용, 집에 방을 만드는 비용 등 뭐만 하면 돈이 필요하다. 초반엔 곤충이나 물고기를 잡아서 파는 금액으로 충당이 되지만 점차 늘어나는 비용을 감당하기엔 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유저들은 ‘무트코인’에 눈을 돌리게 된다. (무트코인은 <모동숲> 엔드 콘텐츠...) 

 

‘무트코인’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무’와 ‘비트코인’의 합성어로 게임에서 주식 투자와 유사한 시세 차익 거래를 할 수 있다. ‘무파니’가 매주 일요일 오전에 등장해 무를 파는데, ‘너굴상점’에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만 무를 매입한다. 무는 매일 금액이 달라지고 일주일 후에 '썩은 무'가 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팔 수 없다. 유저는 무를 산 시점부터 다음 주 토요일까지만 무를 다시 팔 수 있다. 

 

이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웃픈 상황이 펼쳐진다. 날이 갈수록 매입했던 가격보다 계속 내려가다 조금 회복세일 때 무서워서 팔았더니 다음날 무 가격이 폭등하기도 하고, 반대로 존버했더니 폭락하는 바람에 반 토막이 났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그 이야기가 내 경험담이다. (99 벨에 들어갔다가 54 벨에 나왔다) 역시 돈은 땀과 노력으로 버는 것임을 게임을 통해 깨닫는다. 

 




'무파니'는 <모동숲> 이전 버전들에 등장했던 NPC '무파라'의 손녀다. 아프신 할머니를 대신해 대를 이어 무를 팔러다닌다.

 

# 고도의 피지컬이 필요한 <모동숲>


귀여운 그래픽에 속지 말자. 이 게임은 고도의 피지컬을 필요로 하는 '하드코어 게임'이다. PC게임에 익숙한 유저라면 조이콘 조작이 익숙치 않을 것이다. 조작감을 익히기 위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모동숲>을 하면서 나의 미숙한 실력 때문에 화가 났던 적이 두 번 있다.  

 

삽질과 낚시할 때 방향 조절이 의외로 어렵다. 가령 바닷가나 강가에서 낚싯대로 물고기를 잡을 때 '찌'가 물고기의 시야에 없으면 절대 물지 않는다. 물고기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에 맞춰 찌를 던져야 입질을 한다. 신기하게도 찌를 던지면 몸을 틀어 몸을 반대 방향으로 바꾼다. 

 

또 그에 맞춰 각도를 잘 잡아 다시 찌를 던져야 한다. (잡히지 않으려는 물고기의 발악인가?) 조이콘을 통해 오는 감각이 흡사 실제 낚시를 하는 것 같은 경험을 준다.

 

찌의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리는 물고기...(화가 난다)
낚시 손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그래도 앞선 경우는 몇 번이고 다시 도전할 수 있지만 레어한 곤충을 잡을 땐 가차 없다. 곤충은 잠자리채로 잡을 수 있는데 특별한 곤충의 경우 한 번 잘못 휘두르면 곤충이 바로 사라진다. 거리 조절을 잘못해서 레어한 곤충을 놓쳤을 땐 정말 조이콘을 던지고 싶었다. (박물관에 없는 나비였단 말이다!) 이런 곤충을 잡을 땐 온 정신을 집중해서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한다. 정말 하드코어 게임이 아닐 수 없다. 



모두가 입을 모아 힐링 게임이라 찬양하기에 피폐해진 나의 삶에 힐링 좀 해볼까 해서 시작한 <모동숲>.  하지만 게임을 접하고 난 뒤 내 삶은 더 피폐해졌다. 모동숲을 한 뒤로 돈, 시간 그리고 체력을 모두 잃었다. 그렇지만 오늘도 집에 가서 <모동숲>을 하겠지. 절대로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다.

귀여운 <모동숲> 주민들이 광장에 모여 주민센터 증축을 축하하고 있다 (왼쪽에서부터 뿔님이, 토니, 나, 너굴, 여울이, 윤이, 힘드러, 패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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