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막바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구글이 이동통신사와 짬짬이 계약을 맺고 수익을 공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22일, 국민의힘 이영 의원은 현장에서 "이통사들이 통신 과금 방식의 결제 수단을 제공하는 대가로 (구글로부터) 인엽결제 수수료의 절반을 청구한다" 밝혔다. 이어서 오늘(23일)은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이 "구글이 이통사·제조사를 이용해 경쟁사 앱이 스마트폰에 선탑재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는 미국 하원 보고서를 인용했다.
국감에 출석한 장석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30%의 수수료 중 절반에 해당하는 전체 15%를 이동통신사가 가져가는 것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구글 서비스 선탑제에 대한 수익 공유에 대해선 "추가로 확인"해보겠다고도 응답했다.
이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은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공동성명을 냈다. 인기협은 네이버, 카카오는 물론 넥슨, NC, 넷마블 등 게임사들이 다수 이름을 올린 사단법인이다.
성명의 내용은 이 정도로 요약해볼 수 있다. ▲ 구글과 애플의 인앱 결제 강제정책에 이통3사와 휴대전화 제조사가 관련되어있다 ▲ 이는 국민의 요금 부담의 가중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 국내 통신사들과 휴대전화 제조사들이 시장지배적 행위를 해오고 있으며, 이는 앱개발자의 부담이다.
얼핏 보기에 폭로 같은 구글과 이통 3사의 공모는 폭로가 아니다. 원래 그런 관계였다. 구글과 이통사가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던 것뿐이다.
디지털 마켓 수수료 30%은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 정립했다는 것부터 시작하자. 2008년, 스티브 잡스는 "앱스토어로 돈을 벌 생각은 없다"라며 "모든 돈은 기본적으로 개발자에게 주고 나머지 30%를 운영 비용으로 쓰면 좋겠다"는 발언을 했다. 애플은 이후 iOS의 앱스토어에서 이를 실현했다. (같은 내용은 미 하원 보고서에서도 확인된다)
사업적으로 이 30%라는 수수료를 다 가져가는 게 좋겠지만, 구조적으로 그럴 수 없는 환경이다. 결제하는 사람들이 오로지 구글과 애플 빌링 시스템으로 결제할 수 없었기 때문. 구글과 애플은 신용카드 사업자, 결제대행(PG) 업체, 그리고 이동통신사에게도 결제 방법에 따른 수수료를 나눠주고 있다.
그리고 이번 국감에서 신용카드사와 PG에게는 전체 2.5% 정도의 수수료를 배분했지만, 이동 통신사에겐 절반에 해당하는 약 50%의 수수료를 지급해왔다는 점이 밝혀졌다. 공모라고 할 것 없이, 애초에 그렇게 수수료 지불 관계가 형성됐었고 이번 국감에서는 그 비율이 구체적으로 제시된 것이다.
디스이즈게임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2015년 전에는 모바일에서 이뤄지는 결제 수수료의 30% 중 90% 가까이 이미 통신사가 거둬가고 있었다. 스마트폰 생태계와 함께 한국 시장에 노크하던 두 공룡은 맨 처음 폰 시장에서 독점에 가까운 지위를 누려오던 이동통신사 3사에게 높은 수수료 배분을 약속했다. 구글과 애플은 스마트폰에서 일어나는 결제가 대부분 통신 요금 합산 방식으로 일어날 거라고 봤고, 실제로 그랬다.
게임 시장에서 30%는 맨 처음 혁신적인 비율이었다. 이전 게임사는 정보이용료 수수료, 위피 플랫폼 수수료를 지불해야 했으며, 통신사 별 별도 수수료를 지불하기도 했다. 게임 자체 가격, 정보통신 이용료, 인터넷 이용료, 기타 수수료까지 전부 합쳐서 발생하는 수익구조에서 통신사 8 : 개발사 2의 구조로 돈을 벌었다. 업계는 여기에 불만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그러니 30% 고정은 잡스의 청바지 주머니에서 나온 조그만 전자기기만큼 혁신적이었다.
이동통신사는 자신의 빌링 시스템에 결제를 얹어주는 방식으로 구글, 애플과 공생했다. 그러던 2014년 처음으로 구글플레이의 수수료 구조 변동이 예고됐고, 2015년 30%의 수수료 중에서 이동통신사가 절반만 가져가는 오늘날로 상황이 변한 것이다.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은 계속 올라갔고, 구글은 통신사에게 수수료를 그렇게나 많이 줄 필요가 없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2015년, 국내 이동통신 3사는 양대 스토어의 독점에 맞서겠다며 각자의 마켓을 하나로 통합시켰다 .T스토어(SKT)를 중심으로 올레마켓(KT)과 U+스토어(LG U+)가 들어왔다. 2016년, 네이버 웹스토어도 원스토어의 일원이 됐다. 원스토어는 자체 통합 플랫폼을 통해 그간 받아오던 수수료 비율을 온전하게 거두려는 기획으로 볼 수 있다.
원스토어는 인앱 결제 20% 수수료를 가져가며, 외부 결제를 채택할 때 수수료 5%만 지급하면 PG 결제를 허용한다. 이로써 원스트어는 구글플레이의 뒤를 잇는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다. IGA 웍스 조사에 따르면, 모바일 앱마켓의 점유율은 구글플레이가 71%, 원스토어가 18.4%, 앱스토어가 10.6%다.
요약하자면 한국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가진 구글 생태계에서 이통 3사는 30%의 90%에서 30%의 50%만 가져가게 됐고, (다른 요인도 있었겠지만) 이에 대응하기 위해 원스토어를 출범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원스토어는 낮은 수수료를 채택했고, '니치 마켓'의 역할을 수행하며 어느 정도 시장 지분을 확보했다.
최근 다수의 여당 의원들이 전기통신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은 이른바 '원스토어 강제법'으로 불리고 있다. 업계의 시선이 곱지 않다.
개발사에게는 기술적 이슈가 있으면 앱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단서 조항을 둔 상태에서, 국내 기업 마켓에 힘을 실어주고, 두 공룡의 독점을 제재하는 법안으로 나름 수를 냈다고 생각해볼 만하다.
그러나 전기통신법 개정안은 시장의 선택권을 존중하지 않는 한편, 실효성(원스토어엔 초기 빌드만 올리고 다음부터는 업데이트를 안 하면 그만 아닌가?) 문제까지 제기된다. 원스토어로 뭉친 이통 3사의 역사야말로 독점과 담합의 역사였는데, 다시 이들 생태계에 앱 출시를 의무화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에픽게임즈의 광역 어그로, 미국 조야는 물론 유럽 의회에서도 가해지는 구글과 애플에 대한 압박, 구글과 애플이 사실 담합 관계였다는 보고까지... 최근 판도를 두루 살펴보면 한국에서도 구글과 애플의 독주에 제동을 걸기 위한 움직임은 분명 필요하다. 그런데 그 대책으로 제시된 것은 정작 '토종'이라는 원스토어를 띄워주자는 것이다.
원스토어는 농산물이 아니기 때문에 토종이라서 좋아하는 사람보다 저렴해서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글로벌 출시를 노리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원스토어는 그렇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닐 수 있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조건으로 차별 없'는 앱 생태계를 만들려면, 구글과 애플에 예봉을 겨누면서도 원스토어가 독점과 담합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편, 구글은 내년 중 전 세계 모든 앱의 인앱 결제를 자사 빌링 시스템으로 강제하고, 수수료 30%를 유지한다는 소식도 있다. 구글은 자기 운동장을 유지, 관리하는 데 품이 많이 드니 자사 결제시스템으로 결제를 일관적으로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안드로이드와 공생하는 다수의 업체가 이같은 변경에 반대를 표하고 있다.
인기협은 성명을 통해 "원스토어를 통한 앱마켓 경쟁 시장을 주장하기 전에, 그동안 수수료 수익으로 반사이익을 누려온 행태에 대해 먼저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할 것을 요구한다" 썼다. 그러나 인기협은 성명에서 원스토어의 플레이어에 협회 소속 네이버가 들어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달 초 네이버가 쇼핑·동영상 부문에서 자사 서비스를 우선시한다며 과징금을 부과했다. 미국 법무부가 구글이 검색 엔진을 자기 입맛에 맞게 편집한다며 고소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이번 국감 현장에서는 네이버가 쇼핑 부분에서도 알고리즘 조작 행위와 갑질 행위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반면 네이버는 알고리즘을 조정, 변경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이야기를 게임으로 한정해보자. 과연 얼마나 많은 게이머들이 넥슨과 NC, 넷마블 등이 성명에 쓰여있는 "소비자 등 이용자 보호"를 위해 나섰다고 볼까? 아니면, 그저 인앱 결제로 발생하는 수수료 지불을 최소화하기 위해 입장을 내고 있다고 생각할까?
이러한 공론화가 인기협 입장에서 "책임 있는 자세"가 될 수는 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기업에게 가지는 "깊은 유감"도 적지 않았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