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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잃어버린 사행성을 찾아서] 4화: 뽑기 확률이 높으면 재미가 없어진다?

사행성을 강화하는 직·간접 요소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디스이즈게임(디스이즈게임) 2019-03-26 17:21:35

[잃어버린 사행성을 찾아서] ​‘사행성’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사행성은 ‘우연한 이익을 얻고자 요행을 바라거나 노리는 성질. 또는 그러한 특성’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누구나 한 번은 혹할 법한,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을 자극한다는 특징 때문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의미와는 다른 엄밀한 법적 개념과 관리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디스이즈게임이 이러한 ‘사행성’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연재물을 선보입니다. 필자 노시흥씨는 2000년대 초반, 일본의 빠찡코, 빠찌슬롯 로컬라이즈 작업에 참여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으며 지금도 게임업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사행성. 뭔가 위험해 보이지만 그간 우리가 제대로 알지는 못했던 미지의 세계. 지금부터 만나보시죠. 

 

* 외부 연재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편집자

 

 

지난 편에서 어이없게 단순한 ‘투자 심리를 불러일으키는 매력적인 사행 게임이 되기 위한 공식’ 하나를 제시했습니다. 

사행성=최대 수익(최대 배당) - 비용(참가비+노동비-재미?)

 

최대 배당을 낮추고 비용을 높이는 규제를 하면 못생긴 사행이가 된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그중에 특이하게도 게임이 재미있으면 사행성이 올라간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그러니 규제를 하면 재미없어지죠. 

 

그리고, “사행 참가자는 금단 증상에 시달리는 중독자나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나름 합리적인 '투자자'의 관점으로 참여한다는 가정을 받아들여야 한다, 혹은 규제는 그런 것을 가정하고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사행 관련 규제 논쟁 중에는 환금을 얼마나 하기 쉽느냐는 ‘환금성’이 가장 첨예한 논쟁 요소이므로 환금성이 없다고 판정되면 게임 내에 카지노가 있어도 전체이용가(국내에서는 모사도 사행성이므로 12세나 15세)가 가능하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환금성이 애매하게 존재하면 사행'성'이 존재하게 되지만, 서비스 업체에서 직접 환금해 주는 것이 아니면 (적어도 지금 법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서로 할 말이 있는 구도가 만들어집니다.  

 

· “사행'이 아닌데 왜 규제하냐, 선량한 게임 사용자들의 즐길 권리를 침해한다!”

·​ “내가 내 돈 쓰겠다는데 왜 막냐! 성인만 하게 했으면 규제는 다 치워라!” 
· “사행이 성립하려면 즐겁게 즐긴 것으로 만족하는 ‘호구’가 깔아줘야 한다는 것 모르나? 그래서 더 재미있는 게임은 호구가 더 많아져서 판이 커진다네. 이 호구들아! 아무튼 그러니까 사행 맞아. 우회적으로 환금할 여지가 있다면 규제해야 해!“

·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고객을 '호구' 취급하다니 참을 수 없다!”

  

 

음... 그러면 환금은 되는데 호구가 안 생기는 구조를 만들면 '사행성'이 약해지나요? 네, 맞습니다. 그래서 지금 일본 빠찡꼬는 호구가 생길 수 없는 구조로 규제를 강화해가고 있습니다. 참 별별 방법이 다 있죠? 덕분에 게임은 재미가 없어지고 시장은 축소되고 있다고 합니다.

 

위 내용을 종합하면 뭔가 애매한 상황에서 관계자들이 상호 진화하며 기기묘묘한 규제 논리와 규제 우회 방법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이해가 갑니다. 이제 오토와 베팅 속도가 위와 같은 아수라장 상태에서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 알아보러 출발합시다. 

 

사행 참여자의 멘탈을 기준으로 직접 요소와 간접 요소로 나눠서 설명하겠습니다. 모든 구분은 제가 임의로 한 것이니 규제나 법 관점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1. 직접 요소 - 비교적 바로 알 수 있는 요소로 대부분 이 정도 레벨은 명시적으로 규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게 바뀌는 수준이면 뉴스 상에도 오르내리는 수준. 이것의 수위 변경은 판을 흔드는 효과가 있어서 대형 로펌과 과학자, 심리학자, 정관계 등 아무튼 높으신 분들의 어딘가가 움직인다는 카더라가 생기기도 합니다. 

 

2. 간접 요소 - 바로는 이해가 안 되고 한 번 생각해보면 어떻게 직접 요소에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는 요소. 그래도 효과가 너무 잘 알려진 것들의 경우, 명시적으로 규제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1. ‘직접적’으로 사행성을 강화하는 요소들

그럼 직접 요소들부터 다뤄보겠습니다.

다시 사행성 공식을 보고 그 중에도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봅시다. 

 

사행성=최대 수익(최대 배당) - 비용(참가비+노동비-재미?)

 

1-1) 최대 당첨금 

 

위 공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최대 수익(최대 배당)'='최대 당첨금' 입니다. 모든 당첨자가 받는 당첨금 총액 아닙니다. 최대로 크게 받는 사람의 금액입니다. 이것이 절대 기준입니다. 확률로 나눈 기댓값 아닙니다. 나머지 규제는 모두 간접적으로 이것에 영향을 주는 요소입니다. 나머지 간접 규칙은 이래저래 따져서 결과적으로 최대 당첨금이 올라가는지 계산해보면 됩니다. 왜 그럴까요?

 

앞서 이야기한 대로 사행 참가자는 손실을 감수한 벤처 투자자입니다. 손실 위험을 무시할 만할 큰 성공이 존재하는 것이 중요하지 원금 손실률이 적은 것은 관심사가 아닙니다. 

 

따라서 참여자는 최대 당첨금에 관심을 가지지 그 확률에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10만 원 버렸다고 치면 0 아니면 얼마까지 올라가느냐가 관심입니다. 그중 5만 원이 돌아올 확률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럴 거면 안 합니다. 정말 벤처 기업가 정신과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나머지는 당첨금의 천장이 정해져 있다는 가정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부가 규칙입니다.

 

역시 모범 사행 로또를 예로 들어봅시다. 정확한 계산이 목표가 아니니 대략으로 하겠습니다.

 

대략 20억 정도가 1명이 받는 금액입니다.  

현재 확률이 대략 1/800만 정도라고 합시다. 

1/8천 만으로 하고 당첨금을 2백 억으로 하면?

1/8억으로 하고 당첨금 2천 억으로 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뻔합니다. 

 

나머지는 결과적으로 최대 당첨금이 커지는 우회로를 찾아내기 위한 노력과 그에 대한 제한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러면 상황이 쉽게 이해됩니다.

 

1-2) 최대 참가금

 

사행의 최대 당첨금은 구조적으로 참가자들이 낸 금액 총합(-운영 수수료(&세금))을 넘을 수 없습니다. 그 이야기는 최대 당첨금을 올리려면 최대 참가금을 올릴 구조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앞의 예시인 로또도 참가자 총액의 얼마를 당첨금으로 주는데 결과적으로 인당 최대 당첨금이 20억 전후가 나오도록 나머지 요소(확률, 인당 참가비 등등)가 설계 및 규제되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당연히 최대 베팅액의 한도가 높거나 없을수록 사행성이 높아지겠죠. 고스톱 점당 얼마냐에 따라 도박 여부가 판가름 나는 것이 이런 원리에 기반한 것으로 보입니다. 

 

1-3) 당첨률

 

뽑기 확률 낮다고 말들이 많은데 확률이 높으면 어떻게 될까요? 재미가 없어집니다. 참가 금액 총합을 넘을 수 없는 사행 게임의 속성상 확률이 낮으면 낮을수록 당첨자가 가져갈 최고 당첨금이 올라갈 여지가 커집니다. 

 

이미 위에서 확률이 낮아질수록 로또의 당첨금과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잠깐 봤습니다. 

이제 반대로 확률을 높여봅시다.

 

1/8백 만에 20억

1/8십 만에 2억 

1/8만에 2천 만

...

1/8에 2천 원 나옵니다.

 

1/8로 확률은 엄청나게 높아졌지만 역시 참가자가 무슨 생각을 하게 될 지는 뻔합니다. 특히 실물 가치를 논하기 어려운 디지털 세계에서는 확률이 낮을수록 남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상태가 되므로 낮은 확률이 높은 가치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확률 낮다고 욕하지만 실제로는 낮을수록 분위기가 뜨거워집니다. 전 서버에 하나 있는 아이템을 얻어야 게시판이 난리 나고 뉴스에도 오르내립니다. 똑같은 기능의 아이템이라도 대부분의 사용자가 얻을 수 있다면 당장에 의미가 없어져 버립니다. 기본적으로 확률은 낮을수록 재미든 사행성이든 올라갑니다. 

 

위와 같은 것이 기본 구성입니다. 그러면 위의 것이 정해져 있으면 뭔가 할 여지가 없을까요? 많습니다.

 

 

사행성=최대 수익(최대 배당) - 비용(참가비+노동비-재미?)

   

 

2. ‘간접적’으로 사행성을 강화하는 요소들

 

이제 참가금, 당첨률이 명시적으로 고정된 상태를 가정하고 최대 당첨금을 올리는 효과를 가져오거나 비용을 낮출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보겠습니다. 이 모든 것은 다 빠찡꼬 규제에는 명시적으로 있습니다만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에는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시 이야기합니다만 ‘빠찡꼬 전문가’와 규제에 대한 문답을 통해 역으로 정리한 제 나름의 기준들이므로 실제 규제가 만들어진 의도와는 해석이 다를 수 있습니다. 모든 빠찡꼬 규제를 조항별로 해석하는 것이 목표는 아니므로 국내에도 관계가 있을 법한 요소들만 추려서 다루겠습니다.

 

어느 게임에서 본 것 같은데... 라고 해도 우연의 일치라고 하겠습니다. 일단 심의를 받은 게임들은 환금성이 입증되지 않아 사행성이 있을지라도 사행은 아니라서 청소년 이용불가인, 엄연히 서비스 가능한 게임입니다. 주식처럼 사행과 여러모로 비슷할지라도 사행이라고 하면 화낼 다른 무언가입니다. 

 

 

그러니 빠찡꼬에서 규제한 것이니 게임 규제에도 그대로 적용하자는 이야기가 성립하기 힘듭니다. 그럼 ‘게임에는 그런 기획을 넣어도 상관없는 건가요?’ 라고 해도 일단은 그렇습니다. <드래곤퀘스트11> 속 카지노의 베팅 속도를 규제하기는 애매합니다. ‘그래서 참고하고 있는 것 아니야?’ 라고 하면 다시 이야기하지만, 우연의 일치라고 하겠습니다. 사람 생각하는 게 어디나 비슷해서 그런 것 아닐까 싶습니다. 

 

시간, 노동(물리), 노동(정신), 참가자 간의 관계가 위에서 잘 다뤄지지 않은 부분입니다.

 

2-1) 시간

 

이제서야 먼 길 돌아서 ‘베팅 속도’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게임당 플레이 시간이 짧아지면 게임 참가비가 고정이어도 시간당 투입 가능 금액이 올라가니 결과적으로 판이 커집니다. 이제 사행일 때 베팅 속도 규제가 생기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판당 게임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당연히 지루해집니다. 이 규제를 하면 재미가 없어집니다.

 

다시 1주에 20억인 모범 게임 로또를 수정해 봅시다. 

 

1일에 한 번 추첨한다=주당 140억(7x20)

1시간에 한 번 추첨한다=1일에 ...

1분에 한 번 추첨한다=ㄷ ㄷ ㄷ

 

게임 시간이 왜 규제 대상이 되는지 알 것 같습니다. 국내는 베팅 속도보다 상위인 ‘시간당 투입금액’(현재는 1만 원 인 듯)이 규제되어 있습니다. 게임 시간이 아무리 짧아도 게임 끝나면 다음 쿨타임 기다려야 하니 0.1초 만에 1만 원이라는 결론이 나도 다음 1시간 손가락 빨아야 합니다. 베팅 시간이 별 의미가 없죠. 반대로 시간당 투입금액 제한이 없는 ‘게임’에서는 의미가 조금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다지 크지는 않습니다. 

 

 

추가로, 입력에서 결과가 나온 다음 ‘환금’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리게 해도 사행성이 낮아집니다. 똑같은 20억도 바로 주지 않고 1년 뒤에 주거나 10년에 나눠서 매달 입금해주면 사행성이 낮아집니다. 쉽게 이해가 갑니다. 물론 이러면 여유 있는 누군가에게 이 ‘권리'를 할인해서 팔고 현금화 할 것이니 이것까지 막아야 할 겁니다. 끝도 없이 규제입니다.

  

2-2) 노동 (물리)

 

노동을 물리와 정신으로 나눕니다. 게임을 ‘노동’이라니 뭔가 적절하지 않은 표현입니다. 게임 하시는 분들 입장에서 소위 ‘노가다’ 요소를 여기에서 대략 노동의 개념으로 보겠다는 것으로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내가 해야 되는 것이 적을수록 사행성이 커집니다. 빠찡꼬 역사에서 처음으로 규제된 기획, ‘오토’가 여기서 등장합니다.

 

오토가 허용되면 단순히 귀찮은 것을 줄여주는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규제를 우회할 수 있게 됩니다. 오토를 이용하면 여러 게임을 한 번에 돌릴 수 있으므로 1인 참가비 규제가 있더라도 여러 게임을 돌리면서 참가비 총액이 늘어나고, 참가비 총액이 늘어나면 배당금을 높일 수 있는 여지가 커지므로 연쇄 반응으로 사행성을 올릴 수 있는 작지만 큰 변화입니다.  

 

 

오토가 허용됐다고 칩시다. 입력에 따른 결과가 나온 다음 환금까지의 전 과정을 자동으로 할 수 있습니다. 한 장씩 뽑기도 귀찮으니 10연 가차?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고객이 내 돈 내가 쓰겠다는데 귀찮게 매번 결제 승인 버튼 누르게 하지 말고 혹은 원하는 지정 결과가 나오거나 통장 잔액이 0이 될 때까지 자동 충전&돌리기 옵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애드온 프로그램으로 주식 자동 거래처럼 지정된 조건에 맞으면 즉시 거래가 되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2~3개는 애교고 10개 정도도 무난히 돌릴 수 있겠네요. 주식 자동 거래가 문제가 아닌 것처럼 사행이 아니니 오토는 문제가 아닙니다. 오토 최고!

 

빠찡꼬는 사행이 아니어서 골목마다 있는데도 오토가 금지입니다. 조작 과정 자체가 규제에 상세히 적혀있습니다. 한 과정이라도 건너뛰거나 소요 시간을 줄이는 모든 기획이 금지입니다. 이걸 다 받아들이다니, 빠찡꼬 개발자들은 다 보살인 듯합니다. 그러면 여러 인원이 길드를 짜서 하면 어떨까? 뭐, 이쯤 되면 눈치채셨겠지만 금지입니다. 빠찡꼬에서는 당신이 상상할만한 모든 것을 누군가가 이미 시도했고 금지됐습니다. 하는 쪽이나 규제하는 쪽이나 대단합니다. 

 

 

2-3) 노동 (정신)

 

여기서 말하는 '정신 노동'은 '게임 공략'에 해당합니다. 최대 당첨금이 같다는 가정하라면 그냥 순전히 운에 맡겨야 하는 로또보다 스포츠 토토가 사행성이 높게 판정됩니다. 

 

이상하게 들리시나요? 최대 당첨금이 로또 쪽이 압도적으로 크니 생기는 착각입니다. 게임 공략 요소가 있으면 당첨 확률을 올리기 위해 시간과 돈, 노력을 더 쓸 여지가 생깁니다. 게임 내에 예측할 수 있는 정보나 분석 자료, 공략 요소가 풍부하게 제공되면 될 수록 '분석'을 통해 '승산'이 있다고 여겨 '레이즈'를 더 할 여지가 생기고 결과적으로 판이 커지고 최대 당첨금이 커지는 선순환(?)이 됩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제가 관여했던 시절에는 기기 위쪽에 주식 차트처럼 그래프가 표시되어 있었고 간단한 조작으로 여러가지 분석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었습니다. 이것은 다른 규제나 규칙과 맞물려 해석하면 굉장히 재미있는 플레이가 가능하게 되는 요소였는데 이는 다음 편에 추가로 다루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것이 그런 암시나 속임수 수준이 아닌 실제 그런 것이면 더 효과가 좋습니다. ‘이 방법으로 성공했다!’라는 성공담, 간증처럼 다른 사람들의 참여를 독려하기에 이것처럼 쉬운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방법 중에 소위 ‘예시’(고확률 상태에 있거나 곧 고확률 상태가 됨을 시각적 연출로 알리는 것)'는 국내법 기준으로 금지입니다. 가챠를 돌리다가 배경이 바뀌거나 열리기 전에 특정 이펙트가 표시되거나 하여 평소 상태와 다른 구분을 두는 것들이 이런 방법 중 하나입니다. 

 

2-4) 참가자 간의 관계

 

참가자 간의 관계는 일견 '사행'과 무슨 관계인가 싶은데 매우 중요합니다. 일단 모든 사행 게임은 PvP 요소가 있습니다. 이 요소가 얼마나 강하냐 약하냐, 이겼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이냐, 참가자 그룹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묶을 것이냐가 사행 강화에 중요합니다. 

 

되도록 많은 사람이 한 게임에 참여하게 하면 할수록 사행성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빠찡꼬는 네트워크 연결이 금지되는 것입니다. 네트워크 연결 할 줄 몰라서가 아닙니다. 모든 사행 게임은 네트워크 연결 규제 완화해 달라고 난리입니다. 여러분이 아는 사행 게임 이름 아무거나+온라인 또는 모바일로 검색어 넣으면 기사 주르륵 나옵니다. 

 

 

네트워크 연결이 없으니 빠찡꼬는 싱글 게임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멀티 플레이 게임입니다. 모든 규제와 규칙들이 합쳐지면 굉장히 빠찡꼬가 재미있는 게임이 됩니다만, 자세한 것은 역시 다음 편에서 한꺼번에 다루겠습니다.

 

로또는 참가자 제한이 없습니다. 하지만 1인당 금액 제한과 대한민국 인구 중 참여 의사가 있는 사람들 수를 현실적으로 따져보면 천장(최대 당첨금)이 나오는 방식입니다. 로또를 1천 명 단위로 자동으로 여러 그룹을 만들어 버리고 각 그룹별로 1등을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최대 모금액이 줄어들고 최대 당첨금도 따라서 줄어들게 되어 버립니다(물론 이것도 우회할 방법이 있으나...). 이 정도는 쉽게 예상 가능한 부분이고 더 '재미있는' 부분은 다음입니다.

 

0.2% 확률을 가진 아이템(카드든 무기든)이 있다고 합시다. 이 업체는 매우 매우 착하고 공정하여 놀랍게도 1,000번을 뽑으면 반드시 2번은 나오게 게임을 만들었다고 칩시다. 하지만 이 로그가 개인 단위가 아니라 전체 참가자 기준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어느 정도 수준까지 당첨이 안 나온 것을 안 시점(=확률이 상승했음)에 참가자가 확 늘어나면서 아수라장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당첨자가 나오면서 다시 처음 상태로 돌아갑니다.  

 

 

이렇게 하면 좀 더 알기 쉬울까요? 

 

대장간에 불꽃이 있습니다. 사용자 중 누군가 강화에 실패하면 불꽃이 점점 강하게 활활 탑니다. 누군가 강화에 성공하면 불꽃이 다시 가라앉습니다. 이게 정점에 이를 때까지 강화 성공자가 안 나오면(998번 실패) 그 시점에 강화를 시도한 사람은 100% 성공한다고 합시다. 그래야 0.2% 확률이 지켜지는 거니까요. 빠찡꼬에서는 '예시'에 해당하여 국내에서는 금지입니다만, 어디서 본 것 같으면 착각 및 우연의 일치입니다. 그리고, 일단 사행이 아니면 해도 됩니다.

 

하나 더 나가보죠. 0.2%는 무슨 의미일까요? 2/1,000? 20/10,000? 200/100,000? 모두 0.2%입니다만 사용자 간의 관계와 게임 시간이 맞물리면 전혀 다른 의미가 됩니다. 

 

여러 사람이 모여서 1,000번 강화 했는데 모두 실패했다고 합시다. 이제 빨간 불꽃이 파란 불꽃으로 바뀝니다. 2,000번 했는데도 모두 실패했다고 합시다. 이제 노란 불꽃으로 바뀝니다. 이런 식으로 대략 9,900번 이상 여러 사람이 실패했습니다. 따지면 9,900명이 각 1번 실패했다고 해도 됩니다. 개인 차원은 큰 타격이 아닙니다. 하지만 불꽃은 무지갯빛으로 활활 타고 있고 전 서버의 사람들이 다 지켜볼 수 있고, 0.2%를 지켜야 하므로 20번 연속 강화 성공이 가능한 그림이 나옵니다. 

 

이런 그림이라면 '20연속 강화 성공으로 내 잡템도 최강템으로 만들 수 있으니 한 번 해 볼만 하지' 하고 관망하던 사람들까지 마구 참여하여...

 

완전 재미있네요! 

 

 

이제 마무리로 ‘공정함’을 알려주기 위해 전 서버 채팅창에 ‘OOO님이 20연속 강화에 성공하였습니다! 모두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세요!’라고 띄워주면 깔끔하겠습니다. 확률도 지키고 고객도 만족하고 윈윈입니다. 

 

이제 사람들은 2/1,000가 꾸준히 지켜지면서 노란 불꽃으로 넘어가지 않으면 아쉬워 할 것입니다. ‘그 때 무지개 불꽃 때 서버 채팅창 장난 아니었지’라고 추억에 빠지는 사람도 있겠네요. 이 재미있는 200/100,000을 못 하게 규제하면 화를 낼 것 같습니다. 되려 2,000/1,000,000도 되게 해 달라고 하겠네요.

 

0.2%면 별로 낮은 확률도 아닌데 규정은 규정대로 지키면서 꽤 재미있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뿌듯하네요. 강화나 카드 뽑기가 눈치 보이면 이것을 사냥터 버전으로 만들면 되나? 음,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시다. 일단 위 방식은 너무 재미있는지 국내 아케이드 관련 법에서는 모두 금지입니다. 이게 네트워크 금지, 예시, 연타(연속 당첨) 금지에 해당합니다. 빠찡꼬에는 200/100,000을 만드는 것도 대놓고 금지입니다. 재미있으면 ‘사행’일 경우, 금지입니다. 

 

모든 사용자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순간, 시간당 10,000원짜리 심심한 아케이드 게임이 전국에서 10,000원씩 모아 1시간에 한 번 추첨하는 초강력 로또가 됩니다. 역시 네트는 광대해... 서버 기술 한계 때문에 일정 인원 이상 모이지 못한다구요? 그렇다면 서버 통합전을 열면 되겠네요. 

 

 

이외에도 빠찡꼬 규제에서 건질 것(?)은 많습니다. 

예를 들자면 로그만 가지고도 금지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 실패한 로그를 당첨률을 올리는데 합산하게 해 버린다면? 

·​​ 로그 분석 정보를 위처럼 대놓고 보여주지 않고 특정 사용자나 그룹만 볼 수 있게 한다면? 

· 위의 9,800회 실패 시점에 다른 사람들의 참여를 ‘실력’으로 막을 수 있다면?

  

확률, 참가금, 게임 속도 규제 하나도 안 건드려도 멀티가 되는 순간 이렇게 할 게 많은데 그놈의 네트워크 금지 때문에 빠찡꼬는 뭔가 재미있게 할 여지가 현저하게 줄어듭니다. 온라인 게임이면 벌써 했을텐데... 이미 어디서 다 본 것 같다고요? 우연의 일치입니다.

 

아무튼 이 정도로 하겠습니다. 

 

 

참가비가 낮을수록 높아지는 사행성, 심지어 참가비 ‘0원’도 가능하다?

 

의외로 간과되고 있는 것이 참가 비용입니다. 참가 인원 제한이 없다는 가정 하에 참가비가 0에 가까울수록 사행성이 강해집니다. 비용이 낮을 수록 누구나 쉽게 참여가 가능하고 참여자가 늘어나면 1인 당은 소액이 되면서 전체 모금액은 커지니 낮은 위험으로 큰 보상을 주는 설계가 가능해집니다.

 

그리고, 지난 편에 설명한 대로 게임이 아니어도 참가비 ‘0원'은 가능합니다. 간단하게 두 가지 방식의 참가비 0원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1) 광고


스마트폰 대기 화면을 열 때마다 포인트를 주는 ‘OO슬라이드’라는 앱이 있다고 합시다. 포인트는 실적(광고를 본 횟수) 에 따라 고정으로 주는데 그냥 저냥 커피 한 잔 값 모인다고 합시다. 감질납니다. 만약 포인트를 일정량 이상 모아서 한 달에 한 번 사용자 1명을 추첨하여 큰 금액을 준다면 업체 입장에서는 들어가는 돈은 똑같고 그 돈은 광고주 주머니에서 나오지 앱 사용자는 한 푼도 쓰지 않습니다. 참가비가 0원인거죠. 이러면 판이 커집니다.

 

이것도 이해하기 복잡하면 유튜브가 광고 매출의 일정액을 연말에 추첨으로 한 명에게 몰아준다고 생각해 보시면 됩니다. 유튜브 광고비의 0.1%만 해도 얼마일지... 규제 없으면 가능합니다. 물론 이러면 오토 슬라이드, 오토 유튜브도 나오겠죠. 

 


2) 돈이 커지면 돈이 돈을 번다


은행이 1%의 심심한 금리 상품 대신 0.5% 금리 상품을 출시하되, 해당 상품 입금주들의 이자 0.5%를 모아서 일년에 한 번 한 명에게 몰아준다고 합시다. 아무도 원금 한 푼 안 잃었으나 당첨금은 상상을 초월할 겁니다. 아무도 돈을 잃는다는 감각이 없을 뿐 아니라 0.5%의 이자는 기본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상품의 가입율이 1% 고정 상품보다 낮을까요? 아닙니다. 역으로 입금자가 많아지면 1%를 만들어도 손해가 아닌 상황까지 갈 겁니다. 구좌의 일정 금액 당 추첨권 1장 방식(확률 구매)이면 입금액이 클수록 당첨율도 높아질테니 모든 자산을 이 은행에 이체해놓겠네요. 

 

위 방식은 규제가 없을 때 가능한 이야기이므로 아쉽게도(?) 현실에서는 안 됩니다. 반대로 규제만 아니라면 효과가 보장된 방식이라는 이야기도 됩니다. 

 

물론 ‘0’원으로 보이게 한다는 것이지 실제 ‘0’원은 아니라는 점을 주의합시다. 사람들의 광고 시청 시간과 노력, 이자 같은 것들을 ‘0’으로 보이게 만든 것이죠. 

  

 

이제 베팅 속도는 n회 시도 중 n회 반드시 당첨, 게임당 x원, 오토 금지 등 ‘최대 당첨금’을 제외한 나머지 규제가 촘촘하게 있어야 의미가 있는 아주 심심한 규제 쪽에 속한다는 사실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베팅 속도가 빨라지고 현란한 연출과 함께 결과가 후다닥 나오면 트랜스 상태에 빠져서 중독에 빠지는 뭐 그런 문제 아닙니다. 이 사람들 재고 따지고 다 합니다. 월 결제 제한 없앤다는데 자동 충전에 오토 걸어놓고 결과만 보면 되지, 베팅 속도 따위야. 새삼스럽지만 국정 감사에서 열내기에는 좀 사이즈가 작은 규제입니다. 

 

그리고, 거듭 이야기하지만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은 엄연히 심의를 받은 게임이고 환전을 해주지 않으므로 사행 게임에나 쓰는 ‘베팅 속도’같은 표현을 쓰면 안 됩니다. <풋볼 매니저> 같은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경기가 자동으로 진행되고 감독 입장에서 지켜만 봐야 해도 이걸 사행성 강화라고 하면 이상하죠. 자동 진행되는 경기 속도를 옵션에서 조절할 수 있는데, 이걸 ‘베팅 속도 조절'이라고 뭐라 하기엔 이상합니다. 

 

그리고, 이 재고 따지고 하는 일이 가능하려면 필요한 전제가 ‘공정성에 대한 믿음’입니다.

 

대충 봐도 규제가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이렇게 많은 규제로 인해 재미없는 게임 빠찡꼬. 그래도 할 사람들은 합니다. 다음 편에는 규제와 참가자들의 행동들이 뒤섞이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빠찡꼬 ‘배틀 그라운드'의 세계를 겉핥기로 알아보겠습니다.  

노시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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