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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매출 13위 ‘테라 클래식’, 누구 노리고 나왔을까?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이준호(마루노래) 2019-08-16 18:48:19

※ 본 기사는 TIG 게임연구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작성됐습니다. 게임연구소는 게임이나 개발, 산업 등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상품으로서 하나의 게임은 그 게임이 노리는 ‘타겟’이 있습니다. 8월 13일 출시된 <테라> IP의 두 번째 모바일 게임 <테라 클래식> 역시 마찬가지죠.

 

게임은 ‘클래식’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원작 <테라>의 액션성을 살린 게임은 아니었습니다. 전형적인 모바일 MMORPG에 가까웠고, <테라>를 기대하고 들어온 많은 유저들의 비판이 이어졌죠. 

 

<테라 클래식>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13위(8월 16일 기준)로 순항하고 있습니다. 부정적인 일부 유저 평가를 감안하면, 이처럼 게임이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게임이 적어도 타겟으로 삼은 유저들에게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는데 성공했다는 의미겠죠.

 

<테라 클래식>은 확실하게 노리고 있는 고객이 있는 게임이며, 나름대로 여타 모바일 MMORPG와 차별점도 있는 게임입니다. 그 고객은 누구이며, <테라 클래식>은 어떤 차별화 전략으로 어필하고 있는지, 초반 플레이를 통해 알아본 부분을 정리해봤습니다. / 디스이즈게임 이준호 기자

 


 

 

# 원작의 액션 없는 <테라 클래식>, 승부수는 다른 곳에

 

란투게임즈가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는 <테라 클래식>(2019)은 <테라>(2011)의 IP를 활용해 제작된 두 번째 모바일 게임입니다. 원작의 아트 스타일과 논타겟 액션(의 비주얼)을 일부 가져오기는 했지만, 원작과 같은 고난도의 액션성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때문에 2011년 원작의 게임 플레이를 기대하고 게임을 설치한 유저들은 아마 금방 실망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실망엔 ‘클래식’(“옛날 <테라>랑 비슷한 게임이겠지?”라는 기대를 만드는)이라는 이름도 한몫 했겠죠.

 

 

하지만 아래와 같은 사실들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모바일 환경은 원작 <테라>의 액션을 담기에는 조작성이 제한적입니다. 무엇보다, 모바일 MMORPG의 주요 소비자들은 조작성이나 실력을 그다지 중시하지 않습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성장의 재미와 자신의 힘을 과시할 수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 가공의 세계죠.

 

그렇다면 <테라 클래식>은 어떤 노림수를 통해 목표로 한 고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을까요?


 

# “‘뽑기’는 나가있어!” ‘타임 세이버’에 충실한 수익 모델

 

<테라 클래식>이 모바일 MMORPG로서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다면 ‘확률형 아이템’에 의존하는 성장 구조를 강조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른바  수집형 RPG 류가 아닌 일반적인 모바일 MMORPG에도 확률형 아이템에 의존하는 성장 구조(그리고 수익 모델)는 흔히 보입니다. <리니지 2 레볼루션> 등에서 볼 수 있는 ‘장비 뽑기’가 대표적이죠. 이런 게임에서는 레벨 1에도 최고 수준의 장비를 끼고 강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운만 좋다면’ 말입니다.

 

 

이런 수익 모델을 채택한 여러 게임들은 게임의 첫머리에 ‘뽑기’가 있다는 것을 튜토리얼을 통해 알려주고, 조금 플레이하다보면 금방 어떤 ‘벽’에 부딪히게 하면서 플레이어로 하여금 “뽑기에 돈을 지를까?”라고 고민하게 만듭니다.

 

반면 <테라 클래식>은 처음 시작 했을 때 돈을 써야 한다라는 느낌, 이른바 ‘과금 유도’가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물론 <테라 클래식>에도 ‘펫 뽑기’가 있습니다. 뽑기를 통해 얻은 펫은 사료를 소모해 레벨을 올리고 합성을 통해 잠재력을 강화하는 등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데리고 다니는 펫의 능력치가 전투력에 합산되기 때문에 캐릭터 성장 요소로도 볼 수 있죠.

 

 

다만 그 수치의 차이가 아이템 강화나 스킬 강화에 비해 크지 않습니다. 좋은 펫 뽑아 인생 역전!’ 같은 사례는 없죠.의 종류도 15종에 불과해 볼륨 역시 작은 편이고, 매일 제공되는 이른바 ‘무료 뽑기’에는 유료 재화가 아니라 인-게임 재화인 골드를 소모하기 때문에 부담이 적습니다.

 

해금되는 시점도 상대적으로 늦게 설정되어 있을 뿐더러, 딱히 그 직후에 벽에 부딪히게 만들지도 않습니다. (물론, 벽이 없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이러한 연유로 플레이어들은 펫 뽑기를 “이런 것도 있네”라는 감각으로 지나치게 될 확률이 큽니다. 메인 성장 요소가 아니라 ‘보너스’라는 느낌이 강하죠.

 

 

<테라 클래식>은 이처럼 시장의 대세인 뽑기 모델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대신, 촘촘한 성장 시스템, 그리고 쓴만큼 시간을 아낄 수 있는(≒ 쓴만큼 무언가를 얻는) 타임 세이버 기반의 각종 패키지 상품으로 승부를 겁니다. 캐릭터 성장에 필요한 각종 재료, 재화들을 직간접적인 형태로 판매하는 것이죠.

 

 

# 스킬 숙련, 공허 결정, 그리고 타임 세이버

 

아이템 강화, 스킬 강화 등 다양한 성장 요소가 있지만, <테라 클래식>이 차용한 타임 세이버 모델을 가장 잘 보여주는 성장 요소는 ‘스킬 숙련’입니다. 

 

스킬 숙련은 공격력, 방어력, 최대 생명력 등 캐릭터의 기본 능력치를 증가시키는 성장 요소입니다. ‘스탯 찍기’ 개념과 유사하죠. 다만 레벨업 할 때마다 자동으로 오르는 것이 아니라, ‘공허 결정’이라는 재료를 소모해 업그레이드 하는 방식입니다.

 

 

많은 RPG 플레이어들은 ‘현재 레벨에서 가능한 최선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이 공허 결정은 해금되는 시점에 자신의 현재 레벨에 맞는 최고 수준으로 올릴 수 있을만큼 충분한 양이 주어지지 않죠. 구할 순 있지만 오랜 시간을 들여야하고, 효율도 좋은 편이 아닙니다.

 

대신 게임은 여기서 선택지를 제공합니다. 시간을 쓰거나, 돈을(혹은, 돈도) 쓰거나.

 

오랜 시간을 들여 공허 결정을 차곡차곡 쌓아 천천히 캐릭터를 강화할 수도 있지만, ‘돈을 지르면’ 이 단계를 확실하게(확률적으로가 아니라) 건너뛰고 대량의 공허 결정을 손에 넣어 시간을 획기적으로 아낄 수 있습니다. 즉, ‘타임 세이버’죠. 이 외에도 게임에는 장비 강화, 세공 등 다양한 성장 요소가 있고, 여기 들어가는 재화는 대부분 상점에서 패키지 형태로 판매됩니다.

 

 

한편, 모든 성장 요소를 돈으로 건너뛸 수 있다면 ‘시간’의 가치가 제대로 보존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죠. <테라 클래식>은 일일 퀘스트의 보상을 늘려 이 문제를 봉합합니다. 특히 수많은 성장 요소 중 스킬 문장, 길드 버프 등 일부 요소는 현금 판매 패키지로도 건너뛸 수 없고, 오직 일일 퀘스트를 클리어해야만 얻을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덕분에 플레이어는 매일 꾸준히 게임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것처럼 느끼게 됩니다. ‘성장’이 완벽하게 ‘현금’으로 환산되지는 않도록 하면서도, ‘손실 회피 경향’(loss aversion)을 이용해 유저가 게임에 계속해서 참여하게 만드는, 여러모로 ‘기본기’에 충실한 모습인 것이죠.

 


 

# ‘강함’을 팝니다 - “쓴만큼 강해지는 ‘정직’한 세계”, <테라 클래식>

 

<테라 클래식>은 정직합니다. 돈과 시간을 쓰면, 딱 쓴만큼 성장시킬 수 있는 재화를 얻을 수 있습니다. 뽑기가 존재하긴 하지만 효율이 좋지 않으며, 강요되지도 않습니다. 마치 현실처럼, ‘시간’이야 말로 최고의 재화이며, 과금은 이 시간의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테라 클래식>은 확률에 의존하는 모델을 선호하지 않는 유저들을 확실하게 목표로 삼았고 이들에게 호소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약한 과금 유도와 확률형 아이템의 낮은 효율은 이러한 설계에 일관성을 더합니다.

 

 

게임을 할 시간은 많지 않지만 여전히 온라인 RPG가 주는 성장(그리고 상대적 우월감)의 재미를 느끼고 싶은 사람, 복잡하고 어려운 액션을 스스로 수행하는 것보다 화려한 이펙트와 전투를 ‘보는 것’을 즐기는 사람에게 <테라 클래식>은 괜찮은 게임입니다. 

 

하지만 낮은 확률을 뚫고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의 쾌감(혹은, 확률 아래 만인의 평등)을 즐기는 사람, 혹은 자신의 조작과 실력을 통해 직접 난관을 극복하는 성취감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테라 클래식>은 그다지 좋은 게임이 아닐 수 있습니다.

 

8월 16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매출 순위 13위를 기록하며 순항중인 <테라 클래식>. 운에 의존하는 뽑기 대신 타임 세이버에 주력한 정직한 수익 모델이 ‘롱런’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테라 클래식>의 추후 행보를 주목해볼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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