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일본 가전제품은 전 세계를 휩쓸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까.
당시 일본 내수시장을 보면 알 수 있다. 소니, 도시바, 미츠비시, 산요, JVC, 파이어니아, 샤프 등 우리에게도 낯익은 7~8개 회사들이 엄청난 퀄리티 경쟁을 펼쳤다. 그러다 보니 해외에 나가면 ‘메이드 인 재팬’은 무적이 됐다.
우리나라 게임도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최근 웹보드게임과 캐주얼의 명가인 NHN과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텃밭 격인 MMORPG 시장에 뛰어들었다. 엔씨소프트는 미들코어라는 장르에 도전하고 있다. 바람직한 경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경쟁을 통해 서로가 생산적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혹 이런 경쟁에 대한 걱정을 한다. 머리끄덩이 잡고 싸우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얌전히 있다가 밖에 나가서 깨지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게다가 더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한 경쟁이라면 땅을 사거나 이상한 데 돈 쓰는 것보다 백배 낫다.
치열한 경쟁 탓에 어떤 게임은 내수 시장에서 실패할 수 있다. 하지만 내수 시장의 실패가 곧 게임의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 할리우드를 보자.
키아누 리브스라는 잘 생긴 배우가 있다. 그는 미국보다는 해외에서 더 ‘먹히는’ 배우다. 올해 초 개봉한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콘스탄틴>는 미국 흥행은 변변치 못했지만 아시아권에서는 대박을 쳤다. 가끔 아시아권에서 흥행할 것으로 점쳐지는 영화는 추석이나 설 연휴에 맞춰서 미국보다 먼저 개봉하기도 한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은 미국 내 수입 외에 아시아 등지에서 아주 짭짤한 보너스를 얻을 수 있다. 덕분에 과감하게 영화를 만드는데 투자할 수 있다. 이런 과감한 투자는 또다시 더 큰 수입을 가져다 준다. 선순환 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런 선순환의 기본 토대는 퍼블리싱 파워다. 국내야 ‘게임 좋다’는 입소문 나면 어느 정도 관심을 끌 수 있다. 하지만 해외는 그렇지 않다. 게임은 흥행사업이어서 더욱 그렇다. 모르는 업체에 대해서는 굉장히 보수적이다.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
우리는 다를까. 당장 할리우드 영화가 아닌 해외 영화가 국내에서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따라서 계약을 해도 리스크가 더 많으니까 불공정한 계약을 맺게 된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일본과 미국에서 <마그나카르타: 진홍의 성흔>과 <킹덤언더파이어 크루세이더>가 성공했을 때 정말 기뻤다. 동남아시아에서 성공하는 것도 좋지만 미국과 일본은 소위 게임 강대국이고, 메이저 개발사도 많은 나라다. 그런 조건에서 이룬 성과여서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리니지> 때는 서비스 지원 차원으로 해외에 나갔다. <리니지 2> 때는 직접 들고 나가 해외를 많이 돌았다. 힘들긴 힘드는데 한국 업체가 나가서 성공해야 다른 업체도 잘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단 엔씨가 선두에 서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한국 업체가 몇 군데라도 좋은 선례를 만들어주면 그 후에 모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같은 루트를 따라 갈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무척 힘든 일이겠지만, 그래서 더욱 해야 할 일이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칼럼에서 써볼까 한다.
스페셜칼럼의 일부 콘텐츠가 DB 오류로 삭제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본문은 모두 복구했지만, 일부 글의 댓글은 복원할 수 없었습니다. 칼럼니스트와 유저 분들께, 깊이 사과 드립니다. 향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본 게시물은 삭제됐다 복원된 글입니다. (복원일자:2010-07-28) /운영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