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G 메타버스-P2E 특별기획
① NFT는 255번째 디지털 봉이 김선달인가? (바로가기)
② P2E 에서 '플레이 앤 언'으로? NFT 게임, 어디로 가나 (바로가기)
③ 메타버스, NFT, 그리고 P2E는 정말 트렌드였을까? (현재 기사)
④ 위메이드 '미르4' 정말 세계적으로 많이 할까? 사실은... (바로가기)
⑤ NFT 게임을 자랑스런 K-콘텐츠로 소개할 수 있을까요? (바로가기)
⑥"내 작품이 도용됐다" 유니티 어셋 훔쳐간 사연... NFT는 무법지대인가? (바로가기)
⑦게이머 59.4% P2E 키워드에 부정적, P2E 게임 해본 사람은 12.6% (바로가기)
⑧ 유저가 느낀 P2E 게임… ‘수익’과 ‘재미’ 상관관계는? (바로가기)
⑨ "P2E 게임 해봐야 게이머는 돈 못 법니다" (바로가기)
2021년 메타버스, NFT, 그리고 P2E가 게임 생태계의 키워드였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국내외 주요 기업들은 지난 한해 새로 떠오른 용어를 선점하려고 분투했다. '메타'가 된 페이스북처럼 아예 회사 이름을 바꾼 사례도 있었다.
국내 게임사도 "NFT를 하겠다" 내지는 "검토 중이다"라는 사실을 밝혔다. 그리고 소식에 따라서 주가는 빠르게 반응했다. 모 상장기업은 기자간담회에서 '특정 게임의 NFT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고 밝혔다가 주가가 떨어졌고, 이튿날 자사 다른 게임의 NFT 계획을 밝혀 주가를 회복시켰다. (실제 게임사들이 보여줄 미래가 어떻든) 오늘날 게임 기업에게 그런 '신개념'들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대상처럼 되었다.
11월 30일 오후, 코스닥에 상장한 모 게임사는 기자간담회 중 "신작에 NFT 적용이 없다"고 밝혔다. 이내 주식은 그날 장 마감까지 7%가 가까이 떨어졌다. 12월 1일, 회사는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을 통해 P2E 시장에 본격 대응' 하겠다고 발표하며 주가를 11월 30일 전보다 높게 끌어올렸다. 물론 29일 상승폭을 보면, NFT 계획 없다는 이야기 하나로 주식이 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게임사의 NFT 계획과 주가 변동 사이에서 눈여겨볼 만한 사건이었다. (출처: 네이버 주식)
# 과연 '게임'으로 <로블록스>를 검색했을까?
트렌드에 대한 뜨거운 반응은 검색어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2021년, 구글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검색한 게임은 다름 아닌 <로블록스>다. 개발사 로블록스 코퍼레이션은 지난 3월 뉴욕 거래소에 상장하며 40조 원 규모의 시가총액을 인정받았다. 한때 기업 가치는 EA를 비롯한 주요 게임사보다 높았던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로블록스>는 세계적으로 많이 검색되었지만,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검색된 게임 Top10에는 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2021 구글 검색어 순위 게임 부문 (국내)
2021 구글 검색어 순위 게임 부문 (글로벌)
올 한해 한국에서 <로블록스>의 검색량이 돋보인다는 점은 구글 트렌드를 통해서도 재확인된다. 한국은 필리핀, 조지아, 페루, 트리니다드 토바고, 에콰도르, 말레이시아에 이어 7번째로 <로블록스>를 많이 검색했다. 뒤에도 필리핀의 이름은 계속 등장할 것이다.
<로블록스> 플랫폼 자체는 2006년에 출시됐기 때문에, 영미권에서는 비교적 익숙한 서비스로 여겨진다. <로블록스>의 미국과 유럽 검색량은 앞의 예를 든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올 한해 메타버스와 P2E 유행을 타면서 <로블록스>가 소개되지 않던 지역에 '메타버스 대장' 격처럼 인식되었을 수 있다. 로블록스 코퍼레이션이 지난 7월 한국에 법인을 세웠다는 점도 국내 검색량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조사 업체 앱애니의 자료에 의하면, 지난 3분기 한국에서 가장 많은 MAU(월 활성 이용자)를 기록한 앱은 <로블록스>다. <로블록스>는 저연령층에게 유력한 게임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많은 유저를 확보한 <로블록스>지만, 검색 양상에서는 외국과 한국이 차이를 보인다. 외국에서는 '프로모 코드'를 관련 검색어로 많이 찾았지만, 한국은 주가, 주식, 엔비디아 주가와 자주 관련되었다.
2021년 로블록스를 가장 많이 검색한 다섯 나라 (출처: 구글 트렌드)
구글 웹에서 <로블록스>를 검색한 한국인은 대체로 대상을 게임 플랫폼보다는 투자 종목으로 여겼을 것이라는 해석을 해볼 수 있다. 검색 공간을 유튜브로 한정시켜 보면, 실제 <로블록스> 유저들의 관심사를 알아볼 수 있다. 유튜브의 <로블록스> 관련검색어는 '오징어 게임', 겜꿀, 서버 터짐, 동룡쓰 순으로 조사됐다. 겜꿀과 동룡쓰는 한국의 인기 <로블록스> 유튜버다.
정리하자면, 한국인들은 2021년 세계에서 7번째로 구글에서 <로블록스>를 많이 검색했다. 연관 검색어를 보면 한국은 <로블록스>를 (기업이든, 콘텐츠 제작이든) 투자 대상으로 여기는 경향을 드러낸다. 앱애니 통계를 종합하면, 한국인들이 실제로 <로블록스>를 분기 MAU 1위를 할 정도로 많이 즐긴다. 하지만 이들의 관심사는 웹 검색이 아닌 유튜브 검색을 통해서 엿볼 수 있다.
한편, 또다른 조사 기관 엡에이프의 1년 전 <로블록스> 이용 통계에서는 흥미로운 특이점이 나타난다. 40대의 <로블록스> 이용 비율이 10대보다 4배 이상 높았던 것인데, 엡에이프는 "게임 내 유료아이템을 결제할 지불능력이 없는 10대 자녀가 부모님의 계정으로 앱에 접속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20년 12월 한국의 <로블록스> 이용 추이 (출처: 모비인사이드)
# 메타버스, 한국만 신난 것은 아닐까?
<로블록스> 실 사용자들은 '오징어게임'을 붙인 <로블록스> 게임이 궁금하지만, 투자자들은 주가가 궁금하듯이 메타버스를 호명하는 대상과 응답 대상, 즉 기업과 유저 사이에는 온도차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여기서 한국은 가장 메타버스에 열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구글이 '가상의 세계'라고 정의하고 있는 메타버스는 10월 전까지 10 미만의 전체 관심도를 보이다가 이후 폭증했다.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로 바꾼 시점과 같다. 지역별 관심도는 대한민국이 95, (원칙적으로 구글 이용이 금지된) 중국이 100, 대만이 50, 홍콩이 36 순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인 게임 강국인 미국은 12, 일본은 9, 영국은 8의 관심도를 기록했다.
메타버스의 관련 검색어는 해당 개념의 중국어에 해당하는 원우주(元宇宙), 페이스북, 코인 순으로 조사됐다. 관련 주제는 메타(기업), NFT, 투자, 마크 저커버그, ETF 순으로 보인다. 검색어를 통해서도 (업계의 분석처럼) 메타버스와 NFT가 쌍을 이루는 것이 관측된다. 메타버스의 이주를 앞둔 '네티즌'들이 어떤 플랫폼으로 이주할지 관심사를 담은 내용도 부분적으로 존재하지만, 대세를 이루지는 못한다.
한국과 중화권에서 높은 반응도를 보인 메타버스 (출처: 구글 트렌드)
메타버스에 대한 반응도가 산업의 흥행 여부까지 결정한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현재 메타버스를 둘러싼 관심도는 한국과 중화권이 과잉 대표하고 있다. 구글 트렌드 상에서 메타버스라는 단어는 <오징어게임>이나 <이터널스>, 아프가니스탄, AMC 주식처럼 세계적으로 퍼진 단어라고 보기 어렵다. 메타버스는 구글 '올해의 검색어' 시리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메타버스는 '코로나19 백신'처럼 판데믹으로 모두가 집에만 있어야 했던 상황에서 검색량이 많이 잡히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 관심도는 다른 세계적인 검색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메타버스는 (유저들을 그 쪽으로 몰고 싶어하는) 기업의 구호에 가깝다는 인상이다. 'BBIG'처럼 철따라 나고 드는 투자 유행어일 수도 있다.
메타버스에 관한 트렌드는 다음과 같은 물음으로 귀결된다: 메타버스 기업들은 유저들을 이끌 만한 매력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메타버스를 정말로 '쇼 앤 프루브'(Show & Prove)할 수 있을까? 헤리스 폴(Harris Poll)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Z세대(1997~2012년생)의 38%, M세대(25~40세)의 48%가 '메타버스가 다음 10년 안에 우리 삶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절반 넘는 응답자는 어떤 생각일까?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몇몇 독자들은 자신들이 이미 메타버스의 선주민(先住民)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자신들의 놀이터를 가리켜 '사실 이게 메타버스'라고 부르는 사람들을 심드렁하게 쳐다볼 수 있다. 그래서 어쩌면
"메타버스는 헛소리"라는 일갈에 지지를 보낼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는 젊은이들이 메타버스 유행을 이끌 것으로 희망하지만, Z세대의 38%만이 메타버스가 '큰 것 온다'고 생각한다" (출처: 해리스 폴)
# 개발도상국에 NFT와 P2E 높은 관심... 긍정적 현상일까?
메타버스와 NFT는 강력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심' 시리즈의 윌 라이트와 <블랙 & 화이트>의 피터 몰리뉴도 블록체인 게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유비소프트, EA 같은 세계적인 게임사도 블록체인을 접목시킨 P2E를 언급하고 있다. 올해 P2E의 대표주자 격이던 <엑시 인피니티>가 화두로 떠올랐다. 한국의 위메이드는 블록체인 재화를 MMORPG와 연동시키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P2E(Play To Earn, PTE)이라는 키워드는 지난 상반기까지 25 미만의 절대 관심도를 보이다가, 7월 이후 급격히 상승한다. Play To Earn은 필리핀, 네팔,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싱가포르 순으로 높았다. P2E는 대한민국, 필리핀, 싱가포르, 이스라엘, 프랑스 순으로 높았다. PTE는 동명의 영어 능력 시험이 있어서 정확한 관심도를 측정하기 어렵다.
Play To Earn는 필리핀이 100, 네팔과 나이지리아가 각각 37을, 후자는 한국이 100, 필리핀이 48의 관심도를 기록했다. 인도, 방글라데시, 베네수엘라도 Play To Earn에 10 이상의 관심도를 보였다.
Play To Earn, 혹은 P2E는 개발도상국에서 높은 관심도를 얻었다 (출처: 구글 트렌드)
게임뿐 아니라 디지털 아트 경매에 활발하게 쓰이는 대체 불가능 토큰(NFT)은 중국 100, 싱가포르 65, 홍콩 60으로 중화권에서 많은 관심을 보였다.
대한민국이 47, 필리핀으로 46으로 뒤를 이었다. VPN 사용도가 높은 중국에서 절대 관심도 100을 나타냈다는 부분은 흥미로운 시사점을 남긴다. <엑시 인피니티>로 생계를 해결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필리핀에서는 이런 해당 키워드에 높은 관심도를 보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코로나19와 함께 NFT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간 것을 볼 수 있다 (출처: 구글 트렌드)
개별 게임에 대한 검색은 어떨까? <엑시 인피니티>는 필리핀, 쿠바, 베네수엘라, 중국, 아랍에미리트 순으로 높은 관심도를 나타냈다. 관련 주제는 필리핀 통화인 '페소', 환전 가능한 재화 SLP(스무스 러브 포션), 암호화폐 순으로 관심이 높았다. 구글 알고리듬은 아직 <엑시 인피니티>의 SLP를 코인이 아니라 나스닥에 상장한 기업 시뮬레이션즈 플러스(SLP)로 이해하고 있었다.
<미르4> 역시 필리핀이 100의 관심도를 기록해서 가장 높은 관심도를 나타냈다. 베네수엘라, 브라질, 아르헨티나, 중국 순으로 높은 관심도를 보였으며, 관련 검색어로는 드레이코가 많이 잡혔다. 게임을 만든 대한민국의 <미르4>에 대한 관심도는 2다. 한국은 게임을 만든 위메이드를 <미르4>보다 많이 검색했다.
코로나19로 경제 타격의 직격탄을 맞은 필리핀에서 '돈 버는 게임'에 상당한 관심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엑시 인피니티>로 돈 버는 필리핀 사람들은 실존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최근 SLP 코인은 개당 400원에서 40원 수준으로 크게 값이 떨어졌다.
<미르4>의 지역별 관심도. 동남아시아, 특히 필리핀에 집중되어있으며 브라질에 소수 잡힌다.
2021년 12월 29일 기준, <엑시 인피니티>의 SLP는 40원(KRW)의 교환가치를 가진다. 전에 비해 시간을 쏟아도 돈을 벌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에 <엑시 인피니티> 개발사는 "이용자들이 게임에서 획득한 SLP 코인으로 새로운 몬스터를 육성하는 대신 현지 통화로 교환하는 방식을 점점 더 많이 선택했다"며 "이것이 SLP 토큰 가치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고백했다. SLP를 팔려는 사람이 많고, 게임에 쓰기 위해서 사는 사람은 적다는 것이다. SLP의 수요 공급 곡선은 붕괴한 상태다.
브라질, 베네수엘라 등 높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한 남미 국가에서도 P2E와 개별 게임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참고로 지금 남미 곳곳에서는 암호화폐로 물품 결제를 받고 있으며, 엘살바도르는 아예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인정시켰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필리핀 시민들이 <엑시 인피니티>로 생계를 해결한다고 소개한 다큐멘터리는 주목을 받았다. (출처:유튜브 Play 2 Earn)
# 결론: 재포장, 혹은 리브랜딩... 유희보다는 투자가 먼저인 키워드들
메타버스, NFT, P2E 등의 신조어는 각각 가상세계, 블록체인, 그리고 '쌀먹'과 깊이 조응한다. 또 한국의 MMORPG 게이머라면 P2E보다는 '쌀먹'이 더 익숙할 것이다.
시장은 기존 통용되던 개념의 재포장, 혹은 리브랜딩을 진행하고 있고, 구글 트렌드 상, 이러한 전략에 강하게 반응하는 지역은 주로 개발도상국, 중화권 국가, 그리고 한국이다.
한국의 경우, 적지 않은 부분에서 이러한 트렌드들이 '직접 접속해서 유희할 것'보다는 '투자 가치가 있는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잡힌다.
그렇다면 한국 게임은 현행 법의 갈라파고스 규제를 혁파하고, 투자자들이 몰리는 블록체인 게임의 트렌드를 선도해야 할까? 모험이 가져올 리스크를 인지하고 호흡을 고르는 편이 좋을까? 이들 트렌드는 '안 하면 안 되는 것'처럼 된 가운데, 이미 몇몇 게임사는 주사위를 던졌다.
2021년 TIG가 가장 많이 받은 소식은 메타버스 - NFT 관련 이야기다.
# 사족: 구글 트렌드로 모든 것을 읽을 수 없다, 그렇지만
이상의 분석은 '2021년 게임계 유행어가 투자 트렌드일 수는 있어도, 이용자들에게는 '그다지' 유행어로 다가오지 않았다'라는 가설을 확인해보기 위해 실시됐다. 그러나 구글 트렌드와 몇몇 외부 통계를 조합한 기자의 '썰'에는 한계가 있다. 구글이 전 세계적으로 막강한 검색 도구이기는 하지만, 구글 트렌드를 통한 분석으로 모든 것을 담을 수는 없다.
제일 먼저 '많이 검색되는 것이 대상에 관한 관심을 근거할 수 있느냐'라는 근원적인 물음부터 꺼낼 수 있다. 또 구글 웹에서 많이 검색되는지, 구글이 소유한 유튜브에서 많이 검색되는지에 따른 결괏값이 다르다는 점도 있다. 구글 트렌드에서 알고자 하는 대상을 단순한 '검색어'로 설정하느냐, 구글이 제공하는 키워드로 설정하느냐에 따라서도 다른 지표를 보인다.
구글은 자사 번역 기술을 통해 '메타버스'라고 검색해도 'Metaverse'에 대한 값을 포함시키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역마다 다른 언어 문제가 완벽히 해결됐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는 네이버, 다음 등의 국산 포털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메타버스, NFT, P2E' 등의 구호는 오늘날 한국에서 과잉 대표된 경향이 있으며, 세계적으로 공명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에 관해서는 앞으로 더 논의해볼 만한 듯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