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은 국민 게임입니다. <롤>이 실행되지 않는 PC방은 아마도 없을 겁니다. 엔미디어플랫폼 발표에 따르면, 2022년 6월 둘째 주 <리그 오브 레전드>는 PC방 점유율은 45%를 차지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PC방에서 <롤>은 전체 점유율 절반에 가까운 지위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라이엇 게임즈는 PC방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PC방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던 브랜든 벡 라이엇게임즈 대표는 아예 LA 본사에 PC방을 차렸죠. 또 라이엇 게임즈는 여러 차례 PC방 문화로부터 e스포츠의 전설이 시작됐다고 이야기했습니다. 2018년 개관한 종각역 롤 파크(LoL PARK)에도 100석 규모의 '라이엇 PC방'이 영업 중입니다.
지난 4월 발표된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라이엇 코리아)의 전년도 매출은 3,871억 원, 영업이익은 1,613억 원입니다. 주력 상품 <롤>이 F2P(프리 투 플레이) 게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입의 상당 부분이 PC방 개런티로 충족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2020년 보고에 의하면, 라이엇 코리아 전체 매출의 약 99%가 게임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e스포츠 및 LCK 프랜차이즈 관련 비용은 별도 기업인 LCK 유한회사로 잡히고 있죠.
그런데 앞으로 라이엇 게임즈와 PC방 사이에 새로운 관계가 맺어질지도 모릅니다. 지난 13일, 마이크로스프트(MS)의 Xbox 게임패스에 <롤>이 입점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실제 입점은 올겨울 이루어지는데, 조건은 160종의 <롤>이 전 챔피언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또 게임패스로 <롤>을 이용하면 "보너스 경험치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조건은 <롤>의 '프리미엄 PC방' 조건과 거의 같습니다. 게임패스는 월 7,900원에 이용 시간 무제한, 프리미엄 PC방은 300시간에 69,900원입니다. 우리가 PC방에서 1,000원을 내고 <롤>을 1시간 하면, 그중 대략 233원은 라이엇 코리아가 가져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모쪼록 게임패스가 프리미엄 PC방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저렴합니다.
현재 라이엇 코리아가 제공 중인 '프리미엄 PC방' 상품을 자세히 살펴봅시다.
(1) 모든 챔피언을 사용할 수 있으며 (2) 추가 경험치 20%를 제공하는 이 상품은 포인트제로 판매되며 (3) 가격은 69,900원에 300시간입니다. 거의 모든 PC방 업주들이 <롤> '프리미엄 PC방'을 결제 중이며, 이용자가 자리에 앉아 게임을 할 때마다 포인트가 차감되는 방식으로 결제가 이루어집니다.
프리미엄 PC방의 상품적 메리트는 추가 경험치 20%보다 모든 챔피언 사용에 있을 것입니다. <롤>은 티어가 레벨보다 중요한 게임이죠. 레벨은 랭크 게임에 입장하기 위한 최저 기준이거나 '내가 이만큼 오래 게임을 했다'는 수준의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모든 챔피언을 이용할 수 있다는 부분이 많은 사용자에게 체감되는 효능입니다. 게임에 집중할 수 있는 조건,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할 수 있는 환경 같은 요소는 공간의 문제가 될 것이고요.
집에 PC도 있고, 굳이 친구와 직접 만나서 <롤>을 하는 게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PC방에 갈 필요 없이 게임패스를 구독하기만 해도 '소환사의 협곡'에서 전 챔피언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게임패스에는 <롤> 이외에 100여 종의 신작이 수록되므로, '프리미엄 PC방'을 집에 가져다 놓은 효과를 줄 겁니다. 집에 PC가 없거나, 친구와 함께 PC방에 가는 게 중요한 경우, PC방의 <롤>은 아직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PC방 업주에게 게임패스는 생각해볼 만한 아이템입니다. 현재 게임패스는 계정에 귀속이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의 계정이 이용되는 PC방 영업 특성상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밸브의 스팀이 플레이위드와 손잡고 한국에서 '스팀 PC 카페'를 열었듯, 한국에 별도 솔루션을 낸다면 PC방 생태계의 일대 변혁이 일어나게 될 지도 모릅니다.
MS가 게임패스 PC방 버전을 출시한다면, 라이엇 코리아가 제공하는 프리미엄 PC방보다 더 매력적인 서비스가 될 것입니다. 점유율 1위의 <롤>이 포함되고, 수십 종의 PC 게임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또 지난 1월 MS는 <스타크래프트>, <WOW>, <오버워치>의 블리자드까지 인수하겠다고 발표했죠. 배틀넷까지 게임패스의 영역에 들어간다고 가정한다면, 게임패스는 사실상 통합 프리미엄 PC방 솔루션에 준하는 위치를 점하게 될 겁니다.
MS는 최근 서울에서 게임패스 체험을 위한 팝업 PC방을 열고 체험의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강남구 소재 PC방에서 6월 26일까지 <헤일로 인피니트>, <포르자 호라이즌> 등의 게임을 해볼 수 있으며, 방문객들에게는 게임패스 1개월권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합니다.
MS 측은 "현재까지 PC방용 게임패스에 대해 결정된 것은 없다"라면서 팝업 PC방은 "제너럴한 게이머에게 게임패스를 알리기 위한 캠페인 차원"이라고 밝혔습니다. MS의 게임패스 팝업 PC방 이벤트 발표 이후, PC방 솔루션 출시에 관한 복수의 문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확인됩니다.
라이엇 코리아는 이 문제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해 PC방 업계가 어려움이 많으셨다. 이에 상황이 조금 더 완화된 지금, 발로란트 등 PC방에서 게임을 즐기시는 분들이 다양한 혜택을 누리실 수 있는 이벤트를 기획하여 진행 중이며 여름방학도 미리 준비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자사 게임들의 PC방 혜택 역시 장기적 관점에서 이미 (프리미엄 PC방) 강화안을 논의, 계획 중에 있다. 라이엇 게임즈에게 PC방은 너무나 소중한 파트너이고, 우리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즐기는 문화공간인 바, 상생의 고민을 이어가겠다. 구체적인 내용은 향후 공개드릴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