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KGC 2005 첫 기조연설이었던 김학규 대표의 <게임과 블루오션 전략>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재밌고 유익한 내용이어서요. simon :)
* 강연에서 미처 못했던 말씀과 시몬의 정리가 미숙했던 부분을 김학규 님이 직접 덧붙이고 수정해서 원고를 보내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 /디스이즈게임
게임이 정말 많아졌다. 게이머는 좋겠지만, 개발자 입장에서는 클릭 한번도 안 당해보고 사라질 운명이다. ㅠㅠ
이런 상황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작년에 <그라나도 에스파다>를 45억 원에 개발했다니까, 며칠 후에 “우리는 80억이다”, “100억이다” 이런 기사들이 막 나오더라. 홍보건, 제작비건 경쟁할 수밖에 없다. 그것을 일컬어 '레드오션'이라고 한다. ‘뻐얼건 바다’!!
상어들이 서로 뜯어먹는 경쟁환경, 두려움과 불안감에 떨던 와중에 발표된 책이 <블루오션 전략>이다. 피투성이 승자보다 경쟁 없는 무주공산에서 원하는 것을 얻는 ‘블루오션’ 개념이 경쟁에 지친 프로듀서, 사업가들에게 많은 용기와 영감을 줬다. 이 책을 출판한 출판사는 하바드 대학교 출판본부인데,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있는 경영학 책들을 출간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경영학 책 중에 한국의 필자(공동저자 김위찬)가 쓴 책은 거의 보기 힘들다시피 한데, 이 책은 이례적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고, 나오자마자 세계 최다국어로 번역돼 출판됐다. 지금도 국내나 해외의 대형서점에서 꾸준히 순위에 올라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경영이론을 하는 사람이 있었구나’ 하고 생각했고, 경영학의 황우석 박사에 비견된다고 개인적으로 평가했다. 그리고 경쟁을 하기보다 경쟁을 피하라는 이 책의 전략을 게임계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우리 회사(IMC 게임즈) 워크샵 때 회사와 업계 현실에 비춰 이야기했더니 직원들 반응이 좋았다. 게임 공부하는 사람, 다른 회사 사람에게도 좋을 것 같아 강연 주제로 하게 됐다.
◆ 블루오션과 레드오션
경쟁해서 이겨봐야 남는 것은 별로 없다. 만화 <드래곤볼>에서 전투력 마구 올라가는 것처럼 디지털카메라도 ‘화소수’로 경쟁했다. 그러다보니 전문가에게나 필요한 것이 일반인 손에 들려있는 상황이 돼버렸다. 그렇게 높은 화소로 찍은 사진, 예를 들면 2848x2136 같은 고해상도로 찍어도 결국 웹에 올라갈 때는 400x300 같은 식으로 사이즈 줄여지는데... 유저 입장에서는 별 쓸모 없는 것으로 경쟁하는 상황이다.
내가 좋아하는 자동차에서는 ‘마력’으로 경쟁했다. 140마력, 150마력, 300마력, 500마력 막 올라간다. 일본에서는 하두 경쟁이 붙어서, 일본 정부에서 양산차의 마력을 280마력으로 규제하기도 했을 정도인데, 요즘은 세계적인 경쟁에 뒤쳐질 수 없다는 업계의 의견 때문에 그 규제가 풀려서 세단도 500마력까지 올라간다.
변속기 기어도 보통 차들은 4단, 5단 하는데 벤츠에서 7단 기어 사용한 차가 출시되고, 곧 8단 기어도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다른 자동차 회사들도 ‘남들 8단 기어하는데 나만 4단 기어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울며겨자먹기로 기어 경쟁에 따라간다. 단수가 많아지면 연비가 약간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고는 하는데, 복잡해진 차 구조나 올라간 가격표를 감안하면 운전에는 별 쓸모가 없을 것 같다.
게임에서도 다른 게임의 “퀘스트가 몇 개다”(ex. <WOW>) 하면, 우리도 2배 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한다. “맵 펼치면 우리나라 몇 배도 나온다”(ex. <다크 앤 라이트>)는 이야기는 개발자에게 압력으로 작용한다. 결국 더 많은 자본, 인원으로 날밤 새면서 노력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자꾸 몰아가는 상황이다.
◆ 기술 혁신과 가치 혁신
이 시점에서 예전을 뒤돌아봤다. 경천동지할 게임들도 처음에는 그리 신통치 않았다. <바람의 나라>(왼쪽 그림)를 보자. 하이텔에서 MUD 하다가 돈내고 하니까 '누가 하겠냐' 했는데 조금씩 사람들이 늘어갔다. 따로 MUG라고 나왔는데, 한달에 2만원씩 매달 내라니까 황당했는데 한두명씩 빠져드니까 많이 하게 됐다. <바람의 나라> 그래픽이 당시 다른 게임들과 비교해 뚜렷이 나은 건 아니었다. 좋다, 나쁘다 말하기 힘든 다른 차원이었던 것 같다.
세이클럽의 아바타 판매 개념도 황당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돈을 내더라. 그것 했던 회사는 엄청난 성과를 이뤘다. 하지만 경쟁이 붙고, 아바타 판매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처음 블루오션이던 때 사람들은 주목하지 않는다. 사람들 주목하면서 레드오션으로 변화해버린다. 그러면 선구자들은 다른 블루오션을 찾아 떠난다.
혁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기술적 혁신이 꼭 성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드디스크는 헤드가 디스크에 매우 얇게 떠서 데이터를 읽어들여야 하는데, 하드디스크의 플래터와 헤드의 간격을 비율로 비교하자면, 747 점보 제트기가 약 3cm만 떠서 비행하는 것과 같은 엄청난 초정밀 기술이다. 그렇게 대단한 기술도 경쟁이 치열해서 남는 게 없다. 하드디스크 만들던 회사들 거의 철수해버렸다. 기술을 아무리 파도, 진정한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 정말 필요한 것은 가치와 연결되는 혁신, 즉 가치 혁신이다.
◆ 차별화된 제품 - ERRC
[차별화된 제품]과 [차별화된 시장]이 블루오션 전략의 2가지 주요지침이다.
차별화라는 것은 마케팅 전략에 관한 책들에서 수없이 다루어져 왔던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루오션 전략이 주목을 끈 이유는, 차별화를 구체적 실행에 옮기기 위한 체계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 체계 중 하나가 바로 ERRC이다.
차별화된 제품은 ERRC를 통해 이뤄진다. 즉 없애고(Eliminate), 줄이고(Reduce), 늘이고(Raise), 창출했을 때(Create)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모든 것을 다 잘 하려고 하지 마라. 모든 과목 모두 ‘수’ 맞으려고 하지 마라. 오늘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게 이것이다. 전략이라는 게 뭐냐. <스타크래프트>에서 마린들끼리
게임의 경우에도 선택과 집중의 위력은 직접 확인해볼 수 있다. <라그나로크>나 <디아블로>도 그랬지만, 거의 대체적으로 ‘스탯’(능력치)은 몰아줄수록 유리하다. 검사는 힘만 찍고, 마법사는 지력만 찍는 식으로. 마법사인데, 방어력 이동력 분배해서 키우면 '잡캐릭터'밖에 안 된다.
게임을 만들 때도 회사엔 100억이면 100억, 1000만원이면 1000만원의 개발자금의 상한선이 있는데 사운드, 그래픽, 캐릭터, 몬스터, 아이템 골고루…, 마을도, 던전도 골고루…, 콩 하나도 쪼개먹는 심정으로 자원을 분배하고, 단지 열심히 날밤 새서 일하는 것으로 상대를 이기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인챈트가 대세래” 하면 그 쪽에, “인스턴트 던전이 대세래” 하면 그 쪽에… 하는 식으로 여러가지 기획안들을 다 집어 넣게 된다. 게임을 성공하고 싶은 심정, 몸에 좋다는 것 다 먹고 싶어지는데, 그게 잘못된 첫 단추다.
<그라나도 에스파다> 시작하면서 잘해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많았다. ‘지난 번에 전교 3등 했으니까, 이번에는 자본도 있으니까 2등은 하겠지. 아니 1등을 당연히 해야지’ 하고 기대하는데, 사람 돌아버리겠더라. 그래픽도 최고로 하고, 시스템도 3배로 나와서 싸우게 하고, 딴 게임 던전 몇 개니까, 우리도 몇 배로, <WOW> 퀘스트 몇 개니까, 우리도…, 그렇게 하려니까 한계를 느꼈다.
특히 퀄리티와 분량은 양립하기 힘든 요소다. 퀄리티에 집중하면 분량이 안 나오고, 분량을 많이 하려면 초반 퀄리티를 높게 잡으면 안 되는데, 우리 게임은 초반에 강렬한 인상을 주기 위해 퀄리티에 많은 것을 투자했다. 그러다가 게임을 유저들에게 제공할 시점이 되서 분량이 모자라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는데, 지금 퀄리티를 떨어뜨릴 수는 없고 해서 매우 난처한 상황이다. 열심히 한 배경팀장도 하면 할수록 일거리가 산넘어 산이라 힘들어 했다.
결국 마을도 여럿 만들려다가 2~3개 예쁘게 만들기로 했다. 던전도 있긴 해야 하는데, 원소스 멀티유즈 전략으로 하기로 했다. 오픈베타 해야 하는데 던전은 지금 3개 밖에 없다. 한 던전에 층이 여러 개이긴 하지만 유저 입장에서는 길어야 한 달이면 3개 다 돈다. 유저들에게 할 것을 제공하려면 던전의 공간이 있어야 하고, 거기에 몬스터 나오고, 몬스터가 나와야 아이템이 나오고 하는데 퀄리티 있게 엄청 멋지게 만드려니까, 양이 안 나오더라. 생각했던 것 다 하려면 내년에도 못 나온다.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고생하는 입장과는 달리 유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유저들은 같은 던전에 100번도 더 들어간다. <디아블로>에 나오는 맵이 많지만 사람들은 ‘카우방’에서 70%의 시간을 보내지 않나. 그것 보고 용기를 얻어, ‘노멀’, ‘나이트메어’, ‘헬’ 이런 식으로 몬스터 배치나 퀘스트 바꿔서 해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니까 머리 속이 환해졌다.
핑계일지 모르겠지만(^^;;) 제공하고 싶은 가치와 유저가 바라는 가치는 다른 경우가 많다.
<리니지>의 공선전. 우리가 아무리 잘 만들어도 더 잘 만들 수 있을 리가 없다. 몇년 동안 갈고 다듬어진 시스템인데 나중에 나온 게임이 얼마나 따라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WOW>의 다양한 캐릭터, 퀘스트도 10년 가까이 설정이 다져진 바탕에서 나오는 것을 다른 게임이 퀘스트 많이 만들어 봐야 따라잡으면 다행이고, 모든 자원을 다소진해서 다 따라잡아 봐야 예정된 패배일 수밖에 없다. 가치 혁신이라는 명분 아래 머리를 굴려서 자원을 균등 분배하지 않고, 남들이 안 쓰는 데에다 몰아보자, 이런 이야기다.
‘노력대성능비’. 우리의 노력 대비 유저들이 느낄 수 있는 가치를 뜻한다. 노력대성능비 낮은 것은 줄이거나 없애고, 그렇게 아낀 노력과 자원을 딴 데다 붙여서 늘리고, 다른 게임에서 창출한 적 없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면 그게 바로 ERRC다. 후발주자는 남들이 다 하는 것에 대해 딴지를 걸어야 성공할 수 있다.
◆ 당연하게 생각하는 요소들에 의문을 제기하라
게임 이벤트 할 때마다 수천 수백만원 선물도 뿌리고 차도 주고 막 그러는데, 그것만 보고 몰려드는 유저가 과연 우리 게임을 오랫동안 플레이할 유저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많다. 그래서 <그라나도>는 선물 주는 대신 좀 다른 이벤트 하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반대쪽으로도 해보고 싶다. 유저가 싫어하지 않는 쪽이라면.
<그라나도> 홈페이지 보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보통의 게임 홈피를 보면 팝업창들과 수많은 버튼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는데, 이게 과연 편리한 것인지 의심스러웠다. 게임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화면 구성까지 게임을 의식해 그림도 많이 넣고 플래쉬로 만들고 하면 처음에는 그럴듯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오래 쓰기엔 영 불편해 보인다.
화면에 요란한 치장요소가 너무 많다보니, 막상 자유게시판 같은 것을 보려고 해도 한 페이지에 글이 10줄이 나오지 않아서 글을 읽기에도 불편하고, 금방 페이지가 너무 많이 넘어가서 게시판의 의미가 무색해지는 페이지도 많이 봤다. 게다가 로딩타임이 길어지는 것도 문제다.
게임의 느낌을 내려고 열심히 웹디자이너들이 고생해서 홈페이지를 만들겠지만, 막상 유저들은 한두번 구경한 이후에는 별 의미 없는 내용이다. 게임 홈페이지는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창구인데, 창구가 동맥경화에 걸려있는 꼴이다. 플래쉬를 동원해 만든 메뉴들은 또 어떤가? 메뉴들이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것은 좋은데, 막상 필요한 메뉴 하나 클릭하려면 애니메이션 때문에 마우스로 찍기가 힘든 페이지들이 숱하게 많다. 우리 엄마 같은 사람에게 쓰라면 아마 못 쓸 것 같다. <그라나도> 홈페이지도 처음엔 웹에이전시에 맡겼다가 결국 우리 안에서 스태프가 뚝딱뚝딱 만들었다. 보기에는 허술해 보여도, 나름대로 자부심 갖고 있다.
플래시를 없앴다. 버튼 마우스 멋지게 만들어도 쓰는 사람이 힘들면 안된다. 어머니 같은 사람도 잘 볼 수 있게 줄 수 시원하게 늘렸다. 내가 보기 불편한 1024x768 홈페이지 만들기 싫다. 실명 도입으로 매너 커뮤니티로 만들었다. 욕 반, 뭐 반으로 커뮤니티라고 보기 힘든 온라인게임 홈페이지들이 많다. 수준있고 예의있는 공간 만들고자 실명제 도입했다. 나름대로 사람들이 이름 공개되니 점잖아지더라. 경쟁게임쪽 사람이 오면 “여기 구린 것 같다”고 쓰고, 반격으로 “너희도 구려” 이랬는데, 실명제 덕분에 매너 있는 문화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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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만드는데 돈이 많이 든 것 아니다. 좋다/나쁘다 를 떠나서 다른 게 만들어졌다. 열린 가능성이 생겼다고 본다. 오랫동안 있어본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나는 이런 작은 사례도 블루오션 전략의 한 성공사례라고 생각한다. 남들이 잘하는 것을 나도 더 따라서 열심히 하기보다는, 남들이 안 하는 쪽을 파보면 길이 보인다. 물량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최연성 상대로 물량전 해봐야 소용없다. 전략 쓰는 게 낫다.
학교를 다닐 때는 올수 받는 학생이 우등생으로 인정받지만, 사회에 나오고 나면 딴 것 못해도 한두 가지 잘하는 사람이 더 인정받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솔직히 나도 학교 다닐 때 공부 잘 못했다. 영어 같은 과목만 좋아했지, 암기를 많이 해야 하거나 하는 과목들은 대부분 싫어했고 성적도 그저 그랬다.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 결단의 순간이 블루오션의 바다로 인도한다. 남들이 안했기 때문에 위험해 보이긴 하지만.
우리도 던전에서 몬스터 배치 바꾸는 것으로 하면서, 이래도 될까, 하고 생각 많이 했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를 좋아한다. ‘숲 속에 두갈래 길이 있었는데, 남들이 안 가는 길을 택했고, 그것이 차이를 만들었다.’ 이런 내용인데 같은 생각이다. 다 잘하려고 하지 막고, 남들이 안 간 길로 미친 척하고 가봐야 한다. 위험해 보이는 요소에 기회가 숨어있는 법이다.
가지 않은 길 프로스트(R.Frost)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날 두 길에는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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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별화된 시장 - 비소비자
지금까지 차별화된 제품에 대해 설명을 했고, 이제는 차별화된 시장에 대해 설명하겠다. 차별화된 시장을 좀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전형적인 게임소비계층 이외의 계층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시장을 세분화할 때 인구통계학적 관점으로 본다. 예를 들면 10대, 20대, 30대, 남성, 여성, 한국유저, 일본유저, 중국유저 같은 식이다. 그런데 문화 상품의 경우에는 인구통계학적인 관점으로 보는 것이 방해가 되는 때가 많다. 똑같은 20대라도 직장인, 백수 다르고, 같은 50대라도 열정적으로 게임하는 사람, 바둑 한판 두는 사람이 다르다. 한국이나 일본 같이 국적이 다르지만 막상 플레이하는 성향은 비슷한 그룹도 많이 볼 수 있다. 기존의 전통적 관점으로는 시장을 설명해줄 수는 없다.
그런데 왜 시장 세분화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일까? 내가 고객의 입장에서 받을 수 있는 최선의 대우는 서비스 업체로부터 나 한명을 위해서 딱 맞춘 듯한 맞춤 서비스를 받는 것이다. 내가 필요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도록 해주고, 내가 원하는 요소에 대해서는 최고의 퀄리티를 제공받는 것이 진정한 맞춤서비스다.
맞춤형 제품이 최고지만 모든 소비자 한명 한명을 맞출 수 없을 것이다.하지만 그런 한명 한명들을 보다보면 비슷한 부류로 분류할 수 있는 사람들의 그룹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시장을 나누는 것(세그먼테이션, Segmentation)이고 그렇게 한사람 한사람마다 맞춘 듯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CRM(Customer Relation Management)라고 한다. CRM의 대표적인 사례인 아마존(인터넷서점)에는 ‘내 관심분야 책들이다’ 이러면 자연스럽게 사게 되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맞춤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그룹핑하는 것이 바로 세그먼테이션이다. 문화소비자 같은 복잡한 사람들을 단지 10대, 20대, 30대로 나누는 것은 난센스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지 말아야 한다. 그런 관점이면 직장인들은 MMO 못한다. MMO에서는 시간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데 그들은 시간을 투자하지 못하니까, 매크로와 현거래가 등장했다. 전통적 관점에서는 나쁜 요소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그것을 원하고 있다. 그런 부분을 인정해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의 가치를 생각해야 한다. 최근 “무슨 게임, 무슨 캐릭터를 키워드립니다” 같은 광고를 본 적이 있다. 몇 레벨에서 몇 레벨까지 키워준다는 황당한 광고지만 그 정도의 수요가 있으니까 나타나는 현상 아닌가. 그런 현상이 있다면 그 뒤의 가치에 대해 제대로 봐야 한다.
예전에 <라그나로크>를 론칭하면서 경쟁 상대는 '세이클럽'이라고 한 적이 있다. 그 동안 게임를 안 하던 사람들이 게임을 하게 될 때 가능성이 열릴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라그나로크>에 여성 유저 많이 몰렸다. 일반적인 MMORPG 유저층인 10대 후반~20대 초반 남자들과 다른 층이었다.
여성 유저들이 좋아할 만한 취향을 집어넣었다. 간단히 조작하고, 다른 사람에게 쉽게 도움받을 수 있고, ‘난 여자’라는 사실을 알릴 수 있게. 이런 것들을 치밀하게 준비한 건 아니지만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다. 한번 남들 가지 않는데 가보자 하는 생각으로. 하이텔에서 놀 때, 채팅할 때 즐거웠던 추억, 별의별 사람과 만들었던 추억들, 그런 가치들은 유효할 것이다는 생각으로 했던 것 같다.
어떤 사람이 우리 서비스의 소비자가 되지 못한다면 왜 되지 못할 것일까? 어떤 장벽이 있기 때문일까? 를 연구해야 한다. 요즘 격투게임을 보면 스킬 조작이 어렵다. 나도 어려운데 다른 소비자는 어떨까.
블루오션을 찾아야 하는데, 이미 게임을 많이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우리 게임 쪽으로 뺏어오려고 하는 것은 레드오션 게임이다. 그러니까 블루오션 소비자층으로 지금 게임을 '안 하거나 못 하는' 사람들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게임을 안 하는 사람은 왜 안 하나? 게임을 못하는 사람은 왜 못하나? 어떤 장벽에 걸려 넘어져서 못하는 것일까? 그 장벽을 치워준다면 게임 유저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등을 고민해 보아야 한다.
게임을 안 하는 계층 중 대표적인 계층인 여성층과 장년층, 이 두 층을 합치면 아줌마다. 이런 분들은 게임을 안 하는 것일까, 못하는 것일까? 아줌마층은 가사와 육아의 부담도 어느정도 덜었고, 경제적 능력 되고, 시간도 있고, 격한 레저는 할 수 없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 많고, 모여서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다. 이런 분들이 앞으로 온라인게임의 이상적인 소비층이 될 수는 없을까?
참고로 우리 어머니 친구분 중에는 <디아블로 2>를 2년 동안 플레이해서 거의 최고렙까지 올린 분도 있다. 대한민국 아줌마의 근성파워는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지금 만드는 게임은 그런 게 아니지만, 다음이나 다다음 게임은 우리 어머니가 하루 보내는 패턴을 파악한 뒤 눈높이와 반응 속도를 관찰해 게임을 만들고, 아줌마 커뮤니티에 뿌려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소비자에게만 눈길을 두지 말고, 이런 비소비자를 찾아보고 그 이유를 파악한다면 블루오션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주류 관심에서 벗어난 계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오는 변화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