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720명의 국민이 헌법소원에 서명했다. 게임산업법(게임법) 32조 2항 3호가 국가 주도의 사전검열이며, 이 규제는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게임법 32조 2항 3호의 내용은 이렇다. "범죄·폭력·음란 등을 지나치게 묘사하여 범죄심리 또는 모방심리를 부추기는 등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게임물을 제작 또는 반입하여서는 아니 된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단간론파 V3>를 비롯한 여러 게임의 차단 근거로 해당 법 조항을 댔다. 2022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오크 마사지>와 <인큐버스> 등의 성인게임의 국내 판매가 차단되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법의 근거는 32조 2항 3호였다.
이에 게임유튜버 'G식백과' 김성회와 이철우 변호사(게임이용자협회장)는 '게임법 3223'이 게임 검열을 위한 전가의 보도로 쓰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법의 위헌성을 확인하고, 새로운 형태의 보완입법 등을 통해 규제 당국이 심의 거부에 대한 명백한 이유를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Q. 디스이즈게임: 210,720명의 서명을 받았다. 역대 최다 헌법소원 위헌심판 청구인이다. 소감이 어떤가?
A. 이철우 변호사: 전자서명 방식으로 헌법소원 심판청구 위임장을 접수했다. 처음으로 시도되는 방식이었고, 전자서명이 편리하다는 점 덕분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인원을 모으게 되어 다행으로 생각한다.
A. 김성회 G식백과: 대한민국 게이머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평타 딜'이 210,720발 꽂혔다. 탱커도 중요하고 힐러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딜러다. 딜 미터기를 뚫어주신 게이머분들 덕분이다. 이 딜량은 게임법이 제정된 2006년 이후 18년 동안 이어진, 그보다 수십년 전부터 이어진 게임 탄압의 역사를 방증한다. 우리 게이머를 평범하게 대해달라는 한맺힘이다.
Q. 이번에 왜 헌법소원이라는 방식을 채택했나?
A. 이철우 변호사: 역대 최다를 깰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변호사 관점에서 봤을 때는, 게임법의 32조 2항 3호가 지나치게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법이라고 판단했다. 이 조항의 위헌 소지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의 연구관이나 국회 문체위 소속 자문위원도 지적한 바 있다. 막연하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충분한 검토를 이룬 것이다.
A. 김성회 G식백과: 지금까지는 (게이머 권익 활동 등에) 국회 루트를 탔다. 이번에도 국회 루트를 타게 되면 자칫 정치 이념적 이슈가 묻을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있었다. 순수하게 법리적으로, 게임이 차별대우 받고 있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었다. 그래서 위헌소송을 낸 것이고, 이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여러 연구 결과와 가능성을 면밀히 살폈다.
Q, 헌재 연구관이나 문체위 소속 자문위원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견을 낸 것인가?
A. 이철우 변호사: 현재 헌법의 조항이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관점의 의견이었다. 우리 헌법에서는 명확성의 원칙을 가져가고 있는데, 여기에 위배된다는 의견이다. 제22조(등급분류 거부 및 통지 등)나 제25조(게임제작업 등의 등록)도 위헌적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그 두 조항은 위헌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결론내렸다. 그런 조항이 '게임을 검열하는' 기능이 있기는 하지만, 지나친 사행화를 방지하는 방패로 기능하고 있어 긍정적인 측면까지 고려하여 제외했다. (게임이용자협회에) 법률인 자문단 그룹이 있다.
Q. 청구인이 많은 것이 헌법소원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이전 기록은 '미국산 쇠고기 및 쇠고기제품 수입위생 조건 위헌확인'(95,988명)이었지만, 결국 기각되지 않았나?
A. 이철우 변호사: 두 가지 맥락이 있다. 첫째는, 헌법소원의 결과와 상관없이 이렇게 많은 게이머들이 이 법률의 규정에 대해서 문제의식 가지는 것을 환기시키는 것이 이번 청구의 의의였다. 둘째는, 다른 법보다 헌법이 가지는 사회적 성격 때문이다. 게이머의 권리에 대한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든 받아들여지지 않든 헌법적 관점에서 판단을 받아보는 게 옳다고 봤다. 문화 향유 차원에서 게임에 대한 검열이 직업의 자유를 해친다는 의견이다.
A. 김성회 G식백과: 알고 있다. 사람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되는 건 아니다. 또한, 그래서도 안 된다. 그렇지만 자문을 받은 현직 법조인들로부터 '사람이 많이 모이면 높은 관심도가 생기고, 우선도도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위헌소송의 평균 처리 기간은 3년 정도라고 하는데, 그 2008년 헌법 소원은 6개월여만에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앞서 말했지만, 관심도가 올라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고, 그래서 최대한 많은 사람을 모은 것이다. 2008년은 실패했겠지만, 지금은 실패할 것이냐면 그것도 단언할 수 없는 일이다. 최대한 (위헌이) 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
Q. 앞으로의 헌법소원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A. 이철우 변호사: 제출에 앞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제출 후에는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나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 등 유관기관, 단체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친다.
문체부처럼 의무적으로 의견을 내야 하는 기관이 있고, 자유롭게 각 주체의 입장을 개진하는 곳도 있다. 각 주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나서 종합적으로 헌재의 재판관들이 결정을 내리게 된다. 헌법소원에 소요되는 기간은 통상적으로 1년이 넘어갈 것으로 본다.
이번 사안 같은 경우에도 많은 숫자가 모였고 우리가 이미 법리적인 준비를 많이 하고 시작했기 때문에 다른 사건보다 빠른 시일 내 정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지역마다 특별히 금기에 해당하는 부분이 있다. 이슬람 국가라면 알라에 대한 부정언급이 금지될 테고, 무슬림 여성 캐릭터는 반드시 히잡을 써야 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 일부 국가도 있다. 일본은 신체절단 요소가 들어간 게임에 대한 유통을 엄금하고 있어서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일본에서 유통되지 못했다. 한국의 '야겜' 금지 또한 그런 층위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 아닌지?
A. 이철우 변호사: 국가와 사회마다 민감한 부분이 당연히 있다. 헌법을 비롯한 법의 기준이 되는 것은 결국 사회의 인식이다. 하지만 그 인식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한국이 선정적인 콘텐츠에 대해 민감도가 높은 국가인 듯하지만, 적어도 게임과 다른 매체 사이의 균형을 맞춰달라는 것이다.
선정성에 대한 기준을 낮춰달라는 것이 아니라, 야한 영화도 있고 야한 드라마도 있고 야한 웹툰도 있는데 왜 야한 게임에만 추가적인 검열 기준이 존재해야만 하느냐는 것이다. 게임법 32조 2항 3호가 없어진다 하더라도 여전히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나 기타 콘텐츠를 제한할 수 있는 법률이 있다. 다른 콘텐츠와 게임간의 형평성을 주장하고 있다.
A. 김성회 G식백과: 한국 상황이 나치 독일, 문화대혁명 시기 중국공산당과 같은가? 한국의 법이 꼭 이슬람 꾸란과 비교되어야 하나? 왜 유독 게임에는 그런 보수적인 관점으로 봐야 하나? 도대체 한국에 어떤 역사적 사건이 있었기에 게임 검열의 보수성을 합리화하는가?
<단간론파 V3>(정식 명칭은 뉴 단간론파 V3: 모두의 살인게임 신학기)는 폭력성에 대해서 가장 엄중한 잣대를 가지고 있는 독일에서도 16세 이용가를 받았다. 하지만 왜 한국에서는 성인에게조차 플레이를 불허하는가? 게관위 검열위원들은 유독 한국인만 사리분별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선정성이나 폭력성이나 어떤 맥락과 근거를 가지고 등급이 매겨지는지 게이머들은 납득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리고 일본에서도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차단이 불합리하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막말로 해외에서 나쁘게 한다고, 우리도 나쁘게 갈 이유는 전혀 없지 않은가?
Q. 다른 콘텐츠와 게임간의 형평성을 주장했는데, 게임은 관람자가 아니라 참여자로서 상호작용한다는 점에서 매체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A. 이철우 변호사: 대부분의 '야겜'에서 뭔가를 플레이어가 직접 하게 되나? (웃음) <동급생>의 예를 들면, <동급생>에서 우리는 선택에 따라서 나온 컷씬을 바라볼 뿐이다. 오히려 영상미디어는 그 영상을 저장해서 계속 볼 수 있고, 가상의 캐릭터가 아니라 실제 인물이 배우로 연기를 한다는 점에서 더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매체의 특성은 있을 텐데, 왜 게임에만 그런 특성이 반영되고 있냐는 것이다. 게임이라는 전체 매체를 붙잡고 그런 문제를 지적하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A. 김성회 G식백과: 숱한 총기난사 사건과 한국의 범죄사건에서 똑같이 나왔던 발언이다. '게임하듯' 범행했다는 말들.
게임혐오집단들은 그 범죄의 원인을 ‘일단’ 게임에 끼워맞추고 게임을 비난했지만, 조사 결과 그 범죄들의 원인은 괴롭힘이나 생활 환경 등이었다. 하지만 게임탓 하던 사람들은 이 ‘진짜 이유’에는 아무 관심이 없었다.
지금 이야기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내가 46살이고 5살 때부터 게임을 했는데, 국민학교 저학년 때 오락실에 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담임교사에게 심하게 뺨을 맞은 일이 있다. 그때 내가 '도대체 게임한 것이 왜 잘못이냐'고 항의하니까 담임교사가 '폭력게임을 해서 선생님에게도 대든다'고 하더라. 그때 <방구차>, <리얼쿵푸> 이런 게임을 했는데 게임에서 사람이 사람을 때린다고 현실의 폭력성과 연결되느냐면 아니라는 거다.
아직도 이런 논리를 펴는 사람들은 '요즘 게임이 리얼해서 그렇다'는데, 30~40년 전 원시적인 그래픽으로 게임을 하던 시절에도 똑같이 "게임은 폭력성을 유발한다"는 말을 들었다. 즉, 이제와서 갖다붙인 이유라는 것이다.
게임과 폭력성의 상관관계는 이미 숱한 연구들로 관련 없음이 입증되어 왔다. <모럴 컴뱃>에서 알 수 있듯이 "<GTA: 산 안드레아스>, <GTA 4>,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출시 이후 4달 동안 살인 건수가 616건 더 적게 발생"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스타크래프트>의 대 히트 이후 청소년의 가스, 본드 흡입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들었으며, 또한 청소년 범죄자의 숫자가 감소했다는 대검찰청 통계가 있다.
Q. 결국 이번 헌법소원의 핵심은 제32조 2항 3호의 모호성일 것이다. 그러나 그 모호성 때문에 <GTA>를 비롯한 절대 다수의 게임이 심의가 이루어진 부분도 있다고 할 수 있다. <단간론파 V3>을 (사후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인천 초등학생 살인 사건을 이유로 들며 등급분류 거분한 당대의 게임위에 문제가 있는 것뿐, 규칙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볼 수도 있는 것 아닐까?
A. 이철우 변호사: 우리 헌법에는 원칙이 있다. '명확성의 원칙'은, 해석 주체가 자의적으로 해석으로 할 수 없게 해야 하며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규범의 내용은 명확하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해석 주체가 자의적으로 해석을 같다 붙이면 안 된다. 같은 것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또는 다른 것을 자의적으로 같게 취급하는 것을 금지하는데 이것은 '자의금지의 원칙'이다.
범규범의 수범자인 국민이 기본권 제한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하고, 법 집행기관에서 누가 해석을 해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GTA>가 <단간론파>보다 범죄 묘사가 더 많은 게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반대로 <GTA>는 살고 <단간론파>는 죽는 상황은 게임업계에서 예측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게임법 제32조 2항 3호는 명확성의 원칙과 자의금지의 원칙을 위배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률은 헌법에 위배될 수 없다. 법 집행기관은 법률의 내용을 벗어날 수 없다. 그런데 집행기관에 영향을 미치는 (게임위의) 위원들이 스스로 자의적인 판단 하에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헌법의 취지와 맞지 않다.
A. 김성회 G식백과: 장발 단속이 남아있던 시기에 머리 잘라주는 경찰이 착하게 말하면서 두발을 단속하면, 그 법은 괜찮은 법이 되나? 우리는 장발 단속 자체가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그 자리에 여명숙(당시 위원장)이 앉든 누가 앉든 같은 결괏값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워크래프트 세계관 속) 얼어붙은 왕좌에 아서스가 앉든, 스랄이 앉든, 멀록이 앉든, 제이나가 앉든 똑같은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앉은 사람 이전에 그 자리 자체가 이미 문제라는 뜻이다.
그 의자에 앉는 사람이 유독 더 나쁠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법 아닌가? 지금의 게임 심의는 위원들의 자의에 따라서 선정성과 폭력성을 잡아내고 있다. 야구 심판이 볼 판정을 이상하게 해도, 그 이상한 존이 일관성만 있으면 선수들이 적응을 하고 경기를 할 수 있다. 그런데 1회 스트라이크존 다르고, 2회 스트라이크존 다르면 정상적인 야구가 될 수 없다.
룰은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게임위는 모호한 판정을 내리고 있다. 스팀에서 차단당하는 게임이나, <로블록스>에서 차단되는 게임이 450개가 넘는데, 차단된 이유가 전부 3223(게임법 제32조 2항 3호)이다. 법률이 간단한 게 아닌데, 세상 마음에 안 드는 게임은 제거해버리겠다는 심산으로 문제되는 게임만 3223으로 '딸깍' 하고 있으니 모호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Q. 32조가 없어져도 제21조(등급분류)와 제22조(등급분류 거부 및 통지 등)는 남게 된다. 그렇다면 국가 주도의 검열, 또는 심의는 계속되는 것 아닌가?
A. 이철우 변호사: 맞다. 그런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사전적인 검열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미 여타 매체와 큰 차이가 존재한다. 게임만 놓고 봤을 때, 21조와 22조가 사행성 등에서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필요악이고, 보완의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A. 김성회 G식백과: 내가 정말 조회수를 많이 받도록 '렉카'를 끌려면 가장 속이 시원한 주장을 했을 것이다. 게임산업법과 게관위 그 자체를 날려버리자고.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 나는 사이다를 나눠주는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바꿔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목표로 가졌다. 위헌을 받기까지 지난한 싸움이 되겠지만, 이 문제는 진짜로 바꾸고 싶은 거다.
Q. 또 하나의 화두는 청소년보호법의 존재일 것이다. 이른바 '3223'이 사라지면 여성가족부(여가부)가 게임을 심의하게 될 수 있지 않나?
A. 이철우 변호사: 여가부는 여전히 '청소년 유해매체 지정' 등의 강력한 권한이 있지만, 지금은 특정 지점에 전문성이 있는 기관이 있다면, 그곳에 심의를 맡기도록 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21조나 22조까지 사라지게 된다면, 게임에 대한 판단을 받을 주체가 사라지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3호 조항에만 문제를 삼은 것이다.
A. 김성회 G식백과: 환부만 정밀 절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우리도 늑대 피하려다가 호랑이 만나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관련해서 정치권의 자문도 받았다.
Q. 스팀 게임이 차단된 까닭은 그 게임이 야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미분류 콘텐츠이기 때문 아닐까? 문제의 게임들을 만든 게임사들이 선제적으로 게임위의 판단을 받고, 정상 유통했다면 문제가 없지 않나?
A. 이철우 변호사: 법에 의하면 모든 게임이 등급분류를 받는 게 정상이겠지만, 스팀에서 출시되는 게임 중 많은 게임들이 등급분류를 받지 않았다. 구조적인 문제가 있어도 스팀의 점유율이 높기 때문에 회색지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게임위가 게임 차단의 기준을 하나 같이 '3223'으로 지목했다.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차단된 게임은 단적으로 말해서 야해서 차단된 것이 맞다. 정상 유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A. 김성회 G식백과: 그 기준대로라면 심의를 안 받으면 스팀에 있는 어린이 게임도 모두 차단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차단이 되지 않는다.
게임위에서는 '딱 봐도', '누가 봐도'를 차단의 기준으로 삼는다. 이건 내가 게임위 고위간부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다. '딱 봐도' 문제가 있는 게임이라는 거다. 이유를 몇 번이고 물어봤는데 그렇게 말했다. 그때 질문을 '차단된 게임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등급분류 신청을 다시 하면 받아줄 거냐'라고 물어봤는데 '딱 봐도' 아니라더라.
우리가 만나는 좋은 게임 중에서 스팀에만 있어서 등급분류를 못 받은 게임이 있는데, 게임위는 그런 게임들은 차단하지 않는다. 만약에 게임위가 <발더스 게이트 3>가 심의를 안 받았으니 차단을 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겠나? (<발더스 게이트 3>는 정식 출시로부터 며칠이 지난 시점에야 등급분류를 받게 됐다.)
반면에 <단간론파 V3> 같은 게임은 마이너 게임이니까 서슴없이 날리고, 이유는 '3223' 갖다 붙이고 끝낸다.
스팀게임이 ‘사전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것’ 그 자체가 문제라면, 작품성이든 등급 수위든 무관하게 민원이 들어가면 다 차단요청을 해야하지 않는가? 하지만 게임위는 차단요청을 해도 자신들을 향한 비판이 거의 없을 게임들에만 차단요청을 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게임위의 보신주의이며, 스팀 차단요청이 ‘자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의 증거이다.
Q. 게임위는 만성 예산 부족을 토로하고 있는데, 그렇게 꼼꼼하게 모든 게임을 살펴볼 수 있나?
A. 이철우 변호사: 지금 게임위의 모니터링 인원들은 모두 기간제 근로자다. 등급분류나 모니터링을 제대로 하려면 전문성이 확충해야 하는데, 규정의 모호함과는 별개로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을 모셔와야 한다. 그런 경력이 쌓이면 정규 인력이 되어서 그 전문성을 이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구조는 제대로 된 심의라고 볼 수 없다.
Q. 마지막 '악마의 변호인' 질문이다. 그냥 '야겜'이 하고 싶어서 그러는 것 아닌가?
A. 김성회 G식백과: 야간통금이 아직도 있다고 가정해보자. 나는 범죄자도 아니고 시민인데 새벽 2시에 야식이 땡겨서 컵라면을 먹고 싶지만, 그런 행복을 못 느낀다. 이런 경우가 엄청 많아질 텐데, 그런 불만을 가진 사람들한테 '꼴랑 밤에 컴라면 먹자고 지금 야간통금을 없애려 드느냐?'라고 비아냥거리는 것과 똑같다. '통금 때문에 간첩을 막을 수도 있고 야간의 범죄를 막을 수도 있을 텐데 컵라면 먹고 싶은 것 때문에 그만두자고?'. 컵라면 먹는 것은 행복추구권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야겜'도 그렇다.
이번 헌법소원의 근본적인 이유는, 게임에 대한 구시대적 차별을 해소하여 최소한 다른 콘텐츠들과 비슷한 잣대를 대자는 것이다. 최소한 세계 다른 국가들과의 형평성을 맞추자는 것이다. 그 대상에 성인게임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헌법소원의 취지 자체를 ‘고작 야겜’으로 몰아가는 건 비열하고 조악한 프레이밍 방식이다.
Q. 위헌/합헌 시나리오를 그려보고자 한다. 헌법소원이 바라던대로 이루어진다면, 앞으로 성인게임의 유통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A. 이철우 변호사: 그 즉시 32조 2항 3호의 효력이 사라진다. 게임위와 문체부는 다른 해석으로 게임물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국회는 보완입법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앞으로 '3223'을 게임 등급분류 거부의 이유로 사용할 수 없다. 전가의 보도가 사라지기 때문에 게임위는 각 게임의 심의를 거부한 까닭을 명확하게 판단하고 설명해야 할 것이다.
A. 김성회 G식백과: '3223'이 사라진다고 행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당장 그 법을 없앤 나에 대한 비난이 클 것이고, 혼란이 생길 것이다. 통금이 없어지고 밤에 사람이 다니니까 당연히 야간 범죄가 늘겠지. 근데 그렇다고 해서 통금을 없앤 것이 잘못인가? 그건 아니라고 본다. '이런 게임까지 플레이한다고?'라는 말이 분명 나올 텐데, 그만큼 사후관리 시스템을 잘 정비해서 걸러내는 게 맞다.
Q. 반대로 헌재가 헌법소원을 기각한다면, 어떤 활동을 전개할 계획인지?
A. 이철우 변호사: 기각이 된다 하더라도 낙태법, 호주제, 대체복무 등의 문제 처럼 헌법소원이 한 번의 시도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시도의 초석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기각의 반향이 두렵다고 조항에 대한 판단을 받는 것을 포기한다면, 사회는 절대로 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그 다음 단계를 위해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더 많은 게이머와 사회 구성원이 관심을 가진다면, 헌법소원을 통하지 않더라도 개선의 움직임이 나올 수도 있다.
헌법소원 이전에는 디스이즈게임 같은 게임전문지만 바라보던 이 이슈가 '역대 최다 인원'을 달성하면서, 이 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들여다보게 되는 사회적 계기가 되었다. 그런 의미까지 노리고 진행해서 헌법소원이 기각된다고 해도 소기의 성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민원이나 감사청구나 트럭시위나 헌법소원이나 전부 과정만 다를 뿐, 게이머들이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동일하다.
A. 김성회 G식백과: 나는 여력이 있는 한 계속 '리트'(Retry, 재시도)할 거다. 셧다운제 폐지도 9년 9개월 25일이 걸렸다. 게임 심의 문제도 원트(첫 시도)에 사라질 거라고 쉽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한국 게이머들이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리트할 생각이다.
의견 중에는 '이거 합헌 뜨면 게임위에게 힘을 실어주는데 어쩔 거냐'라고 하는데, 동의할 수 없다. 지금은 게임위 마음대로 심의를 안 하고 있나? 이전 게임위원장(김규철 교수)도 공적인 자리에서 "사후관리를 해 보면 포르노 수준의 게임, 역겨운 게임이 많다"라고 말하고 있지 않나? ‘모방살인 우려’라는 자의적인 판단으로 <단간론파 V3> 등급분류를 거부한 후 이에 대한 비난과 재심의 신청이 우려되어, 대외적으로는 거짓 사유를 들며 언론플레이한 것이 7년 만의 회의록 공개로 발각되지 않았는가?
이미 게임위는 ‘제 멋대로’ 검열의 칼을 휘두르고 있다. 헌법소원이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더 나빠질 일이 없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