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는 지난 18일~22일 독일 퀼른에서 열린 게임스컴 2010에서 2개의 신작을 선보였습니다. 하나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 대격변>이고, 다른 하나는 <디아블로 3>입니다.
게임스컴 현장에서는 어떤 게임이 더 많은 인기를 얻었을까요. 당연히(?) <디아블로 3>입니다. <대격변>은 이미 베타테스트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체험존이 비교적 여유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비공개 부스로 만들어진 <디아블로 3> 체험존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습니다.
체험하려면 기다리는 데만 최소 2시간. 게임스컴에서 공개한 만큼 최신 버전이 나왔을 것으로 믿고 줄을 섰습니다. 하지만 기다림 끝에 저를 반긴 것은 무려 ‘블리즈컨 2009’ 버전 <디아블로 3> 체험판이었습니다.
따라서 올해 게임스컴의 <디아블로 3> 체험은 주로 시스템에 관련된 내용을 파악하는 데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게임스컴 버전 <디아블로 3>에서는 야만전사(바바리안), 마법사(위자드), 수도사(몽크), 주술사(위치닥터) 4개의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선택 화면에서 성별을 고르는 것도 가능했지만, 유일하게 수도사만 여성이 없고 실루엣 처리가 되어 있더군요.
■ 달라진 기본 인터페이스
캐릭터를 선택하고 나니 눈에 띄는 것은 기본 인터페이스입니다. 이미 블리자드는 지난해 3월 인터페이스를 공개했지만, 다시 바뀐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도 기본적인 체력과 마나의 양을 알려 주는 구슬은 물론 경험치, 스킬 슬롯의 위치와 모양은 비슷합니다.
5개의 스킬 슬롯 중에 1~4번은 유저가 원하는 스킬을 지정할 수 있고, 5번은 물약과 같은 아이템을 지정하도록 되어 있더군요. 오른쪽 3개의 슬롯은 기본 공격과 서브 스킬을 장착하는 마우스 버튼입니다.
즉 자주 사용하는 공격 스킬을 마우스 왼쪽이나 오른쪽 버튼에 지정할 수 있고, 탭(Tab)에 다른 스킬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마우스 휠을 돌리면 마우스 버튼에 지정된 스킬이 서로 위치를 바꿉니다. 탭 키를 누르면 마우스와 탭 스킬이 서로 교체되고요.
게임스컴에서 공개된 달라진 인터페이스입니다.
예전 인터페이스. 위쪽과 비교해 보면 어떻게 바뀌었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모두 3개의 스킬을 자신이 원할 때 즉석에서 교체할 수 있고, 키 지정도 편하게 선택할 수 있게 됐습니다.
주로 변경된 인터페이스는 슬롯 옆에 있는 단축 메뉴입니다. 과거에는 6개의 메뉴가 있었지만 게임스컴 버전에서는 8개로 2개가 늘어났더군요. 그 정체를 살펴보니 배틀넷과 관계된 소셜 기능입니다.
각각의 메뉴를 살펴보면 순서대로 스킬 트리, 캐릭터, 퀘스트 로그, 인벤토리, 가능 스킬, 소셜, 게임메뉴, 맵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물론 각각 단축키도 있고요. 예를 들어 M 키를 누르면 맵이 열리고, I 키를 누르면 인벤토리 창이 열립니다.
다만, 올해 게임스컴 버전은 지난해 블리즈컨에 나온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최신 인터페이스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게임스컴 기간에 블리자드가 공개한 ‘장인’ 소개 영상에서는 또 다른 인터페이스를 볼 수 있으니까요. 아마도 올해 블리즈컨 2010에서는 업그레이드된 인터페이스를 볼 수 있겠죠.
최근 대상과 장인을 공개하면서 선보인 인터페이스. 또 조금 달라졌죠.
■ 스킬 트리를 확인해 보자!
자, 그럼 스킬 트리 메뉴부터 먼저 살펴보죠. 지난해 3월 공개됐던 스킬 트리는 3개의 계열 중에서 하나의 트리만 보여줬죠. 그러나 게임스컴 버전에서는 3개 계열의 스킬 트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변경됐습니다. 스킬창 옆에는 숫자들이 표시돼 있는데요, 이는 특성 포인트를 모두 몇 개 찍었는지 알려줍니다. 레벨 업을 할 때마다 스킬 포인트를 얻고 특성을 찍기 때문이죠.
야만전사의 스킬 트리.
스킬 트리는 당연히 캐릭터마다 계열이 다릅니다. 야만전사는 광전사(Berserker), 비대한 힘(Juggernaut), 배틀마스터(Battlemaster)로 구분되더군요. 마법사는 마술(Conjuring), 불가사의(Arcane), 폭풍(Storm)으로, 주술사는 좀비(Zombie), 영혼(Spirit), 부두(Voodoo)로 나뉩니다.
마지막으로 공개됐던 수도사는 아직 정확한 이름이 결정되지 않았는지 Monk A-B-C로 구분돼있고, 스킬 트리도 기본적인 것만 나와 있습니다. 수도사의 스킬 트리는 마치 <WoW: 대격변>에서 수정된 특성 트리를 보는 듯합니다. 기존 스킬에서 파생되는 것이 있는가 하면, 해당 레벨이 돼야 배울 수 있는 스킬이 존재합니다.
마법사의 스킬 트리.
게임스컴 버전을 플레이하면서 수도사의 스킬도 살짝 엿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아직 미완성 버전인 관계로 어떻게 바뀔지는 알 수 없겠죠. 지금은 이런 스킬이 있구나 하는 정도로 봐 주시기 바랍니다.
A 특성에는 반격(force without thought, passive)과 칠면 공격(seven-sides strike)이 있고, B 특성에는 마비의 파동(crippling wave, combo)과 폭발 장법(exploding palm)이 있습니다. 특히 폭발 장법은 1타에 공격력의 40%, 2타에 공격력의 60%, 3타에 7초 동안 70 대미지를 입고 폭발, 시체가 폭발할 때 60~100의 피해를 준다고 나와 있더군요.
C 특성은 철벽 방어(impenetrable defense)와 태양권(radiant visage, 얼굴에서 밝은 빛을 내서 20피트 내의 적을 3~5초 동안 눈멀게 하기)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주술사의 스킬 트리.
■ 메뉴를 통한 시스템 분석
다음으로 인벤토리 메뉴를 살펴봤습니다.
게임스컴 버전의 인벤토리. 아이템 부분이 바뀐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전에 공개됐던 것과 비교해 보면 전체적인 구성은 비슷하지만 일부 아이템 착용 위치가 바뀌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반지의 위치가 바뀌었고, 오른손에 장갑을 착용하고, 왼손에 팔목 보호대를 착용할 수 있도록 되었습니다. 새로운 장비의 추가를 적용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최근 공개된 스크린샷의 인벤토리. 게임스컴 버전과 레이아웃이 다릅니다.
가방 시스템은 다시 기존 스타일대로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공개된 시스템은 <WoW>의 가방 시스템과 유사했었죠. 큰 아이템 가방, 작은 아이템 가방, 퀘스트 아이템 가방의 3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게임스컴 버전에서는 퀘스트 아이템 슬롯이 생겨서 각각 12개의 슬롯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백팩을 입수하면 기본 슬롯이 40개로 늘어나면서 아이템을 크기에 따라서 정리해 주는 시스템이 적용되더군요.
역시 최신 스크린 샷에서는 퀘스트 아이템 탭이 보이지 않습니다. 블리즈컨 2010이 되면 확인할 수 있을 듯합니다.
다음은 캐릭터 창입니다. 캐릭터 창은 간략하게 현재 캐릭터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되어 있더군요. 기본적인 캐릭터의 직업과 레벨, 사용 중인 스킬과 무기의 대미지, 각각의 능력치와 이에 대한 효과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디아블로 3>에는 막기와 회피가 있습니다. 즉 아이템 속성과 능력치 배분에 따라서 막기와 회피 확률이 생깁니다. 이 수치 역시 캐릭터 창 하단의 물리공격과 방어능력 수치를 통해 확인이 가능해졌습니다.
소셜 메뉴는 아직 활성화가 안 되어 있어서 확인이 불가능했습니다. 시연대 뒤에서 감시(?)하고 있는 블리자드 스탭에게 물어보니 배틀넷에 적용된 블리자드 메신저와 배틀넷 친구목록을 확인할 수 있는 메뉴라고 합니다.
맵은 메뉴에서는 로컬 맵과 리전 맵으로 구분됩니다. 로컬 맵에서는 내가 있는 지역의 자세한 부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가 지나간 지역을 보면서 아직 가지 않은 부분을 파악하고 진행에 도움을 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맵이 넓어져서 그런지 마우스로 스크롤하면 원하는 지역을 볼 수도 있습니다. 다만 <디아블로 2>처럼 맵을 투명화해서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플레이하는 것은 안 되더군요.
리전 맵은 아마도 이런 모습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리전 맵도 아직 활성화가 안 돼 있더군요. 추측하기에는 전체 지역을 볼 수 있는 맵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게임 설정 메뉴는 체험 버전이라서 그런지 특이점이 없었습니다. 지금은 단순히 일시중단, 게임종료, 옵션 정도만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가능한 스킬 메뉴는 현재 사용 가능한 스킬을 창 하나에 모두 보여줍니다. 이 상태에서 스킬을 선택해 슬롯에 넣을 수 있기 때문에 일일이 스킬트리를 열어서 확인하는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됩니다.
■ 본격적인 게임 플레이는 어떨까?
사실 게임스컴 2010에 나온 <디아블로 3>는 비공개 부스로 운영됐습니다. 공식적으로 취재를 허용하지 않는 공간이었고, 1인당 20분의 시간만 주어지더군요. 시스템 구성을 분석하다 보니 어느새 20분이 거의 다 지난 상황이었습니다.
허겁지겁 플레이하려고 모니터를 살펴보니 게임스컴 체험 맵도 지난 블리즈컨과 같은 ‘황량한 고원(The howling plateau)’이더군요. 수도사가 공개될 당시 플레이 영상에 나왔던 맵이죠.
시작 지점은 이런 느낌. 전체 인터페이스가 어떤 모습인지 확인해 보시죠.
황량한 고원에서는 중간 중간 사람을 구하면서 작은 퀘스트와 사이드 미션을 수행하게 됩니다. 또 던전을 탐험할 수 있고, 외부에서 퀘스트를 받아 가면서 플레이할 수도 있습니다.
기본적인 플레이 방식과 느낌은 (당연하게도) <디아블로 2>와 비슷합니다. 고해상도로 펼쳐진 그래픽과 부드러워진 움직임, 새로운 스킬로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특정 속성에 저항을 가진 적들이 나오기도 하더군요.
이동과 전투 모두 마우스를 클릭하게 되는데요, 적을 클릭하면 이동한 다음 공격하는 타겟팅은 기본이고, 이동 중 시프트(Shift) 키를 누르고 마우스를 누르면 캐릭터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공격하는 논타겟팅 공격도 가능합니다.
참, 야만용사의 분노 게이지를 기억하시나요? 분노가 모이면 구슬이 하나 채워져서 ‘설마 기술을 쓸 때마다 분노 구슬이 하나씩 사라지는 건 아닌가?’ 생각한 분도 있을 겁니다.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습니다. 일단 구슬 하나가 채워지면 분노를 소모하는 스킬을 쓸 수 있습니다.
왼쪽의 제단 같은 곳이 바로 던전으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그 순간 분노 게이지는 줄어들지만 바로 공격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분노가 다시 채워집니다. 분노 스킬을 쓰면서도 다시 충전되더군요. 적이 많을수록 분노 게이지는 쓰는 만큼 채워집니다. 굳이 아낄 필요가 없는 거죠.
또, 맵의 특정 구간을 지나면 ‘체크 포인트를 지난다’는 메시지가 뜨며 위치가 저장됩니다. 게임 중 죽으면 최근에 지난 체크 포인트에서 다시 시작하는 거죠. 그래도 던전 안에서 죽으면 체크 포인트에서 부활하기 때문에 상당히 귀찮습니다.
그나마 한 번 클리어한 지역은 적이 리스폰되지 않습니다. 줍지 않았던 아이템도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그대로 있더군요. 다시 던전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다 됐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플레이는 계속할 수 있지만 ‘Thank you for play’라는 메시지가 화면 가득히 올라옵니다.
뒤에서 지켜보던 블리자드 스탭이 시간 다 됐으니 자리를 비켜 달라고 양해를 구하더군요. 밖에서 2시간 이상 기다리고 있는 관람객을 생각하니 더 이상 버틸 수도 없었고요.
저도 약 1시간의 기다림 끝에 <디아블로 3>를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플레이한 것은 여기까지였습니다. 게임의 시스템을 알아보느라, 그리고 취재 일정때문에 플레이 내용을 많이 접하지 못해 아쉽네요. 결과적으로 잠깐의 플레이였지만 여전히 <디아블로> 특유의 재미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올해 게임스컴에서 선보인 것이 블리즈컨 2009와 같은 버전이기 때문에 오는 10월에 개최되는 블리즈컨 2010에서 또 바뀐 버전이 나올 가능성은 아주 높습니다. 뭐… 사실상 99%라고 봐야겠죠. 매번 최적화를 위해 게임을 뜯어고치는 블리자드의 모습을 떠올린다면 말이죠.
이튿날 추가 취재를 위해 줄을 섰더니 여기부터 4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