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세계를 휩쓸고 난 뒤, 모두가 인공지능 이야기를 하는 시절입니다. 게임 업계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일선 현장에서 부는 인공지능의 바람은 VR과 블록체인의 그것보다 훨씬 더 거세게 느껴집니다. '인공지능이 게임 개발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이라는 주장은 읽기에 따라 희망차고, 또 섬뜩합니다.
'2023년 연말은 연초와 크게 다를 것'이라는 말이 들려옵니다. 인공지능과 함께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의 모습을 설명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그 변화의 가운데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간 점검을 하기에 좋은 시점입니다.
게임 생태계는 과연 어떤 내일을 준비하고 있을까요? 디스이즈게임은 국내외 주요 게임사들이 어떤 상황이며, 어떤 전략을 쓰고 있는지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첫 번째는 넥슨입니다. /디스이즈게임 안규현 기자, 김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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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기에 앞서
넥슨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알아둘 것이 있습니다. 넥슨은 한국 증권시장에 상장되어 있지 않습니다.
▲ <메이플스토리>, <던전 앤 파이터>, <피파 온라인> 등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넥슨코리아는 상장사가 아니고, 넥슨 주식회사(NEXON Co. Ltd), 일명 '넥슨재팬'의 자회사입니다.
▲ 넥슨재팬은 넥슨코리아의 지분 100%를 모두 갖고 있으며 일본 증권시장 1부에 상장되어 있습니다.
▲ <블루 아카이브>, <서든어택> 등을 개발한 넥슨코리아의 자회사 ‘넥슨게임즈’만 코스닥에 상장되어 있습니다.
▲ 지금부터 다루는 데이터는 일본에 상장한 넥슨재팬의 공시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넥슨재팬은 게임 유통만을 담당하는 반면 넥슨코리아, 네오플, 넥슨게임즈 등 한국 자회사는 핵심 타이틀의 게임 개발을 겸하고 있어 한국 계열사의 판매 실적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따라서 넥슨 그룹의 실적을 살펴보는 데 있어 넥슨재팬의 공시 자료는 유의미한 자료라고 생각됩니다. 이하 편의상 ‘넥슨’으로 명칭을 통일하겠습니다.
▲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피파 온라인> 등 강력한 IP를 바탕으로 <블루 아카이브>,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데이브 더 다이버>, <더 파이널스>, <베일드 엑스퍼트>, <워헤이븐> 등 신작을 꾸준히 개발, 출시해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 <히트 2> 등 모바일 MMORPG의 매출 비중은 예상외로 적은 편입니다. 2022년 기준 플랫폼별 매출 비율은 PC 67%, 모바일 33%입니다. 2023년 1분기에는 PC 75%, 모바일 25%로 PC 매출 비중이 더욱 증가했습니다.
▲ 3월 30일 발매된 MMORPG <프라시아 전기>의 실적은 2분기 보고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프라시아 전기>는 PC를 통한 우회 결제 시스템이 적용되어 모바일 마켓 순위로 확인하기 힘든 매출이 상당히 발생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회 결제는 통상 30%의 결제 수수료를 부과하는 모바일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 자체 웹 페이지에서 토스, 카카오페이 등의 결제 수단을 통하는 방식입니다. <던전앤파이터 모바일>부터 적용되었으며, <프라시아 전기>의 경우 플랫폼 수수료 절감과 PC 결제 유도를 위해 결제금액의 10%를 적립해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경영 전면에 나선 넥슨코리아와 네오플의 CEO는 모두 전문 경영인이 아닌 일반 사원 출신입니다. 이는 하위 조직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 이정헌 넥슨코리아 CEO는 2003년 넥슨에 비개발직으로 입사해 2018년 대표이사직에 올라 지금까지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습니다. 2023년 3월에는 넥슨재팬 등기이사로도 선임되었습니다. 이정헌 CEO 체제의 넥슨은 2023년 1분기 매출 1조 원을 달성했습니다.
▲ 윤명진 네오플 CEO는 2008년 네오플에 개발직으로 입사해 2015년 사내이사를 거쳐 2022년 대표이사직에 올랐습니다.
▲ 넥슨 신규개발본부를 이끌고 있는 김대훤 부사장은 2006년 넥슨에 개발직으로 입사해 17년째 근무 중입니다. 그는 현재 넥슨의 참신한 시도를 대표하는 서브브랜드 '민트로켓'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 민트로켓의 첫 번째 '로켓'이 바로 화제의 <데이브 더 다이버>입니다.
▲ 이밖에 넥슨의 개발 총괄, 리드에는 노하우가 있는 고연차 개발자들이 여럿 포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강원기 총괄 디렉터의 예를 들 수 있습니다. 강 총괄 디렉터는 2006년부터 <메이플스토리>를 지키고 있죠. 그는 최근 여러 유저 행사에 모습을 비추며 유저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게임 업계는 예측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시장에 내놓는 결과물(게임)의 정량적인 내부 평가가 어렵고,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요인도 산재해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넥슨의 전망에 관한 몇 가지 사안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① 넥슨은 '빅앤리틀' 기조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큰 프로젝트는 크게 진행하고, 작은 프로젝트는 많이 진행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사업 모델의 다각화는 안정성 향상에 도움이 되지만, 항상 <데이브 더 다이버> 같은 게임이 나오리란 법은 없습니다.
또 <데이브 더 다이버>는 얼마나 팔아야 손익분기를 넘기는 것인지 계산이 미묘합니다. 이 게임은 지난 2018년에 모바일 버전으로 발표된 적 있죠. 들인 시간이 적지 않은 프로젝트입니다. 앞으로 출시될 예정인 게임들도 <데이브 더 다이버>만큼 될까요?
② 게임을 성공적으로 론칭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라이브 서비스을 제공하는 것도 못지 않게 어려운 일입니다. 넥슨은 수십여 가지의 라이브게임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고, 그 게임을 하나 하나 잘 서비스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일례로 지난 상반기 <메이플스토리>에서만 미인가 프로그램 논란과 '리부트 월드' 대우 논란 등이 불거졌죠. <더 파이널스>, <베일드 엑스퍼트>, <워헤이븐> 등 출격을 앞둔 넥슨 신작들은 모두 라이브게임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 신작의 출시는, 넥슨의 운영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③ 넥슨게임즈는 <블루 아카이브>와 <히트 2>로 흥행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넥슨이 지분 다수를 가지고 있는 넥슨게임즈는 박용현 대표를 필두로 여러 신작을 개발하고 있죠. 그런데 2020년 분사된 니트로스튜디오와 데브캣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범 넥슨으로 분류되는 두 회사는 작년 영업이익으로 각각 -192억 8,007만 원, -208억 6,000만 원을 기록했습니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가 기대했던 파급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마비노기 모바일>은 아직도 정확한 출시일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④ 차일피일 미루어지고 있는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중국 출시, 도대체 언제 되는 걸까요? 이 사안은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대표적인 외부 요인입니다. 2022년 3월 국내 출시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원래 2021년 8월 중국에 먼저 출시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넥슨은 출시 전일 돌연 연기를 선언했고, 지금까지 출시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PIF(Public Investment Fund)의 움직임도 특기할 만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에 대한 높은 경제 의존도를 줄이고, 경제 다각화를 이룬다는 기치 아래 세계 게임 개발사에 대한 광범위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PIF는 넥슨재팬의 지분 10.23%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PIF는 정말 순수하게 '재무적 투자'를 하고 있는 걸까요? 기획재정부가 내놓을 NXC 주식을 PIF가 인수한다면 어떻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