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세계를 휩쓸고 난 뒤, 모두가 인공지능 이야기를 하는 시절입니다. 게임 업계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일선 현장에서 부는 인공지능의 바람은 VR과 블록체인의 그것보다 훨씬 더 거세게 느껴집니다. '인공지능이 게임 개발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이라는 주장은 읽기에 따라 희망차고, 또 섬뜩합니다.
'2023년 연말은 연초와 크게 다를 것'이라는 말이 들려옵니다. 인공지능과 함께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의 모습을 설명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그 변화의 가운데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간 점검을 하기에 좋은 시점입니다.
게임 생태계는 과연 어떤 내일을 준비하고 있을까요? 디스이즈게임은 국내외 주요 게임사들이 어떤 상황이며, 어떤 전략을 쓰고 있는지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일곱 번째는 기대작 <P의 거짓> 발매를 2개월 앞두고 있는 네오위즈입니다. /디스이즈게임 안규현 기자, 김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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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N의 반열에 이름을 올렸던 네오위즈. 인터넷 접속 프로그램 '원클릭', 웹 커뮤니티 '세이클럽' 같은 인터넷 서비스로 출발해서 2003년부터 게임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 네오위즈의 게임 사업은 대단히 잘 나갔습니다. 게임 포털 '피망'에 <피파 온라인>, <스페셜 포스>을 비롯, 여러 보드게임이 들어가면서 2000년대 중반 대박을 쳤습니다. 이후 피망에 <아바>와 <크로스파이어>, <슬러거>까지 올라가며 피망은 스포츠게임과 FPS를 할 만한 포털로 각인되었습니다. 2007년 네오위즈는 지주사 네오위즈홀딩스로부터 독립해 게임 전문 기업이 되었습니다.
2010년대 네오위즈의 게임사업은 풍파를 맞이합니다. EA가 넥슨의 손을 잡으며 <피파 온라인 3>부터는 넥슨에서 나오고 있고, <크로스파이어>는 스마일게이트에서 서비스하게 됐습니다. 네오위즈는 700억 원을 들인 대작 MMORPG <블레스> 등을 비롯한 타이틀을 내놓았지만 예전의 영광을 되돌릴 수는 없었습니다.
2010년대 후반 들어 모바일게임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네오위즈도 대응에 나섰습니다. '포커'와 '섯다', '맞고' 등의 게임은 모바일로 이식되었습니다. <브라운더스트>와 같은 모바일게임도 유통했죠. 이 시기에도 네오위즈가 스팀과 콘솔에서 분투했다는 점은 특기할 만합니다. 파이드파이퍼스는 8년의 개발 기간에 걸쳐 <플레비 퀘스트>를 내놓았고, 로키 스튜디오에서는 'DJMAX'를 부활시켰습니다. (DJMAX RESPECT, DJMAX RESPECT V)
▲ 그러나 최근 네오위즈의 영업 성과는 그리 좋지 못합니다. 2020년 20.82%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이후로, 2021년 8.15%, 2022년 6.65%, 2023년 1분기 1.9% 등 수익성이 점차 하락하는 모양새입니다. 몇 년간 씨앗을 열심히 뿌렸지만, 그래프의 우하향 추세를 막지는 못했습니다.
▲ 2020년 네오위즈는 하반기 일본 자회사 '게임온'을 통해서 <로스트아크>를 일본 시장에 출시했습니다. 자체개발작으로는 <기타소녀>와 <킹덤 오브 히어로즈>가 나왔습니다.
▲ 2022년 네오위즈는 호재를 맞이했으니 바로 웹보드게임 결제한도 상향입니다. 지난해 7월부터 웹보드게임 결제한도가 70만 원으로 올라간 것이죠. 여담이지만 모바일판 포커와 맞고의 매출 순위 그래프를 보면, 한도가 풀리는 월 초에 순위가 상승하는 흐름이 몇 년째 관측되곤 합니다. 명절에도 웹보드게임의 다운로드, 실행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화투와 포커를 '사행행위 모사 게임'으로 새로 분류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경찰에 사행성심의위원회를 만들어 사행행위 콘텐츠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는 법안까지 올라왔습니다. 이것이 현실이 된다면 네오위즈로서는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한게임의 NHN도 비슷한 상황일 것으로 보입니다.
▲ 웹보드게임 결제 한도 인상이라는 호재를 맞이했는데도 영업이익률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 2021년과 2022년의 영업이익률 하락의 주요 원인은 인건비 증가로 보입니다. 네오위즈의 인건비 규모는 2020년 710억 원에서 2021년 787억 원, 2022년 947억 원으로 계속 증가했습니다. 2022년 기준 네오위즈는 32.1%라는 높은 수준의 매출 대비 인건비 비율을 기록했습니다.
▲ 참고로 같은 해 타 게임사의 매출 대비 인건비 비율을 살펴보면, 넥슨은 12.6%, 엔씨소프트는 14.8%, 넷마블은 23.1% 수준을 보였습니다.
▲ 네오위즈는 이곳저곳에 씨앗을 뿌리고 있습니다만, 그 씨앗은 공짜로 뿌려지지 않습니다. 네오위즈는 2020년 117억 원, 2021년 160억 원, 2022년 301억 원의 지급수수료를 기록했습니다.
▲ 뿌렸으니 거둬야겠죠. 하반기에는 국내 게임계는 물론 전 세계 게임계에서도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P의 거짓>이 나옵니다.
▲ 다른 시도도 계속됩니다. 방치형 게임으로는 이례적인 성과를 거둔 하이디어의 '고양이의 스프' IP를 기반으로 한 시뮬레이션 게임도 출시 예정입니다. 소설 '빨간 머리 앤'을 원작으로 한 퍼즐게임 <오 마이 앤>, 아직 제목이 알려지지 않은 일본 유명 IP 기반 공동 제작 모바일 RPG도 출격을 앞두고 있습니다. '브라운더스트' IP 확장 카드도 있습니다.
▲ 네오위즈의 게임 사업은 플랫폼 밸런스가 나름 잘 맞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모바일에 올인하지 않고 PC와 콘솔 부문에서도 50%에 가까운 비중을 가져가고 있습니다. 다만 인디게임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감안해야 합니다.
▲ 인건비와 지급수수료의 증가가 시사하듯, 네오위즈는 자체개발 게임과 퍼블리싱 게임 모두 꾸준히 출시하고 있습니다. 네오위즈는 분명 다작을 하고 있지만, 아직 든든한 캐시카우를 새로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때문에 시장에서 <P의 거짓>에 거는 기대는 보통이 아닙니다.
▲ 네오위즈가 뿌린 씨앗들을 조금 더 봅시다. 2019년 네오위즈는 <스컬>의 유통을 맡으면서 인디게임 씬에 주목을 받았습니다. 네오위즈의 투자사업본부는 2021년에만 하이디어, 스티키핸즈, 겜플리트를 인수했습니다. 네오위즈는 인디게임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기업 중 한 곳입니다.
▲ 열심히 씨를 뿌린 결과, 네오위즈는 스팀에서 나름의 진용을 갖추었습니다. 원더포션의 <산나비>는 2022년 6월 스팀에 정식 출시되었습니다. 네오위즈의 스팀 페이지에서는 <아카>, <언소울드>, <사망여각> 등의 게임들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위 그래프에서는 2021년과 2022년 네오위즈의 PC/콘솔 - 모바일게임의 매출 비중이 거의 균등한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P의 거짓>은 성공할까요? 모르겠습니다. 저희가 미래를 맞출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미래는 언제나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 2020년, CDPR의 <사이버펑크 2077>은 게임스컴 어워드의 5관왕을 거머쥐었습니다. 그러나 정식 출시된 게임에서는 버그가 너무 많아서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하다는 보고가 줄을 이었습니다. 2021년 게임스컴 어워드 4관왕을 차지한 프롬소프트의 <엘든링>은 2022년 출시 직후 누적판매량 2천만장과 더불어 올해의 게임(GOTY)을 수상했습니다.
▲<P의 거짓>은 2022년 '게임스컴 어워드 3관왕'을 거머쥐었습니다. 이 어워드는 게임의 출시 이전에 기대감으로 투표하는 시상식입니다.
▲ 물론 어워드가 전부는 아닙니다. <P의 거짓>은 스팀 베타 테스트에서 유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게임이 나와야 알겠지만, 현재 <P의 거짓>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부정 여론보다 우세한 것으로 보입니다.
▲ 게임의 성패에 '몰?루'라고 예측한 대신, <P의 거짓>과 유사한 장르의 게임 실적을 비교해드리겠습니다. '소울 시리즈', <세키로>, <엘든링>의 프롬소프트웨어에는 일종의 '레거시'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보셔야겠습니다. 소울라이크는 게이머의 한계치를 극한까지 시험하는 장르의 게임으로 대중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또 비교군의 <모탈 셸>과 <티메시아>는 10여명 수준의 개발자들이 만든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