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세계를 휩쓸고 난 뒤, 모두가 인공지능 이야기를 하는 시절입니다. 게임 업계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일선 현장에서 부는 인공지능의 바람은 VR과 블록체인의 그것보다 훨씬 더 거세게 느껴집니다. '인공지능이 게임 개발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이라는 주장은 읽기에 따라 희망차고, 또 섬뜩합니다.
'2023년 연말은 연초와 크게 다를 것'이라는 말이 들려옵니다. 인공지능과 함께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의 모습을 설명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그 변화의 가운데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간 점검을 하기에 좋은 시점입니다.
게임 생태계는 과연 어떤 내일을 준비하고 있을까요? 디스이즈게임은 국내외 주요 게임사들이 어떤 상황이며, 어떤 전략을 쓰고 있는지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열 번째는 화제를 몰고 다니는 위메이드입니다. "3년 후엔 모두 블록체인 게임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말은 한철 허풍에 불과할까요? 아니면 산업의 역사를 새로 쓸 위대한 예언일까요? /디스이즈게임 안규현 기자, 김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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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메이드의 실적을 살펴보기에 앞서, 먼저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최근 위메이드가 주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블록체인 산업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유형의 산업으로 관련 회계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2019년 국제회계기준(IFRS) 해석위원회는 가상자산을 기업의 보유 목적에 따라 재고자산 또는 무형자산으로 분류하도록 결정했지만, 상장사가 코인을 발행한 경우 또는 해당 코인을 시장에 매각해 차익을 거둔 경우 등 IFRS 해석위원회의 결정만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다양한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 올해 7월 1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회계기준원은 회계기준위원회에서 '위믹스 회계 논란' 재발 방지를 위한 가상자산 관련 필수 공시사항을 추가하는 기업회계기준서 개정안 초안을 의결하고 감독지침 초안을 공개했습니다. 위메이드가 '선례'가 된 셈입니다.
▲ 2021년 8월 26일 170여개국에 출시한 <미르 4>는 '대박'을 쳤습니다. 출시 10일 만에 서버를 10개에서 34개로 증설했고, 1달 뒤에는 글로벌 서버 100개를 돌파했습니다. 최고 동시접속자 140만 명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가 널리 퍼진 상황에서 돈 버는 게임에 이목이 끌렸습니다.
▲ 장현국 대표가 2022년 GDC 강연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하반기 <미르 4> 국가별 매출 순위는 필리핀, 브라질, 미국, 영국 순이었습니다. 장현국 대표는 이를 두고 "유저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만 플레이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뜻한다"고 해석했습니다.
▲ <미르4>의 글로벌 최대 동시접속자 수는 140만 명을 기록했고, 게임의 매출은 1억 6천만 달러를 넘겼다고 전해집니다. <미르 4>가 흥행에 성공한 2021년, 위메이드는 직전 연도 대비 164% 증가한 3,35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2022년에는 4,635억 원의 매출을 올렸음에도 영업손실 849억 원, 당기순손실 1,858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2023년 또한 마찬가지로 적자입니다.
▲ <미르 4>의 P2E 시스템은 어떤 모습일까요? <미르 4> 게이머는 게임 내 아이템 '흑철'을 모아 드레이코 토큰과 교환할 수 있습니다. 드레이코 토큰은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된 위믹스 코인으로 환전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흑철은 아이템 강화, 보스 입장권, 소모 아이템 등에 다방면으로 소모되는 게임 내 핵심 아이템입니다.
▲ 상술했듯 위메이드의 플랫폼 매출은 가상자산 판매 수익을 부채(선수수익)로 계상한 뒤 위믹스 코인 회수에 따라 점진적으로 수익을 인식한 결과입니다. 위메이드는 21년 말부터 22년 초까지 적절한 공시 없이 위믹스를 시장에 매도했다는 '위믹스 유동화' 논란에 휘말린 바 있습니다. 2023년 3월 기준 위메이드가 기록한 위믹스 관련 선수수익은 5,164억 원입니다.
▲ 위메이드는 중국 파트너사들과 '미르의 전설' IP를 활용하는 계약을 체결해 로열티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 <열혈전기>, <열염용성>, <전기래료>, <일도전세> 등이 출시되며 중국 내 라이선스 사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으며, 웹툰 등 IP 확대 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위메이드는 '전기 IP' 문제에는 잔뼈가 굵습니다.
▲ 위메이드는 블록체인 산업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7월 25일 일본 웹3 콘퍼런스 ‘웹엑스’에 기조연설자로 나선 장현국 대표는 "블록체인, 토큰, NFT 기술로 인터게임 이코노미와 인터게임 플레이를 구축해 게임 산업에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며, "게임 내 자산의 소유권을 이용자에게 돌려주고 게임과 현실 경제의 경계, 게임과 게임의 경계를 허물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장현국 대표는 또한 "3년 후에는 모든 게임이 블록체인 게임으로 진화할 것"이라 말하며 "블록체인 게임 서비스에 필요한 시스템을 완벽히 갖춘 위믹스 플레이가 모든 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 위믹스 코인은 2022년 말 공시 유통량과 실제 유통량의 괴리 문제로 인해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DAXA) 소속 거래소 5곳(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에서 상장폐지된 바 있습니다. 위믹스의 거래 정지 및 상장폐지 예정일이 발표되면서 가격이 70% 가량 폭락하기도 했습니다.
▲ 현재 가상자산 발행 및 상장에 대한 규제는 업계 자율규제에 맡기고 있습니다. 불공정 거래 규제 등 투자자 보호를 중심으로 의결된 '가상자산법'은 내년 7월 시행 예정이며, 가상자산 발행, 상장, 공시 등과 관련된 입법은 논의 중인 상태입니다.
▲ 박관호 위메이드 이사회 의장은 위메이드에 44.97%의 지배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위메이드 그룹은 사업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위메이드를 중심으로 공고한 수직 계열화 체계를 갖춘 것으로 평가됩니다.
▲ 액토즈소프트 창립 멤버였던 박 의장은 '미르의 아버지'로 불립니다. 박 의장은 액토즈소프트에서 서비스하던 <미르의 전설> 후속작 <미르의 전설 2> 개발권을 갖고 나와 위메이드를 일궜습니다. <미르의 전설 2>의 저작권은 공동 개발사인 위메이드와 액토즈소프트가 반씩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2001년 출시한 <미르의 전설 2>는 중국 회원 수 2억 명을 돌파하는 등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2005년 세계 최초 동시접속자 80만 명을 기록해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미르 4> 글로벌은 동시접속자 140만 명을 기록해 <미르의 전설 2>가 세운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 <미르의 전설 2> 중국 퍼블리싱을 맡은 셩취게임즈는 2002년 로열티 지급을 중단하고 표절작 <전기세계>를 내놓는 등 분란의 시발점이 됐습니다. 소송을 벌이던 셩취게임즈는 2004년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했고, 세 회사의 소송전은 20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 위메이드는 '미르의 전설' IP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사업 부문을 분리해 2017년 전기아이피를 설립했습니다. 전기아이피는 웹소설, 웹툰, 애니메이션, 웹드라마, 게임 IP 사업 등 다방면으로 사업 확대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 10년의 개발 기간 끝에 2014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카루스> 또한 위메이드의 주요 게임 IP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2018년엔 모바일게임 <이카루스 M>이 출시됐습니다. '이카루스'는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카루스>는 2017년 밸로프에게 이관됐습니다. 참고로 3D 액션게임 <로스트사가>도 같은 곳으로 이관됐습니다.
▲ 한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IP도 있습니다. 순환이 빠른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10년을 버틴 장수 러닝 액션 게임 <윈드러너>는 2023년 4월 20일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위메이드맥스가 개발한 <윈드러너>는 출시 12일 만에 1,000만 다운로드를 넘기는 기록을 세우며 위메이드가 모바일게임 분야로 진출할 수 있게 만든 효자 타이틀이었습니다.
▲ 장현국 대표는 9년째 위메이드를 이끌고 있습니다. 일찍이 블록체인 산업에 집중하며 위메이드를 블록체인 선두 주자로 만든 장 대표는, 대표적인 '중국 전문가'로 꼽힙니다. 장 대표는 '미르의 전설'을 표절한 중국 게임에 대한 소송전을 펼치며 수십 건의 장기 소송 건에 90% 이상의 승소율을 보였습니다.
▲ 장 대표는 2022년 4월부터 급여 및 위메이드 지분 배당금으로 위믹스 코인을 매입하고 있습니다. 7월 25일 위믹스 팀은 장 대표가 본인이 수령한 급여로 61만 396.94 위믹스를 매입했다고 알렸습니다. 이로써 장 대표는 총 18회에 걸쳐 79만 9860.93 위믹스를 11억 5,516만 원에 구매했습니다. 여태 장 대표가 매입한 위믹스의 가치는 7월 26일 오후 4시 기준 약 6억 4,421만 원 입니다. 장 대표는 38만 위믹스를 스테이킹 서비스에 예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위메이드는 2022년 8월 두바이 지사를 세우는 등 위믹스 사업 강화를 위해 중동 시장 진출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위메이드는 지난 4월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MISA)와도 MOU를 체결했습니다. 네오위즈 편에서 보셨듯, 블록체인 사업 진출을 선언한 회사들은 최근 중동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 위메이드는 2022년 '애니팡' 시리즈의 개발사 선데이토즈 지분 34%를 1,367억 원에 인수하였습니다. 이후 선데이토즈는 위메이드플레이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 한편, 위메이드는 게임 업계 투자에 있어 높은 '타율'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라이온하트 스튜디오, 시프트업, 매드엔진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 2018년 위메이드는 <오딘: 발할라 라이징> 개발사 라이온하트 스튜디오에 약 50억 원을 투자해 지분 8.3%에 해당하는 52,578주를 확보했습니다. 4년 뒤인 2022년 위메이드는 카카오게임즈에 라이온하트 스튜디오 주식 22,209주를 1,187억 원에 양도했습니다. 약 55배의 차익을 거둔 셈입니다. 위메이드는 현재도 라이온하트의 지분 4.23%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 또한 위메이드는 2018년 <니케: 승리의 여신> 개발사 시프트업에 100억 원을 투자해 지분 4.23%를 취득했습니다. 현재 시프트업의 기업가치는 1조 원 이상으로 평가됩니다. 시프트업은 최근 주주총회를 통해 액면분할을 결정하는 등 기업공개에 점차 가까워지는 모습입니다.
▲ <나이트 크로우> 개발사 매드엔진에 위메이드가 투자한 금액은 200억 원입니다. 최근에는 300억 원을 들여 지분 5%를 인수해 전체의 40.61%를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지분 5%를 300억 원에 '추가매수' 했다는 것은 결국 현재 매드엔진의 기업가치를 6,000억 원으로 평가했다는 것. 총 500억에 인수한 매드엔진의 지분이 2,400억 원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