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 ID/PW 찾기

기획/특집

[차이나조이 2023 결산②] '게임 빼고' 참 좋았던 게임쇼

관람 환경, 기타 모든 외부 요건은 좋았지만... '게임쇼' 로서는 아쉬움이 많았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현남일(깨쓰통) 2023-08-01 19:08:11
깨쓰통 (현남일 기자) [쪽지]
[분석기사]
/webzine/community/nboard/11/?n=173772 주소복사

[차이나조이 2023 결산②] '게임 빼고' 참 좋았던 게임쇼

관람 환경, 기타 모든 외부 요건은 좋았지만... '게임쇼' 로서는 아쉬움이 많았다

"차이나조이스럽지 않은 차이나조이"

 

개인적으로 차이나조이는 지난 2008년부터, 횟수로 치면 5번 이상 취재를 다녀왔다. 그런 기자의 시각으로 보면 올해 차이나조이는 '역대 가장 재미 없었던 차이나조이' 라고 당당하게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올해는 여러 의미에서 기대와 다른 모습이었다.

 

일단 '관람 환경'만 놓고 보면 충분히 합격점을 줄만했다. '게임쇼'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자체는 형성되고도 남을 정도. 문제는 '게임쇼'로서 알맹이가 실망스러웠다는 점이었다.

 

상하이는 태풍의 영향으로 차이나조이 행사 2일차까지 비가 내렸다. 덕분에 '더위'는 양호했다. 

 

# '정상 게임쇼' 에 가까워진 관람 환경


올해 차이나조이는 공식 집계에 따르면 약 33만 8천 명의 관람객이 찾아왔다. 36만 명 이상이 찾아왔던 지난 차이나조이 2019와 비교하면 약간 적은 수치지만, 지난 해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지스타가 총 관람객수 약 18만 명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전세계 가장 많은 관람객이 모이는 게임쇼' 로서의 위상은 확실했다.

 

그리고 그렇게 많은 관람객이 모여도 비교적 쾌적하게 행사장을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관람 환경은 예년에 비해 확실히 개선되었다. 주요 부스들은 자신들의 행사나 이벤트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다른 부스에 영향이 가지 않도록 스피커의 위치를 조절하고, 볼륨 자체도 예년보다 낮추면서 '옆 사람과 대화하는 데 지장이 없는' 수준으로 행사장 내 소음 문제를 개선했다. 

 

차이나조이는 이전까지 '이게 게임쇼인지 쇼걸(부스모델) 쇼인지 헛깔린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쇼걸'이 물량공세를 펼쳤던 행사였다. 주요 부스들은 행사장 개막 시간에 맞춰서 '세과시'를 하듯 쇼걸의 도열식을 진행했고, 부담스러울 정도로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올해는 극히 일부의 부스들만, 그것도 예년에 비하면 굉장히 적은 수만 배치되어서 '쇼걸' 그 자체의 주목도가 낮아졌다. 그렇기에 행사에 더욱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되었다. 

 

부스모델(쇼걸)의 도열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예년에 비하면 그 숫자도 줄어들었고, 쇼걸의 노출도 양호한 수준이었다.

차이나조이와 여름의 상하이를 대표하는 '더위'의 경우에는 날씨의 도움을 받았다. 차이나조이 2023이 개막한 7월 말에는 중국으로 태풍이 북상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행사 2일차까지 비바람이 종종 몰아칠 정도였다. 그래서 '웃통을 벗고 돌아다니는' 관람객 같은 차이나조이를 상징하는(?) 장면은 이번에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공간을 '넓게 쓴' 부스 배치와 이동 동선 설계도 나름 효과적이었다. 차이나조이는 이번 행사에서 SNIEC(상하이 국제 엑스포 센터) 총 11개 관을 동원했는데, 부스와 부스 사이에 공간이 충분히 확보가 되었고, 이동 동선도 혼잡을 일으킬 여지가 없이 '시작과 끝'이 명확했기 때문에 많은 관람객이 몰려도 이렇다 할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굉장히 많은 관람객이 모여도 딱히 '사람 많아서 못 움직이겠다' 같은 느낌은 받지 않았다.

 

 

# '게임 시연' 말고 다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긍정적으로 조성된 관람 환경에서 '무엇을 즐길 수 있었냐'다. 결론부터 말해서 올해 차이나조이는 즐길 거리는 확실히 많았다. 문제는 게임쇼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신작의 시연이나 이미 출시한 작품의 체험을 '제외하고' 즐길 거리가 많았다는 것이다. 

 

가령 많은 게이머들의 기대를 받은 호요버스는 이번 차이나조이 2023에서 '호요버스'가 아닌 '붕괴: 스타레일'의 이름으로 부스를 선보였다. 그렇다면 이 부스에서는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이미 출시한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 시연이나 체험이 없거나 부진할 것은 예상했다지만. 놀랍게도(?) 이 부스에서 선보인 '즐길 거리'는 바로 링을 게임 캐릭터 모양의 인형에 던져서 거는 데 성공하면 경품을 받는 이벤트가 전부였다. 

  

이벤트에 참여하면 종이백과 경품을 받을 수 있어서 참여 열기 자체는 무척이나 뜨거웠다.

  

다양한 일본 IP 게임을 선보인 DeNA는 이번 차이나조이에서 <슬램덩크>, <캡틴 츠바사>, <세인트세이아> 등의 게임을 전시했다. 하지만 이들 게임에 대한 체험대는 없었다. 대신 <슬램덩크>는 바스켓에 농구공을 던지는 이벤트를 진행했고, <캡틴 츠바사>는 축구공을 차는 이벤트를 진행했고, <세인트세이아>는... 글로 표현하기 참 오묘하기 그지 없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캡틴 츠바사>의 이벤트 코너. 그나마 이건 '캡틴 츠바사' IP와 조금이라도 연결점이 있다.

  

'고리' 모양의 막대기를 쇠와 부딪히지 않고 끝에서 끝까지 통과시키면 경품을 받는 이벤트. 
그러니까 이게 <세인트세이아>나 '게임'과 대체 무슨 상관?

  

이런 식으로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신작'이 있느냐 없느냐는 둘째 치고 그냥 '게임' 그 자체에 대한 체험에 굉장히 무심한 모습이었다. 심지어 가뭄에 콩나듯 있는 시연대도 숫자가 부족하거나 관리가 부실해 눈에 띄었다. 

 

가령 퍼펙트월드에서는 <페르소나 5 팬텀 X>의 체험대를 PC 1대와 모바일 4대라는 극소수만 배치했다.(그것도 일부 시간대에서는 오류 때문에 시연 PC 1대만 운영된 시간이 있었을 정도다) 대부분의 부스에서 선보인 '신작 체험대'는 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적었다. 

 

기대작은 최소 30대 이상, 많으면 100대 가까이 체험존을 설치해서 운영하는 국내 지스타나 다른 해외 게임쇼들과 비교하면 여러 의미로 비교될 수 밖에 없었다. 

 

호요버스 부스에 몰린 인파들. 이들이 기다려서 하는 건... 링 던지기다.

  

물론 '투덜이 스머프'가 빙의 된 기자의 불평과 다르게,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그래도 다양한 경품을 '빠르게'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제법 만족하면서 행사장을 관람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실제로 시연에 10분, 20분 이렇게 시간을 쓰는 게 아니다 보니 대부분의 부스가 회전 속도가 굉장히 빨랐고, 조금만 행사장을 돌아봐도 제법 많은 경품을 손에 쥐는 것이 가능했다. 뒤에서 조금 더 덧붙이겠지만 행사장 자체에는 분명 '볼 거리'와 '즐길 거리' 자체는 많았던 것이 사실이고 말이다.

 

하지만 '게임쇼' 라는 측면에서 보면 여러모로 생각할 여지를 많이 남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 활발한 e스포츠 마케팅과 코스프레, 그리고 서브컬처

 


차이나조이는 '게임사' 뿐만 아니라 게임과 연계된 여러 회사들의 부스도 손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중국의 모니터 업체 TCL이나 중국의 유명 쇼핑몰 '완다 플라자', 광치승용차와 같은 게임과 관련이 적은 업체들도 대형 게임사들 사이에서 부족하지 않은 규모의 부스를 차렸다. 현지 관계자는 "현대자동차나 현대쇼핑몰이 지스타에 대형 부스를 차린 격"이라고 귀띔했다.

 

프로 e스포츠 구단을 스폰서하는 기업은 e스포츠 마케팅을 전면에 내세웠다. 중국 인기 팀 EDG의 스폰서인 TCL은 곳곳에 '우지' 지안즈하오나 '메이코' 텐예와 같은 <롤>프로 선수들의 포스터를 배치하고, 부스 입구에 자국 리그 우승컵을 전시했다. 외에도 인빅투스 게이밍이나 빌리빌리 게이밍 등 다양한 <롤> 프로 팀의 모습을 차이나조이 행사장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것에 관심이 많다면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부스에서 현장 참여형 e스포츠 대회를 진행하기도 했는데, 관람객이 상당히 많았다.

  

우리나라도 최근에는 게임쇼나 관련 이벤트가 있으면 '코스프레'를 하고 온 일반 관람객들을 많이 볼 수 있는 것처럼, 차이나조이에서도 '코스프레'는 사실상 '일상' 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였다. 다양한 캐릭터로 분장한 코스플레이어와 일반 관람객들의 모습을 정말 흔하게 발견할 수 있었고, 관련 행사도 활발하게 전개되어 볼거리를 제공했다. 

 

더불어 '게임'이 아닌,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일본의 각종 서브컬처 IP 관련 전시도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반다이남코 같은 대형 IP회사가 직접 부스를 차린 것도 있지만, 중국 현지의 다양한 완구 제조 업체, 코스프레 의상 제작 업체, 음반 회사 등 다양한 회사들이 참가해서 전시를 진행한 것이다.

  

코스프레를 한 일반인부터 전문 모델이 참가하는 '코스프레 쇼' 까지 코스프레 관련 볼거리는 정말 많이 있었다.
 
기자 개인적으로는 혹시 '한국 게임' 관련 코스프레가 있을까 눈에 불을 켜고 찾았는데. 딱 하나 찾았다. 
<승리의 여신: 니케> 캐릭터 코스프레

 

반다이남코부터 다양한 일본 서브컬처 (애니메이션, 만화) 관련 업체들이 참여해서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었다.

 

# 중국 업체들은 게임스컴의 꿈을 꾸는가

  

결론적으로 올해 차이나조이는 '게임쇼'라는 측면에서 보면 생각할 여지를 많이 남기지만, 순수하게 게임을 주제로 한 '볼거리'라는 측면에서는 현지 관람객 입장에서는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행사가 아니었을까 싶다. 쾌적하게 행사를 관람할 수 있는 것도 가산점을 더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게임기자'로서 현지에 취재를 간 입장에서는 '알맹이가 빠졌다'라는 느낌을 적잖이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대놓고 힘을 빼고 차이나조이에 나온 호요버스는 정작 '게임스컴'에 집중하는 모영새다 (출처: 호요버스) 

 

글로벌 시장을 노린 중국 게임사는 차이나조이 대신 자신들의 주 무대로 게임스컴 2023을 점찍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까지 받았다. 실제로 차이나조이 2023의 참가 게임 리스트만 보아도 자명하다.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게임이 많은 게임사, 혹은 해외 스튜디오를 인수해 게임을 만들고 있는 게임사들은 대부분 차이나조이에 오지 않고 게임스컴 관련 행사를 기획중이다.

 

가령 텐센트의 글로벌 퍼블리싱 브랜드 '레벨 인피니트'는 오는 게임스컴 개막을 앞두고 첫 단독 쇼케이스 '인투 더 인피니트' 쇼케이스를 진행한다. 여기에서 모바일 생존 FPS <아레나 브레이크아웃>과 유비소프트 차이나가 개발하고 레벨 인피니트가 유통하는 모바일 ARPG <어쌔신 크리드: 코드네임 제이드>, 넥스트 스튜디오가 개발한 <싱크드>를 선보인다.


<붕괴: 스타레일> 하나만 차이나조이에 선보였던 호요버스 또한 <붕괴 3rd>를 비롯해 자사가 서비스 중인 <원신>, <붕괴: 스타레일> 부스와 함께 신작 <젠레스 존 제로>의 체험대를 게임스컴 2023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한편 넷이즈 또한 자신들이 인수한 프랑스 게임 개발사 '퀀틱 드림'의 신작 <라프상가>와 <더스트본> 그리고 미공개 신작을 2023 게임스컴에서 최초 시연한다고 밝혔다. 관계자들에게는 무협 오픈월드 게임 <연운십육성>을 비록한 자사 신작의 비공개 프리뷰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렇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중국 게임의 경쟁력', '중국 게임의 힘'을 확인하려면 이번 차이나조이가 아닌, 게임스컴 2023을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성이 있을 것 같다.

/차이나조이 현장 취재팀, 현남일/김승주 기자 
최신목록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