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민랩 박문형 대표는 27일 넥슨 코리아 지하 1층 발표장에서 지난 1월 19일 출시된 모바일 VR 게임 <토이 클래시>를 영상과 함께 소개했다. 박 대표는 <토이 클래시>가 10개월의 기간을 들여 개발한 게임이며, 기존에 출시된 모바일 VR게임들처럼 잠깐 신기한 경험을 하고 그만두는 것이 아닌, 오랫동안 플레이 가능한 VR게임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고 밝혔다.
<토이 클래시>는 삼성 기어 VR 기기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VR게임이며, 시야는 자유롭지만 카메라 위치는 고정된 탑뷰 스타일의 싱글 플레이 디펜스 게임이다. 모바일 디펜스 게임인 <클래시 로얄>처럼 유닛을 배치해 상대방의 타워를 공격하는 방식이다.
<토이 클래시 VR> 공식 트레일러 영상.
박 대표는 2016년 4월 오큘러스 리프트와 HTC 바이브, 삼성 기어 VR이 출시됐을 때부터 <토이 클래시>를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당시 모바일을 제외한 하이엔드 VR 기기들은 가격이 너무 비싸서 접근성이 떨어졌고, 시중에 나와있는 모바일 VR게임들은 일회성 플레이로 끝나는 게임이 많았기에 차별화를 시도하면 가능성이 있으리라 생각했다고 한다.
오큘러스 리프트와 HTC 바이브는 컨트롤러가 있기 때문에 VR 게임을 플레이할 때 비교적 자유로운 조작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와 달리, 삼성 기어 VR은 관자놀이 옆에 위치한 버튼 한 개 뿐이다. 버튼을 눌렀다 떼는 방식의 조작 외에는 어떤 컨트롤도 할 수 없다.
박 대표는 이처럼 게임 내 조작이 제한된 상황에 무슨 게임을 만들어야 좋을까 고민했다.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버튼을 눌러 물체를 붙잡고, 버튼에서 손을 떼어 떨어트리는 방식이었다. 당시 유행하던 <클래시 로얄>의 전투방식이 유닛을 맵 위에 떨어트리는 방식이었으므로, 그와 비슷한 디펜스 게임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1인칭으로 바라보는 종 방향 맵과 옆에서 바라보는 방식의 횡 방향 맵을 만들었으나, VR게임의 가장 중요한 특징인 가시성과 입체감이 떨어져 전면 수정했다. 그 결과, 맵 전체를 유저 중심으로 활처럼 휘게 만들어 가시성과 입체감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다만, 이 디자인은 전장의 길이에 제약이 존재하기 때문에 게임 고유의 재미를 살리기 어려워져서 아쉬웠다고 밝혔다.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 유저를 중심으로 둥글게 만든 전투 화면.
오브젝트의 크기를 조절하는 것 역시 쉽지 않았다. 컴퓨터가 한 화면으로 송출해주는 평면 모니터와 달리, VR 화면은 실제 사람의 시야처럼 두 눈으로 거리감을 파악해야 하기에, 물건으로부터 충분한 거리가 확보되어야 입체감이 느껴진다. VR 환경에서 유저가 확보할 수 있는 가상의 거리는 5미터 정도가 한계다.
하지만 제작 당시의 박 대표는 이 사실을 알지 못했고, 오브젝트를 전반적으로 너무 크게 만들어 오브젝트로부터 충분한 거리를 확보하지 못했다. 유저가 물체를 너무 가깝게 바라봐 입체감을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이다. 박 대표는 이런 상태로 출시하게 돼 아쉽다고 밝혔다. 해당 부분의 문제는 현재 수정 중이다.
또한 개발 방향도 중간에 변경해야 했다. 초기 박 대표는 <토이 클래시>를 멀티 대전 플레이가 가능한 부분유료화 게임으로 개발하려 시도했다. 그러나 그렇게 출시하기에는 모바일 VR 유저의 수가 너무 적었고, 효율적인 매칭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부분유료화 이슈 역시 같은 이유로 실현이 불가능해, 결국 <토이 클래시>는 싱글 플레이 유료 모바일 게임으로 출시됐다.
유저 인터페이스, 즉 UI의 적용 역시 VR게임에서는 쉽지 않은 문제였다. 이는 VR 기기 렌즈가 가지는 고질적인 문제로, 현재 VR 기기 렌즈의 해상도는 굉장히 낮고, 따라서 플레이하는 유저의 시각은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이다. 또한 UI를 화면 구석에 배치하기라도 하면 유저가 고개를 돌릴 때마다 시야에 가려져 전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VR게임의 UI는 예상보다 훨씬 크게 만들어야 하고, 반드시 중앙에 배치해야 한다. 박 대표는 최근 출시된 <로보 리콜>을 언급하며 VR게임에서 UI가 배치되는 방식의 좋은 예라고 말했다. 또 고개를 자주 움직여야 하는 VR게임의 특성상 목이 움직이는 범위를 상정해서 UI를 정하는 것이 좋다고 박 대표는 덧붙였다.
용량이 낮은 모바일 게임인 만큼, 최적화 역시 중요한 문제였다. <토이 클래시> 역시 최적화를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부분을 신경썼다. 카메라 위치가 고정되어있는 게임 특성상, 표면상에 보이는 오브젝트 뒷면을 볼 일이 없으므로 모든 에셋의 뒷면을 잘라내서 앞면만 보이는 형태로 만들었다.
멀리 보이는 물체도 전부 3D로 만들지 않고, 2D 스프라이트로 바꾸어 배치해놓은 뒤 유저가 개별적으로 확대해서 볼 때만 3D 모델로 바뀌는 방식을 택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게임을 가볍게 만들고 최적화에 필요한 용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러한 최적화 끝에, <토이 클래시>는 갤럭시 S6을 기준으로 1시간 이상 플레이가 가능했다. 일반 VR 게임이 발열이 심해서 10분 이상 플레이할 수 없는 점과 비교하면 꽤 놀라운 수준.
# VR 시장, 향후 전망은?
박문형 대표는 VR 시장 전망에 대해 "아직도 갈길이 멀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작년부터 오큘러스 리프트, HTC 바이브, PS VR 등 3사의 VR 기기가 다 나온 상황이지만 시장 성장율이 생각보다 더디다고 밝혔다. 그나마 판매량을 확보한 삼성 기어 VR 역시 예상보다 안 좋았다.
그러나 상황이 아주 절망적인 것만은 아니다. VR게임 시장 1년 동안 등장한 희망적인 요소로 박 대표는 <잡 시뮬레이터>와 <썸머 레슨>을 뽑았다. 특히 <잡 시뮬레이터>의 경우, 판매의 절대량은 적지만 시장 규모를 감안해보면 눈에 띄는 성과라고 한다.
박 대표는 해외 매체들의 경우 VR 시장의 성장폭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자신은 좀 더 보수적인 시야를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가성비 좋은 중국산 VR 기기 ‘하이퍼 리얼’의 등장으로 기존 VR 기기들 역시 가격 압박을 받을 것이며, 이로 인해 전반적인 가격이 하락한다면 성장세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모바일 VR 역시 삼성 기어 VR과 구글 데이드림에 컨트롤러가 생기고, 모바일 기기 전반의 하드웨어가 좋아져서 더 나은 모바일 VR게임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안경을 착용한 사람에게 최적화된 LG VR 헤드셋과 ‘VR방’ 등이 선보여지면서 늦게나마 대중화가 예상된다.
박 대표는 VR 시장이 스마트폰 초창기만큼은 아니더라도 성장세를 보일 것이며, 따라서 자신이 만드는 VR게임이 어느 플랫폼에 적합한지 따져보고 뛰어드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컨트롤러가 필요하고 강한 몰입감을 제공하는 게임이라면 스팀 그린라이트를 통한 HTC 바이브, PS VR, 오큘러스 리프트 순으로 진입을 시도하는 것이 낫고, 볼거리 위주의 간단한 조작 게임이라면 기어 VR, PS VR, HTC 바이브의 차례로 문을 두드리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또한, 모바일 VR의 경우 발매량은 많으나 유저의 충성도는 낮으므로 유료 VR 게임을 사는데 적극적이지 않아 개인별로 나오는 수익은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다만, HTC 바이브와 같은 하이엔드 VR은 유저들의 충성도가 높아 유료 게임을 사는데 거부감이 없는 편이라고 밝혔다.
컨트롤이 필요하다면 하이엔드 VR, 보는 것 위주라면 모바일 VR부터 도전하길 추천한다.
박 대표는 세계 각국의 <토이 클래시> 접속율을 보여주며, 글로벌 서비스를 원한다면 어떤 언어를 우선으로 번역해야할지 짚어줬다. 접속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미국이었으며, 그 다음으로는 영국, 독일, 캐나다, 한국, 브라질, 프랑스 순이었다. 중국의 경우 독립적인 플랫폼을 운영하기 때문에 아예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박대표는 VR게임을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플레이 테스트'라며, 자신 역시 플레이 테스트를 많이 해서 불편한 부분들을 개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들었던 <잡 시뮬레이터> 관련 포스트모템에서도 게임을 이루는 모든 기능이 전부 ‘플레이 테스트’에서 나왔다고 할 정도로 이는 모든 VR게임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박 대표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VR게임은 앞으로 3년에서 5년이 지나도 비싸고 불편한 장비로 인식될 것이다” 라며, “때문에 유저가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 플레이할 정도로 콘텐츠를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