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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C

[NDC 19] 패스 오브 엑자일, 떠난 유저가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게임을 만들려고 했다.

그라인딩게임즈 조나단 로저스 최고기술경영자, NDC 2019에서 강연 진행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현남일(깨쓰통) 2019-04-24 20:35:10

‘포스트 디아블로 2’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많은 화제가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조만간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인 PC 온라인 게임 <패스 오브 엑자일>(Path of Exile, 이하 POE)를 만든 뉴질랜드 개발사 ‘그라인딩게임즈’의 조나단 로저스 최고기술경영자가 24일 개막한 NDC 2019에서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그는 ‘영원히 <POE>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임 디자인 방법’ 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으며,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겪게 된 여러 문제점들과, 이를 극복하기까지의 과정들을 설명했는데요. 그는 오랜 시간 서비스하면서 얻은 가장 큰 교훈 중 하나로 “온라인 게임은 유저들이 게임을 그만두더라도 완전히 그만두는 것이 아니다. 언제든 복귀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이 부담 없이 돌아올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그라인딩게임즈의 조나단 로저스(Jonathan Rogers) 최고기술경영자

 

# 매주 콘텐츠만 업데이트하면 유저들이 계속 남을 줄 알았다

 

조나단 로저스를 포함해 그라인딩게임즈의 개발자들은 모두 <디아블로 2>를 수 천 시간 즐긴 마니아들이라고 합니다. 

 

그들은 <디아블로 2>를 오래 즐길 수 있는 가장 큰 비결로 ‘강력한 액션’, ‘무작위로 생성되는 던전’, ‘무작위로 생성되는 아이템’, ‘안전하게 잘 돌아가는 온라인 경제’, ‘무궁무진한 캐릭터 육성 방법’을 꼽았다고 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POE>는 이런 5가지 요소를 모두 계승하면서 추가로 ‘매주 콘텐츠를 업데이트하면’ <디아블로 2> 이상으로 롱런하는 게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쉽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라인딩게임즈가 꼽은 <디아블로 2>의 롱런 비결

 

하지만 게임이 오픈하고 개발사의 기대는 얼마 못 가 모두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매주 콘텐츠를 업데이트하다 보니 유저들의 피드백을 면밀하게 분석할 시간이 부족했고, 이 때문에 반응이 시원치 않았습니다. 개발사는 적극적으로 콘텐츠 업데이트를 하고 밸런스 패치를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오픈 초기 몰렸던 7만 명 이상의 동시 접속자수는 몇 달 지나지 않아 반의 반토막으로 떨어졌습니다. 유저가 떨어질 수록 그라인딩게임즈는 보다 열정적이고 적극적으로 확장팩을 개발해 선보였지만 이들은 모두 ‘언 발에 오줌 누기’ 였습니다.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업데이트해봐야 업데이트 순간에만 잠깐 오르고 사실상 큰 의미가 없었다.

 

이 때문에 그라인딩게임즈는 콘텐츠 업데이트 주기를 전면 수정했습니다. 콘텐츠 주기를 13주(약 4달)로 늘린 것입니다. 여기에 가령 1분기에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업데이트를 진행했다면, 2분기에는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3분기에는 다시 ‘작은’ 업데이트를, 4분기에는 다시 ‘대형’ 업데이트를 한다는 식으로 유저들이 콘텐츠 업데이트 주기를 예측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콘텐츠 업데이트 주기를 전면 교체할 때 도입한 시스템이 바로 ‘리그’ 시스템입니다. 이는 정기적으로 게임의 경제를 모두 리셋하는 시스템으로, 콘텐츠 업데이트 주기에 맞춰서 기존 리그의 리셋과 새 리그 시작이 진행됩니다. <POE>는 어찌되었든 오픈 초기에 동시 접속자수 7만 명 이상이 모였던 게임입니다. 이런 콘텐츠 업데이트 주기 개편 및 리그 시스템의 도입으로 잠깐 게임을 접었던 게이머라고 해도 흥미로운 콘텐츠 업데이트 소식이 들리면 부담 없이 복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POE>는 업데이트를 거듭할수록 안정적으로 유저들이 늘어나는 효과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콘텐츠 업데이트 주기 및 방식을 개편하면서 콘텐츠 업데이트 때마다 유저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 효율적으로 빠르게 콘텐츠 업데이트하기

 

조나단 로저스에 따르면 <POE>는 13주에 한 번 콘텐츠를 업데이트하지만, 실질적으로 개발에 투입할 수 있는 시간은 채 4~5주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새로 업데이트되는 콘텐츠의 컨셉을 결정하는데 2~3주, 개발이 완료되고 언론 홍보에 힘을 쏟아야 하는게 1주, 마케팅에 2~3주 등을 소비하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4~5주동안 만드는 콘텐츠의 퀄리티를 함부로 가져갈 수는 없죠. 유저들은 끊임없이 화제거리를 원하기 때문에 게임의 스토리와 설정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하고, 새로운 것을 원하기 때문에 기존 것을 무작정 재활용할 수도 없습니다. 특히 게임의 여론을 주도하는 1%의 상위 유저들이 만족할 만한 콘텐츠를 선보이지 못하면 게임에 바로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런 ‘마니아’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항상 콘텐츠의 퀄리티를 신경 써야만 합니다. 

 

업데이트 때는 이런 모든 콘텐츠에서 새로운 요소를 보이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조나단 로저스는 최대한 ‘효율적으로 빠르게’ 콘텐츠를 업데이트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특히 그라인딩게임즈는 개발 단계에서조차 ‘랜덤 맵 생성기’, ‘랜덤 인카운터 생성기’ 같은 툴을 개발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이를 통해 새로운 맵, 새로운 구조의 전장 등을 구현하는 데 있어서 ‘최소한의 시간으로 최대한 많은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랜덤 맵 생성기 사용 예시. <POE> 개발팀은 마음만 먹으면 새로운 맵 하나를 생성하는 데 최대 20분이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적은 시간에 최대한 많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는 역시 게임을 만드는 ‘사람’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조나단 로저스는 강조했습니다. 물론 개발자가 ‘오래 일한다면’ 많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사실 개발자마다 ‘최소한의 업무 시간 투자로, 최대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효율이 나오는 선’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개발 인력들의 특징을 잘 파악하고 이끌 수 있는 프로듀서의 존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죠.

 

가령 개발자에 따라서 일을 절반만 해도 90% 이상의 효율을 보이는 사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개발자 개개인의 역량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끌 프로듀서의 존재가 중요하다는 뜻.

 

#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묵히지 말아라

 

<POE> 개발팀은 13주에 한 번씩 콘텐츠를 업데이트하기 때문에, 사실 개발 라인이 2개 이상 존재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한다. 하지만 조나단 로저스는 “<POE>에는 오직 1개의 개발라인이 있으며, 이들이 모든 업데이트 콘텐츠를 다 만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1개의 개발라인으로 빠른 업데이트가 가능한 이유 중에 하나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묵히지 않고, 그때 그때 적극 활용한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조나단 로저스는 “큰 그림을 그려서 업데이트 계획을 세우면, 유저들의 반응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차라리 떠오른 아이디어는 그때그때 즉시 적용하고, 유저들의 반응을 보고 다음 업데이트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조나단 로저스는 트레이딩 카드 게임인 <매직 더 개더링>을 예로 들면서 “<매직 더 개더링>은 카드 게임이라는 제약에 갇혀 있으면서도 20년이 넘게 주기적으로 매번 새로운 룰과 새로운 요소들을 선보여서 수명을 이어가고 있다. <POE> 또한 유저들의 반응을 보고, 게임을 서비스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마르지 않고 떠오르기 때문에, 지금 떠오른 아이디어를 굳이 묵힐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POE> 게임 접속자수 (노란선)과 웹사이트 접속자수 (붉은 선)
 

그는 마지막으로 “<POE>를 서비스하다가 한 가지 알게 된 재미있는 사실은, 게임의 접속자수가 떨어지더라도 웹사이트의 유저들은 의외로 게임보다 적게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이는 유저들은 설사 게임에 접속하지 않더라도 게임에 대한 흥미는 계속 가져간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기 때문에 개발사는 이들이 언제든지 다시 복귀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며 강연을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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