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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스컴

'일 잘하는 개XX'가 당신의 개발팀에 미치는 영향

사라졌을 때의 리스크보다 안고 가는 리스크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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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언(톤톤) 2024-08-21 12:26:37
조직생활을 하다 보면 높은 확률로 ‘일 잘하는 나쁜 X’을 만나게 된다. 업종 불문 이런 인물은 팀에 딜레마를 안기기 쉽다. 팀워크 측면에선 분명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키지만, 그렇다고 업무에서 당장 배제하거나 쫓아내자니 그가 담당하는 프로젝트에 위기가 닥칠 것이 분명해서다.

개개인의 기술적 역량이 중시되고 팀 단위 업무도 많은 게임 업계에서는 특히 자주 불거지는 문제다. 그렇다면 과연 게임사들은 이른바 ‘일 잘하는 개**’(brilliant j**k)를 품어야 할까, 아니면 과감히 축출해야 할까?

게임스컴 2024와 연계하여 열리는 개발자 컨퍼런스 ‘데브컴’에서 강연에 나선 유비소프트 몬트리올의 게임 디렉터 플뢰르 마티에 따르면 이런 ‘나쁜 천재’ 들에게는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많다. 팀의 단기적 업무 안정성을 위해 이들을 억지로 품었다가는 조직 전체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에 봉착할 확률이 높다고 그는 경고한다. 자세히 알아보자. 독일 쾰른= 디스이즈게임 방승언 기자




# 그런 짓은 하지 말아야 했는데

마티는 수년 전 있었던 자신의 경험담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어느 날 그의 상사인 스튜디오 대표가 기술 디렉터와 자신을 불러 회의를 요청했다. 안건은 한 메인 프로그래머의 사표를 수리할지 여부였다. 사표를 냈다는 문제의 프로그래머는 회사에 남을 의지도 충분히 있었다. 다만 여기에 여러가지 조건을 달았을 뿐이다. 그는 아무런 책임은 지지 않으려 하면서도 더 많은 권력과 연봉을 요구했다고 마티는 회상한다.

마티는 고민에 빠졌다. 그와 일해 본 모든 직원들은 그가 매우 뛰어나다고 입을 모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같이 일하기엔 어려운 사람이었다. 다른 이들을 한없이 깔보며 모두에게 아주 높은 기준을 제시했다.


동시에 그는 자신의 방법만을 과도하게 밀어붙였다. 개발팀이 사용하던 엔진에서 기존의 네이티브 기능을 모두 덜어내고 이를 스스로 개발한 기능으로 대체하기도 했다. 그러나 너무 바쁘다는 이유로 관련하여 아무런 기술 문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마티는 그를 내보내고 싶었지만 기술 디렉터가 극구 만류했다. 그와 같은 사람을 구하기도 힘들고, 출시 일정도 미뤄질 것이라는 이유였다. 그렇게 회사에 남은 문제의 프로그래머는 그 뒤로도 2년 동안 3~4번의 ‘퇴사협박’을 했다. 결국 마티는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그를 내보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팀은 패닉에 빠졌다. 프로그래머는 자신이 도입한 기술을 그 누구에게도 인수인계 하지 않은채 떠났고, 그가 만들어 놓은 문제를 해결하느라 꼬박 반년이 소요됐다. 그러나 “세상이 망하는 건 아니더라”고 마티는 술회한다.

이는 모든 게임사에게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나쁜 천재’를 잃었을 때의 단기적 비용. 즉 개발일정 연기와 재고용의 수고로움 때문에 그들을 품고 가려는 태도를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그들을 팀에 남겨뒀을 때의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 마티가 강조하려는 교훈이다.

마티는 유비소프트 몬트리올 이전에 WB, 에이도스 몬트리올 등에서 일했다.


# 나쁜 천재란 어떤 이들인가?

그렇다면 나쁜 천재는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가?

이를 알아보기 위해선 우선 ‘나쁜 천재’를 알아보는 것이 우선이다. 먼저 나쁜 천재들은 그 이름에 걸맞게 아주 뛰어난 기술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다. 프로젝트 기여도가 높기 때문에 팀에서도 문제적 행동을 봐주는 경향이 생긴다.

하지만 그 외의 문제가 수두룩하다. 우선 대단히 오만하다. 다른 팀원들의 업무 기여도를 무시하며, 자신의 방식이 유일하거나 가장 나은 방식이라고 확신한다. 그런 능력에 걸맞은 특별대우도 원한다.

나쁜 천재들은 '빌런' 같은 행동을 '지속적으로' 한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마티는 강조했다. 일시적으로는 우리 모두가 나쁘게 굴 수 있다

또한 과도한 완벽주의자로서, 자신과 남들 모두에게 불가능한 수준의 기대를 건다. 그냥 넘어가도 좋을 중요하지 않은 목표에 매달려 다른 일에 소홀하고, 자신만이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믿는다. 이에 따라 동료들을 통제하려 들기도 한다.

이들은 감성지능이 낮은 편이다. 감정을 잘 통제하지 못하고, 분노와 좌절을 프로답게 제어하지 못한다. 자신의 부정적 감정이 주의에 어떤 영향을 줄지 가늠하지 못한 채 자기 욕구를 우선시하며, 타인과 협동하지 못하고 이유 없이 타인에게 반대한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이른바 ‘완전체’다. 다른 이들의 피드백에 강력히 저항하며 변화와 성장을 거부하고 자기 문제를 파악하지 못한다. 주변의 지적에 방어적으로 반응하며, 잘못의 책임을 타인에 전가하고, 자신은 잘못이 없는 완벽한 존재라고 여긴다.



# 팀에 미치는 영향

나쁜 천재들의 부정적 태도는 팀의 생산성과 사기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기본적으로 팀이란 협업을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나쁜 천재들은 직원 간의 믿음과 열린 소통을 막아 협업을 저해한다.

나쁜 천재들의 간섭 하에서 팀원들은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지 못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기를 꺼리게 된다. 팀의 혁신과 창의력에 꼭 필요한 리스크 테이킹과 의견 개진을 원천 봉쇄하기 때문이다. 팀의 생산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팀원들은 공동의 목표를 향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기 힘들어진다. 또한 나쁜 천재들의 끝없는 무시를 받으면, 팀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기여할 의지도 꺾이게 된다. 게다가 나쁜 천재들은 기존에 정해진 업무 방식을 무시하기도 다반사다. 새로운 업무 방식을 요구하는 그들의 비위를 맞춰주는 것 또한 하나의 비용이다.



# 유해한 직장 환경 조성

나쁜 천재들의 영향력은 팀 단위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들은 기업의 사업 전반에 정량화 가능한 수준의 악영향을 준다. 나쁜 천재들은 회사 전반에 높은 스트레스, 공포심, 불평등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즉, 유해한 직장환경을 조성하는데, 이는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높은 퇴사율과 직원들의 번아웃으로 이어진다.

또한 나쁜 천재의 유해한 행동을 회사가 용납하는 모습을 보면서, 직원들은 더 이상 긍정적 직장 환경을 위해 노력할 의욕을 찾지 못하게 된다. 유해한 직장환경이 조성되고 나면, 더 장기적인 문제도 발생한다. 그들의 유해한 행동은 ‘전염’되기 때문이다. 마티는 이를 ‘문화적 감염’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문화적 감염은 팀/스튜디오의 문화 붕괴로 이어진다. 유해성의 확산으로 인해 나쁜 행동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며, 직원간 충돌이 늘어난다. 기업 문화의 핵심 가치를 무시하고도 보상을 받는 직원들의 모습 때문에, 도덕성보다는 성과만을 중시하는 경향이 직원 사이에 강화되고, 더는 직원들에게 해동 준칙을 요구하는 것이 힘들어진다.

새 직원들은 이 문화에 빨리 물들고, 높은 성과와 인간관계를 모두 챙기는 뛰어난 직원들은 회사를 떠날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고 나면 남은 이들은 유해한 문화에 자신도 물들거나, 그럴 수 없다면 회사를 함께 떠나는 선택을 내린다.



# 어떻게 해결할까?

나쁜 천재들을 쫓아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들의 행동을 코칭해서 ‘팀플레이어’로 만드는 방법도 존재한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나쁜 천재들은 지적에 대한 저항이 강하다. 따라서 코칭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는 있다. 

이들을 코칭할 때의 첫 번째 원칙은 명확하고 직접적인 피드백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기술적 성과는 인정하되, 그들의 행동이 팀의 창의력과 사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최대한 구체적으로 지적해 문제를 인식시켜야 한다.

그러나 이들은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책임소재를 두고 논쟁을 벌여서는 안 된다. 그저 실제 발생하고 있는 ‘패턴’을 행동 교정 필요성의 근거로 제시하면 된다. 가령 그들의 행동이 팀 내 퇴직이나 결근을 실제로 높이고 있다는 사실, 구인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 등을 제시해 팀에 미치는 ‘임팩트’를 강조해야 한다.


한편, 그들의 행동 원리를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은 금물이다. 대신 그들이 자문하게 해야 한다. 그들의 행동 배경에 깔린 원리를 그들에게 물어보고, 스스로 문제를 파악하고 있는지 질문하는 것이 가장 유용한 방법이다.

또한 이들이 넘어서는 안 될 행동적 준칙을 분명히 정하고, 이를 지키도록 지시할 필요가 있다. 동료들의 피드백을 전달해주는 것은 또다른 방법이다. 이를 통해 행동에 대한 추가적인 인사이트를 전달함과 동시에 인간관계를 강화해줄 수도 있다.

코칭과 동시에 이들의 개선 과정을 살피며 다른 직원들을 괴롭히지 못하게 막고, 그들의 행동이 실제로 나아지고 있는지 체크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만약 문제의 직원이 변화를 스스로도 희망하고 있다면, 짧은 시간 안에 어떠한 종류의 변화라도 관찰될 것이라고 마티는 말한다. 하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젠 더 강한 액션으로 넘어갈 때다



# 플랜 B

나쁜 천재들에게 마지막으로 기회를 줄 때는 명확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일종의 ‘퍼포먼스 개선 계획’(PIP)을 수립하는 것이 좋다. 공식적으로 시간 제한을 정해두고, 그 안에 문제의 직원이 수립된 특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닥쳐올 결과(해고)를 통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때 ‘목표’란 해당 직원의 업무 성과와는 무관하며, 그의 행동 교정에 관한 것이라는 점을 확실히 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의 행동 변화 여부를 반드시 문서로 기록해 추후 문제 소지를 차단해야 한다.

사실 이 정도면 문제의 직원은 회사를 제 발로 나갈 확률이 높다. 그렇지 않다면 인사팀, 법무팀과의 공조 아래 프로페셔널하고 준법적인 방식으로 해고를 진행한다. 다만 이때도 역시 해고의 사유가 그의 성과 때문이 아닌 행동 때문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나쁜 천재’가 떠난 뒤에는 팀원들을 다독일 차례다. 해고의 이유를 다른 팀원들에게도 명확히 인지시키고, 이것이 팀과 회사 문화를 위해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음을 알린다. 그렇지 않으면 직원들은 이것을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유형의 권력 다툼의 결과로 인식할 확률이 높다.


직원들은 또한 그의 해고를 결정한 임원들만큼이나 패닉에 빠질 공산이 크다. 떠난 직원이 맡고 있던 비중이 크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때 여러분은 해당 결정이 가져올 영향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음을 알려 안심시켜줄 필요가 있다.

그런 다음에는 나쁜 천재가 흐트러뜨린 조직 문화를 직원들에게 환기시키는 과정을 밟는다. 가령 팀원 사이의 지원과 응원 같은 문화를 말한다. 이것이야 말로 조직을 장기적으로 건강하게 만드는 비결이다.

마티는 “과거의 고용 관행을 돌아보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나쁜 천재들이 비록 기술적으로는 대단해 보일지 모르나, 실제로 팀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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