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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게임에 대한 인식 바꿔서 부산시가 얻는 게 뭔가요?

윤정원 부산정보산업진흥원 게임사업부장 인터뷰

반세이(세이야) 2018-09-16 13:03:40

부산시가 ‘게임도시’라는 정체성을 강조하기 시작한 것은 지스타 개최지로 선정되면서부터다. 2008년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던 지스타는 좀 더 나은 여건을 가진 새로운 개최지를 물색하고 있었고, 여러 지자체가 PT에 나선 결과 대형 컨벤션 센터 ‘벡스코’와 해변 인근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내세운 부산시가 선정된다.

 

윤정원 부산정보산업진흥원 게임사업부장은 당시를 떠올렸다. “올해로 10년 째네요. 10주년 기념으로 뭐 좀 재밌는 걸 할 수 있을까 고민중입니다. 그땐 1전시장도 절반만 썼는데 이젠 2전시장까지 써도 부족합니다.(웃음)”

 

윤정원 부장은 ‘게임 도시 부산’ 역사의 산 증인이다. 20여 년 전, 진흥원이 부산에 처음 생길 때만 해도 부산은 게임 산업 불모지였다. 부산만 그랬으랴. 게임 관련 이슈에 지방 도시가 끼어들 틈은 없었다. 20년 후, 세계적인 개발사 블리자드가 만든 인기 게임에 최초의 실제 도시맵 ‘부산’이 등장할 것이라고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디스이즈게임이 윤정원 부산정보산업진흥원 게임사업부장을 만나 부산시가 꿈꾸는 게임 도시의 미래를 들어봤다. 지스타가 얼마나 잘 되고 있는지는 묻지 않았다. 지스타부터 시작해 무엇을, 왜 했는지. 결국 이 모든 것은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들어봤다. /디스이즈게임 반세이 기자 

 

윤정원 부산정보산업진흥원 게임사업부장


# ”대형 업체 위주의 지스타, 그럼 개발자 위해서는 뭘 할 수 있을까?” BIC의 탄생

 

지스타를 매년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게임도시의 꿈을 꾸던 부산시는 2015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BIC)이라는 이름의 인디게임 축제를 열게 된 것. 지스타는 기업 마케팅과 대규모 이벤트 중심으로 돌아가는 행사였다. 비즈니스를 하기엔 더할 나위 없었지만 그곳에는 ‘개발자’가 빠져있었다. 개발자와 유저가 직접 만날 수 있는 행사를 만들어 보면 어떻겠냐는 의견에 서태건 당시 부산정보산업진흥원장이 ‘인디게임’을 주제로 해 보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를 냈다. 

 

윤정원 부장은 2015년, ‘인디게임’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김현규 한국모바일게임협회 부회장, 이득우 인디라 인디 개발자 모임 대표를 만난다. 1회부터 주최 측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세 단체의 만남이었다. 

 

“사실 지스타는 워낙 큰 게임사들이 참여하니 개발자들이 유저와 직접 만나기가 어렵잖아요. 개발자와 유저간 접점을 만들고 싶어서 고민했습니다. 결국 산업을 진흥하기 위해서는 그 주축인 개발자들을 위한 무언가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부산문화콘텐츠콤플렉스 내 게임센터 개관을 기념하며 열린 1회 행사는 많은 인디게임 개발자들의 도움으로 치러졌다. 인디게임 개발자들과 친분이 있던 이득우 대표 주도로 다수의 개발자들이 행사 준비에 참여했다.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만든 인디게임 행사. 물론 뿌듯했지만, 곧 한계가 찾아왔다. 일단 개발자들이 너무 힘들어 했고, 전시의 전문성도 확보해야 할 것 같았다. 

 

2016년 처음으로 ‘영화의전당’에서 행사를 치르고 난 뒤 2017년, 약 40여 명의 발기인이 모여 행사를 제대로 만들어 가기 위한 ‘사단법인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을 조직한다. 

 

 

# 여름엔 e스포츠, 가을엔 BIC, 겨울엔 지스타. 사계절 게임 도시 꿈꾸는 부산

 

윤정원 부장은 “다음 지스타 유치를 위한 PT에서 ‘사계절 지스타’를 테마로 내세웠다”라고 밝혔다. 11월 한달 잠깐 뜨겁고 마는 것이 아니라 1년 내내 지스타의 열기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윤 부장은 ”여름엔 e스포츠, 가을엔 BIC, 겨울 초입에 지스타를 하고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부산크리스마스트리문화축제’와의 협업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부산크리스마스트리문화축제는 2017년 당시 약 800만 명이 다녀간 부산의 대표 겨울 축제다. 

 

‘여름 e스포츠’를 위해 부산시는 e스포츠 경기장 설립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내년도 국비 지원이 예정돼 있어 그에 맞는 규모로 건립될 것이라고 윤 부장은 설명했다. 사실 e스포츠 경기장 건립은 부산시의 오랜 숙원사업이었으나 ‘막상 경기장을 지었는데 텅 비어있으면 안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에 경기장을 채울 ‘소프트웨어’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작년 여름, 부산시와 진흥원은 ‘블리자드 본사 투어’를 부상으로 걸고 공공기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열었다. 결승전은 부산 최대 번화가 ‘서면’ 지하철역에서 진행했다. 차츰 일반 시민 대상으로 리그를 확대해 가기 위한 포석이었다. 올해는 전국 직장인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열었고, 창원LG팀이 우승했다. 

 

이와 함께 부산시와 진흥원은 아마추어 e스포츠 선수 육성에 공들이고 있다. 프로팀을 운영하기보다는 아마추어 선수들을 육성해 프로로 올려보내는 역할을 잘 해 내자는 것이 지금 목표다. 부산시는 현재 <블레이드앤소울>, <리그오브레전드>,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4개 게임 팀을 후원하고 있으며 <오버워치> 리그 초대 시즌 챔피언에 등극한 ‘런던 스핏파이어’의 전신이 부산의 <오버워치>팀 ‘GC 부산’이다.  

 

 

 

# 목적은 게임에 대한 인식 변화를 통한 게임 산업 진흥


윤정원 부장은 결국 부산시와 진흥원이 진행하는 이 모든 것이 ‘게임에 대한 인식 변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며 작년 BIC에서 겪은 일을 설명했다. “우리 아이가 게임 개발자의 길을 걷도록 본격적으로 밀어주고 싶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게임을 만들겠다며 학교를 자퇴한 아이를 데리고 BIC를 찾은 어느 학부모의 말이었다. 윤 부장은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 달라며 명함을 주고, 부산게임아카데미를 소개했다. 

 

윤 부장은 게임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제고되면 이처럼 산업을 떠받치는 종사자의 유입을 만들어 내는 것 아니겠냐며 지금 부산에 있는 게임 개발사가 110여 개나 된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부산에도 트리노드나 마상소프트 같이 규모있는 개발사들이 있잖아요. 거기 다니다 독립해서 나오는 분들도 있고, 서울에서 일하다가 창업해서 부산으로 오는 분들도 있어요. 문화콘텐츠콤플렉스에도 30개 개발사가 입주해 있고요. 부산이 게임 개발하기 괜찮은 도시입니다. 개발자들 위한 지원 사업도 있고요. 문화콘텐츠콤플렉스 3층은 게임 전용 공간인데, 스타트업에 딱 좋은 공간이에요. 아이디어와 간단한 프로토타입만 가지고도 입주할 수 있거든요.”

 

광안리 10만 관중 재현을 콘셉트로 한 2017년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출시 행사에서는 인근 상인들의 협조가 돋보였다. “스타란다, 스타! 스타크래프트!” 조금이라도 영업을 방해받는 것 같으면 살벌하게 나오는 광안리의 횟집 상인들이 행사장 당일 가게 전용 주차장을 방문객에게 내놓았다. 평소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11월에는 지스타 한다 아이가” 지스타도 이제 부산 시민이라면 남녀노소 모두가 아는 행사가 됐다.   

 

 

 

# 십여 년간 쌓인 노하우, “시청과 진흥원의 공조가 시스템화 돼 있어”

 

지스타를 10년 간 개최하며 부산시는 크고 작은 게임 행사도 함께 치뤄왔다. 노하우는 쌓일대로 쌓인 상태다. BIC가 영화의전당에서 멋지게 열릴 수 있는 이유도 게임사업이 부산시 영상콘텐츠 부서 관할이며, 영화의전당을 해당 부서에서 관리하기 때문이다. 해운대 바닷가에서 행사를 할 때도 시, 경찰, 구청 등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보통 시와 진흥원은 암묵적으로 상하 관계라는 인식이 있거든요. 근데 부산시는 그렇지 않습니다. 10여 년 간 게임 산업 진흥에 목적을 두고 시와 진흥원이 서로를 보완해 왔습니다. 진흥원이 사업 계획을 아무리 잘 짜도 시청 관할 부서가 여러 결정권자들과 시의회를 잘 설득해 주지 않으면 사업이 시작될 수 없거든요.”

 

블리자드나 엔씨소프트 같은 대형 게임사가 부산시와 자주 큰 행사를 진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랜 시간 시와 진흥원, 시민 전체가 게임에 대한 이해도를 쌓아온 덕분에 행사에 필요한 대부분의 절차가 매끄럽게 처리된다. 지스타의 막대한 경제 효과 덕분에 ‘게임 행사’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매우 긍정적인 것은 덤이다.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지방도시가 인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몇 십년 뒤에는 ‘소멸’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들도 있다. 마강래 중앙대 교수는 본인의 저서 <지방도시 살생부>에서 “도시가 쇠퇴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주민들이 떠나기 때문이 아니라 일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라며 “근본적인 문제를 건드리지 않는다면 지방은 쇠락의 길에서 벗어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런 측면에서 게임 산업을 핵심 동력 산업으로 지정하고 십 수 년째 정책 연속성을 유지하는 부산시의 행보는 눈여겨 볼 만 하다. 결국 고부가가치 산업의 핵심은 사람이라는 것을 부산시는 아는 듯 보인다. 대형 행사를 유치해 경제 효과를 내는 것에서 끝이 아니라, 결국은 생태계가 존재할 수 있는 근본을 고민하고 길러내는 것. 많은 사람들의 고민 끝 잉태된 BIC의 존재가 그저 고마운 이유다. 

 

행사 마지막 날, 영화의전당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기사님이 물었다. “영화의 전당에서 뭘 하는가베”, 몇년 내에 기사님의 물음이 이렇게 바뀌길 기원했다. “BIC 보러 영화의전당 가는가베” 

 

제4회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에 필요한 실질적 업무를 맡아 준비한 다섯 명의 조직위 스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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