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전만 따지면 <카오스온라인 3> 정도 될 겁니다.”
네오액트가 개발 중인 <카오스온라인>이 오는 29일 오픈 베타를 시작한다. 개발 시작부터 따지면 5년 이상, 작년 초 1차 클로즈 베타테스트 때부터 계산해도 약 2년이 지난 ‘늦은’ 오픈이다. <카오스온라인>을 개발 중인 정극민 PD는 ‘완성도’와 ‘경험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워크래프트 3>의 유즈맵인 <카오스>와 마냥 똑같이 만들겠다던 첫 계획은 ‘훨씬 좋은 그래픽과 시스템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현실적인 고민으로 바뀌었고,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을 처음 만들면서 상상할 수 있는 문제는 다 겪었다.
플레이 시간과 밸런스 투자를 위해 내부 테스트로만 몇 달을 끌었고, 인공지능과 그래픽 개선을 위해 두 번의 리뉴얼도 거쳤다. 할 수 있는 노력은 다해서 후련하다는 정극민 PD를 디스이즈게임에서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그래픽 리뉴얼만 두 번, 완전히 달라졌다
1차 클로즈 베타테스트 이후 2년이 지났는데, 상당히 오래 걸렸다.
정극민 PD: 1차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한 후 완성도 지적을 많이 받았다. 그래픽에서 유저들이 생각하는 완성도에 훨씬 못 미쳤고, 시스템에서도 문제가 많았다. 그래서 전면수정에 들어갔다. 기존 <카오스> 유저들을 대상으로 e스포츠 대회를 열어서 성공할 수준까지 개발하자는 목표였다.
결국 두 번의 리뉴얼을 거쳤고, 지난 9월, 5개월 만의 클랜배틀 테스트도 성공리에 마쳤다. 정말 이 정도면 완성이라고 불러도 되지 않나 싶더라.
최근 공개한 영상을 보면 그래픽이 완전히 달라졌다.
정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결국 어떻게 그래픽이 눈에 잘 띄어야 하는지 노하우가 필요한 부분이더라. 그래서 많은 시도를 했고, 개발자끼리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간도 굉장히 오래 걸렸다. 오픈 베타테스트 버전은 내부 개발팀에서 만족할 수준까지 나왔다. 사실 <카오스온라인 3> 정도 된다(웃음).
그래서 총 개발 기간이 어느 정도 되나?
만으로 5년 정도 됐다. 아무래도 비교군이 블리자드나 라이엇게임즈이다 보니 처음부터 이 정도 기간은 필요했던 것 같다. 개발 인원은 퍼블리셔인 세시소프트의 테스터까지 포함해서 약 50명이다.
만들면서 알게 된 부분인데 전략시뮬레이션이 보기와 달리 정말 개발이 어려운 분야였다. 국내에는 개발 경험자도 거의 없고, 경력 10년을 넘긴 개발자들도 시행착오란 착오는 다 겪은 것 같다. 블리자드의 노하우가 새삼 대단하게 보였다.
어떤 부분이 그렇게 어려웠나?
최적화다. 사소해 보이는 하나하나가 전부 최적화와 직결되더라. <카오스온라인>에서는 게임 내에서 나무를 부숴 새로운 길을 만들 수 있는데 맵 하나에 나무가 3,000 그루 정도 배치된다. 이 걸 전부 오브젝트로 처리했더니 게임이 엄청나게 느려졌다. 결국 유닛이랑 별도로 나무를 분류하고 따로 처리 방법을 만든 끝에 해결할 수 있었다.
화살만 해도 포물선으로 날아가는 효과를 주기가 그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 시점은 쿼터뷰에 화살을 쏘는 영웅도 맞는 영웅도 실시간으로 움직이고 있다 보니 어색하지 않게 처리하는 데만 한참이 걸렸다. 여기에 또 최적화까지 겹쳐지니 정말 말로 표현하기 어렵더라.
■ 어디서나 여는 상점, 30분 안에 끝나는 경기
그동안 기존 <카오스> 유저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한 이유는?
일단 <카오스> 유저들에게 완성도를 인정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카오스>에서 <카오스온라인>을 만드는 건 후속작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작업이다. 개발 노하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뭔가 바탕이 되는 소스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 와중에서 <카오스>를 전혀 모르는 신규 유저를 받는다면 처리해야 할 요구사항이 너무 많아진다. 일단 게임을 아는 유저들을 대상으로 완성도부터 높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들이 인정할 정도는 돼야 <카오스>라는 이름을 써도 부담이 없을 테고.
이제 완성도가 갖춰졌으니 초심자도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실 그 사이 일반 유저들을 대상으로 포커스 그룹 테스트(FGT)도 수 차례 거쳤고 내부적으로 많은 데이터를 수집했다. <카오스>를 즐기지 않은 유저들이 접근하는 데도 무리가 없는 수준일 것이다.
AOS라는 장르 자체도 접근성이 매우 낮다.
근본적인 한계다. 장르 자체의 한계라고 본다. 그렇다고 무작정 쉽게만 만들면 게임의 깊이가 얕아진다. 그래서 <카오스온라인>에서는 게임에 필요한 지식을 줄이는 것보다 인터페이스에서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고 판단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예를 들면 어떤 부분에서 쉬워졌나?
우선 창고의 역할이 대폭 줄었다. <카오스>에서는 창고를 이용해 아이템을 사오는 게 필수 콘트롤이었다면 <카오스온라인>에서는 언제 어디에서나 상점을 열고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창고와 영웅을 동시에 조작하는 부담이 사라진 셈이다. 물론 창고에 ‘추가 아이템을 저장해 두는 플레이’는 여전히 가능하다.
초반에 플레이어가 향할 라인을 정해 주거나, 타워에 맞고 있는 상황, 아이템을 사야 할 상황, 귀환을 해야 할 상황까지 모두 알려주는 게임 내 가이드 기능도 있다. 시키는 그대로만 해도 심하게 민폐를 끼치지는 않을 수준이다.
계정의 레벨마다 선택할 수 있는 영웅도 제한했다. 초반에는 정말 쉬운 5개 영웅만 제공되고 레벨이 오를수록 사용할 수 있는 영웅이 늘어나는 식이다. 추천 아이템과 피격, 공격 판정도 다듬었다.
AOS의 느린 경기속도에 부담을 느끼던 유저도 많다.
<카오스온라인>은 다르다. 내부적으로 속도 올리는 장치를 배치했고 경기가 대부분 30분 안에 끝난다. <카오스> 자체가 영웅의 스킬 공격력이 굉장히 강력한 편인데 여기에 <리그 오브 레전드>처럼 주문력 시스템을 추가했다. 강력한 영웅들의 빠른 싸움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동속도도 빠르고 맵도 작아졌다. 클랜배틀 테스트에서도 경기가 너무 빨리 끝나다 보니 속도를 늦추는 작업을 했을 정도다. 현재 20분 후반에서 30분 정도로 밸런스를 맞췄다. 거기에 <카오스>와 마찬가지로 50분 규칙이 있어서 50분이 지나면 상황에 따라 승패를 강제로 정해버린다. 아무리 길어도 50분을 넘지 못한다는 뜻이다.
참고로 50분 판정은 몇 년째 <카오스>에서 검증된 만큼 판정을 굉장히 잘 내려준다. 근데 이건 정말 쓸 일도 없을 거다(웃음).
■ 안티와 디스펠은 더 잦은 교전을 일으키는 시스템
<리그 오브 레전드> 등 기존 AOS 게임들과 다른 점을 꼽는다면?
장르를 모르는 분에게는 비슷하게 느껴질 거다. 하지만 장르를 아는 유저들에게는 전혀 다른 게임이다. 보통 <철권>과 <버추어 파이터>의 예를 많이 드는데 <리그 오브 레전드>가 거리를 재거나 심리싸움, 협동 등에 포커스를 맞춘 <버추어 파이터>라면 <카오스온라인>은 개인의 콘트롤과 안티, 디스펠 등 잔손이 가는 부분을 강조하고 한 방 역전이 가능한 <철권>이 아닐까 생각한다.
<카오스> 특유의 안티와 디스펠 때문에 경기가 지루해지지는 않나?
그런 걱정을 많이들 하는데, 안티와 디스펠은 오히려 교전을 유도하는 장치가 된다. 살아갈 수 있는 수단(안티)이 있는 만큼 상대와 대치 중에도 적극적으로 전투에 뛰어든다. 전투가 벌어지면 무조건 누군가가 죽는 것도 아니다 보니 교전 횟수가 오히려 많은 편이다.
반면 영웅들이 워낙 강해서 게임 후반에는 안티나 디스펠을 이용해 한 방에 역전하는 경우도 벌어진다. 무적귀환도 마찬가지다. 생존 수단이 늘어나는 만큼 전투는 적극적이 된다. 결국 방향성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e스포츠도 생각하고 있을 듯하다.
클랜배틀 자체가 e스포츠였으니 이미 검증이 끝난 셈이다. 심판 전용 기능으로 화면을 넓게 본다거나, 일반 플레이어가 못 보는 부분을 보고 전술맵을 켜서 브리핑을 해줄 수도 있다.
전술맵은 일종의 거대한 미니맵인데 화면 중앙에 각 영웅이 아이콘으로 표시된 큰 지도가 나타나고 여기에 선을 긋거나 마크를 표시해 상황을 중계할 수 있다. 스포츠 경기에서 자주 보던 효과다. 오픈 베타테스트 이후 게임이 안정세에 접어들면 e스포츠를 시작할 예정이다.
블리자드의 저작권에 걸리는 캐릭터는 어떻게 했나?
일단 AOS에서 가장 중요한 건 스킬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작권에 문제가 있는 캐릭터는 스킬에 맞춰 콘셉트를 다시 짰다. 예를 들어 아그니 같은 경우는 화염의 정령에서 아예 포병으로 이미지를 바꿨다. 포탄과 폭탄을 이용한 캐릭터다.
포장을 새롭게 한 셈인데 어차피 다른 캐릭터도 <워크래프트 3>의 느낌보다는 영웅이 지향하는 플레이에 맞춰 어느 정도 새롭게 디자인되다 보니 위화감이 거의 없다. 플레이하는 느낌도 거의 똑같을 것이다.
■ 하루 3판은 무제한 영웅 선택, 착한 상용화가 목표
상용화는 어떻게 이뤄지나?
영웅 판매가 기본이다. 처음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처럼 로테이션 방식의 영웅 제공도 고민했는데 <카오스온라인>에서는 영웅마다 역할이 확실히 나뉜 부분이 많다. 그러다 보니 역할마다 영웅을 빼놓지 않고 로테이션에 넣으면 격주 수준이 돼 버린다(웃음).
그래서 레벨이 오름에 따라 영웅이 차근차근 열리는 방식을 택했다. 레벨이 오르면 영웅들의 봉인이 해제되고 게임머니, 혹은 캐시로 영웅을 구입하는 방식이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영웅이 제한되면 게임이 재미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하루 세 번까지는 영혼석을 이용해 자신의 레벨에 해당하는 영웅을 제한 없이 즐길 수 있다. 영혼석은 매일 3개까지 자동으로 채워진다.
하루에 3판만 즐기는 유저는 아무것도 구입하지 않아도 되는 셈인데?
맞다. 아무 것도 안 사도 된다. 게임을 많이 플레이하지만 특정 영웅을 구입하기는 부담이 된다는 유저는 영혼석을 추가로 구매할 수도 있다.
참고로 <카오스온라인>은 계정 레벨 25까지 총 24개의 영웅이 해제되며, 레벨 25에 도달하는 순간 총 48명의 영웅을 사용할 수 있다. 레벨 25까지 가는 과정은 일종의 튜토리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업데이트 일정은 어느 정도로 잡고 있나?
매주 1명씩 붙일 예정이다. 현재 총 60명의 영웅이 개발돼 있고, 이후 2주에 한 명 정도로 줄어들 수는 있다. 영웅 자체가 새로운 던전이자, 몬스터이자, 직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업데이트를 이어 나갈 생각이다.
기존 AOS 게임에서 배운 부분도 있을 듯하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걸 배운 게 많다. 그래도 역시 가장 도움이 된 건 <카오스> 시절부터 7년 동안 쌓은 경험들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기술적인 노하우는 하나도 없었지만, 운영과 유저의 요구 수용만큼은 7년 동안 경험한 셈이니 말이다.
경쟁작으로 가장 신경 쓰이는 게임이라도 있나?
역시 <리그 오브 레전드>가 아닐까 싶다. <DOTA>와 <카오스온라인>은 조금만 해봐도 차이가 큰 편이다. 하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는 캐주얼한 부분을 지향하고, 기존 AOS의 복잡한 시스템을 최대한 제거했다. 초심자도 쉽게 즐길 수 있는 만큼 경쟁작으로는 가장 강하지 않나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하고 싶은 말보다는 당부의 말 정도가 될 듯하다. <카오스온라인>에 관심은 있지만 다른 유저와 겨루기가 겁난다면 ‘초보자 대전’을 즐겨 보라고 권하고 싶다. 공식대전과 달리 인공지능(AI)을 상대로 빠르게 성장하며 싸우는 대전모드인데 노력을 거듭해서 개발했다.
안티와 디스펠도 자유자재로 쓰고 패턴도 다양하다. 게다가 게임 중간중간 유저들의 실력을 체크해 거기에 맞는 플레이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상대가 정말 초보자라면 적당한 타이밍에 일부러 실수를 하는 AI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기대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