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역할이요? 잔소리꾼이죠.”
<아이온>의 개발자로 이름을 알린 지용찬 크레에이티브 디렉터는 <킹덤언더파이어 2>의 개발이 진행 중이던 작년 여름 블루사이드에 입사했다. 그가 입사 후 처음으로 맡은 역할은 잔소리꾼이었다.
콘솔게임 제작 경험은 풍부했지만 온라인게임 경험은 부족했던 블루사이드 개발팀은 <킹덤언더파이어 2> 역시 콘솔게임 개발자의 생각으로 만들고 있었고, 그는 개발팀원부터 이상윤 대표까지 가리지 않고 잔소리를 해댔다. 콘솔의 맛을 살리는 것도 좋지만, 온라인게임으로서 기본조건이 성립되지 않으면 더 큰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많은 부분이 달라졌고 본격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채비를 갖췄다. <킹덤언더파이어 2>를 통해 새로운 도전을 꾀하는 잔소리꾼 지용찬 디렉터를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블루사이드 지용찬 디렉터.
■ 콘솔게임 개발사에서 온라인게임 개발사로 거듭나기
만나서 반갑다. <킹덤언더파이어 2>에 합류한 지 꽤 됐는데, 어떻게 지내나?
지용찬 디렉터: 블루사이드에서 잔소리를 담당하고 있다(웃음).
어떤 부분에서 잔소리가 가장 심한가?
아무래도 블루사이드가 콘솔게임을 자주 만들다 보니 온라인게임과는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콘솔게임은 길어도 40시간 내외면 엔딩을 보다 보니 거기에 맞춰서 개발을 한다. 플레이 타임이 긴 게임도 일단 엔딩을 보고 나서 반복적인 콘텐츠로 파고드는 식이다.
반면 온라인게임에서 40시간이면 늦어도 일주일 안에 바닥나는 콘텐츠다. 그래서 콘텐츠를 늘리고, 더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는 콘텐츠도 만드는 부분에 신경을 쓰고 있다.
보통 온라인게임은 콘텐츠 양에만 신경을 쓰고 정작 완성도는 신경 못 쓰는 경우도 많다.
여긴 반대다. <킹덤언더파이어> 시리즈 자체가 날이 많이 서 있다. 특색이나 갖고 있는 장점이 확실하다. 팬도 많고, 전투나 그래픽 퀄리티도 뛰어나다. 그래서 오히려 후반 콘텐츠는 걱정하지 않고 있다.
대신 초반에 어떻게 하면 대중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유저들이 이 게임을 쉽고 평범하게 보편적인 모습으로 즐길 수 있을까 걱정하고 있다. 완전히 거꾸로다(웃음).
온라인게임으로 만들면 스토리 전달도 만만하지 않을 듯하다.
이것도 비슷한 문제인데, 내부에서는 ‘다들 이 정도 이야기는 당연히 알고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게임을 개발한다. 그러다 보니 스토리 전달도 약하다. 처음 시작하는 유저들은 ‘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라는 생각에 빠질 수준이다.
그래서 머리를 굴린 게 새로운 캐릭터를 내세워서 캐릭터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방법이다. 아무래도 몇몇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게 알기도 쉬우니까. 그래도 여전히 더 쉽게 만들 필요가 있어서 고민 중이다.
■ 2차 CBT부터 본격적인 이야기 펼쳐진다
지스타 2011 체험버전은 반응이 어땠나?
반응은 좋았는데 대중성이 문제였던 것 같다. 기사도 읽고 사람들의 피드백도 봤는데 관심이 있는 분들만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킹덤언더파이어> 시리즈에 관심이 없던 유저를 끌어올 만한 무언가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민하고 있다.
지스타 2011 한게임 부스에서 <킹덤언더파이어 2>를 체험하고 있는 관람객들.
사실 지금도 꽤 관심을 끄는 편이다.
물론 관심을 가져 주는 유저가 많긴 하지만, 이왕이면 더 많은 유저가 들어올 수 있으면 좋다. 개인적으로 MMORPG는 서로 다른 성향의 유저가 섞여야 비로소 RPG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에서라도 다양한 유저들을 모을 필요가 있다.
지난해 도미니언 테스트에서는 반응이 별로 안 좋았다.
극단적으로 말해 그 때는 게임이 아니었다. 시스템 확인이었지. 이번 CBT에서 게임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고, 다음 2차 CBT에서는 비로소 ‘킹덤언더파이어스러운 모습’이 될 거다.
사실 1차 CBT에서는 일부러 빼놓은 콘텐츠도 있다. 영웅과 부대를 움직이는 조작이 워낙 특이하다 보니 어지간한 시스템은 지금 공개해도 피드백을 제대로 받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일단 영웅과 부대 모두가 확실히 재미를 주고 나면 2차 CBT에서 본격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1차 CBT는 첫인상에 대한 점검 정도로 받아들여도 되나?
맞다. 1차 CBT에서 공개되는 레벨 20까지의 콘텐츠는 전체로 따지면 도입부 수준이다. 레벨 10까지는 용병 조작을 익히며 게임을 진행하고 레벨 10부터 부대를 이용해 전투를 벌이다 보면 어느새 테스트가 끝난다. 10시간이 조금 넘는 분량이다.
공용 필드도 없고, 총 13개 정도의 맵이 등장한다. 커스터마이징도 제한적이다. 사람들이 용병과 부대 조작에 얼마나 익숙해질 수 있고, 게임을 시작할 때 어떤 수준까지 접근성을 낮춰야 하는지를 보고 싶다.
■ 탱커/딜러/힐러 역할을 깰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추구
조금 이르지만, 다음 2차 CBT에서는 어떤 내용이 추가되나?
캐릭터의 다양한 커스터마이징 부분이 강화된다. 일단 직업만 해도 일단 모든 직업을 딜러로 설정하고, 레벨이 오르면서 역할이 하나씩 추가되는 방식이다. 덕분에 1차 CBT에서는 모든 직업이 딜러로만 보일 것이다. 대신 이렇게 모두가 딜러로 초반을 시작하면 어떤 역할을 고르더라도 혼자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탱커/딜러/힐러의 전통적인 구분 방식을 도입할 생각인가?
그건 아니다. 굳이 한계를 만들 생각은 없다. 후반으로 갈수록 사용자가 직접 컨트롤할 수 있는 역할이 늘어날 것이다. <아이온>의 예를 들자면, 능력치를 올려주는 스티그마나 마석 같은 것이다. <킹덤언더파이어 2>에서는 더 많은 자유도를 보여줄 것이다.
어그로 개념도 MMORPG처럼 탱커가 어그로를 관리하면서 모든 공격을 받아내도록 만들 생각은 없다.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다양한 변수가 생길 것이다. 물론 가상의 부대를 소환해 공격을 모두 받아내는 등 어그로 개념을 접목한 플레이는 고려하고 있다.
영웅과 부대를 동시에 조작하는 게 불편하다는 유저도 적지 않다.
일단 1차 CBT에서는 선택지를 두지 않을 생각이다. 대신 2차 CBT부터는 영웅만 움직이면 부대는 알아서 펫처럼 따라오고 1번, 2번, 3번만 눌러주면 되는 수준까지 조작 난이도를 낮추는 것도 고민 중이다. 여기에 각 스킬의 커맨드도 직접 편집할 수 있을 것이다.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처럼 지형에 따른 효과 등도 구현되나?
원래는 있었는데 게임이 너무 복잡해져서 계속 유지해야 할지는 의문이다. 가뜩이나 복잡한 게 많은 게임이다 보니 넣기가 쉽지 않다.
영웅 임무와 반대로 부대만 조작하는 맵이 나와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이미 준비 중이다. 이게 어느 정도 규모로 나올지는 개발 진척도를 봐서 결정해야 하지만 부대 차원의 레이드 등도 생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1차 CBT를 즐기는 유저들에게 한마디
게임의 기반을 담아 놓았다. 있는 그대로 보고 즐기고 평가해 주셨으면 한다. 1차 CBT의 평가에 따라 이후의 방향이 달라지는 만큼 많은 피드백을 보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