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최고의 여성 프로게이머였다. 지금은 ‘여제’ 서지수(STX)가 거의 유일한 여성 선수로 활약하고 있지만 한 때 서지수도 그녀의 벽을 넘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2007년 이후 스타1 프로게이머 생활을 마무리한 그녀가 2012년 스타2 프로게이머로 돌아왔다. 그녀의 이름은 이종미(oGs)다.
프로게이머로만 잘 알려져 있지만 그녀는 ‘팔방미인’이다. 빼어난 외모도 외모지만 e스포츠 방면에서 많은 일을 경험한 팔방미인이다.
스타1 프로게이머 생활을 마친 이후에도 그녀는 계속 e스포츠와 함께 했다. 대학교 e스포츠 및 게임 관련 강사로 나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대학원에 진학해 e스포츠와 관련한 다양한 연구 활동을 했다. 온게임넷에서 방송 활동도 활발히 하며 e스포츠의 몇 안 되는 여신으로 추앙 받았다. 그러던 와중 그녀는 평생 배필을 만나 지난 2011년 결혼식까지 올렸다.
그래서일까? 이종미의 스타2 선수 복귀 소식은 더욱 반갑고 놀라웠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녀의 스타2 선수 도전이 꽤나 진지하고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여성 스타2 선수들 중 가장 출중한 실력을 갖췄고, 스타1 시절 남성들이 주류였던 메이저 무대에도 도전했었다. 그녀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현존하는 스타2 팀 가장 두터운 선수층을 자랑하는 oGs에 둥지를 틀고 GSL과 스타2에 도전장을 던지 이종미를 만나봤다.
▶ “오랜만입니다. 이종미입니다”
이종미를 만난 곳은 서울시 잠실 인근의 한 카페였다. 먼저 도착해 디스이즈게임 취재진을 기다리고 있었던 그녀는 여유롭게 인사를 건내며 환하게 웃었다. 오랜만에 하는 인터뷰지만 그 동안 방송도 했고 대학교에서 강의도 했던 그녀의 말솜씨는 굉장히 세련된 느낌이었다. 이종미가 GSL에 진출해 승리한 뒤 승자 인터뷰를 하게되면 어떤 내용의 인터뷰가 나올 것인지 궁금해하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풀어갔다.
오랜만에 하는 인터뷰겠네요. 그 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웃음)불러 주셔서 감사 드려요. 지금까지 대학교에서 강의를 해왔고 대학원도 마지막 학기라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논문도 쓰고 있어요. e스포츠와 관련된 프로젝트도 4개 정도 진행을 했어요. 한국e스포츠협회와 국제e스포츠연맹 쪽 일들을 했죠. 게임도 시간을 내서 했고요. 아, 주부니까 당연히 살림도 하고 그렇게 지냈죠.
스타1 프로게이머로 활동하셨던 것이 꽤 오래 전의 일입니다. 가장 활발히 활동했던 때 이야기를 먼저 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24살 때부터 27살 때까지 활발하게 게임을 했고, 그 이후에 방송을 많이 했죠. 사실 여성리그가 없어진 뒤에도 게임을 하고 싶었지만 남성들이 주로 활약하는 메이저 리그의 벽이 높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방송에 주력을 했던 것 같아요. 2006년에 우승을 한 번 했고, 2004~2005년에는 준우승을 했죠. 작은 대회들에서도 많이 우승 했었어여. 여성부 리그는 아마 제가 우승을 한 뒤에 없어졌던 것으로 기억해요.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드네요.
어떤 계기로 프로게이머의 길에 들어서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대학교 때 2학년을 다니고 휴학을 했어요. 그 때 남자 동기애들과 PC방에도 자주 가고 그랬거든요. 처음에는 스타로 그들을 이기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열심히 하다가 실력이 좋아졌죠. 그 때 당시 WCG에서 여성부 리그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예선을 신청했지만 가지는 못했어요. 첫 예선은 게임TV 4차 리그였어요. 그런데 그 때 나가서 이은경 선수에게 완전히 떡실신을 당했죠(웃음). 여성 선수들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후에 더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나요.
당시 여성부 스타리그는 꽤 많은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종미 선수의 당시 인기는 실제로 어땠나요?
사실 그 때 여성부 리그를 가장 활발하게 주최했던 게임TV는 나오는 지역이 많지 않았어요. 저는 인기가 별로 안 많았던 것 같은데요(웃음)? 저는 개인적으로 2008년 정도가 인기가 많았던 것 같아요. 방송을 하면서 말이죠. 사실 그 전에는 제가 프로게이머였다는 것을 몰랐던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러다가 확실히 온게임넷에서 방송을 하면서 인지도가 올라갔죠. 그런데 최근에 방송을 쉬면서는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당시 최상위 여성 선수들은 연습 때 남성 선수들과 대등한 경기력을 자랑하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당연히 가끔 이기기도 하죠. 10번 정도를 하면 2~3번 정도 이기는 적도 있었어요. 저그전 같은 경우는 승률이 더 좋았고요. 하지만 무대가 점차 사라지고 더 이상 연습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서 실력차이가 더 벌어진 것 같습니다. 스타1의 경우는 이제 남자 선수들의 실력이 정말 대단하죠. 이보다 더 잘할 수 없을 정도라고 생각해요.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죠. 솔직히 스타2도 그런 편이지만 스타2는 남자 선수들을 이기겠다는 생각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최대한 해보자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웃음).
스타리그 예선에도 도전한 적이 있으셨어요. 서지수 선수는 지금까지도 계속 도전 중인데요.
스타리그 예선에서 한 번 이겨본 적도 있어요(웃음). 세 번 정도 나갔던 것 같아요. 당시 그 선수가 많이 방심하셨던 것 같아요. 서지수 선수는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계속 도전을 하고 있어서 멋지죠. 그런데 많이 힘들 것 같기도 해요. 저는 이제 새로운 곳에 도전을 했기 때문에 마음이 편하지만 지수는 지금까지 해온 것들이 있어서 다른 길을 택하기도 어렵고 어려운 길을 계속 걸어야만 한다는 부담감도 있을 것 같고요. 하지만 언제나 지수를 응원하고, 어떤 길을 선택하든 지지합니다.
프로리그 공식전 무대에는 서보지 못했습니다. 한 번쯤은 서고 싶다는 생각을 하셨을 것 같은데요.
프로리그는 나가본 적 없지만 MBC게임 팀리그 때는 한 번 나가본 적이 있어요. KOR 때였죠(웃음). 앞마당을 먼저 했는데 ‘해처리 버그’가 있었던 시기였어요. 앞마당을 랠리를 찍어 놓고 취소를 했더니 튕겨서 재경기를 했죠. 하지만 재경기 때 똑같이 앞마당을 먹고 시작했더니 서경종 선수의 저글링 공격에 빨리 끝났던 기억이 있어요. 그 이후에는 기회가 없었어요. 연습량이 부족한 것도 있었고 다른 일들도 시작하면서 스스로도 크게 욕심을 내지 않았던 것 같아요. 돈을 받고 게임단에 소속이 되어 있었던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아무래도 시들해질 수 밖에 없었죠(웃음). 게임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뭔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어요. 그래도 만약 팀에서 연봉을 주고 게임을 하라고 했으면 정말 열심히 했을 거에요.
▶ e스포츠인 이종미, 팔방미인으로 거듭나다.
스타1 프로게이머 생활은 거의 마감했지만 이종미는 계속 e스포츠와 함께 살아왔다. 게임을 하지 않더라도 e스포츠와 함께 할 수 있는 분야가 정말 많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실천하는 모습이었다.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위해 게임과 e스포츠와 관련된 강의를 하기도 하고 대학원에 진학에 e스포츠와 관련된 공부를 하기도 했다. 온게임넷에서는 팬들과 꾸준히 만나는 방송을 진행하며 항상 e스포츠와 함께 호흡했다. 스타2 선수로 복귀하기로 한 그녀는 어느새 e스포츠의 ‘팔방미인’으로 거듭나 있었다.
프로게이머로는 아니어도 계속 e스포츠와 인연을 맺으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는 프로게이머를 할 때도 회사를 다니면서 했었어요. 의상학과를 나와서 다른 일도 같이 했죠. 다른 곳에 취직을 할 수도 있었지만 저는 게임과 e스포츠와 관련된 일들이 좋았어요. 사실 그 동안 했던 일들이 모두 만족스럽지 못했어요. 최종 목표를 이루지 못해 방황을 하다가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협회 이재형 국장님이 도움을 주셔서 e스포츠 쪽을 연구하시는 이장주 박사님을 알게 됐고 지금까지도 계속 함께 공부를 하고 있죠. 석사도 2년 반 과정이었는데 겨우 졸업하는 거에요(웃음). 박사과정까지도 하고 싶은데 일단은 게임을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내년에는 게임에만 집중할 생각이에요.
대학에서 e스포츠 관련 강의를 하시기도 하셨습니다. 학생들에게 어떤 내용을 주로 가르치셨나요?
e스포츠라기 보다는 게임 산업이나 게임 크리에이터와 관련된 강의를 많이 하고 있어요. 초반에는 e스포츠와 관련된 이론을 많이 가르쳤는데 요즘에는 e스포츠에 관한 관심이 약간 시들해졌어요(웃음). 게임회사에 들어가고 싶은 학생들을 위해 그와 관련된 강의를 많이 준비하게 됐어요. 일주일에 10시간 정도 강의를 하고 있어요.
방송 활동도 꾸준히 하셨죠? 방송인으로 계속 활동하실 것으로 생각했었는데요.
방송을 할 때도 내 메인 직업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방송에 대해서 집착을 하게 되면 방송국을 통해 일이 들어오지 않았을 때 실망할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공부를 더 하자는 생각을 했죠. 앞으로는 방송보다는 게임에 더 집중을 하고 싶어요. 하지만 게임과 병행하면서 큰 지장이 없는 정도의 방송, 깊이 있는 스타2 관련 방송은 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체계적인 e스포츠 공부를 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기도 했었습니다.
여가경영이 전공이에요. 사실 e스포츠만을 위한 전공은 아니지만 함께 연구를 하고 있는 이장주 박사님을 따라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최근에는 프로게임단의 사회 연결망 분석에 대한 분석을 하고 있는데요. 설문지도 돌리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남이 보기에는 제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잘 모르시겠지만 저는 스스로 느껴요. 제가 만약 대학원을 다니지 못했다면 책도 읽지 않았을거고 공부도 절대 안했을거에요.
프로게이머 외에도 e스포츠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아직은 솔직히 별로 많지는 않아요. 얼마 전에 ‘직무분석’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해본 적이 있어요. 그렇게 연구를 해니 생각보다 e스포츠 내에 직업군들이 많더라고요. 하지만 프로게이머들이 할 만한 일들은 많지 않습니다. 프로게이머들이 은퇴 후에 e스포츠와 관련된 일을 계속 할 수 있도록 관련된 제도들이 많이 정립이 되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스타2로의 복귀, 최고의 지원군은 ‘남편’
그녀의 스타2 도전 소식이 알려진 것은 지난 11월 15일이다. 반가운 만큼 놀라운 소식이기도 했다. 꽤 오랫동안 게임을 쉬기도 했고 그녀는 가정을 이룬 ‘주부’였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니 그녀의 스타2 복귀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밀어준 최고의 지원군은 ‘남편’이었다.
스타2로 프로게이머 생활을 다시 시작하기로 하셨습니다. 결심하게 된 계기와 과정이 궁금합니다.
원래는 게임을 그냥 즐기고 있었어요. 처음에는 남편과 2:2를 주로 했지요. 사실 저는 스타2를 하고 싶은 생각도 많지 않았어요. 그런데 남편이 어느 날 생일 선물로 스타2를 사왔고 게임을 하라고 강력 추천하는거에요. 그러다가 9월 초에 중국에서 열린 이벤트 대회에 초청이 됐어요. 1:1 이벤트 전이었는데 정말 마음이 떨리더라고요. 그러다가 무대에 다시 서게 되니까 정말 좋더라고요. 이벤트 대회지만 하루에 40게임 넘게 연습을 했어요. 그 때 ‘아직 나의 승부욕이 살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들이 봤을 때는 정말 별 것 아닌 대회지만 저는 정말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그 대회에서 이긴 뒤에 기분이 정말 좋아서 이런 대회가 많이 있다면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서 게임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당시 oGs 선수들과 함께 갔었는데 한국에 돌아온 뒤 박상익 감독이 제안을 했어요.‘어차피 게임을 계속 할거면 우리 팀에 들어와서 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라고 말을 하더라고요. 일단 생각을 해보겠다고 대답을 했지만 고민이 많았어요. 나이도 있고 여자인데다가 가정도 있는 상황이라서요. 섣불리 결정하고 발표하는 것도 두려웠어요. 하지만 남편이 당연히 해야 한다면서 전폭적인 지지를 해줬어요. 남편은 제가 집에서 노는 것이 싫은가봐요(웃음). 저도 좋게 생각해요. oGs에서 많이 도와주고 있으니까요.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스타2를 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그리고 처음 플레이 했을 때 받은 느낌?
굉장히 어색했어요. 일벌레도 크기가 작았고, 재미도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하다 보니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저그가 해야 할 것들이 정말 많잖아요. 그런 점들이 재미있었습니다. 게임이 스타1보다 다채로워졌더라고요. 스타2를 하다가 스타1를 다시 하면 굉장히 클래식한 느낌이에요. 유닛 인공지능도 떨어지고 불편하기도 하고요. 건물 부대 지정도 안되니까 어색하기도 했어요.
역시 종족은 저그인가요? 이종미 선수하면 저그 밖에 떠오르지가 않아요.
스타1에서 저그를 했기 때문에 당연히 스타2에서도 저그죠. 당연히 저그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종족도 해봤는데 저랑 잘 안 맞더라고요. 저그가 재미있어요. 그런데 눈치를 너무 많이 봐야 하니까 한판 한판 불안한 느낌이 계속 들어요. 스타1하고는 완전히 달라요. 스타1 때는 상대의 진출 타이밍을 보고 성큰을 지으면 됐는데 스타2에서는 그렇게 하면 안되잖아요.
그렇죠. 저그는 스타1과 많은 점이 달라졌습니다. 변화된 부분에 대해서는 적응을 많이 하셨는지 궁금해요.
처음에는 스타2가 자체가 어색했어요. 그리고 2:2 팀플레이만 했었는데 솔직히 같이 하는 것이 재미가 없더라고요. 남편도 게임을 잘하기는 하지만 저한테는 1:1 대결이 잘 맞았어요. 따로 1:1을 하기로 하고 게임을 했는데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그 때 알았어요. 스타2가 재미있구나. 2:2를 할 때는 플레이가 굉장히 단순하더라고요. 게임에 대한 적응은 팀플레이를 하면서 끝냈죠.
중국에서 열린 스타2 이벤트 대회에도 참가하셨던 것으로 압니다.
대회이기는 대회였어요. LG에서 3D 모니터를 홍보하기 위해 마련했죠. 굉장히 크게 했죠. 장재호, 박준, 이윤열, 장민철 선수가 나갔죠. 중국에서는 스카이, 인피, 플라이 등 워3 선수들이 거의 나왔죠. 남자 쪽에서는 중국 선수가 우승을 했고요. 여성 리그에서는 제가 이겼죠. 상금도 있더라고요. 만 위안 정도? 상금을 받으니까 정말 좋아서 한국에 와서도 열심히 게임을 했어요.
국제 여성 대회인 조위 디바나가 열리기도 했었어요. 참가하지는 않으셨고요.
제가 얼마나 박상익 감독한테 뭐라고 했는지 몰라요(웃음). 나가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솔직히 저는 국내에서 여성 리그가 열리지는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글로벌로 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예전에 같이 활동했던 여성 프로게이머들도 스타2를 많이 하고 있나요?
안 하죠(웃음). 얼마 전에 보라카이에 놀러 갔다 왔는데 최안나(스타1 여성부 막바지 시절 활약했던 선수) 선수를 만난거에요. 안나도 요즘에는 회사를 다닌다고 하더라고요. 계속 보자보자 했는데 보라카이에서 만나서 신기해요. 다들 그렇게 살아요. 게임은 하지 않고 회사에 집중하고 있죠. 저 같이 나이 먹고도 게임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을까 싶어요.
스타2 출시 이후 돌아온 프로게이머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 모습들이 복귀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까?
너무 잘됐다고 생각했어요. 개인적으로도 스타2를 많이 기다렸으니까요. 프로게이머를 했던 사람들이라면 언제든지 다시 도전하고 싶은 본능 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해요. 무대에서 게임을 하는 그 느낌? 그것을 잊을 수가 없고 심장이 뜨거워지죠. 저도 마찬가지에요. 중국에서 받은 그 느낌을 한국에서도 느끼고 싶어요.
▶ GSL를 향한 도전, 본격적인 스타2 선수의 삶.
그녀의 GSL, 스타2를 향한 도전 의지는 생각했던 것보다 진지했다. 아직 남성 선수들에 비해 실력은 부족하지만 남편의 전폭적인 지원과 한 때 여성부에서 최강자의 위치에 올랐던 이종미의 승부욕은 남달랐다. 무엇보다 지금은 여러 다른 일을 하고 가장 좋아했던 그리고 가장 잘했던 프로게이머로 다시 돌아왔기 때문에 스타2를 통해 또 다시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그녀의 1차 목표는 2012년에 처음으로 열리는 GSL 코드A 오프라인 예선전이다.
oGs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프로게임단 생활은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아직까지는 다른 일들이 남아 있어서 연습실에는 거의 가지 못해요. 집에서 연습을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대신 팀원들에게 많이 물어봐요. 전략도 물어보고 박상익 감독과 연습도 많이 합니다. 이제는 슬슬 예선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예선이 힘들 것 같기는 하지만 일단 부딪혀보려고요.
연습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아무래도 기혼자이기 때문에 하루 종일 연습만 하기는 힘들지 않을까요?
시간이 날 때는 계속 게임을 하고 있어요. 솔직히 요즘에는 논문 때문에 조금 바쁘기는 하지만요(웃음). 논문만 아니면 하루 종일도 할 수 있어요. 남편이 워낙 바쁜 편이기 때문에 늦게까지 하는 경우도 많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도 게임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고요.
GSL에 도전하실 예정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신감은 어느 정도?
첫 예선은 솔직히 욕심을 많이 내지는 않아요. 하지만 2012년 내에 꼭 코드A에 가고 싶어요. 정말 굳건한 각오를 갖고 있어요. 냉정하게 첫 예선이 힘들 것 같지만 최대한 많이 이기고 싶어요.
현재 스타2에는 이종미 선수 외에도 김가영, 김시윤 선수가 여성 선수로 활약 중입니다. 교류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전혀 없는 상태에요. 교류를 하면 좋을 것 같기는 해요. 하지만 다른 선수들이 원하는지 잘 모르겠어요(웃음).
냉정하게 현재 실력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래더에서는 마스터리그 14~15위 정도는 돼요. 그래도 아직은 많이 부족해요. 다른 여성 선수들은 어느 정도인지 잘 몰라서 제가 제일 잘하는지는 모르겠어요. 전 시즌, 지지난 시즌에 모두 마스터리그였어요. 그래도 현재 활약 중인 선수들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죠. 제 방식대로 게임을 하고 혼자 게임을 하다 보니 아직 많이 부족하죠. 그런데 요즘은 배틀넷에서 요즘 게임을 하면 정말 많이 알아보시더라고요.
GSL이 1년 넘게 개최되며 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이 탄생했죠. 인상적인 선수? 혹은 배우고 싶은 선수가 있다면?
스타1을 할 때부터 박성준 선수의 스타일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스타2에서도 마찬가지에요. 어제도 성준이 VOD를 봤어요. 이번에 결승에 간 이동녕 선수도 잘하시더라고요. 이동녕 선수나 박성준 선수의 플레이에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임재덕 선수의 경우는 이상하게 게임 스타일이 저랑 잘 안 맞더라고요. 저는 굉장히 공격적인 편이거든요. 유닛을 쏟아 붓는 스타일이 좋아요(웃음). 자원을 먹고 물량을 막 생산해서 휘몰아치는 플레이를 스타1 때부터 좋아했어요.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게임을 했어요. 그런데 요즘 VOD를 보니 그렇게 하면 안 되겠더라고요(웃음). 아직은 문제가 좀 많아요. 유닛 활용도가 많이 떨어져서요. 부족한 점들을 많이 배워야죠.
여성부 스타2 리그가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당연히 있었으면 좋겠죠. 여성리그는 중요합니다. 여성리그가 열려야 여성 선수들이 실력을 키울 수가 있어요. 동기부여가 되어야만 연습을 하고 실력을 기르죠. 여성 게이머들이 무대를 경험하면서 늘어나는 실력이 진짜거든요. 여성리그가 있으면 여성 유저 저변도 넓어지고 여성 팬들도 더 많이 유입될 겁니다. 그러면 곰TV나 e스포츠도 자연스럽게 발전하겠죠.
남자들만 게임을 하는 e스포츠에 여자들이 게임을 하면 얼마나 큰 이슈가 되겠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GSTL에서 여성 선수들이 한 세트씩은 나올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생각을 해봤어요. 앞으로 여성 선수들의 e스포츠에 더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어떨까 싶어요. 그리고 스타2는 스타1에 비해 남자 선수들과의 실력차가 크지 않을 것 같아요. 또한 요즘 다른 종목에서는 여성부 리그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 같아요. 스타2도 그렇게 된다면 분명히 리그나 게임의 흥행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앞으로의 각오 부탁드릴께요.
내년에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할게요. 많이 배우는 자세로 게임도 많이 할거고요.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성적을 거두고 싶어요.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면서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진지하게 임하고 있습니다. 사실 결혼 전에도 스타2가 나오면 프로게이머를 하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그 약속을 이제 지키게 되어서 기분이 좋고, 제가 정말 원하는 것을 하나씩 이루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지금 이 기분을 이어서 꼭 좋은 성과를 내고 싶어요. 팬들이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따뜻한 한 마디가 큰 힘이 되니까요(웃음). 내년에 꼭 스타2 프로게이머로 대박 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