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컨플릭트>는 밀리터리 FPS게임의 ‘금기’를 과감하게 무시했다.
머리 위의 삼각마크는 군복의 보호색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벽을 넘어 보이는 적의 체력게이지는 사운드플레이와 기습의 존재를 위협한다. 낭만과 얍삽이 사이에서 줄타기하던 FPS게임의 ‘캠핑’도 리플레이 시스템 앞에서는 빛을 잃는다.
기존의 FPS마니아라면 당황하기에 충분한 내용이다. FPS게임의 생명이라고 강조되는 사실성과도 위배된다. 하지만 성낙호 디렉터의 설명은 담담했다. 불필요한 어려움보다는 총을 쏘고, 적을 맞추는 FPS게임 본연의 재미에 집중했고, 이와 관련 없는 부분은 과감히 제거했다. 그 결과가 <메트로컨플릭트>다.
“게임을 어떻게 고쳐도 잘하는 사람은 여전히 잘합니다. 하지만 못하는 사람도 한 번 정도는 사살할 기회를 얻는 FPS게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성낙호 디렉터의 답변이다. <아바>를 만든 레드덕에서 개발했지만 <아바>와는 정반대 노선을 걷는 ‘쉬운 FPS게임’ <메트로컨플릭트>의 성낙호 디렉터를 디스이즈게임에서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레드덕의 성낙호 디렉터
“쉬운 게임 위해 불필요한 부분은 버렸다”
진입장벽은 온라인 FPS게임이 언제나 겪는 문제다. 전투가 순식간에 끝나는 FPS게임에서 순간적인 판단력과 반사신경은 ‘절대적인 위력’을 지닌다. 잘하는 유저는 승승장구하고 못하는 유저는 패배를 견디다 못해 게임을 떠난다.
이를 막기 위해 새로운 시스템을 넣어봐도 쓸모 없다. 잘하는 유저는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해서 더 잘하고, 못하는 유저는 새로운 시스템을 이용하지 못하고 더 못하게 되는 일이 벌어진다. 대표적인 게 <아바>의 전장지도다.
“<아바>에서는 탭(tab) 버튼을 누르면 교전 중인 적의 위치가 표시됩니다. 그런데 이 좋은 기능을 사용하는 유저가 채 1%도 되질 않더군요”
레드덕의 전작 <아바>는 Tab 버튼에 많은 정보를 담았다. 꾸준히 지도만 봐도 적의 위치가 표시되고 전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를 이용하는 유저는 1%도 안됐고 고수와 하수의 실력 격차를 더욱 키우는 결과가 됐다.
복장도 마찬가지다. 게임 그래픽이 점점 사실적이 되면서 군복의 보호색도 덩달아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유저는 점점 숨어있는 적을 파악하기 어려워지고, 얼마나 잘 싸우냐 보다는 어디에 숨어있는 적을 얼마나 빨리 찾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FPS게임이 월리를 찾아라는 아니잖아요” 그래서 좀 더 과감해지자고 결심했다. 교전 중인 적의 체력게이지를 화면에 표시해 적의 위치를 찾기 쉽도록 유도했고, 화면 속의 적은 머리 위에 큼지막하게 사각마크를 표시했다.
적을 찾지 못하는 어려움, 길을 헤매는 어려움, 계속해서 특정버튼으로 상황을 확인해야 하는 어려움 등 ‘전투 이외에서 게임을 어렵게 만드는 부분’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잘하는 사람은 여전히 잘하고, 못하는 사람에게는 기회를 주는 FPS게임”
실력 차이가 지나치게 줄어들면 게임이 재미없어지지는 않을까? 게임의 접근성을 낮추다 보면 자연히 드는 고민이다. 하지만 레드덕의 실험결과는 고민을 날려줬다. 테스트를 하면서 게임이 어려워도, 쉬워도 순위는 변동이 없었다. 잘하는 사람은 여전히 잘하고, 못하는 사람은 여전히 못했다.
대신 개인성적에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 게임이 어려울 때는 매번 '0 킬'을 기록하던 사람이 게임을 쉽게 바꾸고 최소한 2~3킬은 거두게 됐다. <메트로컨플릭트>에서 FPS게임 처음으로 킬을 성공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순위는 그대로지만 유저 사이의 간극이 줄어든 셈이다.
“덕분에 레드덕 내부에서는 <메트로컨플릭트>만 하면 유독 샷빨이 받는다는 사람들이 있어요” 성낙호 디렉터의 말이다. 물론 샷빨이 좋아졌다는 사람은 모두 FPS게임 초보자다.
기존 FPS게임 유저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순줌이나 각폭 같은 ‘기술들’도 그대로 적용했다. <아바>나 <서든어택> 등의 국산 FPS게임에서 가능한 기술은 모두 가능토록 하자는 게 <메트로컨플릭트>의 목표다. 조준 보정처럼 전투에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도 일부러 넣지 않았다.
<메트로컨플릭트>가 원하는 건 불편함을 없앤 ‘쉬운 게임’이지, 누가 해도 똑같은 ‘단순한 게임’은 아니기 때문이다.
듀얼 웨폰시스템을 통한 전략 역시 <메트로컨플릭트>가 강조한 ‘고수용 콘텐츠’다. 갑작스러운 전투에 강한 샷건을 들고 게틀링건을 든 캐릭터를 엄호하거나, 다수의 유저가 방패를 이용해 길목을 차단하는 등 클랜마다, 팀마다 다양한 전략이 펼쳐지기를 레드덕에서는 내심 바라고 있다.
“유저의견에 맞춰 변신하는 게임 만들겠다”
<메트로컨플릭트>의 목표는 대중적인 게임이다. 1차 CBT에서 추가되는 돌격모드만 봐도 그렇다.
<메트로컨플릭트>의 돌격모드는 미식축구처럼 EMP장치를 들고 상대편기지까지 이를 옮겨 점수를 내는 게임모드다. EMP장치의 위치가 보이고 이를 중심으로 전투가 진행되기 때문에 교전이 더욱 잦다. 기존의 깃발뺏기 모드보다 규칙이 단순하고, <아바>의 탱크호위모드보다 진행과 전투가 빠르다.
EMP장치를 상대편 기지에 가져다 놓으면 적 전원이 스턴상태에 빠지고 학살을 할 수 있는 일종의 세러머니타임도 주어진다. 스포츠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모드, 일단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모드부터 만들자는 레드덕의 생각이 묻어나는 모드다.
반대로 지금은 접근성을 낮추는데 주력했지만 유저들이 원한다면 <아바>처럼 어려운 게임으로 바뀔 수도 있다. 경기가 짧고 반복적인 FPS게임에서 유저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과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아바>를 통해 깨달은 부분이다. 무엇이든 가능한 근미래 설정을 택한 이유도 게임을 자유롭게 바꾸기 위해서다.
다만 게임 모습이 바뀌더라도 콘텐츠도 유저간의 전투에 몰두하고 싶다는 게 성낙호 디렉터의 바람이다. 좀비모드처럼 외전격의 콘텐츠에 빠지기 시작한다면 다시 유저간의 전투로 돌아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충분한 완성도와 낮은 요구사양을 목표로 개발 중”
성낙호 디렉터에게 <아바>는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미처 완성도를 갖추기 전에 오픈 베타테스트를 시작했고 당시로서는 사양도 너무 높았다.
레드덕에서 목표로 내세우는 <메트로컨플릭트>의 요구사양은 4년 전 구입한 PC에서도 무리 없이 게임을 즐기는 것. 최저사양은 지포스 7300급, 충분한 그래픽을 즐길 수 있는 권장사양은 8600급이다. <메트로컨플릭트>의 그래픽을 감안하면 쉽지 않아 보이는 도전이지만 자신감은 충분하다.
초기 기획부터 최적화를 고려했고 ‘눈에 띄지 않게 그래픽을 낮추는 편법’도 찾았다. 성낙호 디렉터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예쁘게 저사양’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엄마가 사준 PC인데 게임이 안 돌아가면 억울하잖아요. 이렇게 인터뷰 때마다 이야기를 해야 저희도 어떻게 해서든 지키죠” 레드덕이 택한 배수의 진이다. 덕분에(?) 최적화는 순조롭게 진행 중이고 1차 CBT에서는 절반 정도의 최적화 작업을 마쳤다.
첫인상에서 보여줄 수 있는 완성도도 최대한 끌어올렸다. 성낙호 디렉터는 게임을 놀이동산에 비유했다. “이미 개장한 놀이동산에 롤러코스터가 빠져있다고 갑자기 만들기는 어렵잖아요. 게임도 마찬가지에요. 오픈 베타테스트 이후에는 손을 쓸 수가 없어요”
<메트로컨플릭트>가 지스타를 두 번이나 겪고 이제야 첫 테스트를 시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메트로컨플릭트>는 12일까지 테스터를 모집한 후 오는 15일 1차 CBT를 시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