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타>를 통해 다시 한번 게임 개발을 즐기고 싶다”는 문득기 대표를 디스이즈게임에서 만났다. 먼저 <에스타>의 최신 영상부터 감상해 보자.
나루엔터테인먼트 문득기 공동대표.
<에스타>는 나루엔터테인먼트에서 2008년부터 개발 중인 MMORPG다. 자체엔진을 사용한 <에스타>는 하늘을 나는 거대 생물 ‘아모스’ 위에서 벌이는 공중전투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세계, 카드 방식의 스킬 시스템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에스타>에서는 길드마다 특정조건을 만족시키면 아모스를 포획해 길들일 수 있으며, 이를 직접 조종하며 상대 길드의 아모스와 공중전투를 벌이게 된다. 개발진은 함포를 발사하고 작살을 쏴서 상대 아모스에 달라붙어 백병전을 치르는 등 함대전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전술을 공중전에 도입했다.
공중전 역시 심리스 방식의 필드에서 진행되는 만큼 하늘을 나는 탈것에서 떨어질 수도 있고, 상대 아모스 위로 오르거나 지상에서 공중전투를 지켜보는 일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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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시야 확보가 어려울 정도로 주변이 어두워지고, NPC들이 시간에 따라 자리를 옮기고 등대에 불을 켜며 퀘스트를 주는 등 시간의 흐름에 따라 콘텐츠가 달라진다. 나루엔터테인먼트에서는 자연스러운 시간변화와 공중전투를 위해 1년 이상을 엔진 개발에 투자했다.
<에스타> 최신 버전에서는 대포를 주무기로 사용하는 새로운 종족과 심리스 방식의 넓은 필드, 아모스와 하늘을 나는 탈것 등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 “뜨거운 개발 열정에 끌렸습니다”
문득기 대표가 나루엔터테인먼트 합류를 결심한 것은 열정 때문이다. 지난해 말 나루엔터테인먼트에서는 문 대표에게 <에스타>의 컨설팅을 의뢰했다. 당시 문 대표는 <에스타>의 무모해 보이는 콘텐츠를 보며 가열차게 쏘아붙였다. 개발 효율이 나쁘고 프로답지가 않아 보인다는 게 그의 의견이었다.
예를 들어 문 대표는 당시 <에스타>의 나는 탈것을 비판했다. 게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아닌데 너무 힘을 들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계곡과 사막, 언덕 등이 이어지는 지형도 쓸데없이 자연스러웠다.
그 시간이면 몬스터 한 마리, 맵 한 조각을 더 만들 수 있었다. 지형도 평지로 넓게 뚫어버리면 퀘스트나 동선을 짜기도 쉽다. <에스타>의 첫인상은 문 대표가 생각하는 ‘프로개발자’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보수적으로 볼 때 효율이 나쁜 건 맞다. 하지만 유저들의 생각도 같을까? 유저들도 효율만을 따질까? 쓸데없어 보이는 곳까지 노력을 기울인 게임, 효율보다는 만들고 싶은 걸 만든 게임은 안 되는 걸까?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안정적인 개발사에서 수지타산을 따지는 게임만 만들기보다는 <프리스톤테일>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재미있는 개발을 하고 싶다는 도전욕도 그를 자극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재미와 도전이었다. 지난 1월 문득기 대표는 나루엔터테인먼트의 공동대표로 합류했다. “재미가 없었다면 오지도 않았겠죠. 얼마를 받을 수 있느냐보다 어떤 걸 만들고 싶냐를 따지며 개발하고 싶었어요.” 어려운 결정을 내린 문득기 대표의 이야기다.
■ “무모함이 불러온 탄탄한 개발력을 지켜봐달라”
합류를 결정한 후 둘러본 <에스타>는 생각보다 양호했다. 이름 없는 개발사에서 자체엔진을 이용해 만든 게임치고는 기초가 튼튼했고, 핵심인력이 몇 년 동안 개발을 맡으면서 기술개발과 연구도 잘되어 있었다. <에스타>의 내부상황을 보고 문 대표가 내린 결론은 “기술적인 부분에는 더 이상 손댈 게 없다”였다.
특히 심리스 방식의 필드와 아모스를 이용한 공중전투가 문 대표의 마음에 들었다. 기술적으로 어렵거나 번거로운 점들이 많아서 최근에는 도전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영역들이다.
MMORPG 한 번 만들어 본 적 없는 개발사가 자체엔진으로 심리스 필드와 공중전투를 구현한다. 개발 초기에는 무모한 결정이었지만 덕분에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든든한 노하우가 쌓였다는 게 문 대표의 이야기다. 개발자 전부가 엔진을 속속들이 꿰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반면 콘텐츠를 한곳에 모으는 능력은 부족했다. 게임을 론칭해 본 경험이 없다는 것도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개발은 몰라도 상업적인 생각은 너무 짧았다. 덕분에 문 대표가 합류 후 맡은 역할은 공중전투와 아모스, 길드 등이 콘텐츠가 유기적으로 묶일 수 있도록 관리하고 상업적인 부분을 뒷받침해 주는 일이다.
“순수한 개발사에 속세의 때를 묻히는 일을 맡고 있죠.” 다만, 기껏 도전을 위해 합류한 만큼 자유로운 개발을 저해할 만큼 지나친 때를 묻히는 건 자제할 생각이라고.
■ “내년 초 CBT 목표. 공중전투 대폭 키우겠다”
문 대표의 목표는 <에스타>의 장점을 한층 돋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모스를 이용한 공중전투는 당초 1:1의 함대전 방식에서 다수의 아모스가 한곳에서 싸우는 집단전투로 확장 중이다. 우주전쟁에서나 볼법한 구도를 만들어 지상에서도 훤히 보이는 거대한 구경거리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시간의 흐름과 카드 스킬 시스템 등의 특징도 공중전투와 유기적으로 맞물리게 유도한다. 모든 콘텐츠가 서로 얽히고설켜야 비로소 ‘게임의 특징’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부담도 있지만 중소개발사로서는 어떤 아이디어가 있다면 이를 확실히 자기 것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게 문 대표의 생각이다. 어설픈 신규 콘텐츠로는 자본과 기술을 가진 대형 개발사에 아이디어만 퍼주게 될 뿐이다.
단순한 채팅과 길드 등의 커뮤니티에서 벗어나 하우징 단위의 공동체로 서로 엮일 수 있는 커뮤니티도 준비 중이다. 소셜게임에서 보던 친구에게 도움을 주거나 받고, 그러면서 자연히 주변 인맥을 넓혀 나가는 방식이다.
<에스타>는 내년 초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올해 중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던 테스트는 문 대표의 합류 이후 콘텐츠를 대폭 개선하며 늦춰졌다.
MMORPG에 대한 경험 하나 없이 4년 넘게 <에스타>라는 한 우물에 매달린 나루엔터테인먼트와 <그날이오면 3>부터 게임업계에 합류해 <프리스톤테일>로 상업적인 성공을 맛봤던 원로 개발자(?)의 만남. 그 만남이 문 대표의 바람처럼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지 지켜보자.